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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아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과 영혼의 상관관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독아
작품등록일 :
2020.05.23 17:48
최근연재일 :
2020.06.03 18:3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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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68,280

작성
20.06.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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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남자

DUMMY

*** 또, 그 남자 ***


“네? 아저씨, 지금 말씀해주신 그 기억 정말 진짜예요?”


나는 박정준 형사가 스스로 떠올렸다던 기억 이야기를 듣던 중 놀라운 소리를 듣고는 나도 모르게 박정준 형사의 이야기를 끊고 그를 향해 물었다.


“응, 기억 관리 장치인지 뭔지를 통해 봤던 기억들보다도 뚜렷하게 기억이 나. 분명 그 남자였어.”


조금 전 박정준 형사가 했던 놀라운 이야기는 동료 형사를 출구 밖으로 부축해 나가던 그의 앞에 나타난 사람 중 한 명이 마익근 팀장이었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그 사람이 거기에도 있었다구요? 기억마다 다 나타나서 오히려 믿기가 어렵네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아저씨가 하도 그 사람을 자주 봐서 기억이 조금 왜곡된 건 아닐까요?”

“아닐 거야. 분명 똑똑히 기억나. 그 당시 사람의 말, 그 사람의 행동까지 모두. 젠장, 그때도 그 사람이 수상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진작에 경계해야 했어.”

“마익근 팀장이 아저씨께 무슨 말, 무슨 행동을 했길래요?”


내 질문에 박정준 형사는 다시 자신의 기억을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


마익근 팀장은 박정준 형사를 발견하자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박정준 형사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마익근 팀장과 남자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쪽으로 나가시죠.”


마익근 팀장은 잔뜩 경계하는 모습의 박정준 형사에게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누구시죠?”


박정준 형사는 경계를 풀지 않고 그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관찰하며 말했다.


박정준 형사가 보기에도 마익근 팀장은 폭력 조직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울 정도로 깔끔한 복장에 허약해 보일 정도로 마른 체격을 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있던 남자들도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작업복 같은 단체복 점퍼를 착용하고 있었다. 조직 폭력배가 저런 식으로 단체복을 맞춰 입으리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기에 위험한 사람들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여전히 경계를 풀기에는 의심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아, 저희는 병원 의료 봉사 팀입니다. 의료 봉사를 위해 근처 판잣집 촌을 방문했다가 이 주변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서 들어와 본 거예요.”


마익근 팀장의 말을 듣고 나서야 박정준 형사는 마익근 팀장과 함께 온 남자들의 복장에 그려져 있던 의료 기관의 표식이 눈에 들어왔다. 의료 봉사 팀이라고는 하고 있었지만, 박정준 형사는 처음 보는 남자들의 행동을 여전히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다. 동료분께서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어서 서둘러 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박정준 형사가 보기에도 이형사는 많이 심각한 상태였다. 박정준 형사는 여전히 의문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들의 도움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믿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과 싸운다고 하더라도 상처를 입은 다리로는 대여섯 명 되는 그 인원을 모두 제압할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 저는 그럭저럭 걸을 수 있습니다. 이 친구 상태가 심각한 것 같으니까 어서 이 친구부터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 주세요.”


박정준 형사는 협조하는 태도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남자들은 이형사를 부축해 그들이 가져온 캡슐형 모양의 장치에 이형사를 눕힌 뒤 뚜껑을 닫았다.


바퀴가 달린 캡슐형 장비는 각종 최첨단 의료 시설들이 부착된 것처럼 조작 장치들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쪽도 여기 들어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익근 팀장이 피가 많이 흐르고 있던 박정준 형사의 다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괜찮습니다. 저는···. 윽.”


박정준 형사는 조금 긴장이 풀렸는지 그제야 다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리를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한시라도 빨리 가야 합니다.”


박정준 형사는 어쩔 수 없이 마익근 팀장의 말대로 캡슐형 장비 안으로 들어가 몸을 뉘었다.


잠시 후, 캡슐형 장치의 무슨 기능을 작동시킨 것인지 윙윙거리며 기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지, 무슨 장치를 작동시켰나?’


잠시 후, 박정준 형사는 욱신거리던 다리의 통증이 점점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진통제를 맞은 것도 아닌데···. 설마, 마취 장치 같은 건가?’


캡슐 장치 안에서는 밖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 불안감이 들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들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박정준 형사는 그저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캡슐형 장비의 바퀴가 덜컹거리며 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박정준 형사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놓친 행동 하나가 생각났다.


경찰 본부 동료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연락을 취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좁은 캡슐 안에서는 몸을 움직여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어려웠기에, 박정준 형사는 캡슐을 두드려 밖으로 도움을 청했다.


“무슨 일이죠? 많이 불편하신가요?”


캡슐 뚜껑이 열리며 의료팀이 박정준 형사를 향해 말했다.


“급히 연락해야 하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는 경찰입니다.”


박정준 형사의 말을 들은 의료팀은 박정준 형사를 일으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원 요청 및 상황 보고. 마포구 00로 99길, 마포패거리파 지하 아지트 발견, 수색 도중 부상자 발생하여 부상자는 현재 병원 이송 예정입니다. 위치 정보 발송할 것이니 즉시 인원 투입 바랍니다.”


박정준 형사는 급히 본부에 상황 보고 및 출동 요청을 했다.


그리고는 캡슐형 장비에서 내려왔다. 꽤 먼 거리를 왔는지, 그들은 판잣집 촌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구급차가 주차된 큰 거리까지 나와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진통 시스템을 작동시켜서 통증은 조금 줄었을 수도 있지만, 무리하시면 위험해요.”


의료팀이 걱정스러운 듯 박정준 형사를 향해 말했다.


“급히 해결할 일이 있어서 병원은 개인적으로 가겠습니다. 이형사 좀 잘 부탁해요.”


박정준 형사는 그럭저럭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의료팀에게 이형사를 맡기고 다시 마포패거리파 아지트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는 본부 출동 인원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서 효과적으로 내부 수사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때, 박정준 형사의 휴대전화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박정준 형사의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 지금 긴급 상황이야. 나중에 내가 다시 연락할게. 미안해.”


박정준 형사는 다급하게 아내에게 자신이 할 말만 마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다리를 조금 절뚝이며 마포패거리파 아지트 쪽으로 향하던 박정준 형사에게 다시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본부에서 연락이 올지도 모르는데.”


박정준 형사는 신경질적으로 다시 전화를 받았다.


“지금 긴급 상황이라니까 그러네! 다시 전화한다고 했잖아!”


박정준 형사가 조금 언성을 높이며 아내를 향해 말했다.


박정준 형사가 다시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전화 너머로 희미하게 아내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박정준 형사는 순간 집에 무슨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는 직감이 들었다.


“여보, 무슨 일이야?”


박정준 형사의 질문에 수화기 너머로 아내가 울먹이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 여보, 여기도 급한 일이야. 흑흑.


형사의 직감이라는 것이 정말 있었는지, 아내의 말을 들은 박정준 형사는 바로 준호가 떠올랐다. 아내의 한 마디에 휴대전화를 잡고 있던 박정준 형사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여보, 진정하고 얘기해봐.”


박정준 형사의 아내는 더 크게 터져 나오는 울음 탓에 아직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여보, 괜찮으니까 내가 다 듣고 있으니까 천천히 얘기해봐.”


박정준 형사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아내를 진정시켰다.


이윽고 박정준 형사의 아내는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은 진정이 되었는지, 여전히 울먹이는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여보, 준호가···.

“준호가 왜? 준호한테 무슨 일 생겼어?”


준호라는 말을 듣자 박정준 형사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준호가 납치됐어.”


박정준 형사는 아내의 그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며, 급히 길모퉁이에 앉아 아내와의 통화를 계속했다.


“여보, 어떻게 된 일이야? 당신은 괜찮아? 지금 어디야?”


박정준 형사는 떨리는 두 손으로 휴대전화를 잡은 채, 아내를 향해 물었다.


“준호랑 장보고 집에 들어오는데, 집에 이상한 사람들이···.”


박정준 형사의 아내는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


“여보, 진정하고 자세히 이야기해줘. 준호가 납치됐다니? 누가? 누가 경찰 아들을 납치한다고 그래.”


박정준 형사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애써 생각하고 싶은 듯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이미 심각한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누군지 몰라. 복면을 쓴 괴한들이 들어오더니···.”

“여보, 경찰에 신고는 했지? 우선 문 꼭 걸어 잠그고 집에 있어. 준호는···. 내가 꼭 다시 데려갈게.”



***


박정준 형사가 떠올린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네요.”

“더 생각이 났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아저씨 기억이 사실이라면 처음에 비하면 상황 정리가 많이 될 것 같아요.”

“그래, 지금은 정리를 좀 해보는 게 좋겠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져서 조금 정리를 한 뒤에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마익근 팀장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이 사람이 거의 대부분의 일에 관여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우선 그 마익근 팀장이라는 사람은 자네 할아버지의 부하 직원이었지?”

“네, 할아버지께서 대전에서 무언가 연구를 하고 있었고, 그 연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른 뒤, 오랜만에 저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신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부하 직원이었던 마익근 팀장이 괴한들과 할아버지를 습격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그 마익근 팀장이라는 사람.”

“흠, 연구 과정에서 무언가 갈등이 있던 거 아냐? 마익근 팀장이 부탁하려던 것을 자네 할아버지가 거절한 것처럼 보이던데···.”

“그런데, 그게 그렇게 사람을 해칠만한 이유가 되나요? 그저 연구에 대한 의견 차이 같은 것으로 사람을 저렇게까지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지 않아요?”

“뭐,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럼 그저 연구에 대한 의견 차이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 그보다도 그냥 내 감인데 처음에는 저렇게까지 해칠 생각은 아니었을 거야. 그랬다면 굳이 자네 할아버지에게 함께 가자는 말을 먼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박정준 형사의 말이 끝난 뒤,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생각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죠.”


생각에 잠긴 박정준 형사를 향해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마익근 팀장이라는 사람이 아저씨와 동료 형사님을 구한 것은 또 무슨 의도였을까요?”

“그러게, 나도 지금 의문스러워지던 참이야. 자네 할아버지를 그렇게 만들 정도로 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는 호의를 베풀었다는 것이 이상해.”

“아저씨, 잠깐만요. 호의가 맞는지는 아직 몰라요. 동료 형사님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혹시라도 우리처럼 이렇게 납치 감금을 당했을지도 모르죠.”

“윽,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잘 정리하면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 정도 연결은 되지만 확실하지 않은 것들뿐이구먼.”


박정준 형사의 말대로였다. 지금까지 기억을 보기 위해 사용한 시간에 비하면 우리가 발견한 단서들은 지금 현재 상황에서 우리에게 그리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우리가 위험한 자들이 아닌 ‘아군’에 의해 이곳에 잠시 갇혔을 뿐이라는 안심을 얻기 위해 기억을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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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잠입 20.06.02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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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복원 기록 20.05.30 1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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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리, 영화배우였던 것은 아닐까? 20.05.26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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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자 안의 두 사람 (2) +2 20.05.23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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