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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아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과 영혼의 상관관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독아
작품등록일 :
2020.05.23 17:48
최근연재일 :
2020.06.03 18:3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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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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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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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

DUMMY

*** 잠입 ***


- 퍽 -


둔탁한 타격음이 공간 내부에 울려 퍼졌다.


준호씨가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던 남자의 움직임을 재빨리 파악하고 파이프를 휘둘러 그의 목을 공격했던 것이었다.


준호씨의 눈앞에는 파이프에 목을 맞고 쓰러진 남자가 보였다.


준호씨는 남은 한 남자를 주시하면서 조금씩 출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남자가 조금의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준호씨는 파이프를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크게 휘둘러 그를 위협했다.


“저러면 금방 힘이 빠질텐데···.”


화면을 통해 준호씨의 행동을 지켜보던 박정준 형사가 중얼거렸다.


박정준 형사의 말대로 준호씨는 무거운 파이프를 휘두르는데에 힘을 꽤 썼는지 처음보다 움직임이 둔해진 것처럼 보였다.


- 휙 -


- 퍽 -


- 땡그랑 -


박정준 형사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남자는 준호씨의 둔해진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했는지 준호씨가 파이프를 한 번 휘두른 뒤의 빈틈을 노려 준호씨의 팔을 발로 차 파이프를 떨어뜨리도록 만들었다.


준호씨가 파이프를 떨어뜨리자마자 남자가 준호씨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준호씨는 두 팔로 그를 저지하려 했지만, 남자는 어느 틈에 준호씨의 양팔을 붙잡았고 두 사람 사이에 힘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준호씨는 남자에게 밀려 조금씩 뒤로 밀리는 듯, 문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준호씨는 커다란 덩칫값을 하듯 붙잡힌 양팔에 힘을 주며, 오히려 반대로 남자를 다시 벽으로 밀기 시작했다.


“젠장.”


남자는 상황이 불리하다고 생각했는지 붙잡고 있던 준호씨의 팔을 뿌리치듯 놓았다.


그리고 그 틈에 준호씨와 거리를 벌리며 옆으로 이동한 뒤, 자세를 낮추고 격투 자세를 취했다.


아무래도 힘으로는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격투로 승부를 보려는 모양이었다.


준호씨도 자세를 잡으며, 두 사람 간에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나는 싸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분명 순간적인 한 번의 움직임으로 싸움의 승패가 갈릴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를 효과적으로 저지할만한 무기가 없어진 지금, 준호씨는 섣불리 출구 쪽으로 달려 도망치기에도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잠시 소강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남자가 먼저 싸움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듯, 복싱 스텝을 밟으며 서서히 준호씨와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 훅 -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주먹이 준호씨의 얼굴 쪽을 향해 날아왔다.


준호씨는 빠르게 몸을 낮추며 남자의 주먹을 피했다.


“오, 준호가 격투기를 조금 배웠나 본데? 역시 내 아들이야!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구만.”


박정준 형사는 준호씨의 긴박한 기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사람처럼 마치 격투 경기를 보는 듯, 준호씨를 응원하듯 이야기했다.


“아저씨, 조용히 지켜보자구요. 실제 기억일지도 모르잖아요.”

“아, 그렇지···. 나도 모르게 그만···.”


내가 박정준 형사를 나무라자 박정준 형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화면에 나타나고 있는 두 사람은 빈틈을 노려 한두 차례씩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두 사람 모두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승부가 나지는 않는 상황이었다.


- 휙 -


남자가 빠르게 스트레이트로 주먹을 뻗어 준호씨를 공격했다.


준호씨는 가까스로 남자의 공격을 옆으로 몸을 돌리며 피했다.


- 퍽 -


그리고 회피와 동시에 준호씨가 날린 왼손 어퍼컷이 남자의 턱에 정확하게 적중했다.


“윽.”


남자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고, 이제 다음 공격으로 확실하게 남자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퍽 -


하지만 준호씨가 아직 공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둔탁한 타격음이 들렸다.


“뭐야, 이거 음성 싱크가 틀어졌나?”

“어어, 뭐야 왜 준호가 비틀거려?”


- 퍽 -


다시 한번 타격음이 들리자 재생되던 준호씨의 기억은 그 순간 종료되었다.


영상과 음성 간의 싱크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도 충분했을 상황이었지만, 그 상황을 뒤집을 무언가의 변수가 일어났던 모양이었다.


“와, 이게 이렇게 끝나네···.”


박정준 형사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준호씨가 다쳤을 당시의 기억인 것 같아요.”

“저 상황 뒤에 아마 저와 동생이 준호씨를 데려갔겠죠.”

“그런데 저기 저렇게 덩치들이 있었는데, 저들은 준호를 저렇게 내버려 두고 어디로 달아난건가?”

“아저씨한테 쫓겨 나왔잖아요. 제 기억 속에서 아저씨가 저 장소에서 나와 두 사람을 쫓았잖아요.”

“어? 가만있어봐. 그 기억에서 봤던 두 사람이 지금 준호를 공격한 두 녀석인 것 같은데?”

“네? 그 얼굴이 기억이 나요?”

“어, 그래···. 아, 그랬어···.”


박정준 형사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저씨, 이번에는 정말로 뭔가 발견한 것 같은 표정이네요.”

“아 그래. 기억이 살아났어. 마포패거리파···.”


박정준 형사는 지금까지 내가 그에게서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놀라운 말을 하고 있었다.



***


박정준 형사는 그 당시 그 두 남자가 속했던 조직을 수사하던 중이었다.


어떤 루트로 그곳에 잠입하게 되었는지 그 전의 상황에 대한 기억은 없었지만, 그는 동료 형사 한 명과 마포패거리파라는 그 조직으로 운송되고 있던 의문의 커다란 상자 안에 들어가, 그들의 비밀 아지트로 진입하고 있었다.


내부 진입이 성공한 뒤, 박정준 형사는 상자 안에서 바깥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외부의 소리에 집중했다.


“대식이 형님한테 말씀 안 드려도 됩니까?”

“뭐, 한두번 이렇게 한 것도 아니고, 일일이 다 말씀드리면 대식이 형님도 귀찮아하시잖아.”

“이쪽 구역에 있는 시신들로 하면 되겠어. 내가 꺼내고 있을 테니까, 관 뚜껑 좀 열어놔라.”


대화가 끝난 뒤, 조직원 한 명이 박정준 형사가 숨어들었던 상자를 열었다.


“안녕?”


박정준 형사는 자신과 눈이 마주친 조직원에게 놀리듯 말하더니, 몸을 일으켜 조직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컥 소리를 내며, 조직원이 비틀거렸다.


박정준 형사의 등장에 반대편에 있던 조직원이 뒤를 돌며 박정준 형사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뭐여? 이 쥐새끼는?”


조직원 두 사람이 일제히 박정준 형사를 향해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박정준 형사는 형사 짬밥을 날로 먹은 것이 아니었다.


먼저 달려들던 조직원의 공격을 고개를 숙여 피한 뒤, 그의 복부를 주먹으로 힘껏 가격했다.


박정준 형사의 단 일격에 조직원 한 명이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뒤이어 달려오던 조직원은 예사롭지 않은 빅정준 형사의 격투 실력에 당황했는지, 달려들던 속도를 줄이며 박정준 형사와 거리를 벌렸다.


“야, 뜸 들이지 말고 덤벼! 너도 어차피 저 꼴 날 거야.”


박정준 형사가 쓰러진 조직원을 가리키며 그를 향해 도발하자, 그는 허리춤에 감추고 있던 단도를 손에 꺼내 들었다.


“하, 짜식, 치사하게 무기를 쓰네?”


박정준 형사는 조금 전 공격적인 자세에서 조금 더, 몸의 중심을 낮추며 방어 위주의 자세를 취했다.


순간, 조직원이 폭발적인 속도로 몸을 날리며 흉기를 든 손을 박정준 형사를 향해 찌르듯 뻗었다.


박정준 형사는 시계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공격을 피했다. 흉기에 힘을 실어 달려들던 조직원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린 사이, 박정준 형사는 그의 뒤쪽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그의 목덜미를 손으로 낚아챘다.


조직원은 도계장의 닭처럼 박정준 형사에게 뒤에서 목과 머리를 잡힌 모양새가 되었다.


뒤이어 박정준 형사가 조직원이 들고 있는 흉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쪽 팔을 뒤에서 잡아당기려는 찰나, 조직원이 순간적으로 자세를 확 숙이며 팔을 유연하게 꺾어 박정준 형사의 허벅지 부분을 칼로 찔렀다.


“윽!”


박정준 형사는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잡고 있던 조직원을 그만 손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다.


조직원은 박정준 형사가 주춤하는 사이 흉기를 크게 휘드르며 연계 공격을 시도했다.


박정준 형사는 거의 바닥에 눕다시피 하면서 공격을 피한 뒤, 완전히 누운 상태에서 다리로 지면을 박차며 조직원과의 거리를 벌렸다.


“야, 이거 제법이네?”


박정준 형사는 바닥에서 일어나며 찔린 허벅지 부분을 손으로 문지르며 비틀거렸다.


그 모습에 조직원은 박정준 형사가 다리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는지 손에 흉기를 꽉 쥐고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 퍽 -


그때, 한순간에 박정준 형사의 눈앞에서 조직원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바닥에 고꾸라진 조직원의 뒤에 박정준 형사의 동료 형사가 서 있었다.


“야, 왜 이렇게 늦게 나와? 쫄려 뒤지는 줄 알았네.”

“아, 미안. 나올 타이밍을 놓쳤어. 다친 것 같은데 괜찮아?”


동료 형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칼에 찔린 박정준 형사의 허벅지 쪽을 바라봤다. 찢어진 바지 틈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 이거 겁나 따끔따끔거려. 뭐 못 걸을 정도는 아니니까. 여기 좀 살펴보자고.”


박정준 형사는 다친 다리를 절뚝이며 주변 벽면에 빼곡하게 설치되어있던 커다란 서랍 하나를 당겼다.


“뭐야 이거···. 사람 아니야?”


박정준 형사가 놀란 듯 말하자, 동료 형사가 옆으로 다가왔다.


“이거, 사람 맞네. 맞아.”


동료 형사는 사람처럼 보이는 그것에 손을 가져다 대어 만져보기 시작했다.


“시신이야. 이거 이 새끼들 이거 드디어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나와버렸네.”

“좋아. 어서 사진부터 찍어두자.”


박정준 형사와 동료는 분주하게 내부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으악!”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몇 분 정도 지날 무렵, 동료 형사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박정준 형사가 뒤를 돌아보자 쓰러졌던 조직원 중 하나가 피가 뚝뚝 흘러 떨어지고 있는 흉기를 든 채 서 있었고, 동료 형사는 등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모습이 보였다.


“아, 똘마니들을 잊고 있었네···. 벌써 일어났냐?”


박정준 형사는 그렇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조직원 쪽으로 도약하듯 뛰어올랐다.


당황한 조직원은 공중으로 도약한 박정준 형사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지만, 박정준 형사는 공중에서 그대로 몸을 비틀며 조직원의 공격을 회피한 뒤, 다시 한번 더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뒤꿈치로 조직원의 머리를 정확히 공격했다.


박정준 형사의 공격을 받은 조직원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형사! 괜찮아?”


박정준 형사가 쓰러진 이형사를 향해 달려가며 그의 상태를 살펴봤다.


이형사의 옷이 출혈로 인해 축축해져 있었다. 생각보다 부상이 심각한 것처럼 보였다.


“아, 못 움직이겠어···.”


그때, 이형사가 아직 의식이 남아 있는지 박정준 형사를 향해 힘겹게 말했다.


“이형사! 빨리 나가자. 일어날 수는 있겠어? 여기서 더 시간이 지체됐다가는 정말 위험하겠어.”


박정준 형사는 힘겹게 이형사를 일으켜 부축한 뒤, 출구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출구를 열자. 한 무리의 남자들이 그들을 기다렸다는 듯 박정준 형사의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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