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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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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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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협정 2

DUMMY

이때 시연연의 넓은 소매자락 속에서 노란 물체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올라, 까마귀를 저격했다. 금빛 날개를 너울거리며 날카롭게 휘어진 부리가 까마귀의 목을 잡아채려 하자, 까마귀는 놀라서, 아래로 급강하 하며. 허공을 선회했다. 노란새는 위에서 다시 쏟아지듯 떨어지며 공격하자 이번에는 까마귀가 역습했다.


부리를 솟구쳐 노란새의 깃털을 잡아챘다. 노란새의 억센 발길질이 까마귀의 대가리를 걷어찼다. 발톱이 예각으로 휘어지고 발가락 마디가 나무줄기처럼 억세었다. 까마귀는 재빨리 깃털을 놓아주고 옆으로 비켜서며 이번에는 노란 새의 대가리를 노리고 긴 부리를 내밀었다. 부리와 부리가 칼처럼 마주쳤다. 마지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철커덕‘


급소를 노리고 부리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러다 까마귀의 면상이 몇 군데 찍히며 피가 튀었다. 까마귀도 보통이 아니어서 노란 새의 몸통을 물어뜯어 깃털이 흩날렸다. 허공에서 발길질이 난무했다. 아래에서부터 치고 차면서 둘은 솟구쳤다 내려왔다를 반복했다. 승부가 날때까지 멈추지 않을 듯했다.


사람간의 결투가 짐승의 드잡이질로 바뀌었다. 까마귀는 혈수궁의 영물로서 혈수오로 불리었으며 영리하고 재빨랐다. 발톱과 부리가 매와 못지않게 날카롭고, 길었다. 마치 쇠갈고리와 같이 타격력이 강했다. 혈수오와 맞붙은 노란새는 혈앵무였다. 자미성에 류사의 서신을 전하고 돌아오자마자 시연연을 따라 나섰다. 혈앵무 역시 배교의 수호조(守護鳥)로서 지능과 부리의 억셈이 혈수오 못지 않았다. 두 짐승이 맞붙으니 피하고 공격하는 동작이 인간의 싸움과 다를 바 없이 지능적이었다. 물려고 달려들면 발로 차던가 아니면 거꾸로 급소를 노렸다.


’ 파파팡!’


발길질이 교차되고 부리가 상대의 몸을 찢었다. 마침내 시연연이 휘파람을 불어 앵무를 불러들였다.


“ 젠젠! 이리 돌아와!”


시연연은 혈앵무를 젠젠으로 불렀다. 손요삼도 혈수오가 걱정되어 손뼉을 쳤다. 내버려 두었으면 두 짐승이 본격적으로 목숨을 걸 판이었다. 날 짐승의 싸움은 위를 점해야 우세한데 혈수오는 오히려 아래에서 혈앵무의 배를 노리고, 혈앵무는 위에서 부리로 내리찍었다. 날개를 펼쳤다 오무렸다 하면서 싸우는데 현란했다. 그러다 주인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싸움을 멈추고 각자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손요삼과 시연연은 자신들의 새가 다친 상처를 보고 손바닥으로 쓸면서 서로 노려봤다. 호려정과 은월이 새들을 받아 약물로 치료하기 시작했다. 한운유개도 싸움을 계속하기가 머쓱하여 이자성의 옆에 섰다. 손요삼이 섭선을 좌르륵 펴며 말했다. 그는 싸울 때와 장소를 아는 사람이었다. 무모하게 싸움판을 벌리지는 않았다.


“ 한운유개! 그대와 쌍으로 영웅이라 자칭하는 묵운풍개가 어디 있는지 아는가? ”


한운유개는 어리둥절했지만 이자성은 그말의 진의를 깨달았다.


“ 이장주! 혹시 우리 방의 장로를 억류하고 있는 것은 아니오?”


말은 정중했지만 억양이 떨렸다. 분노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 호허허!”


손요삼이 괴상하게 웃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고음이면서도 거친 음색이 비파의 어긋난 줄이 튕기는 소리 같았다.


“ 이 방주! 그대는 역시 총명하오! 나는 그 일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으면 하는데 받아주시겠소?”


손요삼은 이자성의 반응을 떠보았다. 섣불리 자신의 패를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이자성은 그의 패를 알면서도 응할 수 밖에 없었다.


“ 이 장주께서 뜻하시는 바가 있다면 말씀해 보시오!”


“ 실은 우리 절정은 그대들의 장로인 묵운풍개를 붙잡아두고 있소! 우리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그자가 절정이 운영하는 호풍객잔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다 그리된 것이오!”


“ 그럴 리가 없소! 우리 묵운장로는 악을 원수같이 미워하는 분인데, 객잔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터무니없소이다! 그렇다 하더래도 그대들의 불의를 보고 나선 것일 뿐 일부러 객잔에 해를 끼치지는 아니했을 것이오!”


손요삼이 겸연쩍게 미소지었다. 그 말을 인정한다는 태도였다.


“ 사실이야 어찌되었든 우리로서는 그자가 객잔을 부숴 놓았으니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소! 그러니 개방에서 배상하지 않는다면 그자의 목숨으로 변상받겠소!”


한운유객이 치를 떨었다.


“ 네 이놈! 네놈들이 못된 짓을 하다가 우리 묵운에게 들켜 곤욕을 당한 것을 거꾸로 뒤집어 씌우다니 네놈들도 사람이냐?”


“ 사람이라! ”


손요삼이 중얼거렸다.


“ 사람이 무엇이냐? 남에게 베풀고, 자신을 희생하여 남의 어려움을 구해주는 것이 사람이냐? 그럴 리가 없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살려고 하는 짐승이다. 그것이 목숨가진 축생의 본성인 것이다. 축생의 힘이란 보잘것이 없다. 세찬 바람이 불어도 휘청거리고, 한끼를 굶어도 꼬르륵 소리를 내는 것이 그 본래의 모습이다.


그러니 겁많고 약한 짐승이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다. 이기적이란 무엇이냐?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이는 게 그 첫 번째 본성이다. 그러니 생사란 그 본성의 움직임이지 달리 선약이 있을 리 없다. 살자고 하는 자가 악이냐? 그렇다면 산자는 모두 악이다. 그들의 삶은 죽음을 딛고 있는 것이다.


죽은 자는 모두 선이냐? 그럴 리가 없다. 그들은 사는 과정속에 죽은 것이니 선악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 선과 악은 없다. 선이 없으니 악도 없다. 한운! 너의 협의도 결국 선이 아닌 것이다. ”


손요삼의 장광설에 이 자성은 굳이 대꾸하려 하지 않앗다. 이런 종류의 질문과 답변은 실은 아무런 결론이 없는 것이다. 결론이 없으니 질문 자체도 성립 할 수 없다. 이자성은 공허한 말의 공방을 피하고 핵심으로 들어갔다.


“ 그래서 이장주의 뜻은 어디에 있소! 우리가 어떻게 변상하면 되겠소?”


손요삼이 씨익 웃었다. 걸려들었다는 속내였다. 그가 처음에 한윤유개를 격동시킨 것도 묵운풍개의 일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개방이 묵운의 목숨을 염려하여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게 하려하였다. 그래서 느릿하게 말을 이어갔다.


“ 우리 절정이 단호하나, 그렇다고 하여 함부로 사람 목숨을 취하지는 않는다! ”


단호하다는 말은 마구 죽인다는 말과 같으나, 이렇게 돌려서 말하면 법도에 맞게 행동한다는 뜻을 풍겼다.


“ 우리 절정은 소모적 싸움을 끝내고 진정한 승부를 가려, 진 편은 이긴 편에게 복속하자는 뜻이오! 이것이야말로 죽음을 버리고 서로 사는 길로 나아가는 방도가 아니겠소! 그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그대들의 간자와 은밀하게 침투하는 무리들을 당분간 내버려두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관부와 상단에 침투한 첩자들을 모두 죽여버리겠소! 사로잡은 묵운풍개와 방도 몇사람은 즉시 처형해 버리겠소!”


이자성은 묵묵히 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나 혼자서 결정할 일은 아니오만 이 장주의 뜻을 말하시오!”


“ 나는 두 가지 제안을 하겠소! 하나는 싸울 날짜이고 다른 하나는 싸울 장소요! 내가 제안하는 날짜를 받아준다면 묵운풍개를 돌려주겠소! ”


“ 협의가 아니고 협박이군!”


이자성의 옆에 서 있던 노상이 분개하여 소리질렀다. 그러다 자신의 분수를 깨닫고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이자성은 시연연을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손요삼을 향하였다.


“ 우리가 전면전을 하리라고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말씀은 들어보겠소!”


손요삼이 느릿하게 좌중을 돌아보며 몇 걸음 앞으로 걸었다.


“ 절정의 무력이 집결되고 있는 마당에, 어설픈 짓을 하면 전멸할 뿐이오! 그럴 바에야 생사를 걸고 통쾌하게 싸우는 것이 낫지 않겠소. 우리에게 기습따위는 통하지 않소! ”


거만하게 말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 나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다음 달 그믐날로 정하고 싶소!”


“ 섣달 그믐!”


좌중이 잠깐 술렁였다.


“ 그렇소! 아직 달포가 남았으니 그대들의 병력이 집결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오! ”


“ 새해가 오기 전날이라!”


시연연이 무심한 듯 중얼거렸다. 이자성은 답이 없고 그녀가 손요삼을 다시 채근했다.


“ 날짜는 그렇다치고, 장소를 말해 보시오!”


손요삼이 빙그레 웃었다. 두 사람 뜻을 다 자기 수중에 넣었다는 만족감이 밀려왔다.


“ 우리가 그대들을 두려워 함이 아니라 절정산장은 싸우기에는 좁은 곳이오! 더구나 양양성이 있으니 관에서도 마냥 모른체 하기에는 어렵지 않겠소! 그러니 평원에서 한바탕 시원하게 싸웁시다”


“ 그 곳이 어디요?”


손요삼이 자신있게 말했다.


“ 화염산 석장평!”


화염산은 번성 외곽에 있는 붉은 사암으로 된 대별산맥의 지맥이었다. 석장평은 산의 중턱쯤에 있는 갈대밭이 수십 리 펼쳐진 고원이었다. 많은 인원이 싸우기에는 적당한 곳이기도 했다. 다만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숨어서 암습을 하기에도 좋은 지형이었다. 시연연은 망설였다. 그 망설임을 깨는 한마디를 손요삼이 툭 던졌다.


“ 무간 나찰녀! 류사의 주화입마를 장과로에게서 들었소! 그 상태로는 오래 살지 못하오! 천하의 명의라도 치료할 방도는 없소. 그러나 병이 있으면 약도 있게 마련이니 천하에 혈수궁만이 치료할 수 있을 것이오! 나의 제안을 들어준다면 그자를 치료해 주겠소!”


시연연은 꿈에서 깬 듯 화들짝 놀랐다. 그 제안을 들으니 다른 위험은 생각나지 않았다. 오직 그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얼른 안색을 바로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말했다.


“ 이장주의 말씀은 잘 들었소! 그러나 나의 의견만으로는 부족하니 며칠 뒤 연락을 드리겠소!”


이자성도 그 말에 동조했다. 시연연이 매듭지었다.


“ 앞으로 사흘 뒤 이화원에 우리의 결심을 알려주겠소!”


손요삼이 수긍했다.


“ 정확히 앞으로 사흘 뒤가 되어야 할 것이오. 나는 참더라도 종리권이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오! ”


손요삼은 눈짓하여 장편복과 은월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갑판으로 나서니 철룡호가 바로 옆에 정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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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사는 시연연과 헤어져 북으로 향하였다. 그는 자미성으로 향하기 전에 위요를 찾고자 하였다. 동림의 사람들을 모으려면 고번룡이 필요했다. 아니면 추원표라도! 그들 유학도가 있어야 위충현을 제거할 명분과 실력을 가질 수 있었다.


위요의 종적은 이묘선이 알수 있지 않을까 하여 서소축의 금룡상단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누군가가 뒤를 따르는 듯한 느낌에 주위를 돌아보았으나 뚜렷이 수상한 사람들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작은 야산의 기슭을 지날 때 개 한 마리가 구릉에 서서 그를 내려다 보는 모습이 보였다. 흔한 토종개였다. 류사는 그 개를 보자 직감했다. 대호였다. 자식인 벽력을 잃어버린 대호가 그를 추격해 나선 것이다. 아직 승부는 나지 않았다. 류사는 대호가 나타날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우선 위요부터 찾아야했다. 서소축 입구에 들어서니 해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금룡상단의 깃발은 여전했고 물자를 실은 수레들이 분주했다. 고번룡이 백정 노릇을 했던 집은 다른 이가 들어와 살고 있는지 저녁연기가 올랐다. 류사는 객잔을 찾아갔다. 환한 불빛 속에 객잔은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점원을 불러 만두와 소고기 볶음을 시키면서 점원에게 물어보았다.


“ 이 상단의 주인은 누구신가?”


점원이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손님께서는 상단을 찾아오신 것이 아닙니까?”


류사는 손을 가로저으며 웃음을 보였다. 당황함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점소이도 이곳 사람이니 수상한 눈치를 보이면 시끄러워질 수 있었다.


“ 나는 지나다가 우연히 들른 사람이니 궁금해서 물어 본 것 뿐일세! 금룡상단이라면 호북의 가장 큰 상단인데 여기 주인이 누구인가 하고?”


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점소이는 그제야 안심하고 수선스레 말했다.


“ 여기 서소축은 금룡상단의 지부로서 섬서로 가는 물자의 보관과 유통을 하는 큰 상단이지요! 주인어른은 이가장의 장주이신 이상걸이란 분이십니다. 후덕한 장자이시지요!”


아직 절정산장에서 이상걸을 문책하지 않은 듯했다. 이묘선을 물어보려다 그만두었다.

류사는 동전 세문을 꺼내 점소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옥룡산에 들어갈 때 데려갔던 짐꾼 둘이 보였는데 그들은 류사를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류사는 수염을 기르고 변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니 절정산장은 금룡상단의 인부들을 죽이지 않고 돌려보낸 듯 했다. 저녁을 먹고 류사는 후원 객실에 투숙했다. 투숙객은 많지 않아 후원은 조용했다. 류사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자정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자 검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이가장으로 향했다.


중간중간에 불을 피워 놓은 초소들이 있고 위사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류사는 창고의 그림자 진 곳과 골목을 이용하여 초병의 눈을 피하면서 이가장의 담을 뛰어넘었다. 여러채의 전각들은 불이 꺼져 있고, 그중 서편으로 향한 전각 한 채에 불이 켜져 있었다. 창에 비친 불빛에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창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침중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 이장주! 우리 절정이 금룡상단을 보호하여 오늘날 이만큼 번성했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오! 그에 대한 보답으로 금룡상단의 총단에서 서소축의 사업권을 넘기기로 하였는데, 장주께서 거절하신다는 것은 심히 유감이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주 이상걸의 음성이었다. 낮은 자세였다.


“ 저 역시 절정산장에서 이끌어 주신다는 것을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위태감과의 관계도 있는데다가, 서소축의 사업에 용호산채와 녹림 형제들의 생계가 걸려 있으니, 제가 물러나기가 어렵습니다. 요즘 민간의 형편이 어려워 녹림 형제들의 사업이 예전 같지 않으니 그들을 위해서라도!”


은근히 위충현과의 관계를 들이대어, 절정이 간섭할 수 없음을 알렸으나 상대방은 간단히 무시했다.


“ 허허! 위태감이야 우리 대장주와 일심동체이니 알아서 할 것이고, 그까짓 녹림의 도적들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단 말이오! 지금의 장주는 떳떳한 양민으로서 당당한 상단의 단주이거늘! 쯧쯧! 이제 그들의 일은 잊어버리고 그만 물러나서 쉬도록 하시오!”


“ 그들은 이 사업의 전주들로서 제가 빚이 있어서 함부로 하지 못합니다!”


“ 그런 무리들이야 남의 재산을 털어 번 돈이니 처음부터 자기들 것이 아닌것이오! 장주께서 옛정을 살펴 그들과 계속 교통함은 결국 불리함을 자초하는 일이 아니겠소! 비록 관부에서 일시 눈을 감아준다 하더라도 오래지 못할 것이오! 이번 기회에 손을 털고 여식과 같이 몸을 숨기면 어떻겠소?”


“ 함부로 하지 못합니다! 대신 제가 매년 오만냥을 드렸는데 팔만냥으로 올려서 상납하겠습니다.”


“ 허허! 이 사람이! 절정산장을 거지로 아나!”


창에 비친 그림자가 짜증을 내며 손을 들어 이상걸의 뺨을 후려친 듯 했다.


‘철석!’


하는 마찰음과 함께 그림자 하나가 넘어졌다.


“ 지금까지는 좋은 말로 하였으나, 앞으로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날이 밝으면 집사를 보낼 터이니 그에게 장부를 넘기라!”


하고는 헛기침을 하고 나오려는데 방문 열리는 소리가 왈칵나며 이묘선의 음성이 들려왔다.


“ 당주께서는 너무하십니다! 지금까지 저희 가문이 절정에 바친 재산이 얼마인데 지금 와서 빈 몸으로 나가라 하십니까?”


“ 허허! 이 년이! 팔선의 제자라서 한수 양보하였더니 끝까지 대항하는구나! 그러나 지난번 일로 가택연금의 벌을 받은 것은, 너의 스승의 간청에 의한 것이고 만일 또다시 거역하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약조하였다. 이 일은 어른들의 사업이니 너는 그만 빠지거라!”


하고 방 밖을 나가려다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 위요를 찾았다는 말이 있던데, 너는 그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


이묘선이 놀라서 물었다.


“ 그가 어디 있다고 합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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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회족거리 +4 20.10.01 296 10 15쪽
133 세개의 검 +4 20.09.30 306 11 17쪽
132 섣달 그믐밤 +6 20.09.29 338 13 18쪽
131 화우비설(花雨飛雪) +6 20.09.28 326 10 16쪽
130 석장평 5 +3 20.09.27 304 8 16쪽
129 석장평 4 +4 20.09.26 289 10 15쪽
128 석장평 3 +4 20.09.25 291 8 15쪽
127 석장평 2 +3 20.09.24 279 9 15쪽
126 석장평 1 +4 20.09.23 311 9 14쪽
125 흑막 2 +3 20.09.22 315 8 16쪽
124 흑막 1 +3 20.09.21 326 8 17쪽
123 위요 +3 20.09.20 303 7 14쪽
122 대호 2 +3 20.09.19 287 6 12쪽
121 대호 1 +2 20.09.18 308 7 16쪽
120 와각(臥角) +4 20.09.17 317 6 14쪽
» 협정 2 +2 20.09.16 308 6 17쪽
118 협정 1 +2 20.09.15 336 6 17쪽
117 배교 교주 +4 20.09.14 344 9 16쪽
116 활불신의 오택생 +2 20.09.12 346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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