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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아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과 영혼의 상관관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독아
작품등록일 :
2020.05.23 17:48
최근연재일 :
2020.06.03 18:3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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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68,280

작성
20.05.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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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흑막

DUMMY

*** 흑막 ***


재생되고 있던 기억 속의 할아버지는 나와 통화를 마친 뒤, 계속해서 차를 몰아 이동하고 있었다.


“표지판을 보니 대전 쪽인 것 같은데.”


할아버지의 기억을 함께 지켜보던 박정준 형사가 말했다.


“대전이요?”

“그래, 잠깐만 저쪽으로 가면···.”


잠시 후, 할아버지의 차량이 요금소를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그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중인 것 같아.”


박정준 형사의 말대로 서울 방면을 알리는 고속도로 표지판이 보였다.


“아, 그런 것 같아요.”

“그보다 수혁씨, 운전하는 기억까지 다 보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될 것 같은데, 앞쪽으로 돌려보는 게 어때? 아까 어떻게 하니까 앞으로 조금씩 넘어가던데.”

“아, 그게 좋겠네요.”


나는 스크롤을 앞쪽으로 밀어, 할아버지의 기억을 조금 더 앞으로 넘겼다.



***


이어진 기억 속에서 할아버지는 이미 도착한 지 시간이 조금 흘렀는지 거실 소파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창밖으로 붉은 노을빛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 쨍그랑 -


하지만, 그 평화로움도 잠시, 조용했던 분위기를 깨부수려는 듯, 창문 깨지는 소리와 함께 복면을 쓴 괴한들이 깨진 거실 쪽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해, 곧장 가까이 있던 방으로 달려갔고, 안에서 문얼 걸어 잠갔다.


- 따르릉, 따르릉 -


할아버지가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를 걸었고, 곧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 아, 할아버지! 지금 가는 길이에요. 곧 도착하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수혁아!”


할아버지의 외침과 함께 문밖에서 괴한들이 방으로 들어오기 위해 문을 마구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할아버지,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수혁아, 지금 이야기할 시간이 얼마 없을 것 같다. 혹시라도 내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면, 내 연구실로 가야 해. 아마 네 능력을 써야 할 수도 있으니까 꼭···.”


- 콰직 -


할아버지가 내게 이야기를 하는 사이, 괴한들이 결국 문을 부수고 들어와 할아버지에게 달려들었다.


할아버지는 괴한들의 습격에 몸을 피하다가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괴한 중 한 명이 그 휴대전화를 발로 밟아 부수었다.


할아버지는 괴한들에게 둘러싸여 결국 방구석으로 몰렸다.


그리고 잠시 후, 괴한들 사이로 익숙한 모습의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팀장? 어째서 여기에?”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마익근 팀장이었다.


“뭐야? 저 남자가 여기에 어떻게 온 거야? 분명, 연구인지 뭔지 정리한다고 남아있겠다고 했잖아?”

“거짓말이었나 봐요. 할아버지가 떠난 뒤에 곧 서울로 올라온 모양이에요.”


나와 박정준 형사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마익근 팀장의 손짓과 함께 괴한 한 명이 할아버지에게 다가와 주먹으로 할아버지의 복부를 가격했다.


“윽!”


할아버지가 통증에 신음하던 그때, 밖에서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아마, 누군가 경찰에게 신고했던 모양인지, 집 앞에 경찰이 출동한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괴한들이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 동요하기 시작한 사이 갑자기 괴한들 사이의 빈틈을 노려 거세게 돌진했다.


그때, 당황한 괴한 하나가 급히 할아버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할아버지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기 시작하다가 결국 쓰러지며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윽.”


화면에 나타난 할아버지의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일단, 철수합시다.”


그리고 완전히 사라져가던 그 시야 너머로 마익근 팀장의 음성이 들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들이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현관문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의 시야는 이제 완전히 눈을 감은 듯, 화면은 온통 검은 빛으로 가득 찼다.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를 부르는 내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이제 아무 장면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야, 이거 저 인간이 완전 흑막인 거 아냐?”


박정준 형사가 놀랍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아저씨와 제가 이곳에 납치됐을 때 장면을 보면, 그럴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잠깐, 그럼 우리 준호, 준호는? 분명 빌딩에서 그 사람이랑 둘이 남겨져 있었잖아? 준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냐?”

“아저씨, 그 당시에는 아마 준호씨에게 그리 큰일이 생기진 않았을 것 같아요.”

“어째서?”

“여기 복원 기록 중에 준호씨 것도 있었잖아요.”

“아, 그랬지!”


박정준 형사는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말했다.


“그럼 일단, 준호의 기억부터 확인해 보고 더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나?”

“네, 저도 마냥 지금까지 나온 단서만 가지고 생각하는 것보다 최대한 정보를 더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서둘러 준호씨의 기억 복원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화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복원 기록 재생 중입니다. 재생을 중단하겠습니까?]

[Yes] [No]


“뭐지? 끝난 게 아니었나?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는데···.”

“뭐, 자동으로 끝나는 게 아닌가 보지.”


재생을 중단하기 위해 [Yes] 버튼을 누르려던 그때, 기억 관리 장치에서 다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일어나보세요! 제발···.”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완전히 검게 변했던 화면이 미세하게 조금 밝아진 느낌이 들었다.


“뭐야, 할아버지 깨어나시려나 본데?”


박정준 형사와 나는 계속해서 화면에 집중했다.


하지만 화면은 그 상태에서 더는 밝아지지 않았다.


다만 밝아진 빛의 얼룩들이 발작하듯 마구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할아버지! 안돼···!”


그리고 다시, 화면의 작은 얼룩들이 사라지고, 음성마저 들리지 않았다.


- 팟 -


화면이 다시 밝게 변하며, 복원 기록 재생을 하기 전, 사용 기록 메뉴로 바뀌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네.”

“의식을 되찾은 것을 보면, 어디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 아닐까요?”

“병원으로 이송돼서 의식을 찾았다고 하기엔 너무 빠르지 않아?”

“하지만, 경찰차도 그렇게 빨리 온 것을 보면 구급차라고 안 왔겠어요?”

“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것 같아.”

“이상하다니 뭐가요?”


내 질문에 박정준 형사가 골똘히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아까 소리가 들렸다는 건, 희미하게라도 의식이 있었다는 의미겠지?”

“그렇겠죠.”

“그리고 얼룩 같아 보이는 것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있었고···.”

“네, 저도 봤어요.”

“그래, 그거였어. 그래···.”


박정준 형사가 무언가 알아낸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저씨, 뭘 알아내신 거예요?”

“수혁씨, 수혁씨 기억 중에 준호를 데려온 것 기억나?”

“네. 기억나요.”

“그때, 쓰러진 준호가 수혁씨를 만난 뒤에, 발작하듯 의식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던 것도?”

“네. 그럼요.”


나는 대답을 하고 나서야 박정준 형사가 말한 이상한 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분명 내가 있던 자리에서 의식을 완전히 잃은 두 사람이 의식을 되찾고 또 발작으로 보이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비슷한 일이 일어났네요.”

“그래, 그리고 한 가지 더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은 이야기가 있었어.”

“이것 말고 또 있다구요?”

“그래, 자네 할아버지가 말했던 자네 능력이란 것 말이야.”

“그 능력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순간, 무언가 믿기 힘들 것 같은 기억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박정준 형사의 말에서도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래, 나는 그게 무슨 초능력 같은 것을 쓴다는 것처럼 들렸는데, 그냥 기억이라는 것에서 본 우연과 그 능력이라는 말들을 믿어야 할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 정말 이거 기억이 아니라 그냥 영화 같은 건 아닐까. 그래, 차라리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나는 박정준 형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조금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라 아저씨와 비슷한 생각이에요. 그래도 아저씨.”


내 부름에 박정준 형사가 내 얼굴을 바라봤다.


“여기 갇히게 된 이후로 저는 계속 같은 생각이에요. 애초에 여기 갇히게 되고 기억을 잃은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그렇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이에요.”


박정준 형사는 내 말에 아무 반응 없이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박정준 형사가 일어나며 말하기 시작했다.


“젠장···. 여기 이렇게 가만히만 있다가는 더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이대로 모든 게 끝나버릴 것 같아.”


박정준 형사가 마치 좌절에 휩싸인 목소리로 말하며, 주먹으로 벽을 쿵 쳤다.


“아저씨···.”

“그러니까, 자네 말대로 뭐라도 해 보자고.”


박정준 형사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는 손을 뻗어 준호씨의 기억 복원 기록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준호씨의 복원된 기억 장면들이 필름처럼 나열되었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최근으로 보이는 기억의 시작 부분부터 준호씨의 기억 복원 내용을 재생시켰다.



***


“하, 이놈 덩치 한번 좋네. 건강한 녀석이 들어왔어.”


이상하게도 준호씨의 기억은 화면이 나타나지 않은 채, 누군가의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무게도 꽤 나가는 것이, 꽤 좋은 물건이 들어왔구만. 파라다이스에서 오면 이놈 바로 작업해서 보내자고.”


- 덜컹 -


그리고 잠시 후, 무언가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안 오지? 준비가 너무 늦는데?”

“저놈, 마취한 지 얼마나 된 거야? 이거 늦어지면 어쩌려고.”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던 그때, 기억 재생 화면에 불빛이 들어왔다.


지금까지는 눈을 감고 있던 준호씨가 눈을 뜬 것이었다.


준호씨는 아마도 이미 마취가 풀렸지만, 마취가 된 척 기회를 엿보고 있던 것 같았다.


“뭐야! 야 이거 마취가 깼나?”


화면에서 준호씨를 내려보던 한 남자가 놀라며 소리쳤다.


그 남자의 얼굴이 무언가 눈에 익은 것 같았지만,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준호씨는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그 남자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고는 한쪽 구석으로 몸을 날리듯 뛰어들었다.


두 남자도 준호씨를 잡기 위해서인지 그 방향으로 따라오기 시작했다.


준호씨는 구석에서 파이프 하나를 손에 집어 들고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두 남자를 향해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는 그 짧은 순간, 파이프를 집어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인마, 너 그러다 다친다잉. 그거 내려놔라.”


한 남자가 거친 말투로 준호씨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준호씨가 계속해서 위협적으로 파이프를 휘두르자 위압감을 느낀 듯, 그들은 몸을 움찔거리며 뒤로 조금씩 물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은 준호씨에 의해 막다른 벽으로 몰렸다.


준호씨는 그 두사람이 벽에서 떨어지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파이프로 경계하며 천천히 출구가 보이는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남자가 빠른 움직임으로 준호씨를 향해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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