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과제 2
메시지를 가장 먼저 확인 한 사람은 오타쿠 타입의 이구성이었다.
"헐... 서익준 파트장님 메시지에요. 3차 과제 나왔습니다."
가뜩이나 3차 과제에 불만이 많았던 김대주는 폭발했다.
"이런 씨. 이거 진짜 뭐 같네! 이제 밥도 못 먹게 하는 거야?"
눈치 없는 이진수가 대답했다.
"그러네요. 너무 하네 진짜. 지금 저녁 시간인 것 뻔히 알텐데.. 그래도 밥은 먹여야지."
"우리 다 같이 보이콧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면 다 같이 쌩까요? 어차피 이대로면 희망도 없는데, 반항이라도 해요!"
그때 또 진동이 왔다. 최인호의 답장 메시지였다.
[최인호 : 넵! 지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최인호는 밥 한술 뜨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를 잡은 건 이진수였다.
"아니... 입도 안 대시고, 생선까스를 이렇게 많이 퍼와 놓고선...? 생선까스 아까우니까 그냥 두고 가세요. 식판은 제가 치울게요."
"아... 네... 뭐... 그럼 두고 갈 테니까 정직원 진수 님은 생선까스 많이 드세요."
최인호는 식판을 두고 후다닥 뛰어갔다. 최인호가 뛰어가자, 나머지 동기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두 생선까스 하나 못 먹은 깨끗한 식판이었다.
이진수가 말했다.
"흠... 다들 식판 두고 가세요. 제가 치울게요."
김대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돌아가며 말했다.
"하... 진수 님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동기들은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 지금 생선 까스가 먹고 싶어요? 자기 혼자 정직원이라고 너무하시네... 쯧..."
이진수는 자기에 대한 불평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리를 뜨려 하는 유인국을 팔목을 잡았다.
"인국 님."
"네?"
"3차 과제 내용 나오면, 저한테도 좀 보내주세요."
"예..."
혼자 남은 이진수는 남겨진 식판 6개를 훑어봤다. 그리고 자기 식판에 있는 생선까스를 하나 더 집어 먹었다.
"음... 맛있네... 그냥 돈까스랑은 전혀 달라. 특히 이 하얀 소스가 엄청 맛있어... 이런 맛있는 걸 못 먹게 하다니... 쯧... 못됐네. 서익준."
이진수가 시계를 봤다. 동기들이 일어난 지 딱 3분 지났다.
"이제 과제가 발표됐겠지? 나도 준비 해 볼까?"
이진수는 아직 밥을 다 먹지 못했지만, 구내식당 주방 쪽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비닐장갑과 위생 봉투 몇 개를 얻어 왔다.
조금 전 사무실 안.
동기들은 모두 헐레벌떡 자기 자리에 앉았다. 수습 직원 5명과 서익준이 함께 모여있는 사내 메신져 단체방에서 서익준이 말했다.
[서익준 : 11번째 3차 과제 진행하겠습니다.]
[서익준 : 이번 이슈는 간헐적 데미지 연산 버그입니다. 모든 캐릭터에서 발생하는 버그이고, 약 10% 미만 확률로 데미지가 기획 의도와 다르게 계산된다고 합니다.]
[서익준 : 원인을 찾아서 수정 해주세요.]
동기들은 각자 서익준의 말에 대답했다.
[최인호 : 네! 바로 추적 들어가겠습니다!]
[유인국 : 네···]
[김대주, 이재웅,이구성 : 네!]
데미지 관련 코드는 서익준에게 자기 손바닥 안이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데미지 코드 초반 설계 자체를 서의 분이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데미지 연산을 수정하는 프로그래머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기본 틀 자체는 서익준이 잡아 둔 그대로였다.
서익준과 수습 5인의 5대 1 싸움이었지만, 이번에도 서익준은 자기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걸고 있다.
[서익준 : 아참··· 여태까지 이슈 처리하는 속도를 보니, 이번 공채 분들은 이슈 찾는 속도가 너무 느려요.]
[서익준 : 그래서 이번에 저는 1시간 뒤부터 이슈 추적을 시작하겠습니다. 일종의 어드벤티지를 드리는 거예요.]
[최인호 : 오! 감사합니다 파트장님!! 역시 대인배셔~]
[서익준 : 감사는요 ㅋㅋ 이제 수습도 2주밖에 남지 않으셨는데, 이렇게라도 기회를 드려야죠.]
최인호의 입에 발린 말 덕분에, 서익준은 자기 자랑을 한번 더 하고 싶었다.
[서익준 : 아 그리고, 이번 이슈는 난이도가 좀 있을거에요. 다른 클라 몇몇분이 추적했던 이슈인데, 아직 원인을 못 찾았다고 하더군요.]
[서익준 : 이번 이슈는 해결까지 가지 않고 원인만 찾아와도 점수를 드리겠습니다.]
[서익준 : 아직 여섯 분 모두 빵점 맞죠?]
[최인호 : 넵 그렇습니다...]
서익준 파트장은 자기의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수습 5인을 배려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하는 쪽 입장은 전혀 달랐다.
그들은 서익준이 자신들을 가지고 논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서익준은 자신의 오만함을 배경으로, 절대 자기가 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고, 하지 말았어야 할 약속을 했다.
[서익준 : 그리고 이번 이슈를 저보다 빨리 해결하시면, 그분은 3차 과제를 바로 종료시키고 정규직 전환 요청하겠습니다.]
그의 파격 선언에, 모든 동기는 ‘좋아요’ 버튼을 눌렀지만, 사실 수습 공채들의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재웅이 혼잣말을 했다.
”어차피 자기가 이길 거 뻔히 아니까 저러지··· 이게 놀리는 거지 뭡니까···“
김대주도 거들었다.
“짜증 나네요··· 이렇게 우리를 가지고 놀면 재밌나?”
“맞아요. 이건 건장한 성인이 초등학생한테 나랑 싸워서 이기면 백만 원 줄게. 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요?”
나름 유명한 유튜버로 실력에 자신감이 있던, 최인호만이 희망적으로 해석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1시간 어드벤티지 준다잖아요. 저는 잡담 그만하고 바로 이슈 추적하러 갑니다. 슝!”
유인국은 이진수의 부탁대로 이진수에게 과제 내용을 공유해 줬다.
“진수 님. 이게 이번 과제예요.”
”어드벤티지 1시간이라··· 시간이 촉박하네요. 한 시간 동안 집중할 테니 저한테 말 걸지 마세요.”
“네···”
“대신···”
유인국은 이진수를 빤히 쳐다보고 이진수의 말을 따라 했다.
“대신···?”
“네. 대신, 제가 함수 몇 개 집어 드릴 테니 그 함수 파악하고 계세요.”
“하지만, 이런 간헐적인 버그를 수정하려면, 데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함수들의 관계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함수 관계만 먼저 파악되면 나머지는 쉬울 텐데요.”
“네. 정확합니다. 그 함수 관계는 제가 정리해 드릴 테니, 제가 알려드린 함수 내용부터 파악하고 계세요.”
유인국은 조금 강압적인 태도의 이진수가 어색했지만, 딱히 반감이 들거나 하진 않았다. 어쩌면 유인국은 자기보다 경력도 나이도 어린 이진수에게 호감을 넘어선 무언가를 갖게 된 것 같다.
이진수는 1시간의 어드벤티지 시간 동안 자신이 해야 할 것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이걸 해야 할 것 같은데?” 하는 의문문이 아닌 확신이었다.]
며칠 전 밤.
이진수는 기획 2 파트 오준성 파트장을 만났다. 둘은 워리어 스킬 개편 때 친분이 생긴 이후.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가 됐다.
저녁 8시 사무실에서 이진수를 만난 오준성이 인사를 건넸다.
"진수 씨. 잘 지내요?"
"네."
"왜 야근하고 있어요?"
"저는 이제 집에 가려고요. 파트장님은 왜 아직 안 가셨어요?"
"데미지 버그가 있는데... 도통 이게 기획 문제인지 클라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서요."
오준성 파트장은 이진수에게 이슈에 대해 설명해 줬다. 그리고 그는 내심 이진수가 도와주길 바랐다. 하지만 이진수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간헐적 데미지 버그라니 원인 파악이 까다롭겠네요."
"맞아요."
보통 이진수라면, 이런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한다. 그리고 수정 할 방법에 대해 같이 고민해준다.
그러나 오늘 이진수는 관심 없다는 듯 휙 지나가 버렸다.
"그러면 수고하세요."
하지만, 이진수의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이진수는 3차 수습평가 과제로 나올만 한 이슈를 찾아 다니고 있었다.
이진수는 속으로 "앗싸" 하고 외쳤다.
이진수가 생각하기에, 이 이슈는 수습 3차 과제로 내기 안성맞춤이었다. 3파트장 서익준의 가장 자신 있는 분야. 거기다 기획 2 파트가 곤란해하는 이슈.
이 문제는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서익준의 성격상, 이슈도 해결해 주면서 수습 과제로 낼 수 있는 일거양득의 이슈다.
거기다 기획 2 파트가 곤란해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멋있게 해결해 준다면, 자기 실력을 과시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기가 절대 지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데미지 관련 이슈다!
이진수는 생각했다.
"이 이슈가 나한테도 딱인데..."
그래서 이진수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간 기다림 끝에, 오늘 서익준은 이 "간헐적 데미지 연산 오차" 이슈를 3차 과제로 냈다.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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