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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아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과 영혼의 상관관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독아
작품등록일 :
2020.05.23 17:48
최근연재일 :
2020.06.03 18:3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49
추천수 :
7
글자수 :
68,280

작성
20.05.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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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지진

DUMMY

*** 지진 ***



“헉, 헉.”


한참을 계단을 통해 내려가던 박정준 형사의 눈에 건물 1층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 우지끈 -


박정준 형사가 1층으로 나가기 위해 복도 문에 손을 뻗는 그 순간 큰 굉음과 함께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건물이 통째로 흔들릴 정도의 충격에 복도 계단 위에서 작은 콘크리트 잔해들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윽, 이건 또 뭐야? 지진인가?”


큰 충격에 휘청이며 바닥에 쓰러진 박정준 형사는 급히 몸을 일으켜 가까스로 1층 복도 문을 열었다.


영업이 종료되어 불이 모두 꺼진 탓에 건물 1층은 어두컴컴했다.


“출구, 출구는 어디지?”


박정준 형사는 어둠 속을 더듬어가며 비상구 표시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괴한들 역시 1층에 도달했는지 복도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박정준 형사의 기척을 따라 그들은 점점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젠장, 야, 자식들아. 지금 나 잡으러 다닐 때가 아닐 텐데? 지금 지진 나서 난리 난 거 안보이냐?”


정준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괴한들의 발걸음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리며 박정준 형사의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건물 안에서는 바깥의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건물이 통째로 흔들릴만한 거대한 충격만으로도 그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분명 큰 지진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발생했거나, 어쩌면 전쟁이 일어난 것일지도 모를 정도로 조금 전 건물의 흔들림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젠장, 무슨 일인진 몰라도 이 정도라면 마냥 지원을 기다리다가는 더 위험하겠는데.”


박정준 형사는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몸을 일으켜 자신의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한 괴한들의 위치를 파악하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움직임을 포착한 박정준 형사는 그중 가장 외곽에 있던 한 괴한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


“윽!”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빠른 움직임에 괴한은 별다른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박정준 형사의 일격에 쓰러지고 말았다.


박정준 형사는 괴한이 들고 있던 작은 각목 하나를 빼앗아 들고 다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뭐하냐? 한꺼번에 달려들어서 너희들 말대로 확 죽여봐!”


박정준 형사는 자세를 가다듬으며 주변을 둘러싼 괴한들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괴한들의 수는 어림잡아 대여섯 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한 남자의 손이 움직이며 박정준 형사를 가리키자 괴한들은 일제히 박정준 형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 쾅 -


그때, 다시 한번 큰 굉음과 함께 건물이 다시 한번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보다도 더 큰 진동과 흔들림. 아마도 여진이 이어진 것 같았다.


박정준 형사는 급히 몸을 낮추었고, 그를 향해 달려들던 괴한들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건물의 진동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큰 진동과 함께 건물 내벽의 콘크리트 일부가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떨어진 잔해들로 인한 흙먼지가 그들의 눈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콘크리트 분진으로 인해 소방감지기가 작동했는지, 소방 경보음이 울리며 건물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스프링클러에서 쏟아져나온 물줄기들에 의해 박정준 형사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분진들은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젠장, 이거 위험한데···.”


분진이 거의 걷히자 진동으로 인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던 박정준 형사가 몸을 일으켰다.


- 퍽 -


그가 몸을 일으키던 그 순간, 퍽 소리와 함께 박정준 형사의 시야가 흐릿해져 갔다.


아마도 뒤에서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모양이었다.


박정준 형사는 앞으로 쓰러지며, 정신을 잃은 듯 그의 시야는 완전히 검게 물들어갔다.


그리고 스크린에 비치던 박정준 형사의 기억 복원 장면도 완전히 검은색 화면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뭐지? 어떻게 된 일이죠? 아저씨!”


나는 황급히 기억 복원 장치에 누워있던 박정준 형사에게 달려가 그를 깨워보려 소리쳤지만, 박정준 형사는 어찌 된 일인지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아저씨! 정신 좀 차려 보세요!”


그때, 기억 복원 장치의 스크린에 희미한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박정준 형사의 기억이 다시 재생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박정준 형사의 시야에서 본 기억이 희미한 장면을 비추기 시작하고, 점점 더 그 장면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쇠창살이 쳐진 창 하나, 그리고 쇠창살 틈으로 새어 들어오던 불빛.


우리가 처음 갇혀있던 그 상자 안의 장면이었다.


박정준 형사의 기억은 그가 쓰러져 정신을 잃었던 장면을 끝으로 우리가 처했던 상자 속 그 상황으로 바로 이어지고 있었다.



***


- 삐, 삐, 삐 -


[기억 복원을 중단합니다.]


스크린에서 기억 복원 중단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후, 기억 복원 장치 위에 누워있던 박정준 형사가 눈을 떴다.


박정준 형사는 아직 복원되었던 기억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것인지, 아무 말도 없이 기억 복원 장치 위에 누워 한동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수혁씨.”


몇 분이 더 지났을까, 혼란스러웠던 생각이 다 정리가 된 것인지, 박정준 형사가 드디어 입을 열어 나를 불렀다.


“아저씨.”


박정준 형사에게 나는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지 그저 혼란스러웠다. 박정준 형사의 기억을 통해 정리할 내용, 그리고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나는 그저 내가 그의 옆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짧은 대답밖에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우리가 이 장소에 감금된 원인을 이번에 복원된 박정준 형사의 기억만으로는 밝혀내기 힘들었다.


박정준 형사의 기억이 끊긴 장면에서 우리가 이 공간에 갇힌 장면으로 바로 연결이 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박정준 형사가 기절한 이후 처음으로 깨어난 곳이 바로 이곳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박정준 형사를 습격한 괴한들, 그리고 나와 준호씨, 그리고 내가 아저씨라고 친근하게 부른 그 남자. 나는 아마도 그들 중에 우리가 이곳에 감금된 원인이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추측할 뿐이었다.


물론 이 모든 추론은 박정준 형사의 이번 기억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수혁씨, 혼자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같이 이야기해보는 게 어때?”


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박정준 형사가 다시 나를 불렀다.


박정준 형사는 내가 눈치채지도 못한 틈에 기억 복원 장치에서 내려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 아저씨···.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본 아저씨의 기억만으로는 도무지 단서를 찾기가 어렵네요.”

“그래, 기억을 보고 나서 더 혼란스러워진 기분이야.”


나는 박정준 형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내 생각에는 우리를 습격한 그 괴한들이 우리를 이곳으로 옮긴 것이 아닐까 하는데···. 내 기억이 마지막으로 끊긴 장면으로 봐서는 아마도 괴한들에 의해 머리를 맞은 뒤에 이곳에서 깨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


박정준 형사도 내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괴한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습격당해 쓰러진 뒤에, 괴한들이 수혁씨와 준호, 그리고 그 아저씨라던 수혁씨 지인분을 찾아내서 감금시킨 것이라면 말이 되지 않아?”

“잠깐만요. 아저씨, 그럼 준호씨와 그 아저씨는 어떻게 된 거죠?”

“그건···. 우리만 이렇게 따로 감금한 원인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를 납치하던 과정에서 그 두 사람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곳에 감금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박정준 형사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다만, 박정준 형사의 말대로 우리를 감금시킨 자들이 우리를 습격한 괴한들이라면, 어쩌면 이곳이 여전히 큰 위험을 잠재하고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기에 불안감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아저씨, 만약 아저씨 말대로 그 괴한들이 우리를 납치해서 이곳에 감금한 것이라면, 사실 여기서 탈출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해요. 그들이 우리를 작정하고 이곳에 감금했다면 그렇게 쉽게 빠져나가도록 해 두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잖아요. 그리고 무슨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우리 기억을 굳이 없애버렸는데, 그 기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가져다 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도 모르겠고요.”


내 이야기에 박정준 형사는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뭐 어찌 되었든 지금 이 상황에서는 기억을 더듬어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괴한들이 무슨 의도로 우리를 감금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 외에 다른 숨겨진 진실이 있는지는 기억을 보면서 생각해보는 게 어때?”

“네,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인 것 같네요.”


나는 박정준 형사의 이야기에 동의하며 기억 복원 장치 위에 올라갔다.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던 그 순간의 기억이 복원된다면 좋을 텐데···.’


혹시라도 구체적인 상황에 집중한다면 그 당시의 기억이 복원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박정준 형사의 기억 속에서 본 그 당시를 최대한 떠올리기 위해 노력하며 기억 복원 기능을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기억 복원 시스템 가동]

[바이탈 체크 OK]

[김수혁 님의 기억 복원을 시작합니다.]


- 지잉 -


이제 조금 익숙해진 기억 복원 장치의 기계음이 들리고, 나는 또다시 기억 복원 장치를 통해 내 기억 속 장면을 더듬어가기 시작했다.



***


“괜찮을까요?”


기억 속 가장 처음으로 들린 목소리는 다름 아닌 준호씨의 목소리였다.


스스로 되뇐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박정준 형사의 기억이 나의 잃어버린 그 당시 기억을 자극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억 속 내가 처한 상황으로 봤을 때, 지금 내 기억은 박정준 형사의 기억 속에서 그가 우리를 복도 밖으로 내보내고 괴한들을 유인했던 그 상황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복도 밖으로 박정준 형사를 따라 괴한들이 우리가 숨어들어온 층을 지나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거 걱정되는데···.”

“대표님, 보안실로 가보는 게 어떨까요?”

“아, 보안실이라면···.”


걱정스러운 내 말에 준호씨가 보안실로 가보자는 제안을 했다.


“보안실 CCTV를 통해서 상황을 지켜보고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요. 이렇게 걱정만 하며 숨어있느니, 그쪽으로 가보죠.”


우리는 그렇게 계단실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보안실은 아마도 건물 상층부에 있던 모양이었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계단 위로 오르고 있던 그때. 건물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 우지끈 -


그리고 큰 굉음과 함께 건물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정준 형사의 기억 속에서 봤던 지진이 내 기억 속에서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었다.


큰 진동과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나를 비롯해 일행 모두가 계단에서 쓰러졌다.


“으악!”


그리고 거대한 진동과 소음 속에서 큰 비명이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준호씨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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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리, 영화배우였던 것은 아닐까? 20.05.26 25 0 12쪽
5 아저씨 형사 맞아요? 20.05.25 28 0 12쪽
4 기억 관리 장치 20.05.24 26 0 12쪽
3 상자 밖의 상자 20.05.24 24 0 12쪽
2 상자 안의 두 사람 (2) +2 20.05.23 29 0 12쪽
1 상자 안의 두 사람 (1) +1 20.05.23 6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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