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과제 7
아침 10시 3분.
3분 지난 출근 시간. 매그넘 프로젝트 3명의 클라이언트 파트장과 매그넘 프로젝트팀장인 조진명이 긴급 소집됐다. 서익준 파트장이 “나보다 이슈를 빨리 찾는 사람은 바로 수습 통과를 건의 하겠다.” 했던 약속 때문이었다.
서익준 파트장의 실력은 다른 파트장들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겨우 수습 프로그래머가 서익준 파트장보다 빨리 이슈를 해결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과 다르게 2명이나 서익준 보다 이슈를 빨리 찾고 해결했다. 정확히는 유인국이 원인을 찾고, 이구성이 해결했다. 뭐가 됐든 유인국이나 이구성 모드 서익준 파트장보다 빨랐다.
클라 2 파트장 황정호가 말했다.
”아니, 이걸 어떻게 합니까? 이미 이진수는 수습 조기 졸업했고... 이제 유인국, 이구성까지 조기 졸업 시키면, 나머지 세 명은 자동 불합격 아닌가요? 아니... 익준 파트장님...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예요?“
황정호는 수습 2차 과제 때, 이진수에게 창피당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 공채 수습들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아이가 어른에게 고자질하듯 말했다.
"그리고... 제가 이런 것까지 말하고 싶진 않았는데요. 오늘 제가 딱 출근하자마자 수습들 일 잘하나 보러 갔는데, 아니 글쎄 이놈들이 뭐 하고 있었는지 아세요? 여섯 명 모두 엎드려서 자고 있더라고요. 이게 말이 됩니까? 아직 수습인 놈들이? 분명, 어제 자기들끼리 늦게까지 술 먹었을 거예요. 새벽까지 술 먹고, 집에 갔다 출근하기 애매한 시간이라 그냥 회사에 와서 잔 거라고요. 만약 그게 아니면 제 손모가지를 겁니다."
황정호의 뱉어내는 듯한 감정에 찬물을 끼얹은 사람이 있었다. 팀장 조진명이었다.
"그 손모가지 간수 잘하세요."
황정호 파트장은 당황했다.
"네? 팀장님 그게 무슨..."
"제가 어제 리더 회의 들어갔던 건 아시죠? 그 리더 회의가 10시 넘어서 끝났어요. 그래서 가방 가지러 사무실에 갔는데, 수습 6명이 남아서 서로 싸우고 있더라고요."
황정호가 조진명 팀장 말에 적극 반응했다.
"역시나, 그놈들은 글러 먹었다니까요! 자기들끼리 싸우기나 하고."
조진명 팀장이 말했다.
"아깐 자기들끼리 술 마셨을 거라면서요?"
"아... 그거야 뭐 싸우다 술 마시러 갔나...?"
조진명 팀장은 황정호 파트장 말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아무튼, 왜 싸우는지는 대충 감이 왔고, 저 싸움이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잔업도 할 겸 제 자리에서 몰래 불 끄고 12시까지 수습 동기들끼리 하는 얘기를 좀 들어 봤습니다."
클라 파트장 넷은 모두 조진명 팀장의 말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는 말을 잇는 대신 수습 3차 과제 담당자인 서익준 파트장에게 질문했다.
"익준 파트장님. 수습을 통과 한다면, 진수 님을 제외한 다섯 명 중 누가 합격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야 제 약속도 있고, 실제로 성과도 낸 유인국, 이구성 님 입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서익준 파트장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나머지 세 분은 3차 과제 때 성과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비록 작긴 하지만, 성과가 있던 인국 님과 구성 님 외에 다른 사람을 합격시키면, 나중에 말이 나올 수 있어요."
"아니요. 저는 인국 님이나 구성 님 말고 다른 사람을 대신 합격시키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
"제 결정을 말하기 전에 아까 하던 얘길 마저 하죠. 여기 계신 파트장님드른 잘 아시다시피 저희 매그넘 프로젝트는 최근 규모가 갑자기 커지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진수 님을 포함한 공채 6명. 이들이 서로 다투고 있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궁금하더군요."
다들 조진명 팀장의 말을 유심히 들었다.
"처음에 저는 이들이 티격태격하다 결국 누군가 먼저 포기하고, 또 그 뒤에 누군가 포기하고, 그러다 결국 다 포기하게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12시가 조금 넘으니, 반전이 생기더군요."
허윤 파트장이 말했다.
"어떤 반전인가요?"
"이들은, 어수선한 분위기는 금방 잡혔어요."
허윤 파트장이 되물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어떻게 잡혔나요?"
"그건 저도 확신이 없지만, 이진수 님이 무언가 한 것 같습니다. 최인호와 몇몇 동기들이 흥분해서 떠들고 할 때, 이진수 님이 무언가를 나눠주더라고요. 그리고 분위기는 금세 반전됐습니다."
황정호가 비아냥거렸다.
"이진수가요? 뭐 동기들한테 뇌물이라도 줬으려나? 하..."
"아니요. 비닐봉지에 먹을게 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그들은 이진수가 준 무언가를 먹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됐어요. 싸우는 분위기는 금세 사라지고, 이미 수습 평가가 끝난 이진수 님부터, 이미 이슈를 찾아서 성과를 낸 이구성 님과, 유인국 님 까지. 모두 남아서 이슈를 찾더군요. 그것도 역할 분배가 아주 잘 된 상태로요."
서익준 파트장이 물었다.
"이슈요? 공채 분들이 볼 이슈가 남아 있던가요?"
"네. 서익준 파트장님도 알지 못했던... 이번 데미지 버그에 숨겨진 문제가 하나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숨겨진 이슈를 이진수 님이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서익준이 진심으로 놀랐다.
"예? 제가 놓친 문제가 있다고요?"
"네. 저는 어젯밤 그 숨겨진 이슈가 수정됐는지 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 오늘 1시간 일찍 출근했습니다. 제가 출근했을 때, 동기들은 밤새워 원인을 찾은 것 같았고, 수정 코드를 올리기 직전이더군요. 그래서 저는 기다렸다가 공채 동기들이 수정한 커밋 로그를 봤어요. 거기엔 이렇게 쓰여있더라고요... '졌열코' 라고."
"졌열코??"
조진명은 평소 까탈스럽고, 항상 짜증 나 있는 상태로 유명하다. 그런 그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
"졌지만, 열심히 코딩했다... 뭐 이런 느낌 아닐까요? 아무튼, 익준 님이 눈치 못 챈 이슈까지 찾아서 수정 한 것 보면, 이번 클라 공채분들의 성실함이나 실력은 모두 중간 이상이라고 봅니다."
서익준은 자기가 이슈를 놓쳤다는 것이 창피한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무튼, 다음 준 님은 자리 가시면 공채 동기들이 밤새워 수정한 이슈 확인해 보세요. 아주 간단한 이슈더라고요. 하하하."
"넵."
조진명 팀장은 그의 넓은 손으로 자기 볼과 이마를 차례대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이미 합격 한 이진수 님과 남은 5명 모두, 제가 직접 수습 결과 면담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면담 결과가 좋다면 남은 수습 5인 모두 수습 합격으로 하겠습니다."
황정호 파트장이 놀라며 말했다.
"5명 전부요? 그럼 진수 님까지... 이번 클라이언트 공채는 전원 합격인데요?"
"네. 저희 프로젝트가 커지면서, 인원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고... 이런 팀워크를 본 게 제가 신입 때 이후로 오랜만이라서요. 조금 감동했거든요."
조진명 팀장은 여전히 아빠 미소를 지으며 긴급 소집된 회의를 마무리했다.
같은 시각. 공채 동기 6인방의 자리.
이진수의 부사수를 자처하는 고주영이 이진수에게 아침 인사를 하러 왔다. 그는 엎드려 자고 있는 이진수를 보고 조용히 깨웠다.
"사수님. 업무 시간 시작했습니다. 일어나십시오."
"응? 아... 네..."
일어난 이진수는 모니터를 보고 새로운 메시지를 확인했다.
"사수님 어제 밤새셨어요?"
"네. 그렇게 됐네요."
"다른 공채 분들도 제가 깨울까요?"
"아뇨. 조금 더 자게 두세요."
"넵!"
이들 6명의 자리는, 다른 파트와 한 칸 떨어진 조금 동떨어진 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유인국은 엎드려 자다가 팔이 저려 잠에서 깼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자, 출근한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유인국은 화들짝 놀라 옆자리에서 엎드려 자고 있을 이진수를 깨우려 했지만, 이진수는 이미 일어나서 멀뚱멀뚱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앗! 진수 님 일어났으면 저도 깨우셔야죠!"
당황한 유인국과 다르게 이진수는 전혀 신경 안 쓴다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
"뭐... 조금 더 자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에잇. 업무 시작했는데 자고 있으면 안 되죠!"
마음 착한 유인국은 나머지 공채 동기 4명을 차례대로 깨웠다. 일어난 동기들은 이미 11시가 넘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 이진수가 천하 태평한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걸어왔다.
"아니... 더 자도 된다니까 왜 깨우세요."
무섭게 생긴 이재웅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우리 수습 희망 없다고 쳐도, 그래도 규칙은 지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암! 그렇고말고!"
이진수는 이재웅의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공채 단톡 방에 팀장님이 들어오셨네요. 보세요."
이진수를 포함한 수습 공채 6명과 클라이언트 파트장 3명까지 총 9명이 들어 있는 회사 메신져 단톡방에 조진명 팀장이 들어 왔다.
이들은 단톡방의 지난 대화를 읽었다. 오늘 아침 10시 30분쯤 대화였다.
[허윤 : 팀장님 초대했습니다.]
[조진명 : 안녕하세요. 매그넘팀. 조진명입니다.]
[조진명 : 이번 공채 분들은 오늘 아침까지 업무보다 잠깐 쉬는 거니, 1시까지 깨우지 말고 계속 자게 놔두세요. 어차피 구석진 자리라 잘 보이지도 않을 겁니다.]
[허윤 : 넵.]
[조진명 : 그리고, 잠에서 깨면 이 메시지를 읽으실 테니 공지 사항 하나 남기겠습니다.]
[조진명 : 오늘 오후 2시부터 수습 최종 면담을 진행하겠습니다. 대상 인원은 진수 님을 포함한 6인 전원입니다.]
[조진명 : 첫 면담 대상자는 최인호 님입니다. 2시에 제 자리 앞 회의실로 와주세요.]
조진명 팀장의 메시지를 본 최인호는 즉각 답장했다.
[최인호 : 넵!! 2시에 뵙겠습니다.]
조진명 팀장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동기들은 술렁였다.
그 중 최인호가 가장 긴장한 듯했다.
"아~ 왜 하필 내가 먼저야."
이구성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근데... 왜 벌써 면담하죠? 저희 원래 3개월 마지막 주인, 다음 주에 면담하지 않나요? 벌써 면담해서 탈락 확정되면, 그럼, 그 사람은 내일부터 출근 안 하는 거예요?"
잠시 고민하던 이진수가 말했다.
"음... 결과 통보 면담이 아니라, 결정하기 위한 면담 아닐까요? 그러니까 수습 기간 1주일 남은 지금 면담하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 이미 합격한 진수 님은 왜 면담해요?"
이진수는 어깨를 들썩였다.
"글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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