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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아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과 영혼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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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아
작품등록일 :
2020.05.23 17:48
최근연재일 :
2020.06.03 18:3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46
추천수 :
7
글자수 :
68,280

작성
20.05.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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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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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아저씨와 괴한들

DUMMY

*** 아저씨와 괴한들 ***



“김수혁 대표, 맞지? 역시 당신이 우리 준호를 납치했어!”


박정준 형사의 기억은 기억 복원 중단되었던 마지막 장면부터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박정준 형사는 기억 속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다짜고짜 내 멱살을 잡았다.


주변에 있던 경호팀이 박정준 형사를 말리기 위해 황급히 달려들었다.


“아, 괜찮습니다. 이거 놓고 말씀하시죠.”


나는 내 멱살을 잡은 박정준 형사의 팔을 잡으며 박정준 형사를 향해 다가오던 경호팀을 만류했다.


내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박정준 형사는 여전히 나를 잡고 있던 손을 놓지 않은 채, 나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보시죠. 보아하니 그쪽이 우리 준호를 여기다 데려다 놓은 것 같은데.”

“우선, 자리를 옮기시죠.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데, 이렇게 주목을 이끌 필요까진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침착한 표정으로 박정준 형사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박정준 형사가 여전히 손을 놓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나는 박정준 형사의 팔을 잡고 힘껏 뿌리쳐냈다.


“이쪽으로 오시죠. 경무씨도 같이 오세요.”


내가 뒤를 돌아 앞장서며 박정준 형사와 준호씨를 향해 말했다.


박정준 형사는 그제야 주변의 웅성거림을 인식했는지 준호와 함께 내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


박정준 형사의 기억 속의 나, 그리고 박정준 형사와 준호씨가 도착한 곳은 내 집무실로 보이는 듯한 곳이었다.


“김수혁이라고 합니다. RK그룹 임시 대표직을 맡고 있구요.”


내가 박정준 형사를 향해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임시 대표’라는 내 말에 나에게 또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임시 대표라면 실제 대표가 따로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실제 대표는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현재 상황에서 바로 풀릴만한 의문은 아니었기에 나는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다시 박정준 형사의 기억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박정준 형사는 대답 없이 내가 내민 명함을 훑어보고 있었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차라도 한잔하면서 말씀 나누시죠.”


내 말을 들은 준호씨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 제가 할게요. 오늘은 경무씨도 제 손님으로 오신 거니까요.”


준호씨는 내 이야기를 듣고 차를 준비하려던 모양이었고, 나는 그런 준호씨를 다시 자리에 앉히고는 손수 차를 준비하기 위해 집무실 한편에 설치된 바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


“커피, 괜찮으시죠?”

“거, 아무거나 주세요.”


내 물음에 박정준 형사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경무씨도?”


내가 뒤를 돌아보며 준호씨에게 묻자 준호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 참, 경무가 뭐야 이름이. 촌스럽게.”


박정준 형사는 준호를 경무라고 부르는 것이 불만이었는지, 기분 나쁜 듯 중얼거리고는 다시 준호씨를 향해 말을 건넸다.


“준호야. 정말 기억이 없니?”

“네, 죄송해요.”


그사이 내가 커피 석 잔을 준비해 테이블 쪽으로 앉았다.


“드세요.”


박정준 형사와 준호씨는 내가 건넨 커피를 받았다.


박정준 형사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거, 무슨 일인지 좀 들어봅시다. 준호가 왜 여기에 있는지 말이오.”

“네, 그보다 우선 이렇게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경무씨 아버님인 줄 진작 알았더라면 제가 바로 나갔을 텐데, 죄송합니다. 아, 경무씨가 아니라 아버님 말씀대로면 이제 준호씨라고 불러야겠네요.”


나는 한결 부드러워진 톤의 목소리로 박정준 형사를 향해 말을 계속했다.


“우선은 무엇부터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네요. 준호씨가 여기 오시기까지 조금 큰 사고가 있었거든요.”

“말씀해보시죠.”


박정준 형사가 자세를 고쳐앉으며 대답했다.


“일전의 판잣집 촌 총격 사건 혹시 들어보셨나요?”


박정준 형사가 아무 대답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도 사실 그 근처에 있었거든요. 근처를 지나가다 총소리를 듣고 우연히 문이 열려 있던 집을 발견했어요. 혹시라도 그 집에서 무슨 사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그 집에 들어갔구요.”

“그럼 그때 준호를 발견했다는···”


박정준 형사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 제가 도착했을 때, 이미 준호씨는 머리에 피를 많이 흘린 채 의식이 없던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건강을 되찾은 겁니까?”

“사실, 저희 회사에서 의료 연구센터도 운영하고 있거든요. 준호씨를 발견한 즉시 이쪽으로 데려와서 치료를 시작했어요. 큰 수술도 한 번 있었고···.”

“아···.”

“저희도 준호씨 가족을 찾아드리려고 노력하고 있긴 했지만, 신분을 알 수 있을만한 별다른 단서도 기억도 없으셨던 상황이기도 했고, 우선은 심리적인 안정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준호씨를 위한 저희 회사의 사회적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럼 실종 신고는···.”


뭔가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 전과는 달리 조심스러운 톤으로 박정준 형사가 나를 향해 물었다.


“실종자 신고는 저희 관리팀에서 진행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은 저도 자세히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기억 속의 나는 분명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 듯 얼버무리며 대답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튼, 이렇게라도 가족을 찾게 돼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더 빨리 가족을 찾아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합니다. 준호씨께도 아버님께도 모두요.”


나는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했다. 내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박정준 형사는 지금까지 아들의 생명을 구해준 나를 납치범으로 의심하고 있던 셈이었다.


다만, 의식을 잃은 준호씨를 옮기며 내가 했던 의문의 행동,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찾아주지 못했다는 내 설명은 무언가 의도적으로 가족으로부터 준호씨를 숨기려 했다는 의심을 가지기에도 충분했다.


‘여기서 박정준 형사와 또 언쟁을 벌이려나···.’


내 우려와는 달리 박정준 형사의 입에서는 예상 밖의 말이 나왔다.


“사실, 그 총격 사건 제가 저지른 일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박정준 형사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박정준 형사는 자신의 명함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서울 마포경찰서 형사, 박정준입니다.”


내가 박정준 형사의 명함을 받아보고는 테이블 위에 내려두자, 박정준 형사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수사와 관련되어 있어서 할 수는 없지만, 준호가 사건에 휘말려서 쓰러진 모습을 보고 이성을 잃어서 총격 사건을 벌였어요.”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사실 준호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도 못 했었는데,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 해도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수혁씨 덕분에 준호가 이렇게 살아있던 건데, 제가 큰 오해를 하고 있었네요.”


박정준 형사는 나에게 사과하며 악수를 청했다. 나는 그런 박정준 형사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닙니다. 저는 당연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나저나 준호는 여기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던 건가요?”


박정준 형사는 마음이 조금 편해진 듯, 집무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네, 저희 채용 프로그램 중 하나에요. 사회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드리고, 그런 교육을 통해서 직원으로까지 채용하는 거죠.”

“아, 그래서 준호가···.”


박정준 형사는 다시금 고맙다는 듯 내 손을 잡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나저나, 아버님, 앞으로 준호씨 말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수혁씨.”

“우선은 집으로 돌아가야 하긴 하겠지만, 계속 저희 쪽에서 근무도 하는 것이 어떨까 해서요. 기억에 대한 부분의 치료도 마침 저희 쪽에 전문가가 있어서 그게 준호씨에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데···.”

“아, 그 부분은 준호 본인만 괜찮다면 저는 찬성입니다.”


박정준 형사는 그렇게 대답하며 준호를 바라봤다.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여기 어느 정도 적응하기도 했고, 제 상태도 세심하게 봐주고 계시니까.”


대화 내내 조용했던 준호씨는 이제야 생각 정리가 거의 다 된 듯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아직 어색하지만, 노력해 볼게요.”

“아니다. 기억만 되찾으면 괜찮아질 거니까,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내가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


“준호씨, 이제 일어나시죠.”


내 이야기에 준호가 먼저 일어선 나를 올려보았다.


“오늘은 집으로 퇴근해야죠. 시간도 늦었는데, 어서 서둘러요.”


나는 준호씨와 박정준 형사를 향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집무실에서 나와 복도를 걷기 시작한 우리 세 사람의 맞은편에서 한 남자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저씨!”


멀리서 다가오던 남자를 알아봤는지, 내가 반가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래, 수혁아 말도 없이 그리 급하게 나가길래 걱정했다. 돌아가기 전에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여기 있었구나?”


그때, 박정준 형사가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분이 여긴 어떻게?”


남자는 정준을 바라보고는 할 말을 잊은 듯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때, 누군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틈도 없이 남자의 뒤쪽으로 소란스러운 기척이 일더니 한 무리의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복도 조명의 짙은 그림자에 남자들의 모습은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각자 파이프, 각목 등으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뭐야? 저것들은?”


박정준 형사가 불편한 기색으로 말을 하고는 나와 조금 전의 내가 아저씨라고 부른 그 남자를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당신들이 불렀어요? 저놈들?”

“아니요. 아저씨, 오시면서 이상한 낌새 없었어요?”


내 질문에 아저씨가 고개를 저었다.


남자들은 여전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점점 그들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선두에 선 남자의 얼굴에 조명이 비추어지며, 그 얼굴이 드러났다.


어딘가 낯이 익은 듯한 얼굴.


남자는 판잣집 촌에서 박정준 형사를 피해 달아나던 두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저 새끼 잡아.”


남자가 우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둔기를 든 남자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남자의 눈은 분노로 불타오르는 듯, 매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도망쳐요!”


내 외침과 함께 우리는 복도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복도 끝 계단 입구에 다다른 우리는 서둘러 계단을 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 아마 나를 잡으려는 게 분명합니다. 당신들은 다른 층을 통해 도망치세요. 내가 아래로 유인할 테니까! 준호 너도, 이분들과 함께 피해라.”


박정준 형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우리를 향해 말했다.


“혼자서 어쩌시려구요? 같이 내려가시죠.”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박정준 형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은 흩어져서 도망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동료 형사들에게 호출 메시지를 보내뒀으니까. 금방 도착할 겁니다.”

“경찰이 오더라도 지금은 영업이 종료되어서 입구로 들어오기 어려울 텐데, 괜찮을까요?”

“우선, 경찰이 올 때까지는 어떻게든 몸을 피해야 해요.”


우리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계단 위쪽에서부터 괴한들의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빨리. 이쪽으로 들어가 숨어있어요!”


박정준 형사는 복도 문을 열고 우리를 거의 반강제로 밀어 넣고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는 괴한들을 유인하기 위해서인지 더 크게 발소리를 내며, 홀로 아래층을 향해 계속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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