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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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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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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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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석장평 5

DUMMY

비를 가득 머금은 먹구름이 남으로 흘러가면서 사이사이 햇빛이 비쳤다. 시간은 신시가 넘어가는 중이었다. 이자성이 개방의 군사를 물렸다.


“ 우린 이만 가보겠소이다!”


종리권은 가타부타 말없이 아래를 굽어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시오! 적의 잔당은 월하빙인이 군사를 거느리고 추적하니 개방도 추격대를 보내시오!”


“ 이미 남측으로 내려갔소이다!”


이자성이 퉁명스럽게 대꾸하고 군사들의 뒤로 사라졌다. 종리권은 연기오르는 갈대밭 저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손요삼의 눈길을 의식하고 침을 찍 뱉었다.


“ 아무래도 수상해 ! 계집 같단 말이야!”


음흉하게 흘흘! 웃는데 가는 빛살이 서편하늘로부터 붉게 새어들어와 손요삼을 비쳤다! 그와 함게 총포 소리가 울렸다


‘타앙’


손요삼이 옆으로 굴렀다! 종리권은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인가?’


의심할 사이도 없이 긴 나팔소리가 울려왔다. 천아성이었다. 동쪽과 북쪽 능선에에 누런 깃발이 꽂혔다.


“ 동창이 왔다!”


군사들이 커다랗게 내지르는 소리가 산을 울렸다, 그들은 철릭에 강사모를 쓰고 길게 늘어섯다. 그들 앞에 총포대가 삼열로 늘어섰다. 양이들로 구성된 부대엿다. 앞열은 무릎을 끓고 총을 조준하며 이열과 삼열은 총열에 화약을 채우고 불을 쟁였다. 일 열이 쏘고 난 다음 이 열 삼 열이 순차적으로 쏘는 방식이었다.


그들 옆에 큰 키의 서양인이 샤벨을 뽑아들고 발포를 지휘하고 있었다. 손요삼의 본대는 북쪽 구릉에서 내려와 종리권의 부대를 지원하고 있었다. 구릉에 배치하였던 소수의 경계병들은 동창에 의해 제거된 듯했다. 종리권은 곧 사태를 깨달았다. 위충현의 군사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마침내 절정산장과 개방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서 서편 구릉으로도 동창 군사들이 나타났다 남 측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개방의 추적대와 대결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사면이 포위된 것이다. 배교와의 싸움을 틈타 발톱을 숨기던 동창이 마침내 모습을 보인 것이다.


종리권은 이를 부드득 갈며 서편에서 압박하여 들어오는 동창을 노려보았다. 그들 앞에 진홍색 피풍을 걸치고 두건을 쓴 검사가 동창의 영반 옆에 서 있었다.


손요삼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몸을 눕힌 것이다. 총탄이 그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언덕 위에서 자신을 굽어보는 조자훈을 노려보았다. 이제 반 시진만 시간을 끌면 해가 질 시간이었다. 전령을 불러 종리권에게 병사들을 순차적으로 후퇴시키라고 전하였다.


“ 알겠느냐? 군사들을 종으로 세우지 말고 삼 렬 횡으로 벌려 서서히 퇴각하라! 남측으로 향하여라”


동창의 병사들이 서양인의 총포대를 앞세우고 북쪽 구릉에서 내려왔다.


“ 배신하였구나. 돈 카펠리오!”


손요삼은 일거에 배교를 소탕하고 개방과 호북의 무당까지 제압하려고 은밀히 서양의 총포대를 불러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총부리를 거꾸로 들다니 기가 막혔다. 계획대로라면 그들은 며칠 전 번성에 도착하여야 했다. 그런데 강하에서 소식이 사라졌다. 조자훈의 계략에 걸려든 것이다! 사교의 무리들을 믿으면 안되는데! 손요삼은 그들을 불러들인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그도 아주 무방비한 것은 아니었다. 장편복을 불러들였다.


“ 편복! 돌격대를 준비하라! 궁수로 엄호하겠다.”


장편복이 명을 받고, 왜도와 등패로 무장한 암습대를 한쪽 옆에 대기시켰다. 그들은 일본의 닌자 조직을 본떠서 만든 부대였다. 가슴과 양쪽 팔목, 어깨에 철편을 둘렀다. 동창은 거침없이 언덕 아래로 밀고 내려왔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제압할 기세였다.


손요삼은 어둠이 내리기까지의 반 시진을 최대한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총포대부터 처리해야 했다. 그들의 일제 사격을 허용하면 전열이 흩어지고, 각개격파 당할 것이었다. 의심이 드는 것은 개방의 이자성이었다. 그자는 겉으로는 정인군자였지만 속은 시커먼 자였다. 언제 배신할지 알 수 없었다. 동맹을 맺었던 배교를 배신한 행위로도 그의 신의 없음은 알 수 있었다.


‘그럼 어떡할까?’


손요삼은 흑묘를 불러 천향표와 같이 개방의 배후를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개방과 거리를 두어 따라가되 그들의 낌새가 수상하면 바로 무찔러라!”


흑묘가 명을 받고 물러갔다. 손요삼은 고루혈마를 불렀다. 그는 시연연의 독을 맞았으나, 해독되었다. 남월과 진랍국의 독은 같은 계통이어서 손요삼은 고루혈마를 해독하기에 충분했다.


“ 고루혈마! 너는 방패병으로 앞을 막아라!”


진용이 짜이자 절정산장은 아직 연기가 오르는 갈대밭을 뒤로하고 동창을 마주 대하였다. 조자훈은 북쪽에서 내려왔다. 그의 옆에는 두건을 쓴 흑의인이 옆구리에 검을 차고 서 있었다.


“ 시왕! 이대로 진군시키겠소이다!”


은연중 그가 앞에 나서줄 것을 종용했다. 두건을 쓴 자는 위충현의 시왕 중 한 명인 모양이었다. 조자훈은 그들의 별호를 시왕으로 통칭했다. 시왕이라 불린 자는 고개만 끄덕였다. 조자훈은 전령을 불러들였다.



“ 북을 치고 총포대는 백보 앞에서 사격 준비를 마친다! 칠십 보에서 발포하라!”


잠시 후 커다란 북소리가 울리고 동창은 앞으로 열을 맞춰 전진했다.


‘저벅저벅!’


횡으로 오열을 친 방진이었다. 백 보 앞에서 총포대가 멈췄다. 그 뒤에 궁수대, 방패대 , 장창대 , 부월대 검수대들이 도열했다. 절정산장은 궁수대가 앞에 섰다. 배교와의 격전으로 숫자가 많이 줄어있었다. 진의 한쪽으로 장편복이 궁수대의 발사와 함께 돌격할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까마귀들이 허공에서 선회하다 아래로 내려왔다. 혈수오가 높이 떠 있었다. 어둠이 오지 않아 아직 박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칠십 보 앞으로 양군이 마주치자 총포와 화살이 날았다. 총포에서 불이 번쩍하고 방패수들이 넘어지자 절정산장이 동요했다. 그러자 돌격대가 움직였다. 절정산장의 궁수들이 활을 연사하자 장편복은 허공으로 날았다. 까마귀들이 그를 둘러쌌다. 등근 포환이 그의 손에 들러져 심지가 타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 돌격대들이 뛰기 시작했다.


“ 쏴라!”

총포대의 앞에 선 자는 돈 카펠리오였다. 그는 항주로 갔다가 적그리스도 동방 전교회의 영을 받고 다시 총포대를 이끈 것이다. 처음에는 손요삼을 도우려 하였으나, 조자훈의 동창에 굴복하여 총부리를 돌린 것이다. 그는 매서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별다른 거리낌없이 용병을 받아들였다.



“ 발사!”

돈 카펠리오의 사벨이 내려지자 총포가 불을 뿜었다. 앞에서 달려오던 돌격대원 몇이 고꾸라졌다. 앞의 열이 뒤로 돌아가고 두 번째 열이 사격 자세를 잡았다. 그때 까마귀 떼가 그들의 머리위로 날아왔다. 허공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 저게 무어야!”


동창의 군사들이 웅성대는 순간.


‘쿠콰쾅! 번쩍!’


하더니 총포대원 몇이 날아갔다.


“ 포탄이다!”


누군가 소리칠 틈도 없이 다시 폭발음이 터지고 총포대가 흩어졌다. 까마귀 떼들이 높이 떠올랐다. 곧이어 절정의 돌격대들이 들어왔다. 총포대가 사벨을 뽑아서 맞서고 격전이 벌어졌다. 장편복이 허공에서 내려와 싸움판에 합류했다. 도끼로 찍고 칼로 베고 난장판이었다.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육탄으로 맞붙자 무공의 기술이 힘을 쓸 수 없었다. 숫자의 우열과 사기, 그것으로 승부가 결정되었다.


동창의 창수들이 들어와 합류하자 급격히 절정의 돌격대들이 밀렸다. 그러자 다시 한번 절정의 궁수들이 집중적으로 싸움터를 향하여 밀집 사격을 하였다. 피아간의 구분을 두지 않았다. 돌격대들은 그냥 내버려 두어도 전멸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총포대의 섬멸이었다. 목적의 반은 이루었다. 마흔 명에서 반 정도의 총포대는 사라졌다. 장편복은 분전했다. 그가 절정의 창수들에 둘러싸인 절체절명의 순간 까마귀떼가 창수들을 공격했다.


날개가 흩어지고 몸통이 날아가도 까마귀들은 끝없이 달려들었다. 그 사이를 틈타 장편복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혈수오가 그의 주위를 선회했다. 그 때 고루혈마의 부대가 그를 엄호했다. 절정이 움직이고 동창이 마주 나갔다.


마침내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뒤에서 고루혈마의 활약을 지켜보던 초강왕이 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나갔다. 고루혈마의 허연 경기가 동창의 군사들을 사정없이 때려눕히고 있었다. 그 앞에 불쑥 초강왕이 검을 들이밀었다. 검을 쓰는 법수가 정연했다. 명문의 티가 났다. 고루혈마가 두팔을 마구 휘두르다 그의 검을 받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 너는 공동파의 사람이 아니냐? 위충현의 개가 되었더란 말이냐?”


“ 말이 많구나! 고루혈마! 네가 지난날 강호에서 행패를 부릴 때 나와 마주친 일이 있다!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만!”


“헤헤헤! 공동파의 젊은이 하나를 만난 적이 있지! 그라면 알 것 같다. 너는 공성자가 아니냐?”


“ 알았다면 그만 무릎을 끓고 목숨을 빌어라! 그렇다면 살려줄 수 있지!”


동림서원을 공격하였던 공성자가 인정하면서 검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고루혈마가 단봉을 꺼내어 검의 기세를 억눌렀다. 둘은 치고받으며 한참 어울렸다. 그 사이 조자훈은 직속 부대를 이끌고 손요삼을 향하여 돌격했다. 동창의 일급 무사들이 그의 직속이었다. 그들은 절정의 졸개들을 허수아비베듯 썰며 육박했다.


커다란 깃발 아래 손요삼이 서 있었다. 까마귀가 달을 쳐다보는 혈수궁의 깃발이었다. 그는 가늘게 눈을 뜨고 조자훈의 육박을 지켜보았다.


“ 저자의 무공은 곤륜이 아니야! 배교의 무공같은데 어디서 배웠을까?”


은월이 군사들을 이끌고 마주치러 나갔다. 은월의 단검이 번쩍이니 동창의 무사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조자훈이 나서서 그녀를 공격했다. 핏빛 기운이 검에서 뻗쳤다. 은월의 흰 무지개와 피의 안개가 부딪치며 상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 후ㅡ와아!~”


은월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조자훈의 속도를 그녀가 당해 낼 수 없었다.


“ 비켜라!”


은월을 비켜 세우고 손요삼이 혈마공을 막았다. 그의 호갑을 낀 손가락이 춤을 추듯 움직이며 혈마공을 흩으렸다. 호갑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구부러지고 튕기면서 조자훈의 급소를 찾아 들어갔다. 손요삼이 한들거리며 검의 빈자리를 스며들었다. 조자훈이 당황했다. 손요삼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공이 고강했다.


손요삼의 빨죽 웃는 모습이 보였다. 정신이 아찔했다. 호갑이 날아왔다. 피할 수 없었다. 그때 등근 물체가 번쩍하며 날아오는 호갑을 튕겼다.


“ 요망한 년!”


그는 거침없이 손요삼을 향해 ‘년’이라고 쏘아부쳤다. 손요삼은 별다른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말했다.


“ 나는 지장왕이다!”


그의 뒤에 검은 장포의 사나이들이 도열했다.


“ 천세야의 시왕중 으뜸인 지장왕이시다!”


그가 출렁거리며 뚱뚱한 몸을 흔들었다.


“ 옴마니반메홈!”


주문을 외었다. 토번승이었다. 절그럭거리는 염주알이 손안에서 돌고 있었다.


“ 이쁜 여시주이군!”


그가 ‘킥킥!’거렸다.


“ 무례한 놈! 우리 공자님을 여인이라 하다니!”


은월이 달려들었다. 지장왕은 간단히 단검을 잡아 멀리 던졌다.


“ 흐흐흐! 이 토번의 호색한이 남녀를 구분 못하겠느냐?”


침을 꿀컥 삼켰다. 천향표가 나타났다. 그녀는 개방이 앞으로 전진하자 흑묘를 버려두고 동창의 본대를 막으러 달려왔다.


“ 토번의 호색승이 남녀를 불문하고 침을 흘리는구나!”


쏘아붙이며 치마를 넓게 펼쳤다. 지장왕이 눈을 가늘게 떴다.


“ 생각지도 않은 선물이군!”


천향표는 분개하여 치마를 흔들었다.


‘ 파파파파!‘


경기가 물결치며 천향표의 몸이 안개에 가렸다. 그 속에서 하얀 손이 튀어나와 그림자를 만들었다. 천향표의 절기 소수겁(素手劫)이었다. 어지러운 장영을 염주알이 치고 나갔다.


’틔잉!‘


염주알이 사방으로 날렸다. 지장왕은 뜻밖의 고강함에 놀라 잠시 수비에만 치중하였다. 그러다 분노에 차서 반격에 나섰다. 그의 경기가 바위처럼 단단해지더니 천향표를 향해 돌진했다. 천향표는 막지 못하자 허공으로 날며 지장왕의 멱살을 잡으려고 하였다. 천향표의 왼 손에 지장왕의 멱살이 단단히 잡혔다.


’이제 됐다!’


천향표는 안도하며 지장왕의 목을 엄지와 집게 두 손가락으로 눌렀다.


“ 해괴한 중놈 같으니라고! 어디 죽어봐라!”


그러나 일은 천향표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장왕의 목은 바위보다 더 단단하게 소수겁의 압력을 버텼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장왕의 커다란 코가 천향표의 얼굴 가까이 들이밀어졌다. 단내가 확 느껴졌다.


‘콰앙!’


천향표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지장왕의 이마와 코가 그대로 천향표의 얼굴을 들이쳤다. 한번 ,또 다시! 지장왕의 얼굴이 악귀처럼 피가 낭자하고, 천향표도 피투성이였다. 지장왕은 무공수법이 아니라 육탄으로 제압했다. 천향표가 비칠거리자 머리를 낮춰 배를 들이받았다. 공력을 운용할 겨를이 없었다.


지장왕의 무공은 시중잡배의 싸움처럼 격식이 없었다. 그만큼 실전적이었다. 손요삼이 비도를 던지며 육박했다. 지장왕은 그대로 어깨에 찔리며 천향표를 밟았다. 손요삼의 왼손이 그의 배를 격타했으나 잠시 움찔했지만 그대로 버텼다. 무서운 외가공이었다


천향표는 아래에서 꿈틀했으나, 지장왕은 놓아주지 않았다. 천향표는 수치심에 사로잡혀 목이 비끗하는 것을 무릅쓰고 왼 손가락을 지장왕의 종아리에 박았다. 그제서야 지장왕이 꿈틀하며 화를 냈다.


“ 이년 ! 죽어라!‘


그의 발이 개미를 밟아죽이듯 비벼댔다. 천향표는 저항했으나 마침내 목뼈가 부러졌다. 일세의 여걸 천향표는 무자비한 괴승을 만나 허무하게 죽었다. 손요삼의 호위대가 창을 들고 찔럿다. 지장왕은 창대를 잡아 먼지털듯 두들겼다. 장편복이 달려왔다. 그의 단창이 눈부시게 돌아가며 지장왕을 견제했다.


” 주인 ! 어서! “


손요삼은 형세가 기울었음을 직감했다. 날이 어두워져갔다. 해는 졌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데 박쥐떼들이 날아왔다. 그는 은월에게 명령했다.


” 징을 쳐서 퇴각하라!“


이제는 각자의 목숨을 구할 때였다. 이 이상은 무익한 저항이었다. 그는 동편과 서편을 바라보았다.


” 종리권은 어떻게 되었는지?“


쇠붙이의 쟁쟁거림과 비명이 벌판을 가득채웠다.


” 설마! 이렇게 빨리!“


위충현이 급하게 배신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시간이 더 남았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자신들의 희망이었다. 모든 희망은 거꾸로 흐른다는 걸 알았어야하는데! 아니 알면서도 모른체하고 싶었던 것이다! 손요삼은 눈물을 흘렸다. 징소리가 밤의 공기를 타고 흘러갔다. 손요삼은 박쥐들 사이로 걸어갔다. 조자훈이 추적하는 것을 은월이 시위대를 동원하여 막았다.


” 어서 가라!“


장편복이 마지막 남은 기력을 다해 지장왕을 공격하며 큰소리를 쳤다.


” 가거라! 대장주에게!“


박쥐들이 은월을 감았다. 까마귀들이 동창을 공격하다 한 마리씩 죽어나갔다. 장편복이 단창을 지장왕의 아랫배에 박으며 소리쳤다.


” 빨리가라! 은월! 주인을 구하라!“


그는 지장왕에게 끌려가며 마지막 힘을 썼다.


” 부디 서천에 가시게!“


지장왕은 탐욕스럽게 웃으며 장편복의 머리를 부쉈다.은월은 장편복의 비명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손요삼은 허공에서 아직 머무르고 있었다.


” 주인! 어서!“


아래에서 화살이 올라왔다. 손요삼은 화살을 받아 꺽으며 크게 울었다. 그리고 박쥐떼들은 북쪽으로 날아갔다. 혈수오가 남은 까마귀들을 이끌고 그뒤를 따랐다. 달이 떴지만 달무리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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