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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력 님의 서재입니다.

열쇠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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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력
작품등록일 :
2020.05.11 12:04
최근연재일 :
2020.07.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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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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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열쇠 도둑 2권 ♣정령숲의 클로버♣ 2화

DUMMY

던지고 나서야, 정말로 새가 맞아 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굳이 맞힐 필요는 없었는데, 내가 던진 돌은 예쁜 궤적을 그리면 정확히 새에게 날아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날아오는 돌멩이를 피해 새가 멋들어지게 날아올랐다. 한쪽 날개로 어떻게 날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어째서!! 어떻게?!?”


어떻게 저 새가 날아오른 것일까. 날개가 두 개인 것을 실수로 하나로 본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새의 날개는 하나뿐이었다. 이내 새는 멀리 날아가 모습을 감췄다.


“멍청이. 약속은 지켜라?”


클라위스는 마치 처음부터 이럴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말했다.


“너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어쩌면 저 새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도시 토박이인 나는 모르지만 외부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새가 아니었을까, 그야말로 특이한 동물들을 모아 둔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그런 녀석이 아니었을까.


“저런 괴상한 새를 알 리가 있나.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수는 있지.”


아무래도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클라위스는 저 새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던 것일까.


“무슨 소리야? 상식적으로 날개가 한쪽밖에 없으면 어떻게 날아.”

“멍청하긴. 못 날면 나무 위에는 어떻게 올라가?”

“아.”


생각하지 못한 맹점이었다.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누, 누가 올려 둔 걸지도 모르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변명이었다.


“아주 나무를 타고 올랐다고 하지 그래?”

“············”


완패다. 이 이상 말해 봐야 좋을 게 없으리라.


“벌써부터 기대되네. 어떤 맛있는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사실 내기에서 이겼을 때 받기로 한 것은 나와 클라위스, 서로 다른 것이었다. 내 요구는 클라위스가 나를 ‘멍청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고, 클라위스의 요구는 루나스에 도착하고 나면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모두 사달라는 것이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요구에 무심결에 승낙해버렸지만 생각해 보면 내가 훨씬 손해인 불공평한 내기였다. 결국 내가 져버린 지금 상황에서는 상관없어졌지만.


클라위스가 흥이 난 듯 작게 콧노래를 부른다. 저렇게까지 기뻐하면, 음식 정도야 못 사줄 것도 없겠다 싶었다. 다만 그거와 별개로 마음 한 편이 갑갑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갑을 열어보니 금빛과 은빛으로 그럭저럭 채워져 있었다. 이 정도의 돈이라면 먹을 걸 사는 정도로 파산할 일은 없겠지만, 그건 어디까지 일반적인 경우의 이야기다. 클라위스라면 혹시 모른다.


마음에 커다란 짐이 생겼다. 하지만 끙끙 앓고 있어 봐야 아무 소용없다. 루나스에 도착하기 전에 이 빚을 청산할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게 훨씬 건설적이리라. 왠지 그러다가 괜히 빚만 더 늘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이렇다 할 지표가 없어서 일단 새가 날아간 방향으로 나아갔다. 여기는 내가 살던 도시 근처에 있던 작은 숲이랑은 다르게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끝이 안 보이는 정도를 넘어서서,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다. 모르긴 몰라도 세계적으로 봐도 이 정도로 큰 숲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무의 종류도 다양해서 그저 숲길을 걷는 것뿐인데도 지루하지가 않다. 나 같은 토박이에게는 처음 보는 것들로 가득하다. 바다도 그랬지만 숲 역시 그만의 아름다움이 있다.


“햇살이 따뜻하네.”

“내기에 져서 미친 거야?”


클라위스에게 자연의 정취를 느끼기 바라는 건 무리이리라. 이 녀석은 감수성이 너무 없다.


“혹시라도 내가 정말 미치면 그건 네 폭언 때문일 거야.”


생각해 보면 내기에 이겼을 때 얻을 거로 ‘멍청이’ 금지가 아니라 ‘폭언’ 금지로 했었어야 했다. 어차피 졌으니 상관없지만.


“근데 이 숲 뭔가 묘한 느낌이 드는데.”


어딘가 묘한, 마력에 둘러 싸일 때의 그 안개에 감싸이는 듯한 감각과 비슷한 게 느껴진다.


“멍청이.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마. 멍청한 놈들은 이상한 일을 끌어당기기 마련이라고.”


처음 듣는 소리다. 그런 말은 속담 비슷한 것도 들어 본 적이 없으니 클라위스가 지어낸 말일 것이다.


“나보다는 네가 그런 일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내가 본격적으로 이상한 일에 휘말린 건 너를 구하고 난 뒤부터였으니까.”


사건의 발단은 엄밀히 따지자면 데이에게 있겠지만, 사건의 중심은 열쇠와 클라위스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뭐, 그건 부정하지 않을 게, 나 같은 위대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고난을 피치 못한다고 하니까.”


스스로 저런 말을 하는 게 오히려 대단해 보인다. 부끄럽지도 않은 걸까. 물론 클라위스가 위대한 인물··· 적어도 강력한 마족이라는 것만은 인정할 수 있다. 클라위스가 쓰는 마법이나 마력흡수의 능력만 봐도 그렇다. 봉인이 완전히 해제되면 훨씬 강해질 것이다. 게다가 그게 본래 클라위스의 힘이고 지금이 약화되어 있을 뿐이다. 어쩌면 클라위스는 아직 더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 봉인 당하지 않은 상태로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분명 지금보다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위대한 인물이라기에는 언행이 너무 불손하지.”


그런 점만 고친다면 클라위스는 역사에 남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전쟁에서 그만한 짓을 했는데 어째서 솔라스의 역사서에 그런 기록이 없는 것인지가 의문스러울 정도다. 아마 국민들에게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함이었겠지만 역사서라는 건 그렇게 자유롭게 써도 되는 것일까. 물론 끔찍한 악행을 저지른 녀석들이 그런 것 따위 신경도 쓰지 않을 게 분명하지만.


“위대한 인물 중에도 언행이 불손한 사람은 꽤 많았어. 하지만 이룬 업적이 그런 것따위 상관없어질 만큼 위대했기에 위인이라 불리는 거지.”

“그런 사람을 위인이라 불러도 되는 건가? 나는 조금 의문이 드는데.”


업적의 대단함만으로 위인을 판별하는 건 ‘옳은’ 행동인 것일까.


“뭐 어때, 뭐라고 부르건 사람들 자유지.”


그건 또 그렇다. 위인이라 불린다고 해서 특별하게 얻는 것도 없다.


“위인이라···”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클라위스 외에도 혼자 전쟁을 좌지우지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세상 물정에 그다지 밝지 않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껏 만나 본 사람 중에서는 그나마 아리아 플레나가 클라위스와 맞붙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리아 플레나는 이미 한번 패배했다. 하지만 그때 보여준 것이 전력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전투원이 아니라 마도학자다. 성채로 만들었던 골렘 같은 것들을 몇 개고 만들어낸다면 봉인이 풀린 클라위스라고 해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봉인이 클라위스를 본 적이 없으니 추측에 불과하다.


만약 아리아 플레나 외에도 강한 상대가 나타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도망치는 것 말고는 머리에 떠오르는 게 없다. 물론 갑자기 그런 상대가 우리 앞에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멈춰.”


클라위스의 목소리였다. 방금 까지와는 다르게 긴장감이 느껴졌다. 평소의 ‘멍청이’라는 호칭마저 생략했다.


“전력으로 도망가, 알겠어?”

“뭐?”


내용이랄 것도 별로 없으니,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렇게 되물어 버렸다.


“늦었어, 온다.”


그 말에 온몸에 긴장감이 퍼졌다. 늘상 가벼운 태도로 일관하는 클라위스가 진지하게 말할 때, 그 긴장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필요이상으로 겁을 먹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문득 들려온 것은 천진난만한 여자 아이의 목소리였다. 이내 나무 사이에서 목소리의 주인으로 보이는 키가 작은 어린여자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앳된 얼굴이 페니나 아리아 플레나 보다도 어려 보였다. 대략 10살 정도의 여자 아이로 보인다.


“그렇게 대량의 마력을 뿜어 대며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도저히 어린 아이를 대하는 말투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공격적이었다. 하지만 저 쪽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 녀석도 아리아 플레나와 마찬가지로 겉모습과 내용물이 다른 것일까. 하지만 아리아 플레나 때와는 다르게 이 녀석에게서는 ‘이질감’ 같은 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물며 아리아 플레나 때와 같은 살기 같은 것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어린 아이가 나이에 맞게, 천진난만한 얼굴로 이 쪽을 보고 있을 뿐이다. 클라위스는 어째서 저렇게까지 경계하는 것일까. 어쩌면 최근에 겪은 일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해, 그냥 애인 것 같은데.”

“···말로해서는 못 알아먹을 것 같네. 아까 내가 알려 줬던 마법으로 네가 직접 봐.”


아까 알려 줬다고 한다면 배가 난파당하기 전의 일을 말하는 것이리라. 은신마법을 쓴 클라위스를 보기 위해, 클라위스에게 ‘마법을 볼 수 있는 마법’을 배운 것이다. 정확히는 ‘보는’ 것이 아니라 ‘간파’ 하는 것인 듯하지만.


나는 아직 능숙하게 ‘마력’을 다룰 수는 없다. 때문에 이번에도 머릿속으로 연상시켜 마법을 걸었다. 마력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심상(心象)을 그리는 것이다.


“뭐야 저게······.”


이내 눈을 떴을 때, 자그마한 아이의 뒤에 녹색의 하트모양이 5개 원을 그리듯이 펼쳐져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다섯 잎의 토끼풀처럼 생긴 그것은, 겉 보기에는 귀엽게 생겼지만 그 크기가 기괴하리만큼 컸다. 저 정도의 크기라면 숲의 밖에서도 보일 것이다. 저게 저 아이의 마력이라고 한다면 무시무시한 양이다. 그에 맞서듯, 이라고 하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초라해 보였지만 클라위스의 뒤에도 붉은 열쇠 구멍 같은 것이 있었다. 그 구멍안으로 토끼풀 모양을 이루고 있는 녹색 마력이 조금씩 흘러들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 양은 굉장히 미미했다.


“너··· 설마 정령인가. 하필이면, 재수없게 정령이 사는 숲에 들어오게 될 줄이야.”


클라위스는 굉장히 짜증난 듯한 표정이었다.


“여기가 정령이 사는 숲인 건 맞아! 하지만 나는 정령이 아닌걸? 내 이름은 ‘클로버 스토리아’. ‘클로버’라고 불러 줘!”


아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있게 말했다. 클라위스가 조금도 겁나지 않는 듯 보였다. 커다란 눈으로 클라위스와 나를 번갈아 가며 보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클라위스가 표정이 조금 불안해 보였다. 집에 아이를 두고 나온 것을 잊어버린 엄마 같은 표정이었다. 이내 고개를 한 차례 좌우로 흔들고는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리 ‘오르톨랑’을 괴롭혔다는 게 정말이야?”


‘오르톨랑’이라면 ‘멧새’를 말하는 건가? 그게 아니면 그 끔찍한 ‘요리’를 말하는 것일까. 요리를 괴롭힌다는 건 너무 시적이다. 클로버의 말투를 보아선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는 것 같다. 오다가 실수로 새의 둥지라도 건드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갸오. 갸오.”


아까 봤던 날개 없는 새가 클로버의 뒤에 자라 있는 나무에서 울고 있었다.


그 새가 얄미운 표정으로 울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저 새대가리 자식 그새 꼰지른건가. 아니, 그보다 저 애는 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건가. 아니 아니 그런 것보다 ‘오르톨랑’이라더니 저 새는 크기도 색깔도 종도 전혀 다르잖아. 설마 진짜로 그 끔찍한 요리를 뜻하는 건가. 역시 저 아이도 겉과 속이 다를지도 모른다.


“오, 오해가 있었나 보네. 우린 그냥 날개를 다친 것 같길래 도와주려고 했을 뿐이야. 그래!”

“그런 거야?”


클로버가 클라위스를 뚫어질 듯이 쳐다보며 물었다. 그 눈이 무척이나 순수해서 마치 깨끗한 호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저런 눈을 보고 당당하게 거짓말을 한 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대단히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 새가 날 수 있는 지 없는 지로 내기를 좀 해서 말이야. 돌을 던진 건 미안하게 됐어. 주인이 있는 새인지 몰랐거든. 다음부터는 목걸이라도 달아 두도록 해.”

“야! 그럼 내가 뭐가 돼!”

“······거짓말이었어?”


클로버가 화난 듯이 인상을 쓰고 말했다. 어린 애라고 하기에는 그 표정과 분위기가 너무 살벌했다. 어린 애의 위협이 뭐가 무섭겠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클로버의 뒤에 있는 거대한 마력 덩어리 때문에 소름 끼칠 정도의 압박감이 있었다.


“오해야! 난 만약 다쳐서 못나는 거였으면 치료해 줄 생각이었어!”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다쳐서 날지 못하는 거였거나, 돌에 맞아서 다치게 될 경우에는 치료해 줄 생각이었다. 물론 돌을 던진 시점에서 이미 잘못이지만.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병주고 약주고다. 전혀 좋은 일이 아니다.


“결국 괴롭힌 건 맞다는 거잖아.”


클로버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조금 화가 난듯 보였다. 당장이라도 공격해 올 것 같은 쌔한 느낌이 주변에 감돈다.


좋아, 도망치자.


클라위스가 조금 전에 왜 전력으로 도망치자는 소리를 꺼냈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클라위스는 나보다 앞서 저 거대한 토끼풀 모양의 마력을 보았을 것이다. 저런 게 감당이 될 리가 없다. 클라위스의 마력량도 적은 편은 결코 아니지만, 클로버의 ‘저것’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정작 도망가라는 말을 꺼냈던 클라위스는 전혀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맞서 싸울 생각으로 보였다.


“클라위스? 설마 싸우려는 건 아니지?”

“저런 걸 상대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건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 아니야?”


마력량이 많은 것과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별개의 문제다. 마력이 많다고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루브나 데이의 경우 마력이 그럭저럭 있었는 데도 마법은 하나도 쓸 줄 몰랐다.


“보면 알아. 게다가 새 한 마리 때문에 도망쳐서야 쪽팔리잖아.”

“언제는 도망가라더니.”

“너는 이제 와서 쪽팔릴 것도 없잖아?”


방금만 해도 도망칠 생각이었으니 반박할 말이 없다. 자존심보다는 목숨이 우선이다. 쪽팔리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건 현명한 판단이다. 무의미한 싸움을 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클라위스는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는 싸움이 일어나고 둘 중 하나는 죽을 것이다. 살육전에서 겨우 벗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피를 흘리며 싸우고 싶지는 않다. 이런 경우 내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둘 중 하나를 설득하는 것뿐이다. 다만 클라위스를 설득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한 명뿐이다.


“클로버라고 했나···? 우리가 사과할 테니까 용서해주면 안 될까?”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오히려 상대의 심기를 건드릴 지도 몰랐지만, 이게 내 최선이었다.


“야! 뭐하는 거야!”


뜻밖에 클라위스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클로버를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다.


“안돼.”


단호한 말투였다. 너무 단호해서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위협이 되지 않게끔 느긋한 걸음걸이로 클로버에게 다가간 뒤,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었다. 상대의 마음을 여는 방법 중에 하나다. 책에서 읽었다. 책의 제목은 ‘강아지 버릇 고치기’. 원래는 내 책이었지만 리스를 거쳐, 지금은 클라위스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책이다. 책의 양도 과정에서 원래 주인인 내 의사는 하나도 관여되지 않았지만.


“그러지 말고··· 말로 해결하자. 싸움은 좋지 않아.”

“싸움?”


클로버가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 덕에 내 머릿속도 의문으로 가득 찼다. 이 반응으로 보건대, 어쩌면 클로버는 싸우려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괜한 걱정을 했다. 다행이다. 하긴 새 한 마리 때문에 싸우는 건 지나치다. 다행히 클로버도 마냥 어리기만 한 건 아닌 모양이다. 정말 다행이야.


안심의 한숨을 내 쉬고, 한시름 내려놓은 표정으로 다시 클로버를 쳐다보았다. 이내 클로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은 다음과 같았다.


“이건 ‘싸움’이 아니라 ‘벌’이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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