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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아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과 영혼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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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아
작품등록일 :
2020.05.23 17:48
최근연재일 :
2020.06.03 18:3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50
추천수 :
7
글자수 :
68,280

작성
20.05.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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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상자 밖의 상자

DUMMY

*** 상자 밖의 상자 ***



“아저씨, 괜찮으세요?”

“어, 어, 괜찮기는 한데 이게 무슨 일이지?”


- 바스락, 바스락 -


어둠 속에서 깨진 유리 조각을 밟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조금 전 바닥으로 추락한 백열등의 깨진 조각을 박정준 형사가 밟은 모양이었다.


“아, 따가워!”

“아저씨, 조심 좀 하세요.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는데···.”

“어이, 그보다 뭔가 공기가 달라진 것 같지 않아?”


박정준 형사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금방 적응이 되어 그런지, 조금 더운 기분은 여전했지만 미묘하게 공기의 흐름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잠깐, 이거 천장에 구멍이 뚫렸나?”

“구멍이라니요?”

“잠깐 이쪽으로 와서 이것 좀 만져보겠어?”


박정준 형사의 말에 나는 조심스레 바닥을 더듬으며 박정준 형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 쿵 -


“아야!”

“윽!”


어둠 속을 더듬어가던 나는 무언가에 부딪히고 말았다. 박정준 형사의 목소리가 들린 것으로 보아, 그와 충돌한 모양이었다.


“에이, 조심 좀 하지. 여기 바닥 쪽 유리가 조금 깨져있으니까 조심해서 이것 좀 만져봐.”


나는 조심스레 손을 더듬어 박정준 형사가 말한 그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손에 금속 재질의 무언가가 잡혔다.


나는 손을 더듬어가며 그 물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온 감각을 손에 집중했다.


그것은 맨홀 뚜껑 정도 크기의 금속 원판 같았다.


- 덜컹 -


“아, 이거 꽤 무거운데요? 머리에 부딪히지 않은 게 다행이에요.”


나는 힘을 주어 판을 움직이려 해봤지만, 금속판은 생각보다 무거워 완전히 들지 못한 채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떨어진 금속판에 박정준 형사가 부딪혀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거 큰일 날 뻔했네.”

“그나저나, 이런 판이 위에서 떨어졌다면···.”


그렇게 말하며 나는 무의식적으로 천장 쪽을 바라보았다. 당연하게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천장 위에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눈으로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천장을 향한 내 얼굴로 바깥쪽에서 무언가 공기의 흐름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금속판이 떨어지면서 천장 윗부분이 개방된 것 같았다.


“아저씨, 올라가 보죠.”

“그러지. 내가 수혁 학생을 들어 올려볼 테니 위쪽을 한 번 확인해봐요.”


박정준 형사가 내 허리 부분을 안아 들었다. 단단한 체격의 박정준 형사는 그리 어렵지 않게 나를 들어 올렸다.


천장을 향해 뻗은 내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너무 낮은 것 같은데요? 조금 더 높이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아, 잠깐만. 어, 어!”


나를 든 상태로 조금 더 아래쪽을 안기 위해 움직이던 박정준 형사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박정준 형사의 움직임 때문에 함께 휘청이고 있던 내 손에 무언가의 모서리 부분이 잡혔다.


나는 손에 힘을 꽉 주어 모서리를 붙잡았다.


박정준 형사도 무게 중심을 찾았는지 다시 안정적으로 나를 지탱해주기 시작했다.


“뭐 잡히는 게 있어?”

“네, 아저씨,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손을 모서리를 한 손으로 붙잡은 채 나머지 손을 더 위로 뻗어보았다.


천장에서 떨어진 금속판 정도의 크기를 가진 구멍을 통해 컨테이너는 외부로 개방되어 있었다.


다만, 의문스러운 점은 그 바깥쪽마저 암흑에 휩싸여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외부의 공간이 우리가 기대하던 지상은 아닌 것 같았다.


“아저씨, 더 아래쪽에서 밀어주세요.”


우선은 컨테이너에서 나가야 뭐라도 단서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박정준 형사의 도움을 받아 컨테이너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구멍을 통해 나온 컨테이너 밖, 정확히 말하면 나는 컨테이너의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 어둠 밖의 또 다른 어둠 속에서 컨테이너 안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기계음은 더 선명하게 들리고 있었다.


“이봐, 뭐 좀 새로운 단서 같은 건 없나?”


구멍 아래에서 박정준 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여기도 뭐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요. 소리만 아까보다 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아요.”

“우선, 나도 좀 올라가고 싶은데.”


박정준 형사는 컨테이너 안에서 나오기 위해 몇 차례 높이 뛰어오르며, 구멍의 가장자리 부분을 잡으려는 듯했다.


“아, 잡았다. 나 좀 잡아줘요.”


박정준 형사의 말에 나는 손을 더듬어 구멍 가장자리를 가까스로 붙잡은 박정준 형사의 팔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박정준 형사는 한 손으로는 구멍 모서리를 잡고 한 손으로는 내가 잡은 팔을 당기며 구멍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덩치가 큰 그여서 그런지, 그를 잡아당기는 내 몸에 힘이 빠짝 들어갔다.


“조금만 더!”


그때였다. 마지막 힘을 다해 그를 끌어올리던 나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해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고 있었다.


“으악!”


암흑 속에서 손을 허우적거려보았지만, 주변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뒤로 넘어지고 있었다.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몸이 공중에 떠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 순간이 길게 느껴졌다.


나는 컨테이너 천장을 벗어나 어디론가 추락하고 있었다.


- 쿵 -


이윽고, 내 몸이 어딘가 바닥에 떨어지며, 내 등에서부터 큰 충격이 느껴졌다.


“윽.”

“이봐, 괜찮나!”


내가 바닥에 떨어지며 울린 큰 소리에 놀란 듯, 위쪽에서 박정준 형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박정준 형사는 무사히 컨테이너 밖으로 나와 컨테이너 위에 올라온 모양이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보기 위해, 바닥을 손으로 짚어 보았다.


다행히도, 어디 뼈가 부러지거나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저씨!”

“아, 다행이야. 무사했군!”


박정준 형사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뚜렷하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나는 생각보다 깊은 곳으로 떨어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섣불리 발을 떼었다가 또 무슨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조심스레 바닥을 짚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 불빛이다.”


한쪽에서 녹색 불빛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무언가 사각형의 버튼 모양의 물체가 녹색 빛을 내뿜고 있었다.


“아저씨, 혹시 저 불빛 보이세요?”

“아, 그래 작은 녹색 불빛 말하는 거지?”


컨테이너 위에 있던 박정준 형사도 내가 보고 있던 불빛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저게 뭘까요?”

“무슨 기계 버튼 같아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 볼게요.”


나는 몸을 낮춘 채, 바닥을 짚으며 조심스레 불빛이 나오는 방향으로 기어갔다.


불빛 가까이 다가가자, 작은 불빛 주변으로 각종 기계 장치 같은 것들이 보였다.


지금까지 계속 들리고 있던 기계음은 아마도 이 기계들이 작동하면서 내던 소리인 것 같았다.


“아저씨, 기계 버튼이 맞는 것 같아요. 이것 말고도 주변에 버튼 같은 것들이 잔뜩 있어요.”

“어쩌지? 괜히 눌렀다가 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 아냐?”


박정준 형사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뭔진 몰라도 눌러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 삐, 삐, 삐 -


버튼을 어떻게 할지 걱정하고 있던 그때였다.


녹색 버튼 근처에서 빨간색 불빛이 켜지며, 공간 내부에서 마치 경고음처럼 들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치이익 -


그리고 잠시 후, 공기나 가스가 새는 듯 공기 마찰음이 들렸다.


“뭐, 뭐야?”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어디선가 뜨거운 스팀이 들어오는 듯, 뜨겁고 답답한 공기가 공간을 메우기 시작했다.


뜨거운 공기가 금세 주변을 뒤덮자,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뜨거워진 공기 속에서 이대로 지쳐 쓰러진다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잠시 후, 내 손은 무의식적으로 녹색 버튼을 향하고 있었다.


- 지이잉, 덜컹 -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기계음이 들려왔지만,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무겁고 뜨거웠다.


답답한 공기 속,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정신이 흐릿해짐이 느껴지던 그 순간, 붉은색 경고등이 사라지고 삐, 삐 거리던 경고음이 멈추었다.


나는 작은 희망을 품고, 희미해지던 의식을 다시 붙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컨테이너 밖의 새로운 공간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부터 차례대로 밝은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불빛은 어둠에 익숙해졌던 내게 너무나 눈이 부셨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내 눈이 빛에 적응하기를 기다렸다.


“이게 뭐야···.”


잠시 후, 눈을 떠 바라본 광경에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녹색 버튼이 있던 그 벽면은 기계 조작 장치처럼 보이는 패널과 모니터들, 알 수 없는 계기판과 수많은 버튼, 기계 손잡이들로 뒤덮여 있었다.


복잡한 계기판 속에서 유독 내 눈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었다.


‘온도계다.’


마치 온도계처럼 생긴 장치는 현재 내부 온도를 표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75℃, 76℃, 장치의 숫자는 그사이에도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온도계로 보이는 장치 옆으로 둥근 다이얼과 스위치 몇 개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급히 다이얼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하지만 내부의 공기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제기랄.”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장치 근처의 스위치들을 마구잡이로 눌렀다.


- 위이잉, 치익 -


어떤 스위치로 인해 작동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간 내부에서 기계 작동음과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주변을 메우고 있던 공기가 빠져나가고, 맑은 공기로 순환되는 듯한 느낌이 들며, 숨을 쉬기가 한결 편해진 느낌이 들었다.


“휴, 일단 한숨 돌렸네.”


이마에서 땀 한줄기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나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사이 내 몸은 땀범벅이 되어있었다.


나는 소매로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아저씨는 괜찮으신가?’


긴박했던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이 되자, 그제야 함께 있던 박정준 형사가 생각났다.


이제 밝은 조명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 나는, 공간 중앙에 그대로 놓여있던, 우리가 처음 갇혀 있었던 컨테이너 쪽으로 달려갔다.


“아저씨!”


컨테이너 위쪽을 향해 외쳐보았지만,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나는 컨테이너를 손으로 두드리며, 박정준 형사를 몇 차례 더 불렀다.


여전히 반응이 없자, 나는 다급한 마음에 박정준 형사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해서 컨테이너를 두드렸다.


“윽, 그만 두드려. 괜찮으니까.”


그때, 컨테이너 위에서 박정준 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다행이다. 무사하셨네요!”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반가울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아마도 은연중에 그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나는 여기 홀로 남겨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았다.


“아, 잠깐 기절했나 봐. 숨이 턱턱 막히더니···.”


박정준 형사는 컨테이너 위에서 몸을 일으켜, 새로운 공간으로 뛰어내렸다.


나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컨테이너는 그저 지금 우리가 있던 새로운 공간 중심에 놓여있었던 것이었다.


“그나저나 저 장치는 뭐지?”


박정준 형사가 온도계가 있던 벽 반대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까지는 온도 조절 장치에 정신이 팔려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수상한 그 장치를 처음으로 맞이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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