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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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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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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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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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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필요한 초능력은 재력(財力).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오히려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런데 아빠는 나 하나 정도는 바보같이 착한 일을 했으면 싶다. 단지 그뿐이야. 난 착한 놈이라는 자기 위안 말이지.”

“......”

“아빠는 내 아들이 한 선한 행동이 조금 더 가치가 있는 일로 남기를 바랐단다.”

“......”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아빠가 이기적이었던 같아.”

“아니에요.”

“아빠는 우리 아들이 돈의 맛을 너무 일찍 알아버려서 더 큰 돈을 벌고 싶은 허망에 빠져버릴까 저어했던 거야. 그런데 파커씨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네 모습을 보니 알겠더라. 남들은 다 저렇게 내 아들을 존중하는데 정작 아빠라는 나는 어린 아이로만 보고 있었구나. 아빠도 네 나이 때는 충분히 한 사람의 몫을 했는데도 말이야.”


아버지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류지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의젓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아들.”


류민상이 아들의 허벅지를 가볍게 토닥거리며 말했다.

류지호는 그런 아버지의 손을 잡으려다 멈칫 거렸다.

아버지와의 사이가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어색함은 남아있는 모양이다.

아버지와 스킨십이 그리 자연스럽진 않았다.

류민상은 다 안다는 듯 이번에는 아들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게요.”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그런데 때로는 거울이 깨지기도 한다.

혹은 숨겨진 부모의 모습이 자식이라는 거울로 드러나기도 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복잡하고 갈등적이다.

만일 그렇지 않은 부자관계라면 엄청난 행운을 얻은 행복한 사람이다.


“오랜만에 장남하고 장시간 대화를 나눠보는 것 같구나.”

“처음이에요, 아버지.“

“그러냐?”

“앞으로는 자주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대화 하면 좋겠어요.”

“그러자.“

“술 한 잔 곁들이면 더 좋구요.”


류지호가 내심 어색함을 떨쳐내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호적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녀석이 잘도 그런 말을 입에 담는구나.”

“저도 내년이면 민증, 아니 주민등록증 나와요. 맥주 정도는 마셔도 되지 않아요?”

“아빠와 술 한 잔 할까? 아빠 엄마가 네 녀석이 몰래 술 먹고 다니는 걸 모를 줄 알았냐?”


하하...


류지호가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아빠는 술 마시는 것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어. 파출소나 학교에서 전화 오게 하지만 말아.”

“....예.“


중학교 때 담임이 학교를 땡땡이 치고 롤러장에 갔다 걸린 류지호에게 매타작을 하며 물었었다.

아버지는 무슨 일 하시냐고.

그때 류지호는 공장에서 노동일을 한다고 대답했고, 담임은 경멸어린 눈초리로 매를 쳤다.

어린 마음에 그냥 대기업 회사원이라고 할 걸 그랬다며 깔보는 교사에게 반항심을 갖기 보다는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탓했었다.

영화 <부산친구>의 주인공처럼 차라리 눈을 부라리고 ‘누가 좋다 했습니까?’ 대들고, 학교를 뛰쳐나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아서라. 지난번에 교감에게 대들다가 뒈지게 맞을 뻔 했잖아.’


류지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는지.

어떤 생각과 어떤 성품의 인물인지.

그러고 보면 자식이란 놈이 단 한 번도 아버지의 과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물은 적도 없으니 말해주지 않았을 터.

참으로 무관심했다.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인데, 정말 모르는 것 투성이다.

류지호는 이제라도 아버지와 거리감을 줄여가기로 마음먹었다.


✻ ✻ ✻


류민상이 전화기 앞에서 신효정의 명함을 만지작거렸다.

전화기 앞에서 고민하던 류민상이 마침내 결정을 내리고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드르륵. 드르륵.


다이얼에 검지손가락을 걸고 전화번호를 돌렸다.


- 무진 법률사무소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신효정 변호사님 부탁드립니다.”

- 어디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인천 도화동, 류지호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잠시 후 -

수화기 너머에서 신효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신효정입니다.”

“류민상입니다.”

- 예. 지호 아버님.

“뵙고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 전화로는 하기 힘든 이야기이십니까?

“파커씨가 제안한 제 아들에 관한 문제입니다.”

-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

“예.”

- 어떤 결정을 내리셨는지 제게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잠시 뜸을 들리던 류민상의 입이 열렸다.


“그분들의 호의를 받아드리기로 했습니다.”

- 그러셨습니까?

“그렇게 되었습니다.”

- 그럼 시간을 조율해서 전화 드리겠습니다.

“수고해 주십시오.”


류민상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현관으로 들어오던 류지호가 말했다.


“저도 함께 가요!”

“그러자.”


류민상이 흔쾌히 수락했다.

자식에 관한 문제라서 고민과 번민의 시간이 길었다.

결정을 내리자 망설임이 없었다.

류지호가 몰랐던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 ❉ ❉


채권은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익 외에는 주질 못하고, 부동산은 오르는데 시간이 일이년 길게는 몇 년 이상 걸리지만, 주식은 타이밍만 절묘하게 맞추면 단기간에 목돈이 그야말로 뭉텅 들어온다.

사람들은 천만 원으로 오백을 벌었으니 일억이면 오천을 벌 것이라는 생각에 빚을 내서라도 투자자금을 늘리는 일을 서슴지 않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비극의 씨앗이 싹이 튼다.

세상살이는 자신의 의지, 자신의 노력 등이 결과에 어느 정도 반영된다.

성공과 실패는 자신의 뜻과 노력, 주변 상황 그리고 운이 적절히 믹스되어 나타난 결과물이다.

주식은 다르다.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나의 의지, 나의 생각, 나의 노력과는 전혀 무관하다.

개인 투자자가 어떤 기업의 내용과 실적 그리고 향후 성장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그 회사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주식을 샀어도 소위 큰 손이나 기관투자가 거꾸로 그 회사를 부정적으로 본다면 그 회사의 주가는 떨어지거나 심지어는 폭락한다.

반대로 개인 투자자가 부정적으로 보았어도 그들이 좋게 본다면 주가는 폭등 할 수 있다.

수많은 투자자들, 천차만별의 자금력을 가진 투자주체들, 각양각색의 성향과 수준을 지닌 사람들이 어우러지고 뒤섞여 매일 매일 가격 또는 지수를 만들어내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어느 누구라도 어느 투자주체라도 혼자 힘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물론 일시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는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흔들 수는 없다.

내가 옳고 시장이 틀릴 수도 있다.

내가 계속 옳고 시장이 계속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가치판단의 법정이 아니다.

오직 오르느냐 내리느냐를 결정짓는 가격변동의 현장이며 게임판일 뿐이다.


꿀꺽꿀꺽.


제임스가 목이 타는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마치 주식 강의라도 하듯이 한참을 떠들었다.

신효정의 연락을 받은 파커 가족이 인천으로 내려왔다.

인천역 옆에 위치한 올림푸스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후로 제임스는 주식투자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윌리엄은 류지호가 주식투자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을까 우려했다.

때문에 제임스에게 주식과 시장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라고 일러두었다.

그런 후, 윌리엄은 레오나와 류순호 남매를 데리고 월미도로 놀러가 버렸다.

류지호의 부모님은 신효정의 통역을 들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다.

류지호는 달랐다.

그는 제임스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집중했다.

물 컵을 깨끗이 비운 제임스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주가나 지수란 것은 근본적으로 현재까지의 결과에 대한 성적표가 아니야.


류지호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제임스에게 물었다.


- 주식투자를 하려면 기업의 실적이나 부채, 자산, 국가의 경제 상황 같은 것들을 보잖아요. 그런 결과를 보고 투자한 것에 대한 지표가 아닌가요?

- 기업과 경기의 미래에 대한 투자주체들 간 분석, 전망, 기대심리 등의 총화. 다시 말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각자의 베팅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결과물일 뿐이야.

- 도박.....


류지호가 단박에 결론을 내렸다.

캐서린이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 고도의 게임이지. 뛰어난 분석력, 데이터를 토대로 마치 점성술을 펼치듯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 아니면 단순한 감까지. 우리는 통계학 심리학 등 고차원적인 것들까지 동원해 시장을 분석하고 배팅을 하지.


제임스가 설명을 보탰다.


- 단순히 나의 베팅과 시장의 총화가 일치하면 돈을 버는 것이요, 어긋나면 돈을 잃는 것. 그것이 주식투자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 주식시장에서 사람들은 돈을 벌면 내가 잘난 탓이라고 자랑을 하며 우쭐대고, 돈을 잃으면 순전히 시장 탓이라며 불평과 원망을 하곤 해. 주식투자는 자본으로 하는 비즈니스이면서 시장이라는 불확실성과 벌이는 고도의 게임이야.


류지호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 주식투자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 국제유가, 미국 금리정책, 기업 실적, 달러화 가치, 환율, 국제정치 등등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나열하자면 하루 밤을 꼬박 세도 모자랄걸. 그 만큼 증시는 헤아릴 수 없는 변수들이 혼재되어 있는 유기체야.

- 듣기만 해도 질리네요.


제임스의 입장에서 한국의 주식시장은 큰 메리트가 없었다.

일단 개별 기업의 규모가 작았다.

수익이 나봐야 큰 이익을 남기기도 어려웠다.

뉴욕 증권가에서 활동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푼돈‘ 밖에 되지 않는다.

주식시장은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예측이 쉽지 않다.

어쩌면 류지호 가족에게 부동산을 사주는 것이 현명할 지도 몰랐다.

류지호가 주식을 입에 올렸을 때 제임스는 묘한 호기심이 들었다.

과연 이 소년에게 주식을 사주면 그것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매일매일 주가의 등락을 확인하다 초조해하며 상처를 입을 것인가.

아니면 말한 대로 장기로 묻어두고 모른 척 할 것인가.

그저 류지호라는 소년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지켜보는 재미.

밑바탕에는 자신들이 류지호의 가족의 실수와 미숙함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심영숙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차라리 땅을 사면 안 돼요?”


류민상이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부동산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매한가지 아닌가, 이 사람아.”

“주식이라니요. 주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제가 무식해도 알아요. 그건 아니에요. 아라 아빠, 안돼요.”


심영숙은 주식이라는 소리에 극렬하게 반대를 하고 나섰다.

부부의 대화를 지켜보던 캐서린이 입을 열었다.


- 주식을 사신다면 다른 종목은 필요 없습니다. 태산증권이나 대유증권을 사세요. 2,3년 안에 꽤 높은 수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류지호가 눈을 반짝이며 솔깃한 표정으로 물었다.


- 증권주를 사라는 말씀이시죠?

- 앞으로 최소 이년 정도는 삼저로 인해 경제가 활황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한 88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정권차원에서 증시의 활황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게 G&P 애널리스트들의 생각입니다.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몰리며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증권회사 순이익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년간 증권사 당기순이익이 연평균 150%씩 증가했더군요. 증권주 상승의 열기는 은행, 단자, 보험주로 옮겨가고, 건설주, 무역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부부는 캐서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이내 내용 숙지를 포기해 버렸다.


- 최악의 상황에도 50% 이상, 높게 잡으면 300%까지의 상승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G&P의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겁니다. 그 친구들은 연간 수억 불의 주식투자에서 수익을 보는 전문가들이에요. 그 복잡하고 치열한 미국시장에서도 수익을 내는데 한국처럼 작은 시장을 분석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에요.


제임스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캐서린의 제안에 말을 보탰다.


- 장담할 수 있습니다. 무역과 건설주도 좋지만 저희는 증권종목을 추천하겠습니다. 그 두 곳은 분명 단기투자가 아니라 2~3년 중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하면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류지호가 보기에도 파커 부부의 예상은 그럴 듯 했다.

88올림픽을 전후로 증권업계 전체가 폭등했다는 것은 어렴풋이 기억했다.

90년대에는 반도체나 공기업 공모주, 라타칠성그룹 계열이나 뉴월드 같은 서비스업종이 주식 상위를 차지한다.

그 직전까지 증권주가 주식시장을 휩쓸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같은 주식동향을 기억하는 것은 아버지의 회사에서 내년이나 후년 즈음에 우리사주를 직원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아버지가 푸념하듯 이야기 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주식에 대해 알았다면 우리사주를 팔아서 그 돈으로 증권주를 샀을 것이라는.

나중에 우리사주 팔아 마련한 종자돈으로 어머니가 강화에 땅을 샀는데, 류지호가 이 땅을 팔아 영화를 제작했다가 시원하게 말아 먹은 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통역을 해주던 신효정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선택은 지호 아버님이 하시는 겁니다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G&P는 한국의 일 년 예산에 버금가는 자금을 굴리는 투자은행이에요.”

“주식이라는 것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도박 같은 것인지라.....땅도 있고, 정기예금도 있고...”


막상 큰아들 이름으로 주식을 사둘 생각을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심영숙이다.


“흐음.”


곰곰이 생각에 잠겨 생각을 정리하던 류민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제임스씨의 조언대로 하겠습니다.”


결국 류민상은 제임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류민상이 제임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 감사하긴요. 오히려 우리가 지호에게 큰 빚을 진 입장 아닙니까.


류지호가 정기예금에 들어가 있는 돈도 찾아 투자를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가 심영숙의 강력한 반발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건 안 돼, 절대 안 돼! 그건 너희들 결혼할 때 쓸 자금이란 말이야!”


심영숙의 극렬한 반대에 류지호는 입을 다물었다.

류민상과 신효정이 동인천의 은행에 다녀오는 동안 제임스 부부와 류지호는 보디랭귀지를 동원해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아직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외국인에게 열리지 않았다.

92년도에 외국인에게 주식시장이 열리게 된다.

그때까지 한국의 주식투자는 투기와 도박성이 횡행한다.

금융선진국의 투자방식이란 것이 도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식투자가 허용된 이후 해외자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회사주식에 투자하고, 우량주에 한에 장기투자를 선호하게 된다.

이를 통해 배당금과 매매차익등을 연평균 20조 규모로 챙겨 가게 된다.

증시 역사가 긴 선진시장에서는 주식을 장기 보유할 경우 최소한의 고정금리를 받는 채권보다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단기적 주가흐름에 신경 쓰지 않고 우량주 지분을 계속해서 늘리게 된다.

따라서 국내 우량 상장사 대주주에 외국 자본들이 이름을 올리게 된다.


✻ ✻ ✻


윌리엄이 류아라와 레오나를 양손에 붙잡고 월미도를 걸었다.

그들의 뒤로는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이 따르고 있다.


후훗.


윌리엄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많이 놀랐겠군.”


지금쯤 류지호와 그의 부모들이 기겁을 하고 있을 거라 예상했다.


‘기분 좋게 받아주었으면 좋겠군.’


윌리엄은 처음 증권계좌를 트는 류지호와 류민상 부자를 위해 충분한 자금을 넣어주라고 일러두었다.

각각 20만 달러가 넘는 거금이다.

이 당시 올림픽 복권의 1등 당첨금은 1억 원.

그 동안 발매되던 주택복권이 1983년부터 중단되고 올림픽 복권으로 바뀌었는데, 장당 판매 가격은 500원이었고, 당첨금은 1억 원이다.

1억 원이란 돈은 40~50평대 구월동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압구정의 30평 아파트를 사고도 3천만 원이 남는다.

류민상의 연봉이 500만원이 채 안되니, 어마어마한 돈이다.

파커 가족의 재산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금액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류지호 가족에게는 돈벼락을 맞은 것과 같은 느낌일 터.

윌리엄은 월미도를 거닐다가 외부를 풍차모양으로 꾸민 카페로 들어가 두 꼬마숙녀와 놀아주었다.


‘돈에 노예가 되지 말기를.....’


윌리엄은 류지호가 월가에서 활동하는 탐욕의 젖은 트레이더처럼 되지 않기를 바랐다.

주식이라는 마약을 파는 트레이더들.

한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돈을 벌었을 때 자극받는 뇌의 부위가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 자극 부위와 동일하다고 한다.

월가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마약이 일상화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또한 월가 금융회사 간부들이나 트레이더나 할 것 없이 공금을 유용해 스트립 클럽이나 매춘을 통한 접대가 일상화되고 있다.

윌리엄은 류지호의 조국인 대한민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부디 노예가 되지 말고, 귀족이 되어라.’


윌리엄은 좋은 인연으로 맺어진 어린 친구가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 ✻ ✻


신효정은 각각 1억 원씩 증여 받은 류민상과 류지호를 위해 취득자금 출처 증빙서류를 미리 준비해와 신고를 하고, 증여세를 신고·납부 하는 것을 도왔다.

특히 류지호는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나중에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때문에 증여세를 미리 신고함으로써 나중에 세금이 더 부과되지 않도록 했다.

은행에서 수표를 발급 받은 일행은 배다리에 위치한 태산증권 지점으로 향했다.

태산증권은 증권객장에서 흑판에 분필로 시세를 적던 시절 최초로 전광판을 도입한 증권회사다.

태산증권 지점 안은 현재의 주식 열풍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점심시간임에도 객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금 이 시기는 전 국민의 주식 열풍으로 증권사 객장에 개인투자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시기였다

논 팔아서 소 팔아서 주식투자에 뛰어든 농부들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심지어는 국민주(포철, 한전 등)를 홍보할 때 초등학생 모델이 ‘저도 이제 주주에요’라는 광고를 지하철에서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광풍이 분다.

70년대까지 흑판에 시세를 분필로 적고, 전표에 직접 수기로 작성해 주식매입과 판매를 하다가 83년 2월 증권 온라인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갔고, 86년부터는 기존까지 객장에서 전화 통화를 통해 이뤄지던 매매를 컴퓨터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주식매매는 증권사 객장에서 이루어졌다.

참고로 92년에 가서야 외국인 직접투자를 허용하면서 증시의 선진화를 추진한다.

외국인 투자 한도를 일반기업은 10%, 공공기업은 8%로 제한된다.

98년에 가서 핵심 기간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의 외국인 취득한도가 폐지되면서 한국 증시는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 시기에 국내 상장법인의 해외 상장도 이뤄진다.

약간의 부침이 있지만 IMF가 터지기 전까지 한국의 증권시장은 호황을 누리게 된다.

류지호가 알고 있는 대략적인 증권시장 흐름이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류민상과 신효정이 창구에 서자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증권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을 구매하려고 합니다.”


전문가인 신효정이 곁에서 도와주자 비교적 쉽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증권회사 직원은 류민상이 계좌를 개설하자 여러 가지 증권저축, 투자신탁 등의 금융 상품을 설명해 주었다.

류민상은 태산증권 주식을 사는데 1억 원 모두를 썼다.


“지호 학생은 대유증권 주식을 사는 건 어때요?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했어요.”


류지호는 신효정의 조언에 따라 대유증권주식에 1억 원을 모두 쏟아 부었다.

두 주식은 작년 초 3천 원대였던 것에서 올해 1만 원대까지 올랐다.

류민상과 신효정이 창구에서 매수주문을 넣는 사이 류지호는 객장을 둘러보았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주식현황을 보여주는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다.

주식조작단 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하던 후배 감독의 취재기가 떠올랐다.


- 우리나라 주식투자는 한탕주의 투기판이에요. 형은 그쪽을 얼씬 거리지도 마세요.


후배 감독이 술자리마다 강조했던 말이다.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기업의 가치나 실적을 평가해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에 기대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70년대 건설업계, 80년대 증권업계, 90년대 IT산업 모두가 현재 실적평가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지나친 기대심이 주가를 미친 듯이 끌어 올린 것이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 후배의 말대로 거품은 꺼졌다.

폭락장세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살까지 선택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했었다.

이 당시에는 세계적인 저금리, 저달러, 저유가 3저 호황에 힘입어 한국의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고, 한국의 산업이 전체적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사람들에게 심었다.

이때 증권회사보다는 각 산업분야에 대한 직접투자가 이루어 졌다면 한국경제가 조금 더 튼튼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류지호가 똑같은 시기를 경험했던 기억이 있기에 할 수 있는 평가다.


‘아버지, 부자로 만들어 드릴 테니 남을 도우면서 멋지게 사세요. 제가 꼭 그렇게 만들어 드릴게요.‘


창구에 앉아있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류지호가 다짐했다.


[주식시장에 그 동안 꼬라박은 수업료를 다 모았으면 그랜저 세 대는 뽑았겠다.]


열 번 따고, 한 번 잃으면 모두 잃는 것.

주식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그렇듯 감당하기 벅찬 수업료가 들어간다.


“......”


수중에 있던 수표가 사라지자, 류민상은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이렇게 증권통장에 넣어두고 원래 자신이 살던 대로 살면 된다.

공돈이라 생각해 설사 잃는다고 해도 아쉬울 것이 없다.


“남에게 뭔가를 받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대가로 뭘 넘겨줘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앞으로 네가 성장해 그들을 도울 수 있다면 도와야 한다. 알았지?”


류민상이 노파심을 드러냈다.


“그럼요!”


류지호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도박은 절대 안 된다. 도박에는 재수 좋은 운이란 절대로 존재하지 않아. 속임수가 전부를 지배하는 분야지. 도박이란 본시 악마가 발명했다는 성인의 말도 있지 않냐. 도박을 즐겨하면 반드시 집안을 망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망국의 지름길이니 반드시 삼가야 할 놀이다.”


류지호도 동의하는 사실이다.


“명심할게요.“


용무를 마친 류민상 부자와 신효정이 증권사 지점을 빠져나갔다.

파커 가족과 합류해 함께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어둠의 기사> 배트맨의 초능력은 무엇일까.

전 세계의 모든 무술을 수련한 육체 능력?

과학적 지식?

공학자로서의 능력?

배트 수트, 배트 모빌, 그 밖의 첨단 무기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능력?

아니다.

그 모든 걸 가능케 했던 부(富) 즉 돈(Money)이다.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달리 특별한 초능력이 없는 브루스 웨인이 악당들과 맞설 수 있는 밑바탕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엄청난 부(富)다.

류지호는 회귀자이지 초능력자가 아니다.

그가 쓸 수 있는 능력이라고는 단편적인 기억들 뿐.

그것을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한 번 살았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류지호가 갖춰야 할 능력은 슈퍼히어로의 특별한 능력이 아닌 것이다.

바로 재력(財力)이다.


작가의말

이벤트 기간에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가능한 1일 2연재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이야기가 본궤도에 올라 가고 나면 연재 템포를 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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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초능력은 재력(財力). (4) +10 22.01.04 11,427 224 24쪽
29 필요한 초능력은 재력(財力). (3) +14 22.01.04 11,479 23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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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필요한 초능력은 재력(財力). (1) +8 22.01.03 11,906 235 20쪽
26 블루오션인 건 확실해! +8 22.01.02 12,005 248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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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티끌모아 태산이 되는 것처럼... (1) +8 21.12.24 15,914 26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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