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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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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739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5.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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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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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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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답사 준비(6)

DUMMY

"마검 발현."


그리고 지금 사용할 스킬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지는 미지수지만 써서 손해볼 것은 없을 터이니 마검 발현도 사용.

이번에 발현된 속성은 얼음인지 내 검에서 짙은 한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양수호가 중얼거렸다.


"...당신 진짜 검사 맞죠?"

"거 참 사람 말을 못 믿으시네. 검사 맞다니까."

"아닌 것 같은데."

"아 몰라. 집중해야 되니까 좀 조용히 해 봐."


사실 양수호가 귀찮은 것도 있지만 이 스킬의 사용을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한 것도 사실. 어찌 되었든 양수호는 성공적으로 입을 다물었고, 나는 방패를 들고 선 양수호를 향해 5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자세를 잡았다.


"너무 먼 거 아닙니까? 그 거리에서 검이 닿기는 해요?"

"닿으니까 막을 준비나 하쇼."


나는 퉁명스럽게 내뱉고는 천천히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사전 준비 같은 것 없이도 MP만 있다면 잘만 발동되는 것이 스킬이라고는 하지만, 개중에는 MP 말고도 다른 준비가 필요한 것들도 존재한다. 지금 내가 사용하려는 스킬은 다른 특별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발동을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의 정신 집중이 필요했기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실전에서는 영 써먹기 힘든 것이었다. 소모되는 MP도 내 전성기 시절에서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기도 하고.

그나마 이제는 거의 내 전성기 시절에 거의 육박할 정도로 끌어모은 마력 스테이터스 덕분에 턱걸이로나마 사용은 가능하지만 말이지.

나는 그렇게 거의 1분 가량을 마력을 끌어모으며 멈춰 있었고,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온갖 버프를 떡칠한 채 방패 뒤에 숨어있던 양수호는 이제 슬슬 긴장이 풀리는지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답답하긴 하군. 이런 스킬을 대체 실전에서는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지 원.'


그나마 성능만큼은 확실한 게 위안이랄까. 아무튼 그러는 와중에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가 완전히 끝났고,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양수호를 향해 외쳤다.


"자 간다! 두 눈 크게 뜨고 잘 보라고! 디멘션 브레이크!"


외침과 발해진 일도. 극한까지 끌어모은 마력이 압축되어 있는 검신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는 듯이 보였지만, 그 일도가 일으킨 후폭풍은 어마무시했다.


"뭐, 뭐야? 왜 아무 일도, 어라?"


바닥에 박아넣은 타워 실드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양수호. 언뜻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이미 내 검격의 사정거리 안에 있었던 양수호는 이미 베여버린 뒤였다.


"으, 으아아아악!"


타워 실드는 멀쩡하건만, 허리부터 두동강이 나버린 양수호. 양수호의 하체는 피와 내장을 흩뿌리며 쓰러지지는 않았고, 대신에 마검 발현으로 인해 검격에 부여된 냉기로 인해 단면이 얼어붙은 채로 마치 석상을 자른 것처럼 깔끔한 상태로 분리되어 버렸고, 양수호의 상체는 타워 실드를 붙잡고 애처롭게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그리고 두동강이 나버린 것은 양수호뿐만이 아니었다. 내 검격의 영향을 받은 공간은 흡사 풍경화를 칼로 찢어버린 것 같은 광경으로 검은 절단면이 드러나 보이고 있었고, 극한의 한기를 내뿜고 있는 절단면을 중심으로 금이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워...오랜만에 써보는 거긴 하지만 위력이 상상 이상이군. 옛날에는 이런 효과는 없었던 것 같은데."


검심으로 인해 위력이 향상될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공간 그 자체가 찢어질 정도의 일격이 튀어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 디멘션 브레이크라는 스킬은 본디 대상의 방어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일격을 넣는 강벽한 베기. 양수호의 몸은 두동강이 났지만 타워 실드는 멀쩡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검심으로 강화된 디멘션 브레이크는 완전히 그 이름에 걸맞는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만족했냐? 몸은 좀 괜찮고?"

"이, 이게 괜찮아 보입니까!? 어...사실 베인 부위가 얼어버려서 베일 당시에는 끔찍한 감각이 느껴지기는 했습니다만, 지금에야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기는 합니다. 그래도 멀쩡하지는 않네요."

"사실 그래 보여. 그냥 예의상 한번 물어본 거야."

"일반적인 예의를 아는 사람은 사람 몸을 두동강내지는 않습니다..."


그런 주제에 나불나불 입은 참으로 잘 움직이는군.


"아무튼 볼장 다 봤으니 슬슬 나가자고. 그쪽도 아파 보이고 말이야. 그런데 여기, 어떻게 나가지?"

"마찬가지로 단말에서 로그 아웃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으으윽, 그럼 전 먼저 실례하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반신을 잃고도 방패를 놓치지 않는 훌륭한 탱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양수호는 이제서야 고통이 몰려오기라도 하듯이 표정을 찌푸리고는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져버렸고, 나 역시도 단말에서 로그 아웃 버튼을 찾아서 눌렀고, 시야가 어둡게 물들기 시작하며 잠시 후 머리를 덮고 있는 기기의 촉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돌아온건가?"


나는 머리를 덮고 있는 기기를 슬그머니 들어올려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러자 전투 시뮬레이션 기기가 위치한 그 방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근데 쟨 또 뭐해."


그리고 내 옆 자리에서는 양수호가 잃어버린 허리를 되찾은 것이 감동적이기라도 한 듯이 자기 허리를 더듬거리고 있었다.


"아. 나오셨습니까?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야 그쪽이 했지. 얻어터지느라 고생했어."

"확실히 심한 꼴을 당하기는 했습니다만, 제가 자초한 일이니 어쩔 수 없죠."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하는 양수호. 레벨 15짜리한테 이렇게나 비참하게 깨졌으니 남자로써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건만 생각보다 무덤덤한 모습이다. 일방적으로 얻어 터지고 마지막에는 두동강까지 났는데도 저 반응이라니 제법 쿨한 남자다. 마음에 드는걸.


"아무튼 이렇게 됐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류진씨는 저희 탐사대의 대장을 맡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됩니다."

"인정해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만족했으면 난 이만 간다."

"네. 살펴가십시오. 류진씨."


내 실력을 확인하기 전부터 그렇긴 했지만, 젊은 놈 치고는 묘하게 태도가 깎듯한 녀석이다. 이쪽은 은근슬쩍 말을 놔버렸는데 말이야.


"그래. 답사날 보자고. 아, 그리고 그 벌금 대신 물어준 건 고맙다? 다음에 밥이라도...아니, 언제 탱커용 아이템이라도 얻으면 선물할게."


없는 형편이니 밥 한번으로 퉁치는 게 훨씬 싸게 치기는 하지만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밥 사주기는 왠지 싫다.


"그런가요? 굳이 그래주실 필요는 없습니다만...류진씨 정도의 실력이라면 제 실력으로는 얻을 수 없을 정도의 아이템도 쉽게 얻어버릴 것 같으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필요 없다는 줄 알고 조금 설렜는데 결론은 받겠다는 거였다. 괜히 기대했네.


"흠.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다. 우선 최우선 사항은...잃어버린 아이템 배상이지."


사실 굳이 지금 당장 배상을 할 필요는 없지만, 이 이상으로 빚이 늘어난 채로 방치하는 건 정신 건강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던전에 들어가는 건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고, 그러니까 우선은 아이템 파밍이다.


"싸구려 철검이야 대충 시중에 돌아다니는 걸로 퉁치면 되겠고, 레벨 15제의 스톤 브레이커를 대체할 정도의 장비를 얻으려면...거긴가?"


내가 머릿속에 떠올린 곳은 바로 얼마 전에도 들린 기억이 있는 버려진 유적. 평균 레벨 20 정도의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곳이지만, 드랍되는 아이템의 착용 레벨이야 어느 정도의 오차는 있을 테니 딱히 상관은 없을 터였다.


"그리고 겸사겸사 그 함정을 이용한 폭렙도 앞으로 한번 정도는 효율적으로 써먹을 수 있고 말이야."


확실히 레벨이 10도 되지 않았을 때보다야 효율이 크게 떨어지겠지만, 사냥하는 몬스터의 수가 워낙에 많으니 일반적인 던전을 돌아다니는 것보다야 훨씬 이득일 터였다.


"그럼 가볼까."


그 자리에서 방침을 정한 나는 바로 회사를 나가려 했지만, 갑자기 내 옷자락을 붙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응?"


의아한 표정으로 뒤돌아본 내가 발견한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어라. 이거 유미씨 아니야?"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오래간만이에요 류진씨."


내 옷자락을 잡고 있는 것은 일하러 왔는지 정장 차림에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유미씨였다.


"정말 오래간만이네. 이게 대체 얼마만이야?"

"그러게요. 사실 시간상으로는 그렇게 많이 지난 건 아니지만...왠지 엄청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아요. 이유가 뭘까요?"


나만 그렇게 느끼고 있던 게 아니었군. 뭐랄까, 소설로 따지만 거진 50화만에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하, 뭐래는 거야. 나도 완전히 맛이 갔군.


"그나저나 인상이 많이 변했네? 전에 봤을 때는 긴 생머리였는데 오늘은 업무 모드라고 해야하나. 오피스맨이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걸."

"후후. 일하러 온 거니 당연한 거죠. 그나저나 인상이 많이 변한 걸로 따지면 류진씨에 비할 바가 아닌 걸요?"

"어라. 그런가?"

"후후후. 네. 전에는 빈말로도 깔끔하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차림이었지만, 오늘은 머리가 더벅머리인 것만 빼면 얼굴도 깨끗하고, 심지어 옷은...어머나 세상에! 이거 상하의 세트로 엄청나게 비싼 명품 브랜드의 정장이잖아요?"

"어, 어라? 진짜로?"


이거 박선호한테 급한대로 아무거나 챙겨달라고 해서 빌려온 거였는데, 이 자식이 알고 있는 아무거나의 의미에는 내가 알고 있는 거랑 심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역시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해야 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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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던전 답사(2) 21.06.09 147 3 8쪽
78 던전 답사 21.06.08 15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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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데이트?(2) +2 21.05.21 168 6 11쪽
65 데이트? +1 21.05.20 172 4 9쪽
» 답사 준비(6) +1 21.05.19 170 4 10쪽
63 답사 준비(5) +1 21.05.18 167 4 11쪽
62 답사 준비(4) 21.05.17 175 7 11쪽
61 답사 준비(3) +1 21.05.14 17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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