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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룸(Te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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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록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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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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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6.0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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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Guide in Madness(광기에 빠진 길잡이) - 1

DUMMY

///


Chapter 7. Guide in madness


///


뉴 메갈로폴리스 건국 이후 185년, 서리의 달 27일.



디스폴리더스에서 주워 온 '콜'이라는 이상한 기계는 영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


안톤 씨에게 소개받은 기계공학과 교수에게 이 물건을 보였건만, 돌아온 대답은 하나였다.


분명 흥미롭지만, 현대의 기술 수준으로는 리버스 엔지니어링도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이었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도 정체를 파악할 수 없다니, 이대로는 본질을 알아낼 수 없다.


하지만 얻은 것도 분명히 존재했다.


교수는 파괴된 '청각 모듈'을 대신해 마이크를 달고, 녹슬고 조각난 사운드 카드를 교체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소어가 검진을 받으러 나간 사이에 기계와 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비록 이 기계를 몇 번 정도 함께 만져 본 유지니아가 바쁘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나 혼자라도 손을 부지런히 놀려야 한다.


"..콜?"


우선 이름을 부르자, 그것은 내 목소리에 반응하여 바닥에 글씨를 비추었다.


「오, 새로운 방문객입니까! 보존 섹터-108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일단은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


"너는 누구야?"


「본 기기는 존속 협회의 108번 보존 섹터에서 신입 연구원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할당 받은 업무 구역은 어디입니까?」


물론 나에게 회사 생활 경험 따위는 없다.


"거기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겠고, 나는 연구원도 아니야."


내가 진솔하게 답하자, 프로젝터의 글씨가 시뻘겋게 변해 버렸다.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적외선 감지 센서 작동, 분석 시도.」


"엇..잠깐, 이거 왜 이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마법을 영창하려던 찰나, 그것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푸른 반사광을 뿜는 은빛 날개를 펼쳤다.


네 장의 빛나는 날개를 격렬하게 파닥거리는 모습은 벌새나 곤충 따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Ventus In..."


순간, 그것은 얼굴을 향해 강렬한 섬광을 뿜었다.


멈칫하는 사이, 그것은 나의 팔뚝에 굵직한 바늘을 꽂았다.


알아차리기 전, 바늘은 다시 빠져나갔다.


"악!"


손바닥 쪽으로 모이던 마력이 흩어졌고, 주사라도 맞은 듯 팔뚝이 얼얼했다.


굵은 바늘에 정맥을 찔렸지만, 무언가가 유입된 느낌은 없다.


하지만 바늘은 꽤나 오래 된 물건 같았다. 팔뚝에 소독약을 바르고, 붕대를 단단히 묶었다.


내가 상처와 씨름하는 사이, 그것은 실내에 갇힌 참새처럼 정신 사납게 날아다녔다.


반투명한 날개가 서로 비벼지고, 벽과 기둥을 긁으며 진짜 곤충 같은 소리를 냈다. 날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이 보았다면 혼절할 광경이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벌레를 잡아야 하는 법이다.


나는 성큼성큼 다가간 뒤, 꼬리에 신경을 집중했다.


정확히 겨냥하고, 오른쪽으로 살짝 틀어서...여름철 나방을 잡는 감각으로 꼬리를 휘둘렀다.


"진정 좀 해!"


지느러미가 기계를 때리며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분석 중. 분석 중....43번 피험자 확.... 외부 충격 발생.」


제 멋대로 글씨를 쏘아 대던 기계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아니, 떨어지더니 갑자기 아랫부분에서 붉은 액체를 주르륵 흘렸다.


냄새를 맡아 보니 내 피였다.


..일이 터졌다.


"아니, 잠깐...부서졌나?"


피투성이가 된 기계를 집어들어 차분히 살피던 중, 그것이 갑자기 부르르 떨며 렌즈를 다시 열었다.


「통제 실패! 탈주한 피험자의 통제에 실패했습니다! 긴급 대피 요망! 긴급 대피 요망!」


하지만 같은 놈에게 또 당할 내가 아니다.


날개 같은 것을 펼치기 전, 옆에 놓여져 있던 철사를 이용해 동체를 꽁꽁 묶었다.


나 원, 역시 기계는 막판에 때려서 고치는 게 맞는 모양이다.


"아가리 싸닥치고 사람 말 좀 들어. 통제에 피험자 같은 개소리는 집어 치우고 바로 설명 들어가. 한 번만 더 그 주둥아리 나불거리면 날개고 아가리고 용접기로 싹 다 지져 버릴 테니까."


기어코 욕까지 섞어 가며 그 모기 자식을 몰아붙이자, 그것은 그제서야 스피커를 써서 지껄이기 시작했다.


전면부에 붙은 LED가 파랗게 반짝거리며, 약한 노이즈가 낀 젊은 남자 같은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피험자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당신은 프로젝트: BF에 투입되어 성공적인 결과를 보인 피험체입니다. 대화를 이해할 지적 수준을 갖고 있다면, 어서 분석실로 이동해 해부...! 정밀 검사를 받도록 하십시오."


..이 놈이 아직 덜 맞은 것 같다.


나는 따귀를 때리듯 놈의 옆면을 손바닥으로 몇 대 쳤다.


"충격 감지! 보조 모듈을 향한 폭력은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디서 굴러 온 놈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대로 풀어 놓으면 위험할 것 같다.


안내용 로봇이라고 했던가, 우선 이름을 여러 번 불러 주의를 끌기로 했다.


"콜!"


그것에게 달린 마이크에 대고 다락방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예! 예! 제 이름은 콜입니다! 당신 같은 하등한 흉악범이 함부로 부를 이름이 아닙니다!"


잠깐, 하등한 흉악범?


"...그 놈은 죄목이 뭐라냐?"


"몇 번이고 복창할 수 있습니다! C급 전범! 적십자 구호 물품 약탈 및 의료진 대량 살상!"


원한 살 일이 많다는 용병이지만, 나도 그런 쪽을 꺼림칙하게 여겨 되도록 얌전하게 살아 온 축에 속한다.


적십자...가 뭐 하는 곳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민간인 학살 같은 일에 엮인 기억은 없다.


"...검사 차분하게 다시 해 봐. 나는 모르는 일이야."


"충격으로 혈액이 유실되었습니다. 검사를 재개할 수 없습니다."


나는 조용히 놈의 주둥이 앞에 팔뚝을 내밀었다.


"뽑아라. 다시."


곧 아랫부분에서 바늘이 튀어나오고, 그것이 내 정맥혈을 다시 뽑아갔다.


잠시 동안 우리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귀하께 사과드립니다. 재검토 결과, 인간 측 유전자의 불일치를 발견했습니다."


일단은, 완전히 진정한 것 같다.


"진정했으면 다시 설명 들어가."


'콜'은 그제서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본 기기는 프로젝트: BF의 연구 지원을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존재하는 자료들의 정리와 해석, 그리고 연구진들을 위한 브리핑 준비를 담당하죠. 어떤 자료를 원하십니까? 무엇이든 친절하게 보고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남아 있는 데이터는 몇 개 없지만... 참, 혹시 토론토에는 가 보셨습니까? 수석 연구원 아론 님의 고향이라... 아! 이 이야기는 제쳐 두고, 당신은 분명 우리의 연구가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증인입니다. 부디 함께 연구실로 가 주시겠습니까? 모두가 우리를 환영해 줄 것입니다."


처음에는 잘 이야기하는가 싶더니, 어느 새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까지 두서 없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너무 세게 친 건가? 혹시 정리 기능이 맛탱이가 갔나?


"일단 다 넘겨 두고, 그 연구란 게 뭐야?"


원하는 것을 단도직입적으로 캐물었다.


"마소에 저항할 수 있는 신세대 인류의 연구입니다! 40인 이상의 우수한 연구진들이 투입되어 성과를 위한 업무를 톡톡히 수행해 주셨죠! 이 연구의 목적은...음...그러니까...외장 메모리 손실. 복원 기능 확인을 위한 백업 파일의 삽입을 요청합니다."


애석하게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 그러나 제 뜻대로 안 될 때마다 얌전해지는 이상한 말투에 웃음이 터질 뻔 했다.


그런데 백업 파일을 삽입한다니, 어느 부분으로 투입하라는 것일까?


"본 기기는 이동식 디스크 및 파편화 데이터 모두와 호환될 수 있습니다."


그러더니, 하부의 해치가 열리며 삼각형이 새겨진 투입구가 돌출되었다.


순간, 그 삼각형이 매우 익숙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무심결에 주머니에서 1켈론 지폐를 꺼냈다. 방주 주변의 쓰레기장에서 우연히 주운 물건이다.


지폐에 적힌 로고와 매우 흡사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걸 넣으면 되는 건가..?"


나는 그것의 카메라 앞에 지폐를 내밀었고, 푸른 섬광이 삼각형을 순식간에 훑어내려갔다. 망설이지도 않고, 그것은 답했다.


"미등록 파편화 데이터가 확인되었습니다. 투입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나는 지폐를 투입구에 넣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데이터 분석 완료. 5분 가량의 음성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재생하겠습니까?"


놀란 가슴을 추스르고, 우선 그것을 재생하기로 했다.



통화음이 울리고, 곧 삼십 대 정도가 될 법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에바? 에반젤린 아니야? 오랜만이다, 얘.



잠시 정적.



-나? 나는 뭐...요즘은 그냥 집에 꽂혀서 살아. 애거사도 이제 중학생이니까...다시 남편이랑 맞벌이를 할까 봐.


-에이, 아무리 그래도 요즘 같은 때에 하와이라니 무슨 소리야. 거기도 온통 보라색이라며.



희미하게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긴 시간이 흐르고, 머그컵을 내려 놓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알래스카에서 연구를 해? 게다가 스폰서에게는 혜택도 준다고? 조금만 더 알려 줘.


-세상에, 그렇게 크게 벌린다면 뭐라도 할 것 같단 말이야. 거기 연락처 좀 알려 줄래? 고마워. 어디 보자...펜을 어디에 뒀더라..


-좋아, 나도 투자할 거야. 집토끼 한 마리면 되겠지? 아...드워프 토끼. 응, 알았어. 나머지 일은 맡길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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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Preacher of fools(우민들의 연설가) - 3 +26 20.06.13 305 27 9쪽
35 Preacher of fools(우민들의 연설가) - 2 +34 20.06.12 300 29 8쪽
34 Preacher of fools(우민들의 연설가) - 1 +28 20.06.11 289 28 11쪽
33 Guide in Madness(광기에 빠진 길잡이) - 3 +38 20.06.10 304 31 12쪽
32 Guide in Madness(광기에 빠진 길잡이) - 2 +28 20.06.09 313 27 7쪽
» Guide in Madness(광기에 빠진 길잡이) - 1 +34 20.06.08 317 3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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