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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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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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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9,310

작성
20.09.2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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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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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섣달 그믐밤

DUMMY

류사는 몸을 반듯이 하여 정중히 말하였다.


“ 감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소생은 절정산장의 무도함으로 고초를 겪은 민생과, 앞으로 고통받을 사람들을 대신하여 노사와 검을 겨루고자 하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조화종은 흔연히 도전을 받아들였다.


“ 진정 그리하여야 하겠느냐? 좋구나! 내 다시 검을 잡아 귀곡의 무학을 시험하리라!”


그러면서 아이링거를 불렀다.


“ 큰 사발 둘에 술을 그득히 채워서 가져오너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으로 향하였다. 류사도 그 뒤를 따랐다. 위요와 이묘선은 초조하게 마당 한구석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바람은 스산하고 해는 창백했다. 아이링거가 한사발의 술을 조화종에게 권했다. 조화종은 술을 꿀덕꿀덕 들이켰다.


다 마신 사발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사발이 와그작 부숴졌다. 류사도 술 한 사발을 받아 마시고 그릇을 한구석으로 내던졌다. 천하독패 조화종은 부러진 정혼검을 집어 손에 쥐었다. 빛의 다발이 허공에서 내려와 그의 전신을 감쌌다. 그렇게 보여졌다. 빛무리 속에 그가 희미해져 갔다. 소리가 들렸다.


“ 화우비설이니라!”


다시 화우비설이었다. 그가 형체를 감추기 시작했다. 사람은 그 자리에 서 있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제 검이었다. 유형이 아니라 무형이었다. 정혼검은 조화종의 손에서 완벽히 무형지검으로 변화하였다. 아무런 기도도 느껴지지 않았다.


빛이 있고 하늘은 평범히 푸르렀다. 땅은 검었고 나무들은 가지를 흔들었다. 바람이 소소히 불었다.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검은 그저 검이었다. 그러나 류사는 막막한 공간이 한없이 펼쳐내는 무력감에 시달렸다. 혼원공이 급속히 류사의 온 몸을 돌기 시작했다. 검은 경기가 날개처럼 펼쳐졌다. 고요한 공간이 팽창하는 기의 흐름에 찢겨나갔다. 그 공간을 침묵이 밀고 들어와 메꾸었다.


조화종은 아무런 변화의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꽃이 지면 지는대로, 눈이 오면 오는대로, 그 가운데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천지를 거역하려 하지 않았다. 검은 나아가지 않고 눈과 비와 꽃들의 흩날림 속에 나무가 되었다.


류사의 경기는 눈과 비와 꽃이 지는 것을 거부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천지는 한없이 넓고 막막했다. 수월도는 나아가고 나아갔으나 조화종의 천지는 여전히 멀었다. 위요가 보기에 조화종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류사의 칼이 내리치고, 부러진 검은 슬쩍 비켜갔다. 다시 칼이 들이치고 검은 그 옆을 쳐서 밀었다.


류사의 경기는 폭주하며 회오리쳤다. 마침내 검은 경기에 휩싸인 류사의 수월도가 벼락치는 소리를 내며 조화종의 천지를 파괴하려 하였다.


“ 乾坤倒破 (건곤도파)”


류사가 건곤을 뒤집었다. 수월도는 원을 그리며 흑암 속에 조화종을 가두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먼지를 일으켜 하늘을 가렸다.


‘ 푸콰콰콰!’


산사태가 나듯 검은 경기는 빛과 공기와 나무들을 흔들었다. 그 가운데를 수월도가 쪼갰다.


‘쿠르릉!’


그 때 하늘이 활짝 열렸다. 청명해졌다. 정혼검이 번쩍 한 가닥 흰빛을 뿜었는데 서리치듯 한기가 돌고 눈이 내렸다. 마치 꽃이 떨어지듯 분분했다. 흰빛에서 붉고 푸른 비가 내렸다. 그러다 고요해졌다. 수월도는 마당 한구석에 버려져 있고 류사는 무릎을 끓었다. 조화종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노새를 끌고 개울을 건너고 있었다. 개울을 건너 숲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허공에서 소리가 들렸다.


“ 주공! 다치셨습니다! ”


여동빈이었다. 조화종의 도포에서 엷은 피가 비쳤다.


“ 그의 성취가 나의 생각보다 높더구나! 마(魔)가 한길이야!”


여동빈이 분개했다.


“ 주공! 그를 왜 살리셨습니까?”


“ 그를 살려 귀곡의 도를 전하여야 하지 않겠느냐? ”


“ 귀곡의 도가 폭력이라면 전하여 무엇하겠습니까?”


“ 허허! 폭력이 사람을 살린다면 그 또한 도가 아니겠느냐?”


“ 주공은 변하셨습니다!”


“ 변하지도 아니 변하지도 아니하였다. 나는 나를 위한 도를 취하고 류사는 천하를 위한 도를 취할 것이다! 그것이 그와 나의 차이다!”


“ 천하를 위한 도는 무엇이고 나를 위한 도는 무엇입니까?”


“ 하늘이 곧 사람임을 아는 것이 천하이다!”


“ 그를 과하게 보십니다!”


“ 때로는 죽이고 때로는 살린다. 이것이 천시(天時)다.”


숲에는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며 길이 열렸다. 이 모든 것이 천시였다.

.........................................................................................................


고개를 숙이고 무릎끓은 자세로 류사는 한참을 있었다. 한 식경이 흘렀다. 이윽고 류사는 몸을 일으켰다. 위요가 다가왔다.


“ 검신의 「화우비설」이 이것이었군! 끝없는 고요였어!”


류사는 망연히 허공을 바라보았다.


“ 위요! 내가 보았던 「화우비설」은 없었어! 눈도 꽃도 아무것도 없었어! 나는 단지 막막했어! 그것이 혼원일까? 음도 양도 없는 허무! 그것인가? 나는 혼원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그는 혼원속에 있었어! 나를 벨 수 있었지만 베지 않았어! 조화종! 그는 누구일까?”


“ 모르지! 그 답을 찾는 것이 자네의 혼원일테니!”


아이링거가 보퉁이 하나를 가지고 왔다.


“ 주공이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 무엇이오?”


“ 소인은 알지 못합니다! 말 두 필을 준비하였으니 급히 석장평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위요가 말했다.


“ 가서 시연연을 구하게! 나중에 후회할 일은 한 번이면 족하네! ”


이묘선이 거들었다.


“ 그녀를 구하세요! 간절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여자입니다!”


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대들도 보중하시기 바라오! ”


위요가 바닥에 떨어진 수월도를 주워서 건네주었다.


“ 석장평은 여기서 먼 거리네! 속히 출발하도록 하게!


말 두필은 하선고의 도관 앞 버드나무 아래 매어져 있었다. 윤기가 흐르는 갈기를 가진 준마였다. 류사는 한 필은 끌고 다른 한 필에 몸을 실어 내달렸다. 천리가 넘는 길을 가야했다. 십이월 그믐이 멀지 않았다.


그날 저녁은 한중에 머물렀다. 객잔의 호롱불 아래에서 보퉁이를 끌렀다. 죽간이 가죽끈에 묶여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귀곡무경 하편」이었다. 서신 한통이 따로 있었다. 조화종의 친필이었다.


「귀곡무경 심득」 조화종이 자신이 터득한 귀곡무경을 서술한 해설서였다. 전하는 말이 앞에 적혀 있었다.


“ 이는 평생 배신과 욕망에 시달렸던 나의 심득이다. 귀곡무경은 욕망의 파괴를 무로써 나타낸 것이다. 나는 그 파괴를 되돌려 무위로 가고자 한다. 무위에 들어가므로서 증오와 파괴는 원래의 자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구구한 사정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류사는 그가 자신에게 모든 것을 전수하였음을 알았다. 류사의 마성은 혼원을 증오로 들어간데 있었다. 조화종은 그 마성을 풀어내는 무위의 힘을 서신에 적었다. 류사는 그의 심득이 마침내 귀곡무경을 넘어섰음을 알았다. 평생을 고뇌와 욕망에 시달린 자의 「화우비설」 은 이렇게 류사에게 전해졌다.


.................................................................................................................................................................


류사는 조화종을 만난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귀곡무경 하권」을 전달받은 이야기는 생략했다. 당려려를 믿지 못함이 아니라, 그 뒤의 파장이 클까 우려함이었다. 죽간본 귀곡무경 하권은 암기한후 류사가 파기했다. 필사본만 품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당려려는 류사의 말을 듣고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조화종이 류사를 살려 보낸 사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관대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미궁에 칩거하려 한다 함은 반신반의였다.


“ 그의 무학이 극의에 도달하였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만! 어찌 되었든 그와 위충현이 적이 된다면 우리로서는 반겨야 할 일이지! 해롭지는 않다. 대명의 적은 위충현이지! 조화종은 아니다. 동창이 절정을 공격하였으니 우리는 어부지리를 취해야 할 것이다!”


당려려는 류사와 배교신녀의 관계에 대해서는 굳이 캐묻지 않았다. 남녀간의 일이란 알 수 없다고 체념했다. 지금은 위충현을 제거하는 일에 집중할 일이었다.


“ 지금 왕야는 동림의 사람들을 찾아 위충현을 제거하려고 하네! 추원표는 역모로 몰려 참형당하였으나, 고대감의 행방이 묘연하네! 그를 찾아 위충현을 탄핵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네. 그는 동림의 신망이 두텁고, 조정내에서도 따르는 신료들이 많으니 반드시 찾아야 하네!”


류사는 수긍했다.


“ 고대감을 찾으려면 위충현의 시왕을 문초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지장왕이란 자가 고대감을 사로잡아갔다니 그부터 먼저 붙잡아야 하겠습니다. ”


“ 지장왕은 행적이 불분명하여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전혀 모르네! 자네는 알 수 있겠는가?”


“ 소생이 은밀히 시왕들의 행적을 추적하여 고대감을 찾아보겠습니다. ”


“ 듣자니 황상의 병세가 심각하여 후사를 정해야 하는데 위충현이 봉성부인을 통하여 태아를 조작하고 황위를 농락하려하니 왕야께서 근심이 많으시네! 우선 나와 함께 장안에 가서 왕야를 뵙고 그 분의 뜻을 받들도록 하세!”


“ 왕야께서 연경을 떠나 장안에 계십니까?”


“ 그렇다네! 아기씨가 돌아가신 후 위충현 일당의 감시가 심해져 출입이 어려웠네! 그래서 병을 핑계대고 장안으로 오셨다네! 왕야는 자네의 조부와 선친도 잘 알고 계시네!”


“ 사천 당가는 무산신녀의 공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본가는 무사하십니까?”


당려려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 그녀가 바로 배교의 신녀라네! 자네도 잘 알텐데! 그녀의 공격으로 피해는 입었지만, 배교의 본 뜻은 사천 진출에 있지, 우리를 멸망케 하려는 것은 아니었어! 하지만 그 이후에 절정산장의 공격으로 더 큰 피해를 입었지! 지금은 가주(家主)의 수습으로 어느정도 안정은 찾았네!”


“ 위충현이 절정산장을 적으로 돌린다면 저희들로서는 천행이군요!”


“ 지금 위태감의 세력은 구천세라 칭할 정도일세! 동림을 숙청했으니 절정산장으로 칼끝을 돌림은 무리가 아니지! 독패라 칭하는 조화종도 아마 짐작하고 있을 것일세!”


“ 그렇습니다! 소생이 보기에 그는 위충현이 공격해 올 것을 알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독패 조화종은 쉽게 처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 그렇겠지! 아직 팔선중의 으뜸인 여동빈이 있으니 위충현으로서도 쉬운 상대는 아니지! 그러나 절정을 굴복시킬 수 없다면 그도 안심하고 천하를 노릴 수 없다네! 언제든지 동림 유학자들이나 왕가와 결탁하여 그를 공격한다면?”


류사도 수긍하였다. 그러나 위충현이 급속히 절정의 조화종을 공격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였다.

............................................................................................................................................................................


류사와 당려려가 말을 나누는 바로 그 시각, 아직 해가 바뀌기 전인 천계 6년의 그믐 삼경이었다. 비도협 하선고의 도관을 지나는 한 아이가 있었다. 달빛은 그믐이라 어두웠고, 섣달의 차가운 공기는 서리를 내렸다. 아이는 키가 작았지만 몸은 비대했고 얼굴은 주름이 져 있었다, 두터운 솜 옷에 가죽신을 신었는데 손에 공을 들고 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의 뒤로 안개처럼 검은 그림자들이 몰려왔다. 도관의 문이 열리며 푸른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 도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단아한 키에 갸름한 얼굴형의 미인이었다. 엷은 화장을 하여 눈과 코의 윤곽이 뚜렷했다.


그녀의 뒤로 등롱을 든 여자 도사들 몇과 이묘선이 우산처럼 생긴 연화대를 들고 시립했다. 여자 도인이 두 손을 모으며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 주공의 명을 받고 기다린지 오래입니다. 모시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아이답지 않은 칼칼한 목소리가 그 말을 받았다.


“ 삼천갑자 동방삭이 이곳을 찾은 지도 오랜만이구나! 하선고! 그동안 잘 지냈느냐?”


“ 빈도는 바깥 일에 뜻이 없어 외출을 삼가니, 한가히 지내고 있습니다! 주공께서 옛 친구를 만나고자 하시니 빈도를 따라오십시오! 그러나 수하들은 따르지 못합니다! ”


하선고는 예를 갖추되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삼천갑자 동방삭은 크게 웃었다.


“ 목생아는 기개가 있어 억누르는 짓은 크게 싫어하지! 좋아! 좋아! 그가 친구로서 대하겠다니 나도 그리하마! 길을 안내하라!”


그러자 이묘선이 등롱을 들고 앞서며, 하선고가 동방삭을 인도했다. 비도협의 험난한 길을 그들은 평지를 걷듯 지나갔다. 위요가 있던 정자를 마주 보며 그들은 계속 협곡을 올라갔다. 삼천갑자 동방삭은 공을 튕겨 위로 올리고 몸옆으로 빙글 돌리기도 하면서 장난질을 그치지 않았다.


공은 둥근 쇳덩이에 오색 비단을 감은 무거운 물건이었는데 동방삭은 공깃돌 놀이하듯 하였다. 하선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가파른 절벽길을 타고 올랐다. 이윽고 그들은 양쪽에 나무가 무성하고 가운데가 움푹 파진 협곡의 작은 소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겨울인데도 그곳에는 따뜻한 기운이 돌고, 도화 꽃잎이 흐르고 있었다.


“ 호호!”


삼천갑자 동방삭이 감탄의 소리를 내었다.


“ 여기가 도원경이구나! 이런 곳이 있다니! ”


물이 흘러내리는 바위에서 한 노인이 발을 씻고 있었다. 맨 상투를 하고 베옷을 걸쳤으면서도 추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삼천갑자 동방삭이 기꺼운 소리를 질렀다.


“ 친구야! 내가 왔다!”


조화종은 흘끔 올려다보고는 내려오라고 손짓하였다. 하선고는 공손히 동방삭에게 절하였다.


“ 여기서부터는 주공께서 모실 것입니다! 빈도는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동방삭은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깡총 뛰어 계곡으로 내려갔다.


“ 목생아! 그 동안 별천지를 찾았구나! 어디 구경 한번 시켜다오!”


“ 허허! 성질 급한 건 여전하구나! 이리 와서 잠시 앉거라!”


동방삭은 공을 높이 뛰어 올리며 조화종의 옆으로 다가갔다.


“ 네가 진선(眞仙)이 된다 하기에 축하하러 왔다!”


“ 나는 진선이 되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선계에 들려고 한다만, 너는 무엇이 되려 하느냐?”


“ 나는 부처도 싫고 신선도 싫다! 나는 황제가 될련다!”


쇠공이 조화종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조화종은 왼 손을 들어 툭 쳐올렸다. 공은 맹렬히 회전하면서 허공으로 솟구쳤다.


“ 목생아! 너는 모든 뜻을 이룬 모양이구나! 이제 한은 다 벗었느냐? 그 아이는 만나보았느냐? ”


“ 내가 잠시 그 아이를 희롱하였네. 생긴 것이 저의 에미를 꼭 닮았어! 자미궁에 데리고 올까 하였으나, 루채완을 다시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어! 이상하지 않으냐? 내가 그 아이에게 혈육을 느꼈다는 게!”


“ 흐흐! 알 듯하다! 루채완은 너의 모든 것이었으니, 그녀의 소생이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 그 아이에게 남자가 있어! 그와 맺어 줄까 하네! 그 사내도 이상하게 정이 가던걸! 내 젊은 모습 보듯 하였어!”


“ 흐흐! 늙으면 다 그런 게지! 그런데 자네는 자미궁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않겠다고 하였다던데!”


그 사이 공이 오르내리며 둘 사이를 오갔다. 공은 점점 무겁게 떨어졌으며 공기를 찢기 시작했다.


“ 지금 그런 마음이긴 한데! 믿어 줄 텐가?”


“ 흐흐! 친구여! 우리가 북월의 버드나무 아래에서 공을 차고 놀 때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나는 자네를 믿는다!”


“ 흐흐! 맞아! 그랬지! 그런데 그다음 말이 대단했지! 믿음과 배신은 별개다! 정말 대단한 말이야!”


둘이 동시에 공을 하늘로 쳐올리며 마주 보고 크게 웃었다. 그러다 동방삭이 갑자기 물었다.


“ 자네! 교주가 생각나나?”


조화종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 그 사람이 왜 기억나지 않겠나? 내 나머지 일생은 그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지도 모르지! 자다가도 문득 떠오르네! 그는 나를 빈곤에서 구하였지만, 나를 무간지옥에 빠뜨린 사람이기도 하지! ”


동방삭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들은 잠자코 물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조화종이 물었다.


“ 자네가 류사에게 혼원을 가르쳤는가?”


동방삭은 묵묵히 있었다. 조화종이 혼잣말을 했다.


“ 잘 가르쳤더군! ”


“ 가르친게 아니네! 그 아이는 스스로 터득했지!”


“ 알고 있어! 그런데 녹각칠점사의 독은 왜 넣었는가? ”


“ 나는 혼원을 정말 두렵게 생각하네! 나의 반야미륵공을 대항할만한 무공이라고 생각해! 자네가 사라지면 그 아이도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어떤가? 그 아이와 다퉈 본 결과가?”


조화종은 우울하게 대답하였다.


“ 나는 화우비설을 썼어! 그 아이는 건곤을 쓰더군! 죽일 수가 없었어! 자네가 찾아올 줄 알면서도, 나는 그를 살렸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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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24 마혜객
    작성일
    20.09.29 09:41
    No. 1

    좋군요. 검의 극의와 도가 둘이 아니지만, 도달하려는 방향은 서로 다를 겁니다.
    서로 반대 방향에서 경지에 오른 류사를 아끼는 조화종의 마음이 선계에 오를만 합니다.
    류청 작가님, 잘 보고 갑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09.29 11:51
    No. 2

    마혜객님! 글 뜻이 서로 통하니 즐겁습니다! 행복한 명절 되십시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09.30 03:21
    No. 3

    ^^추천! 잼나게 잘 읽고갑니다. 화이팅하쇼잉^^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09.30 07:30
    No. 4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어가빙
    작성일
    20.12.13 19:26
    No. 5

    때로는 죽이고 때로는 살린다. 그것이 천시...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자구였습니다.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12.14 06:54
    No. 6

    평소 생각하던 도에 대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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