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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아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과 영혼의 상관관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독아
작품등록일 :
2020.05.23 17:48
최근연재일 :
2020.06.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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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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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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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복원 기록

DUMMY

*** 복원 기록 ***


사용 기록 메뉴에 접근하자 지금까지 나와 박정준 형사가 기억을 복원했던 기록이 보였다. 우리가 기억 복원을 했던 것은 합쳐봐야 4번, 하지만 사용 기록에는 우리가 사용한 기록보다 더 많은 기록이 남아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 기록을 읽어내려갔다.


[기억 복원] [김수혁] [시작 : 2031-08-31 / 23:20] [종료 : 2031-09-01 / 00:10]

[기억 복원] [박정준] [시작 : 2031-08-31 / 22:05] [종료 : 2031-08-31 / 23:15]

[기억 복원] [김수혁] [시작 : 2031-08-31 / 21:08] [종료 : 2031-08-31 / 21:38]

[기억 복원] [박정준] [시작 : 2031-08-31 / 20:45] [종료 : 2031-08-31 / 21:01]

[기억 복원] [박준호] [시작 : 2031-08-31 / 11:25] [종료 : 2031-08-31 / 18:00]

[기억 복원] [김진석] [시작 : 2031-08-31 / 10:11] [종료 : 2031-08-31 / 11:20]

[기억 전송] [김진석] [시작 : 2031-08-31 / 05:22] [종료 : 2031-08-31 / 09:10]

[기억 재생] [김진석] [시작 : 2031-07-29 / 14:02] [종료 : 2031-07-29 / 16:33]

[기억 저장] [김진석] [시작 : 2031-07-28 / 10:12] [종료 : 2031-07-28 / 23:15]

···


그리고 내 눈을 가장 사로잡는 기록이 하나 있었다. 바로 준호씨의 기억이 복원된 기록이었다.


[기억 복원] [박준호] [시작 : 2031-08-31 / 09:20] [종료 : 2031-08-31 / 18:00]


“아저씨, 화면 보이세요?”


나는 기억 복원 장비를 착용한 채, 박정준 형사를 향해 말했다.


“그래, 기록들이 사실이라면, 준호가 이곳에 있던 게 분명해!”


박정준 형사가 조금 상기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어째서 저와 형사님만 남아있는 걸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아, 형사님. 기록에 남아있는 시간으로 보면, 준호씨는 우리가 깨어나기 얼마 전에 이곳에서 빠져나간 것 같은데요?”

“음, 준호가 기억을 복원한 날짜가 8월 31일이고 처음으로 내가 기억 복원을 시작한 것도 8월 31일, 오후 8시 45분이니까···. 분명 준호도 같은 날 바로 이곳에 있었다는 의미군.”

“네, 그리고 우리가 깨어났던 때, 창밖에서 저녁노을이 보였으니까. 준호씨가 기억 복원을 종료했던 오후 6시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은 시간이었을 거예요.”


박정준 형사를 향해 그렇게 말하던 그 순간,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이 뇌리를 스쳤다.


“형사님, 그런데 이 장치를 사용하려면, 준호씨는 우리가 갇혀있던 컨테이너 같은 곳이 아니라, 기억 복원 장치가 있는 이 기계실 같은 곳에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어쩌면 처음부터 준호씨와 우리는 다른 장소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얘기를 듣고 보니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많구먼···.”


내가 제기한 의문에 박정준 형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수혁씨, 그런데 김진석이라는 사람은 누구지?”


박정준 형사가 기억 복원 장치 사용 기록에 있는 ‘김진석’이라는 이름을 말하자. 머릿속에서 그것이 할아버지의 이름일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저희 할아버지 이름인 것 같아요!”


기억 복원 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고, 머릿속의 직감만으로 어렴풋이 그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무언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무엇이라도 떠올리기 위해 집중하며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리고 내 손가락이 김진석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복원 항목을 가리키자, 화면에 메시지 하나가 나타났다.


[복원 기록을 확인하시겠습니까?]

[Yes] [No]


‘복원 기록 확인? 이런 것도 가능했던 건가?’


나는 고민할 생각도 없이 [Yes] 버튼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 지잉 -


기억 복원 장치의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복원했던 기억 장면들의 섬네일 화면이 나타났다.


할아버지라고 생각되는 ‘김진석’이라는 사람의 기억은 그리 많은 기억을 복원하지는 않았는지 필름처럼 펼쳐진 그 기억의 범위는 길지 않았다.


그리고 비록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나와 박정준 형사의 기억과는 달리 섬네일 화면은 비어있는 부분이 없이 기억의 장면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형사님.”

“그래, 한번 확인해 보자고, 무엇이든 단서가 있을 거야.”


나는 복원된 기억의 가장 앞부분을 터치해 기억 복원 기록 확인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기억 복원 장치의 홀로그램 화면과 뒤쪽의 스크린에는 복원했던 ‘김진석’이라는 사람의 기억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기억 복원 기능처럼 뇌에서 기억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복원했던 장면을 재생하는 것이었기 때문인지, 기억을 복원할 때처럼 잠이 들 듯 눈이 감기지는 않았다.


나는 이제 막 시작되는 그의 기억의 장면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기억은 그가 개인 사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서류를 보고 있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잠시 후, 누군가 찾아왔는지 사무실 문을 통해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사무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가 문 안으로 들어오고 그의 얼굴을 본 나는 낯이 익은 그 모습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내 복원된 기억에서 나타났던, 내가 아저씨라고 부르던 남자였다.


<마익근 팀장>


그의 연구복에 달려있던 명찰은 그가 어떤 시설의 팀장으로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원장님, 나로 우주센터 승인까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익근 팀장 호칭으로 봐서, 할아버지라고 추정되는 그 남자는 마익근 팀장이 근무하고 있던 곳의 원장직을 맡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래, 그럼 이제 최종 단계만 남겨두고 있군. 날짜는?”

“처음 계획했던 9월 1일 발사 예정입니다.”

“좋아, 잘 됐군. 그동안 고생 많았네. 마팀장.”

“아닙니다. 원장님께서 많이 수고해주신 덕분이죠.”

“다들 수고해준 덕분이지. 이렇게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어.”

“네, 그럼 발사 전에 장비 점검과 궤도 분석에 대해서 다시 한번 검토를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조금만 더 수고해주게. 아, 그리고 마팀장, 나는 발사 전에 잠시 서울에 올라가서 손주들 좀 보고 올 생각인데, 자네는 괜찮은가?”


김진석 원장의 질문에 마익근 팀장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저는 괜찮습니다. 천천히 다녀오십시오. 준비는 제가 책임지고 확실히 해 두두로고 하겠습니다.”

“그래, 자네라면 걱정 없지.”


김진석 원장은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마익근 팀장으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다시 책상 위의 서류들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익근 팀장은 여전히 무언가 할 말이 남은 듯, 머뭇거리며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김진석 원장이 신경이 쓰인 듯,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자 마익근 팀장이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저, 그보다 일전에 말씀드렸던···.”


“아, 마팀장···.”


김진석 원장은 말하기가 미안한 듯,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팀장, 자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내 대답은 여전히 같다네. 자네의 부탁은 연구 윤리를 깨트리는 일이야. 그리고 만약 내가 도와줘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기억이 온전할지 장담할 수도 없고, 더 심각한 상태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김진석 원장의 대답에 마익근 팀장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결국, 마익근 팀장은 실망했는지 고개를 푹 떨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얘기를 또···.”

“죄송하긴···. 마팀장, 의료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 않은가? 희망적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네. 지금까지 그래왔듯 말이야.”


김진석 원장이 미안한 듯 이야기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 그렇지. 일전에 내가 소개해준 파라다이스 측 의료진들은 뭐라고 하던가?”

“아, 연구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고는 들었습니다. 미약한 성과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마익근 팀장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기운이 없어 보였다.


“원장님, 우선 댁에 다녀오십시오. 그때까지 제가 모두 완벽하게 준비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왠지 모르게 마익근 팀장은 화제를 돌리려는 듯, 급히 이야기의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 자네만 믿고 맡겨두겠네. 나도 어느 정도 정리는 해 두어서 준비할 게 많진 않을 거야.”


김진석 원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 마익근 팀장의 근처로 다가가 다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마팀장,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 외에는 <리턴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을 비밀로 두는 것 잊지 말게.”

“네, 원장님.”


김진석 원장의 당부에 마익근 팀장이 짧게 대답했다.


마익근 팀장의 목소리는 조금 전과는 달리 무언가 신뢰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어서 김진석 원장은 한쪽에 준비해 두었던 짐을 들고는 마익근 팀장과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


기억을 앞으로 조금 돌리자, 화면에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김진석 원장은 차량 앞에서 마익근 팀장을 격려하듯 손을 꼭 잡아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그래, 마팀장, 마무리 잘 부탁하네.”


김진석 원장은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차량에 올라타 어디론가 차를 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김진석 원장은 차를 운전하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따르릉, 따르릉 -


전화벨 소리가 몇 차례 울린 뒤,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 할아버지! 헤헤. 무슨 일이십니까?


전화를 받는 목소리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분명 내 목소리라는 것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수혁아, 회사는 어떠냐. 잘 돌아가고 있지?”

- 그럼요! 잘 돌아가다마다요. 그런데 지루해 죽겠어요. 할아버지는 도대체 언제 복귀하시나요!


분명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봤을 때, 내 추측대로 김진석 원장은 내 할아버지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허허, 녀석, 땡깡은···. 이따 보자 수혁아.”

- 네? 할아버지 집에 오고 계신 거예요?


내가 놀란 듯한 목소리로 할아버지를 향해 물었다.


“그래, 오랜만에 손주들 보러 올라간다.”

- 와, 그럼 오늘은 조기 퇴근해야겠구만요?

“일은 다 끝내놓고 와라.”

- 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의 단호한 말에 나는 주눅이 든 듯이 대답했다.


- 이야, 이거 그나저나 얼마 만에 보는 거예요. 할아버지, 일은 모두 정확하고 빠르게 끝내고 조기 퇴근하겠습니다요.


하지만 주눅이 들었던 것은 페이크인 모양이었다. 나는 곧 촐랑대는 목소리로 기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허허, 녀석 참···. 그래, 이따 보자 수혁아. 수현이는 실험 중인지 전화를 안 받는구나. 시간 되면 수현이한테도 연락해놓고.”


할아버지의 말에서 나는 내 동생의 이름이 수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준호씨를 구할 당시 함께 갔던 것은 동생 수현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 네, 할아버지. 이따 봬요!


통화를 모두 마치고 할아버지는 차 창밖으로 보이는 밝은 풍경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차를 몰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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