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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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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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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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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Awards!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오스카 레이스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작품상 후보작을 낸 스튜디오들은 할리우드 직능별 조합과 언론인 대상 파티를 집중적으로 개최하면서 오스카 투표 로비와 캠페인에 열을 올렸다.

<Christmas Cargo> 파티도 성대하게 열렸다.

류지호의 친구 쿠엔 태런티노가 호스트로 나섰다.

친구들인 밴틀리 애플렉, 윌리 워커, 매트 데이만, 빈스 싱클레어, 에드워드 노튼, 마리아 베리, 앨리나 와츠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매스컴으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LA와 뉴욕의 독립영화상영관에서는 류지호가 아시아에서 연출한 영화들을 모아 회고전도 열었다.

한편 <Christmas Cargo> 출연진들은 지상파 유명 토크쇼에 출연하며 오스카 캠페인에 힘을 실어주었다.

류지호는 현역 감독들과 할리우드 영화 전반에 대해 대담을 나누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나름 품격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시청률이 잘 나오진 않았다.

암튼 류지호는 매스컴 노출에 열을 올리며 오스카 캠페인에 최선을 다했다.

오스카 레이스 기간 동안 열린 각종 시상식과 조합 시상식에서 수상을 이어가면서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을 점차 높여갔다.

그런 가운데 오스카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킹스 스피치>가 무섭게 부상했다.

<Christmas Cargo>는 꾸준한 페이스를 보였지만,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소셜 네트워크>가 주요 상을 쓸어 담은 이후로 아카데미 분위기는 <Christmas Cargo>와 <킹스 스피치>로 흐르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결국 <Christmas Cargo>와 <킹스 스피치>가 나란히 아카데미 12개 부문 후보에 선정, 제 83회 아카데미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고언형제의 서부극 <더 브레이브>가 10개 부문에, <인셉션>과 <소셜 네트워크>가 8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기록했다.


“오스카 캠페인은 그 속내를 알면 알수록 무섭네.”


류지호가 가장 어이없었던 중상모략은 페미니즘 관련 공격이었다.


[<Christmas Cargo>에는 주조연급 여배우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단역으로 출연하는 여배우에 대한 묘사는 전형적인 남성우월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장진호 전투에 참전한 여성 군인이 없었던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억지로 종군기자, 비중 있는 피란민 캐릭터 혹은 간호장교라도 만들어야 했을까.

류지호가 미해병대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장교를 영화 속에서 묘사했다는 사실이나 영화 에필로그에 흑인, 인디언, 이슬람교도 부대가 함께 전선으로 향하는 모습을 통해 인종문제까지 영화에서 슬쩍 언급했다는 반론이 나왔다.

PC주의가 할리우드에 스며들고 있는 상황에서 넓게 보자면 <Christmas Cargo>는 다인종·다문화주의를 담았다고 옹호하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에 억지 페미니즘 관련 공격이 쏙 들어갔다.

오스카 캠페인 기간 내내 각종 음해성 뜬소문에 곤욕을 치렀던 <Christmas Cargo>가 일각의 중상모략에서 벗어나 영광을 안을지 혹은 <킹스 스피치> 혹은 <소셜 네트워크>가 골든 글로브의 영광을 다시 재현할지 쉽사리 예측이 되지 않았다.

트라이-스텔라 회장 모리스 메타보이가 류지호를 격려했다.


“걱정할 거 없어. 오스카는 골든 글로브의 전례를 잘 따르지 않는 편이니까. 아마 올해 아카데미는 무난한 <킹스 스피치>보다 임팩트가 강한 전쟁영화 <Christmas Cargo>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높아.”


류지호와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은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지명자들을 위한 점심식사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베벌리힐스 힐턴 호텔에 와 있다.

아카데미 회원들은 시상식 20여 일 전에 아카데미 투표지를 받는다.

류지호는 고언형제를 감독상 부문에, 작품상에는 자신의 작품에 투표했다.

아카데미 투표용지가 회원들에게 발송되고 일주일 안팎으로 후보 지명자들을 위한 오찬자리를 갖는다.

오찬 이벤트에 앞서서 레드카펫 행사와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벌인다.

류지호도 레드카펫을 밟았다.

안타까운 점은 <Christmas Cargo>의 배우들은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

열연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주·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2월 말, 쇼트리스트 발표를 시작으로 2월 말 본 시상식 전까지 북미 더 나아가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명 오스카 시즌 이벤트를 이어간다.

미국영화계의 한해 결산을 무려 2달에 걸쳐 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오스카 캠페인을 금지하기로 했다면서요?”

“금지까지는 아니고 과도한 홍보활동에 제동을 좀 걸기로 했다고 보면 돼.”


온갖 중상모략과 최대 2,000만 달러까지 소요되는 돈잔치에서 보듯 오스카 수상을 놓고 벌이는 홍보활동의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아카데미위원회는 심사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며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

그 규칙에는 할리우드 대형 홍보사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조항이 포함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열리던 각종 파티나 상영회를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1월 중순~말경에 아카데미 후보작들이 발표된다.

후보가 발표된 뒤부터는 모든 아카데미 회원들이 상영회에 참석할 수 있다.

그런데 바뀐 규정에 따르면 특정 영화의 배우와 감독이 두개 이상의 패널 토론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아카데미 후보작 모두에게 홍보의 기회를 균등히 배분하기 위해서다.

즉 중소영화사나 배급사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제한을 두기로 한 것.

또한 프로모션용 이벤트 축소 외에 SNS를 통한 캠페인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작년 아카데미 레이스 기간 중에 <허트 로커>의 프로듀서가 이메일로 무차별 홍보 활동을 벌이다 시상식 출입 금지를 당한 일화를 생각해봐.”

“도가 지나치긴 했어요.”

“SNS쪽으로 집행되는 캠페인 예산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중들을 위한 홍보예산에 오스카 캠페인 예산까지.... 디지털 시네마로 배급비용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도리어 늘어나고 있지 뭔가. 이러니 빅7이 재탕,삼탕 뻔하디 뻔한 영화만 우려먹으려 들지.”

“마치 나 들으라고 하시는 말씀 같네요.”

“미스터 할리우드는 그래도 양심적이잖아. 인디영화에도 투자하고 애니메이션도 투자하고, 예술영화도 투자하고, 블록버스터도 하고.”

“JHO 산하 스튜디오 영화에 한정된 거잖아요. 내가 할리우드 모든 영화를 책임질 순 없어요. 잘 아시면서....”

“누가 뭐래? 딴 녀석들 들으란 이야기야.”


오스카 캠페인에서 상영회를 포함한 파티나 리셉션을 통해 관행적으로 후보심사에 대해 암암리에 영향력을 미쳐왔다.

SNS의 발달은 새로운 오스카 캠페인 비용을 초래했다.


“5년 전만해도 500만 달러 쓰면 많이 썼다고 했는데, 1,000만 달러까지 캠페인 예산이 늘어났으니.....”


올해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Christmas Cargo>에 사용한 오스카 캠페인 예산이다.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는 얼마를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

들리는 소문에는 2,000만 달러를 훌쩍 넘긴 영화도 있다고 하고.


“언제부터 적용된대요?”

“내년 오스카 레이스부터.”

“트라이-스텔라도 잘 적응해야겠네요. 괜히 페널티를 받지 않으려면.”

“아마 새로운 규정이 아카데미 수상 여부에 꽤나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대형 홍보사들은 규제가 너무 엄격하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매해 오스카 이슈에서 밀려났던 중소형 배급사와 마케팅 업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글쎄요. 저기 웨인스타인 같은 사람들이 있는 한 규정을 개정해도 별 소용없을 걸요?”


류지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고개를 돌렸다.


“쯧쯧....”


파티장 한 편에서 웨인스타인이 여러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전 삶처럼 업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진 못하지만, 유대계란 이점과 특유의 인맥관리 능력으로 나름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특히나 바룩 오밤 정부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제법 탄탄해서 할리우드에서 권력자 행세를 하고 있다.


‘확실히 난 사람은 난 사람이야.’


싹을 틔우기 전 밟아버릴 걸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더럽고 추악한 일들이 할리우드에 비일비재하다.

그를 치워버렸다고 해도 또 다른 웨인스타인이 탄생할 터.

암튼 추악한 인성과 행실에 비해 영화 제작자로서 매우 촉이 발달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이전 삶에서 영국풍의 시대서사극이 오스카 수상 기회를 높일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영국풍의 시대서사극을 집중적으로 기획했다.

또한 그의 오스카 수상 이면에는 추악한 캠페인들이 자행되었다.

그가 몰락하기 전까지 그가 제작했거나 관여한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에서 무려 249개의 노미네이션과 86개 부문의 수상 성과를 거뒀다.


“저들의 방식이 마케팅 기법의 하나라고 주장한다면 할 말 없긴 하죠.”


류지호로 인해 하비 웨인스타인은 90년대 내내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고부터 영향력을 조금씩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번 아카데미는 제작자 웨인스타인의 이름을 다시 한 번 할리우드에 각인시키는 무대였다.

<블루 발렌타인>, <파이터>를 비롯해 <킹스 스피치>가 그의 야심작이었다.

직접 제작한 영화들은 아니다.

투자·배급을 웨인스타인 컴퍼니에서 맡았기에 작품상이라도 수상하게 된다면 오스카 무대에 설 수가 있다.


“<킹스 스피치>의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얼마나 보세요?”

“30%.”


사실상 삼파전이라고 봤을 때 꽤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Christmas Cargo>와 <소셜 네트워크>의 이파전이 될 테지만.”

“....음.”

“전통적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역설하는 영화들이 후한 평가를 받았던 전례로 보았을 때, 젊은 유태인 천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시대 시대정신보다는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린 전쟁영웅들의 이야기가 나이 먹은 회원들의 호감을 더 끌 수 있겠지. 반대로 반전 메시지를 통해서 젊은 회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고.”


이전 삶에서는 <킹스 스피치>가 작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었다.

류지호는 하비 웨인스타인의 지저분한 오스카 캠페인 덕분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투표권을 가진 회원들의 취향이 갈린 것뿐.

즉 <소셜 네트워크>의 동시대 시대정신과 <킹스 스피치>의 점잖은 시대극 사이에서 아카데미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변에 가까운 수상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긴 했지만.

2010년대 아카데미 주요 수상작 면면을 보게 되면 <허트 로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디파티드>, <크래쉬>, <브로크백 마운틴> 등이다.

어느 하나 무난한 영화는 없다.

그런 점에서 <킹스 스피치>가 최종 승리자가 되었던 것은 이변이라 불러도 마땅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 역시 아카데미!

- 혹시나 했다. 다시 과거로 회귀 하는 구나....!


그와 같은 비판을 언론으로부터 들을 가능성도 높았다.

특히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 같은 이들이 앞장서서 그런 비판을 쏟아낼지도 몰랐다.

그가 <블랙 스완> 프로듀서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 것과 상관없이.


✻ ✻ ✻


2월 13일.

류지호와 <Christmas Cargo> 관계자들이 런던에 왔다.

제 6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ritish Academy Film Award)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 미국의 전미비평가협회상부터 미국배우조합상 최고상 또 미국제작자조합상 작품상까지 <Christmas Cargo>는 무서운 기세로 주요 시상식을 석권했습니다. 골든 글로브에서는 고배를 마셔야 했지만, 이번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면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수상결과를 낙관하고 있습니까?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열린 영국 아카데미 레드카펫에서 BBC 기자가 물었다.


“수상에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죠.”


어디 매체인지 알 수 없지만, 인종비하적인 단어를 교묘하게 섞어 질문을 던진 기자가 있었다.

수많은 취재진들이 저마다 마이크를 내밀고 있어서 누군지 확인할 순 없었다.

기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분위기이고.

류지호는 오늘 시상식 레드카펫의 유일한 아시아계이며 유일한 후보다.

일부 관람객 중에서 아무 생각 없이 인종차별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섞어 소리치는 경우가 있다.

백인들 중심의 축제에 참석할 때마다 겪는 일이다.

기분이 무척 상했지만, 인상을 찌푸리거나 성을 내면 그 모습이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을 알기에 적당히 못 들은 척 하고 넘겨야 한다.


“축축한 런던의 날씨 사이로 이곳 로열 오페라하스에만 서광이 비추는 것 같습니다. 환상적인 밤이 될 것 같네요. 오늘 밤에 열리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린 작품과 이들을 떠올려보세요. 내가 그들과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세요? 나는 수상여부와 상관없이 오늘 밤을 친구들과 함께 즐기려고 합니다.”


이어진 공식 인터뷰는 매우 정중하고 품위 있게 이루어졌다.

류지호 역시 고급단어와 어휘력을 발휘해 수준 높은 인터뷰를 과시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 후보는 영어권을 대상으로 한다.

당연히 할리우드 영화도 후보작에 들어간다.

<Christmas Cargo>는 <킹스 스피치>와 마찬가지로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영화제 역사상 최다 부문 기록을 세웠다.

자연스럽게 수상 가능성을 높게 봐야하겠지만.

실상은 영국 영화 <킹스 스피치>과 영광을 차지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영화 속에서 장진호 북쪽에서 한국 카투사와 함께 싸운 UN군 부대의 한 축이 영국군이었는데,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영국군이 묘사된 것만으로 영국에서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전쟁에 자국 군대가 싸웠다는 것을 많은 영국인들이 <Christmas Cargo>를 통해 알게 되었다나.

암튼 장장 3시간에 걸친 제 6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내내 류지호는 열심히 박수를 쳤다.

<Christmas Cargo>는 편집상(스펜서 베어드), 음악상(로이 호너), 음향상(라이언 클라이스), 프로덕션디자인상(마이크 리바) 4개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후보에 올랐던 의상과 분장 부문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시각효과상은 <인셉션>이, 촬영상은 고언형제의 <더 브레이브>를 촬영한 로저 딕스가 수상했다.

주요 부문인 주조연상, 각본, 감독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짝짝짝.


영화제 분위기가 <킹스 스피치> 위주로 흘러갔기에 <Christmas Cargo>와 <블랙스완>의 투자·배급사 트라이-스텔라 관계자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영국영화 각본상은 류지호도 잘 모르는 영화가 수상했다.

<소셜 네트워크>는 각색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Christmas Cargo>는 기술상 4개 부문을 챙기고 미국으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물론 기술상을 4개나 챙긴 것만으로 큰 성과였지만.

최대 노미네이트를 기록하고도 주요 부분에서 단 하나의 트로피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은 창피한 노릇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밀어주는 분위기네.’


류지호는 딱히 아쉽거나 억울하진 않았다.

이미 자신 소유 영화사들이 소정의 성과를 충분히 거두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시상식의 피날레 작품상 발표 시간이 찾아왔다.


“Outstanding British Film...... The King's Speech!”


먼저 영국영화 작품상이 발표됐다.


와아아아!

짝짝짝!


로열 오페라 하우스를 가득 채운 관객들이 작품상을 수상한 <킹스 스피치>팀을 향해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대다수가 영국인들이고, 친분이 있는 배우나 감독도 몇 명 되지 않아서 유일한 아시안 류지호 혼자 외딴 섬 같았다.

이변은 없었다.

영국 여왕도 개인 시사회를 통해 <킹스 스피치>를 보고 극찬을 했다는 뉴스까지 전해진 마당에 전형적인 영국풍 휴먼드라마가 대상격인 작품상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해보였다.

프로듀서들의 수상소감이 이어졌다.

오늘 시상식의 피랄레만 남겨두고 있다.

바로 Best Film(최우수 작품상( 부문이다.


꿀꺽!


앨런 포스터가 긴장이 되는지 침을 삼켰다.

혹시나 영어권 작품 통틀어 가장 좋았던 작품에 수여하는 Best Film에서 <Christmas Cargo>가 수상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놓치지 않았다.

경쟁작 <킹스 스피치>가 이미 작품상(영국)을 수상했기에.

결과는.....


“<Christmas Cargo>!”


류지호의 양 옆에 앉아있던 앨런 포스터와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벌떡.


이어서 주변의 <Christmas Cargo> 팀들이 환호를 터트렸다.

생각지도 못했다는 표정을 지은 류지호가 다소 멍한 얼굴로 턱시도 단추가 제대로 채워졌나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는 앨런 포스터와 함께 무대로 걸어갔다.

고마움을 표해야 할 이들에 대한 감사는 앨런 포스터가 선수를 쳤기 때문에 류지호는 개인적이면서 한편으로는 개인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소상 소감을 대신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영국 교과서에는 한국전쟁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영국에는 영국군이 치른 수많은 전쟁 참전비가 있지만, 한국전쟁 참전비는 없습니다. 영국에서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영국은 미국 다음, 그러니까 두 번째로 많은 1만4천2백여 명의 병력을 파병했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그 중.... 1,078명이 사망하고, 2,674명이 다쳤으며 179명이 실종되었습니다. 한국전쟁이 여러분이 직접 겪은 일이 아닌 먼 나라 일이라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유엔군의 유해가 아직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여러분들이 한국전쟁을 잊고 있는 사이 그분들의 유해는 더욱 찾기 힘들어질 겁니다. 179명의 영국의 참전용사가 이름 모를 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일부는 한국땅 어딘가에 묻혀 있습니다.”


류지호가 잠시 소감을 멈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치 한국전쟁 기념식 연설 같았다.

최우수 작품상 수상소감으로 적절치 못한 것 같았다.

참고로 미군은 유해를 모두 본국으로 이송해 간다.

반면에 영국군의 전통은 현지에 두는 것이다.

부산 유엔군 묘지에 많은 영국군이 안치되어 있다.


짝짝짝!


박수가 쏟아졌다.

다행히 류지호의 소감 연설이 그리 지루하진 않은 모양이다.


“나는 한국전쟁이 벌어진지 20여년이 지나서 남한에서 태어났습니다.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나의 영화가 오늘 영국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영예롭고 영광스러운 상을 수상했습니다. 참전용사 여러분... 어르신들의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한국인들 스스로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저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참전용사 분들께서도....”


류지호가 트로피가 좀 더 잘 보이도록 앞으로 내밀며 말을 이었다.


“오늘 밤 이 트로피를 보며 나와 똑같이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오래 사십시오. 그래서 나와 한국인들이 은혜에 보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영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에게 수상의 영광을 바치며, 류지호의 소감이 끝났다.


짝짝짝.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를 가득 메운 청중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다.

감동적인 수상소감은 아니었다.

그런데 묘하게 청중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었다.

영화 <Christmas Cargo>를 통해 영국군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걸 알게 된 영국인이 많았다.

유럽에서도 일반 대중에게 한국전쟁은 잊힌 아니 관심 없는 전쟁이었다.

<Christmas Cargo>로 인해 뭔가 큰 변화가 찾아오지는 않는다.

겨우 영화 한 편일뿐이니까.

솔직히 앞으로도 한국전쟁 영화가 유럽에서 먹힐지 장담할 수 없다.

<Christmas Cargo>가 적당한 운과 시기를 잘 타서 예외적으로 잘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후속 영화들이 중요하다.

류지호는 머지않아 영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전쟁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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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6 애쓰면 뭐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1) +9 24.05.15 1,340 73 26쪽
855 앞으로 한 눈 좀 팔아볼까? +4 24.05.14 1,359 68 24쪽
854 축복 받았어. 이런 오너라니.... +7 24.05.13 1,403 83 27쪽
853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4) +4 24.05.11 1,362 69 27쪽
852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3) +5 24.05.10 1,348 59 28쪽
851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2) +3 24.05.09 1,327 68 22쪽
850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1) +5 24.05.08 1,328 76 23쪽
849 누가 주인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5 24.05.07 1,374 74 26쪽
848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2) +5 24.05.06 1,377 74 23쪽
847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1) +7 24.05.04 1,417 76 25쪽
846 Légion d’honneur. +4 24.05.03 1,440 67 24쪽
845 남에게 비싸게 파는 것도 비즈니스다! +6 24.05.02 1,394 66 28쪽
844 자기 과시, 거장으로 다가가는 순간... 그 어디쯤. +4 24.05.01 1,360 84 28쪽
843 칸 영화제. (3) +8 24.04.30 1,312 89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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