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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아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과 영혼의 상관관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독아
작품등록일 :
2020.05.23 17:48
최근연재일 :
2020.06.03 18:3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48
추천수 :
7
글자수 :
68,280

작성
20.05.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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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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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아저씨 형사 맞아요?

DUMMY

*** 아저씨, 형사 맞아요? ***



[바이탈 체크 부적합]


‘아저씨 몸에 무슨 이상이 생겼나?’


나는 스크린에 뜬 메시지를 보고 황급히 기억 관리 장치에 앉아있던 박정준 형사 쪽으로 달려갔다.


박정준 형사가 눈을 감은 채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박정준 형사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그에게 다가가던 그때, 박정준 형사의 눈이 번쩍 뜨였다.


“휴, 다행이에요.”


다행이라고 말하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정준 형사는 눈을 크게 뜬 채 기억 관리 장치에서 내려와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김수혁, 그래 당신이 준호를 납치했어!”


나는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이 그대로 박정준 형사의 기세에 밀려 이미 벽에 등이 닿아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보시지. 김수혁.”


박정준 형사의 물음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당황스럽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내가 박정준 형사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인지. 그리고 박정준 형사의 아들이라는 사람과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


기억을 잃은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저씨, 진정하세요. 우선, 이것 좀 놓고 이야기하죠.”


나는 박정준 형사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 멱살을 잡고 있던 그의 팔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의 팔은 부르르 떨릴 정도로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보라고!”


박정준 형사는 이성을 잃은 듯, 붉게 상기된 얼굴에 잔뜩 핏대를 세우며 계속해서 나를 몰아붙였다.


“아저씨, 그만 하세요!”


이대로 두면 정말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온 힘을 다해, 나를 잡고 있던 박정준 형사의 팔을 뿌리쳐냈다.


박정준 형사는 한동안 나를 노려보며,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아저씨, 조금 진정이 되셨어요?”

“당신 같으면 진정이 되겠어?”

“대답을 드릴 수가 없어요. 기억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다.


화면에 나타난 인물은 분명 내가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박정준 형사의 기억이 사실이라면, 그의 아들로 추정되는 사람을 내가 개인 경호원으로 데리고 있었던 것도 역시 사실일 것이다.


다만, 아무 기억도 없는 나로서는 나를 향한 박정준 형사의 의심이 억울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었다.


“우선 어떻게 된 일인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좋겠어요.”

“알아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당신이 이 모든 일의 원인이니까!”

“그 기억 어디에서 제가 모든 일의 원인이라는 증거가 있었나요? 제가 보기엔 그 기억만으로는 아직도 그저 의문투성이일 뿐인데요.”


박정준 형사는 내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며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 기억을 당신도 봤다고?”


마치 꿈을 꾸듯 눈이 감긴 채 기억을 복원하던 박정준 형사는 내가 스크린을 통해 그의 기억을 봤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네, 스크린에서 복원된 기억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재생됐어요.”


나는 손가락으로 벽면의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본 장면들이 아저씨가 눈을 감았을 때 떠올랐던 기억과 같다면, 그렇게 제가 꾸민 일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 않나요?”


혹시라도 스크린에서 나타났던 장면 이외에 다른 기억이 복원됐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나는 재차 박정준 형사를 향해 물었다.


내 물음에도 여전히 머뭇거리며 답을 하지 못하는 박정준 형사의 반응을 봤을 때, 아마 박정준 형사 역시 내가 스크린을 통해 함께 봤던 장면 외의 다른, 결정적인 증거가 포함된 기억을 본 것 같지는 않았다.


“형사님, 이러지 말고 같이 지금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자구요. 이렇게 의심만 해서는 상황이 해결될 것 같지 않아요.”


나는 기세를 이어 박정준 형사를 진정시키기 위해, 부드러운 말투로 그를 설득하려 했다.


“김수혁···. 나는 처음부터 네가 수상했어. 형사 시절의 기억은 안 나지만, 형사의 직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내 기억을 보고 확신이 들었어. 준호의 기억이 없어진 것도 네가 이 장치로 꾸민 일이고, 내 기억을 지워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다가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 상황이 어느 정도는 설명되잖아.”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정준 형사는 여전히 나를 향한 의심을 조금도 거두지 않은 모양이었다.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억울하게 그의 의심을 참아내던 내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


“아저씨, 아까부터 절 거의 범죄자 취급하시더니, 이제는 아예 확신하셨나 보네요? 무슨 근거로 그러시는지 설명이라도 좀 해 주세요. 저는 아저씨가 정말 형사인지도 의문이네요. 아, 아니다. 형사들은 원래 이렇게 추측으로 사람 몰아붙여서 자백을 받아내는 사람들이니까. 아, 이해가 되네요. 아저씨 형사 맞네요.”

“뭐 이 자식아? 말조심해!”


고갈된 인내심에 잔뜩 독이 올라 박정준 형사를 비꼬는 내 말이 그의 심기를 잔뜩 건드렸는지, 박정준 형사가 큰 소리로 나를 향해 경고했다.


“왜요? 제가 틀린 말 했나요? 형사로서의 직감이건 뭐건 지금까지 이곳에 갇혀서 아저씨가 형사로서 뭘 했나요? 뭐라도 먼저 해결할 의지를 보인 적이라도 있어요? 항상 제가 먼저 나서서 어떻게든 해보자고 한 것 같은데. 그러고도 형사의 직감이니 뭐니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말을 하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손에 힘이 들어가며 주먹을 꽉 쥔 채, 나는 계속해서 박정준 형사를 몰아붙이며 비난하고 있었다.


“그만하지.”


한동안 아무 대답이 없던 박정준 형사는 그렇게 짧게 말하고는 다시 입을 닫았다.


박정준 형사는 그대로 등을 돌려 나를 외면하고는 기억 관리 장치 쪽으로 걸어가 장치 위에 앉았다.


나는 그제야 꽉 쥐고 있던 주먹에서 힘을 풀었다.


“확실하게 기억이 돌아오면, 네가 꾸민 일이라는 게 밝혀지면 그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꾸민 일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차라리 그 진실을 알게 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 기억도 흔적도 없이,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할 방법은 없어 보였다.


박정준 형사가 다시 기억 관리 헤드셋을 착용했다.


이용자 확인 절차가 모두 끝난 뒤, 박정준 형사는 홀로그램 화면에 뜬 기억 복원 버튼을 눌러 기억 복원 절차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 삐 -


기억 관리 장치에 무언가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었다.


경고음과 함께 박정준 형사가 착용한 기억 관리 헤드셋에 빨간색 불이 들어왔다.


기억 관리 장치 스크린에서는 경고 메시지가 출력되고 있었다.


[바이탈 체크 부적합 기록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잠시 후, 이용 바랍니다.]

[마지막 이용 종료 기록, 2031년 9월 1일 21:01]

[현재 시각 2031년 9월 1일 21:22]

[복원 기능 재개 시각 2031년 9월 1일 22:02]


“뭐야 이건. 그렇게 잠깐밖에 못 봤는데, 40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고?”


박정준 형사가 짜증이 난 듯, 기억 관리 장치를 주먹으로 쿵 내리쳤다.


“제가 해 볼게요.”


내 말을 들은 박정준 형사가 기억 관리 장치에서 내려오고, 내가 그 자리를 채웠다.


기억 관리 헤드셋을 머리에 착용하자. 이용자 확인 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용자 확인 중···.]

[이용자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김수혁 님, 기억 관리 시스템 접속이 완료되었습니다.]

[Master 계정 이용자, 고급 기능 사용 가능]


박정준 형사가 처음 기억 관리 시스템에 접속했을 때와 같이 시스템에는 신분증에 적혀 있던 내 이름이 출력되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박정준 형사 때와는 달리 접속 완료 메시지 아래에 마스터 계정 이용자라는 문구가 추가되어 있었다.


‘마스터 계정? 이게 뭐지?’


사실, 조금은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잠시나마 기대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사실은 김수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박정준 형사가 기억을 본 뒤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을 잃은 나와 박정준 형사, 그리고 박정준 형사의 기억에 나타난 준호라는 사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내 기억 속에서 실제로 내가 범죄자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장치가 정확히 이용자의 정체를 검증하고 있는 것이 맞다 가정한다면, 그런 내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었다.


“역시, 수상하단 말이야. 마스터 계정이라···. 어디 기억 복원을 한번 해 보라고. 무슨 기억이 나올지 확인한 뒤에 이야기하자며? 왜? 범죄가 들통날까 봐 무서워?”


마스터 계정이라는 메시지에 나를 향한 박정준 형사의 의심이 더 증폭된 것 같았다.


나는 그저 대답 없이 기억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내 수상한 행적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안은 채, 손을 뻗어 기억 복원 버튼을 눌렀다.


경고 메시지를 확인한 뒤, [Yes] 버튼을 누르자, 머리에 쓰고 있던 기억 복원 장치에서 미세하게 진동과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기억 복원 시스템 가동]

[바이탈 체크 OK]

[김수혁 님의 기억 복원을 시작합니다.]


홀로그램 화면의 메시지가 나타나자마자 잠에 빠지듯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이런, 느낌이구나.’


완전히 잠에 빠지지는 않은, 그렇다고 완전히 깨어있지도 않은 것 같은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내 머릿속에서 꿈을 꾸는 듯,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 탕 -


내 기억은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시작되었다.


총소리가 귓가에 생생히 느껴졌다.


기억 복원 장치를 통해 보는 기억은 마치 현실과 착각될 정도로 훨씬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내가 있던 곳은 어느 판잣집 촌, 시간은 어둑어둑 해가 저물고 있는 저녁 무렵인 것 같았다.


“뭐지?”

“총소리 같은데?”


옆에서 들린 대답 소리에 고개를 돌린 내 눈에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남자는 20대 중반에서 많게 봐야 30대를 갓 넘겼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친구? 아니면 형제인가?’


누군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얼굴만 보고도 무언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가보자.”


내가 그 남자를 향해 말하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와 함께 총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길 구석에 검은색 대문의 집에서 뛰쳐나오는 두 남자가 보였다.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지, 우리는 잠시 골목길 입구에 몸을 숨겼다.


“제기랄, 저거 실탄이지?”

“실탄이든 뭐든, 저 새끼 지금 돌았어. 빨리 튀어야 해!”


인적이 드문 해 질 무렵의 골목길인 데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숨어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가 꽤 생생하게 들렸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다급해 보이는 두 남자는 급히 우리가 숨어있던 곳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검은 대문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아마도 그들을 쫓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한 손에 권총을 든 채 나타난 남자.


조금 전, 총성을 울린 사람은 아마 그 남자였던 것 같았다.


대문 밖으로 나온 남자는 쫓고 있던 그들이 달아난 방향을 찾기 위해서인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우리가 숨어있던 방향을 향하는 순간, 나는 그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박정준 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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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형사 맞아요? 20.05.25 28 0 12쪽
4 기억 관리 장치 20.05.24 26 0 12쪽
3 상자 밖의 상자 20.05.24 24 0 12쪽
2 상자 안의 두 사람 (2) +2 20.05.23 29 0 12쪽
1 상자 안의 두 사람 (1) +1 20.05.23 6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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