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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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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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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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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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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나와 시리즈 하나 더 합시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아카데미 회원들의 수상작 투표는 대략 보름에 걸쳐 진행된다.

그 기간 류지호는 최선을 다해 오스카 캠페인에 집중했다.

그런 와중에도 비즈니스 업무에 소홀 할 순 없었다.

한국에서 넘어오는 연말결산보고서도 챙겨 봐야 했고,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미국사업의 현황도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이사회를 이끄는 이사회의장 신분이기도 해서 감사보고서와 중장기 사업계획만큼은 반드시 확인해야만 했다.


“.....음.”


류지호가 두 기업의 경영에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소유한 기업의 덩치가 워낙에 거대해져서 과거처럼 한 분야에만 기업의 역량을 투사하거나 집중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오너의 개입으로 자칫 경영의 연속성이 깨질 위험도 있다.

류지호가 할 수 있는 것은 리스크 관리로 한정되어 가고 있다.

즉 이전 삶의 기억을 토대로 변화하는 세계정세나 대사건에 대해 경영진에게 사전경고를 보내는 것 정도라고 할까.

사실 JHO와 가온 두 그룹은 규모나 재무상황에서 매우 탄탄하기에 엉뚱한 사업에 무리하게 진출하지만 않는다면 2020년까지 곤란할 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JHO의 경우 더는 미디어와 엔터에 묶어놓은 것도 무의해졌고.’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 분야 매출보다 그 외 서비스 부문의 매출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680억 달러.


연결회계상 JHO Company Group의 총매출이다.

그 같은 거대한 기업을 전문적인 경영수업을 받지 않은 류지호가 끌고 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못할 것은 없지만.

류지호보다 훨씬 유능한 인재들이 널렸는데 굳이.


‘슬슬 차기 회장도 낙점을 해야 할 것 같고....’


그룹의 최고경영자를 외부에서 데려올 필요는 없다.

두 기업 내부적으로 차기 회장 후보들이 여럿 있었으니까.

내심 차기 회장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류지호다.

다만 혹시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 성급하게 회장 교체를 입에 올리지 않고 있을 뿐.

그 때문에 몇몇 야망이 있는 차기 회장후보들이 애를 태우고 있지만.

그 역시 류지호의 시험이라고 본다면 감수할 부분이다.

암튼 JHO Company Group은 명실상부한 미국 최대의 복합미디어 그룹으로 우뚝 섰다.

적어도 매출 부문에서만큼은 글로벌 미디어업계 1위다.

지난해까지는 The NEWS Corp이 부동의 1위를 자랑했었다.

올해 304억 2,3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4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2위는 테마파크 실적이 크게 늘어난 LOG Company(361억 4,900만 달러)가 차지했다.

그 뒤를 Cast& Com(357억 5,600만 달러)이 근소한 차이로 자리했다.

빅7의 맏형 노릇을 하던 워너-타임(257억 8,500만 달러)은 간신히 5위를 유지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복합미디어그룹들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순위가 요동쳤다.

Rehman사태의 여파 때문이다.

기업들이 광고비 지출을 대폭 줄이면서 미디어그룹의 핵심 사업인 방송매출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워너-타임의 경우는 10년 만에 아메리칸 온라인과 결별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것도 전체 매출이 감소한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인터넷과 미디어가 단순히 물리적으로 결합한다고 해서 시장에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교훈만을 남기고 결국 사업을 분리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케이블 네트워크도 분사시켰다.

그로 인해 워너-타임은 북미 최대 통신기업 BT&T에 합병되기 전까지 미국의 복합미디어기업 5위권을 간신히 유지하는 신세가 된다.

워너-타임과 LOG Company는 한때 류지호가 넘어야할 큰산이었다.

이제는 반대의 입장이 되었다.

물론 미디어 분야만 놓고 보면 그들 두 기업은 JHO Company보다 훨씬 거대했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때 미국을 대표하는 복합기업이었던 GTE의 성장세를 뛰어넘는 무서운 기세를 JHO Company가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침체에도 JHO Company는 공격적인 투자를 결코 멈추지 않고 있다.

디지털유선방송 가입자,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전화 가입자의 급격한 성장으로 5년 간 연평균 13.9%의 높은 성장을 보였던 Cast&Com과 비교해도 JHO Company의 성장은 매우 놀라울 지경이다.

자산규모와 기업가치 면에서 다른 복합미디어그룹 최상위권과 아직은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도 얼마 안 남았어...’


그룹의 자체적인 분석에 의하면 지금의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간다는 전제로 대략 5년 안에 세계 최고·최대 복합미디어 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루퍼트 폭스의 bSKYb를 M&A하게 되면 독보적인 복합미디어가 될 것도 같은데 말이지....’


류지호로서는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영국 최대이자 유럽에서도 수위권에 드는 위성사업자 bSKYb에 대한 M&A는 유럽연합 내부적으로 또 미국과의 정치·경제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몇 가지 있다.

루퍼트 폭스가 순순히 회사를 팔 것 같지도 않고.

딱히 위성방송사업의 덩치를 키우지 않더라도 2015년경에는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그룹에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StreamFlicks의 가입자가 폭발할 것이고, NeTube의 광고매출도 본궤도에 안착할 것이며, 텍사스와 새만금의 테마파크가 영업을 하고 있을 테고, SANYO그룹의 구조조정도 모두 끝나 있을 것이며, 데이터센터도 세계 곳곳에 최소 80곳 이상을 확보해 시장점유율에서 1위를 넘보고 있을 것이고, MSM-Mirage Resorts는 완전히 JHO Company Group의 손자회사로 편입이 되어 있을 터.

전통적인 미디어가 없다고 해도 뉴미디어들로 인해 세계 최고·최대 미디어왕국의 영예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할 수 있다.


탁.


읽고 있던 보고서를 덮은 류지호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데스크를 벗어나 미니바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6년근 홍삼농축액을 하나 꺼내 쭉 짜서 먹었다.


- 거대한 고층빌딩 창가에서 빌딩숲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

고급 수트를 차려입은 남자는 거대한 기업을 이끄는 CEO처럼 보인다.

마흔 정도 나이의 남자는 타고난 기품이 서려 있는 것 같다.


간혹 느끼는 데자뷰... 혹은 갑자기 따오르는 환상같은 것.

여유롭고 우아하며 은은한 기품까지 서려있는 남자.

그는 성공한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남자가 떠오를 때마다 류지호는 부럽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젠 그 남자와 비교할 정도가 된 것도 싶은데....’


과거로 돌아왔다는 인식을 하고부터 류지호는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 결과, 정말 많은 것을 이뤘다.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고.


삐이-


인터폰이 류지호의 상념을 일깨웠다.


“뭔가요?”

- 포스터씨, 디렉터 레이미, 미첸씨가 게스트룸에 도착해 있어요.

“벌써 시간이.....”

- 잠시만 더 게스트룸에서 대기하라고 전할까요?

“아니에요. 내 방으로 안내해 줘요.”


인터폰 통화가 마무리되고 얼마 안 가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류지호가 직접 집무실 문을 열어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어서와.”

“오랜만이다, Jay~"

"얼굴보기 정말 힘들어.“

“그냥 프로덕션 사무실로 내려오면 될 것을. 번거롭게.”

“초대해 줘서 고맙습니다.”


<스파이더맨>의 감독 사무엘 레이미.

SnowStorm 부사장 겸 게임 디자이너 빈스 미첸.

JHO Pictures 사장 앨런 포스터.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각본을 집필한 작가 로빈 로다트.

네 사람이 차례로 류지호와 인사를 나눴다.


“편안하게 대화 나눠보자고 일부러 내 방으로 오라고 했어.”


집무실에는 회의테이블이 잘 갖춰져 있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소파로 일행을 안내했다.

말대로 딱딱한 회의가 아니라 편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듯이.


“비서에게 마시고 싶은 것 알아서 알려 줘.”


손님들이 각자 마실 것을 비서에게 주문했다.

그 사이 류지호가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스크립트를 한권 꺼내 가져왔다.

스크립트 표지에 쓰인 워킹타이틀은...


<Undead Scourge>.


2008년 출시된 <WoW>의 두 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를 기반으로 실사화가 추진 중인 영화의 대본이다.

사실 SnowStorm에서는 줄기차게 류지호가 연출해 주길 요구했다.

류지호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준비하고 있는 영화도 많았고.

그럼에도 SnowStorm에서는 류지호가 시간이 날 때까지 기대리겠다고 했다.

류지호는 그럴 수 없었다.

<WoW>는 이 시기 1,300만 가입자를 기록 중이다.

본래 역사대로 영화가 개봉하게 된다면 <WoW>가 인기 최정점을 찍고 내려올 시기다.

흥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류지호는 <WoW>가 인기를 유지하고 있을 때 영화를 개봉하고 싶었다.

그러니 자신을 대신해서 믿을 만한 감독에게 메가폰을 쥐어야 했고.

그렇게 낙점된 감독이 2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사무엘 레이미였다.


“샘. 나와 프랜차이즈 시리즈 하나만 더 합시다!”


그 같은 류지호의 제안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무엘 레이미가 수락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미스터 할리우드가 제안한 프로젝트다.

메이저 스튜디오와 계약으로 메인 몸이 아니라면 다른 이에게 빼앗기기 전에 류지호가 내민 손을 붙잡을 수밖에.

사실 사무엘 레이미 감독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작업할 때 Timely 창작위원회와 자주 부딪쳤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꽤 자주 충돌했다.

그것을 류지호가 중간에서 조율을 잘 했다.

양측이 납득할 수 있게 중재자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게다가 사무엘 레이미는 <WoW>를 즐기고 있는 일명 ‘와우저‘였다.

마침 <반지의 제왕>풍의 판타지 영화, 중세풍의 기사도 영화 연출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참이다.

원하던 프로젝트를 떡하니 내미니 사무엘 레이미로서는 열일 마다하고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당장 스크립트를 보여줘!”

“게임 스토리를 짠 친구들이 쓴, 거친 스크립트밖에 없어요.”

“뭐라도 줘봐.”


<워크래프트> 스토리에 참여한 이들이 쓴 스크립트를 전달받은 사무엘 레이미는 그것을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류지호에게 허락을 구한 후, 곧바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 <패트리어트> 등을 집필한 작가 로빈 로다트를 불러 함께 자신만의 스토리로 재구성했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이전 삶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사무엘 레이미가 스크립트를 완성하고부터 달라졌다.

이전 삶에서는 SnowStorm이 영화 스크립트에 대한 거부권을 가지고 있었다.

사무엘 레이미는 그것도 모르고 스크립트를 썼다.

SnowStorm이 로빈 로다트가 참여한 스크립트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서 첫단추가 잘 못 끼워졌었다.

그런데다가 투자·배급을 맡았던 워너-타임이 발을 빼고 말았다.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만달그룹이 인수하기 전)는 간신히 유니벌스 스튜디오를 끌어들였다.

그때는 장장 9개월의 시간을 <워크래프트> 각본에 매달렸던 사무엘 레이미의 인내심 한계를 넘어선 후였다.

결국 레전더리 픽처스의 미숙한 진행, 투자·배급사의 변경, SnowStorm과 제작진 사이에서 좁혀질 수 없는 영화의 방향성까지... 여러 악재들로 인해 사무엘 레이미와 그가 데리고 온 헤드스태프들이 하차를 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그런 복잡한 사연이 만들어질 건덕지가 없었다.

류지호라는 든든한 프로듀서가 지휘를 했기 때문이다.

<WoW> 실사화의 닻을 처음 올린 시기는 대략 2008년이었다.

두 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가 출시된 시기다.

당시에 보안 때문에 붙여진 워킹타이틀은 <Northland Saga>였다.

현재는 영화의 주요 내용을 알 수 없도록 <Undead Scourge>로 바꿨다.

이 프로젝트 세계관의 주인공은 모두 네 명이다.

호드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있는 얼라이언스의 맹주 바리안 린.

검투사 노예에서 호드의 영웅으로 추앙받게 되는 스랄.

고귀한 하이엘프에서 밴시의 여왕이 되는 비운의 실바나스 윈드러너.

마지막으로 로데론의 사랑받는 왕자였으나 언데드의 군주가 되는 아서스 메네실.

이들 네 명의 주인공들 이야기가 실사화에서 스토리로 엮일 예정이다.

이전 삶에서 <워크래프트> 실사화는 게임의 첫 번째 시리즈를 기반으로 했다.

방대한 세계관을 순서대로 이어가려 했던 모양이다.

류지호는 그 기획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

<WoW> 유저 인기투표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하는 캐릭터가 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도 2위 밑으로 떨어져 본적이 없는 매우 드라마틱한 캐릭터다.

바로 리치왕 아서스 메네실이다.

그런 캐릭터를 놔두고 쓸데없이 장황한 ‘전쟁의 서막’을 첫 번째 영화로 선택한 제작자와 SnowStorm의 생각을 류지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전쟁의 서막’이나 호드의 영웅 이야기는 인간 영웅의 이야기로 성공을 거둔 다음에 해야 한다.

영화관객은 게임팬과 달라서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범벅이 된 영상을 돈 주고 보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CG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바타> 역시 인간 악당의 캐릭터와 서사를 공들여서 구축하고 CG로 탄생한 주인공과 대결을 벌이게 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불쾌한 골짜기를 피해가도록 유도했다.

헌데 <워크래프트>는 그 같은 기본을 무시하고 영화의 대부분을 시네마틱 트레일러처럼 구성하는 바보같은 짓을 벌였다.

암튼 류지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첫 번째 시리즈는 무조건 인간 아서스 메네실과 그가 타락해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리치킹이어야 한다고 단단히 못을 박았다.

성기사로서 자질이 뛰어나고 총명하며 백성을 위할 줄 아는 기사 중의 기사.

그렇기에 백성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왕세자.

그 정의로운 기사가 저주받은 검 ‘서리한’에 의해 타락하고 만다.

급기야 패륜까지 저지른다.

왕위를 찬탈하고는 죽음의 기사들의 왕이 되어 자신의 조국마저 언데드의 땅으로 만들어버린다.

게임 역사상 타락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리치킹의 스토리.

세계관 속에서 그에 대비되는 버라이어티 한 인물을 꼽자면 바리안 린과 호드 진영의 스랄 정도다.

타락의 반대라고 볼 수 있는 성장을 보여주는 인물들이기에.

다혈질이면서 일차원적인 인물처럼 게임에서 처음 등장하지만, 차츰 세계관이 확장되는 가운데 훌륭한 군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바리안 린.

인간 귀족에 의해 검투사 노예로 자랐지만, 그 역경을 딛고 오크 전사로서의 정체성을 깨달은 후로 비로소 호드의 영웅으로 성장해 나가는 스랄.

신념과 정신력이 단단한 전사 스랄은 멋진 리더의 매력을 보여준다.

미숙했던 시절의 모습을 딛고 점차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바리안 린은 전형적인 성장 서사의 영웅이다.

세 사람의 캐릭터성과 스토리 모두 입체적이다.

쓸데없이 이야기를 첨가하거나 과도하게 생략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먹힐 만하다.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스트립트에 대해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 해봅시다.”


여전히 SnowStorm 내부에서는 ‘전쟁의 서막’부터 차례로 세계관을 확장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있었다.

사무엘 레이미는 인간영웅의 이야기가 시리즈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고.

앨런 포스터는 후자를 지지했다.


“첫 등장에서 다소 멍청하고 바보 같은 바리안 린이 왜 스랄이나 다른 캐릭터를 제치고 와우저 투표 2위를 차지하는지 생각해 봐.”

“......”

“사람들은 정의롭고 올곧은 일차원적인 완성형 캐릭터보다 불완전하더라도 복합적이며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선호해.”


호드 진영을 선택해서 즐기는 유저조차 아서스 메네실과 바리안 린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SnowStorm 개발자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첫 번째 시리즈를 <리치왕>으로 풀어가는 것에 불만이 없어. 다만 추후에라도 호드 영웅을 중심으로 시리즈를 만들 것이란 약속을 해줬으면 좋겠어.”

“약속이라....”


오리지널 게임 스토리와 확장 세계관을 담은 소설판과 실사화 스크립트의 차별되는 지점이 몇 가지 존재했다.

세계관 안에서 미묘하게 엇갈리는 아서스, 바리안, 스랄, 실바나스 네 명의 주인공의 시간대와 에피소드들을 영화판에서 일치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원작 파괴에 가까운 설정 중에 하나는 리치왕을 처단하기 위해 노스랜드로 원정을 나서는 호드 군대를 드라노쉬 사울팽이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스랄이 참전하는 것으로 바꿨다.

전사한 드라노쉬의 갑옷을 그의 아버지에게 전하는 것도 스랄이 하는 것으로 각색했다.

또 하나는 하이엘프의 수도를 함락시킨 리치왕이 실버문 사령관이었던 실바나스 윈드러너를 언데드로 부활시킨다.

실바나스의 명예로운 죽음을 맞게 해달라는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리치왕의 휘하에서 죽음의 요정을 이끄는 밴시의 여왕이 되는데, 리치왕이 최후를 맞이 하기 훨씬 전에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했다.

추후 세계관이 확장되거나 스핀 오프가 제작될 때를 대비해서 실바나스의 석연찮은 퇴장에 대한 관객(팬)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려는 의도다.


“프리퀄이든, 스핀오프든, 뭐든지 제작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 할 게. 됐지?”

“그렇다면 우린 디렉터 레이미의 스크립트에 딴 말 안 할게.”


류지호가 앨런 포스터에게 물었다.


“트라이-스텔라는?”


앨런 포스터가 마치 연극대사를 읊듯이 말했다.


“모든 것은 군주의 뜻대로....!”


사무엘 레이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류지호와 영화를 하면 이런 것이 좋다.

그를 설득하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이 되니까.

지긋지긋한 스튜디오 임원들의 잔소리와 간섭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연출을 영화에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으니까.

물론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엄청 깐깐하게 굴긴 하지만.


“샘!”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사무엘 레이미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으, 응?”

“2012년 여름에는 개봉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워크래프트> 실사영화는 <반지의 제왕>의 사례처럼 1,2편을 동시에 촬영할 계획이다.

제작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1,2편의 흥행성적을 확인한 후에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작비가 결정된다.

만약 <반지의 제왕>급의 흥행성적을 기록하게 된다면.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작비가 2억 달러까지 집행될 수도 있다.

비주얼에 아낌없이 투자를 해야 하기에.

반대로 1.2편의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제작비가 대폭 삭감될 수도 있다.


“<매트릭스>처럼 연속해서 개봉하게?”

“두 번째 에피소드는 2013년 여름 개봉이 될 것 같네요.”


빈스 미첸이 궁금한 듯 끼어들었다.


“트라이-스텔라와는 이야기가 다 끝난 거야?‘

“별 다른 이견 없이 결정될 걸?”


할리우드 영화 메커니즘을 알지 못하지만, 할리우드 스튜디오 안에서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따라서 빈스 미첸은 류지호가 독단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을지 미심쩍어했다.


“......?”


그러거나 말거나.

빈스 미첸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라이-스텔라의 2012년 여름시즌 개봉작으로 <아이스에이지Ⅳ> 외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로비 잭슨의 <호빗>은 겨울 개봉이다.

Timely Studios의 TCU 영화들은 보통 5월에 개봉한다.

그 밖에 <007> 시리즈를 비롯해 <분노의 질주>, <미션 임파서블> 등의 프랜차이즈 시리즈들이 있지만, 충분히 개봉 라인업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TCU의 창작위원회 같은 시스템은 아니지만, 빈스가 SnowStorm을 대표해서 실사화 프로젝트의 co-producer로 참여하는 것으로 해.”

“제작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거지?”

“단 이미 합의를 본 스크립트에 대해 더는 왈가왈부하지 말 것. 자문을 하는 것은 좋지만 연출까지 개입하지 말 것. 그 부분은 나와 샘의 영역이니까.”


빈스 미첸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영화 편집권이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있다는 것 정도는 빈스 미첸도 안다.

게다가 미스터 할리우드가 제작하는 영화에 감히 이러쿵저러쿵 할 주제도 못 되고.

대신 빈스 미첸이 사무엘 레이미에게 물었다.


“혹시 화면 콘셉트나 미술 디자인에 참여시켜 줄 수 있습니까?”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양해를 구해야 하겠지만, 가능할 겁니다. 어차피 방대한 <WoW> 세계를 직접 설계한 이들이 많은 부분에서 제작팀에게 자문을 해줘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타쿠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영화가 바다로 가는지 산으로 가는지 모르게 된다.

마음 껏 참견하게 내버려두면, ‘서리한‘ 디자인 하나가지고 엄청난 신경전을 벌일 수도 있다.

TCU에서 창작위원회가 제작팀에 그런 식으로 자신들의 덕질을 강요하다가 낭패를 본 일도 몇 번 있었고.


“오스카 시즌 전에 샘과 정식 연출 계약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는데.”


앨런 포스터 과장되게 대답했다.


“엣설! 마이 로드!”


류지호가 사무엘 레이미에게 물었다.


“문제없죠?“

“내 요구사항은 전부 전달했어. 양보할 건 하고 뭐.... 계약서가 잘 작성됐고. 사인만 남았어.”

“개런티도 불만 없죠?”

“응.”


사무엘 레이미는 1,800만 달러, 흥행수익의 7% 분배 계약에 합의했다.

2005년 <킹콩>에서 로비 잭슨이 체결한 2,000만 달러, 20% 분배 계약 신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할리우드 연출계약 톱10에 들어가는 대형 계약이다.

각본을 쓴 로빈 로다트는 흥행에 따른 분배 없이 300만 달러를, 총괄 프로유서인 류지호는 500만 달러 선지급 조건, 박스오피스 수익 15%, 분배 계약에 합의했다.

투자는 트라이-스텔라, L&GH Bank 영화펀드, 류지호 소유의 벤처캐피탈, SnowStorm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주인공 물망에 오르내리는 배우들이 몇 명 있지만, 최대 1,000만 달러를 넘지 않는 몸값의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기로 했다.


“언론에 알리는 건?”

“이왕이면 오스카 캠페인 기간 중에 발표되면 좋겠지?”


<Chrismas Cargo>의 아카데미 수상에 목을 매다시피 하고 있는 앨런 포스터다.

자칫 실사화 이슈로 오스카 캠페인이 묻힐 수 있는 판단을 내렸다.

류지호가 의아한 시선으로 앨런 포스터를 빤히 쳐다봤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PS : 니름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성실하게 연재를 이어가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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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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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 Academy Awards! (1) +4 24.05.30 1,146 69 21쪽
869 아무렴 어때. +2 24.05.29 1,170 68 25쪽
868 나와 시리즈 하나 더 합시다! (2) +4 24.05.28 1,170 67 24쪽
» 나와 시리즈 하나 더 합시다! (1) +10 24.05.27 1,233 68 23쪽
866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5) +6 24.05.25 1,263 69 23쪽
865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4) +2 24.05.24 1,232 59 24쪽
864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3) +7 24.05.23 1,245 62 26쪽
863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2) +2 24.05.22 1,291 69 27쪽
862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1) +5 24.05.21 1,314 61 24쪽
861 태권도 영화는 안 만들어? +3 24.05.20 1,256 67 26쪽
860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3) +5 24.05.18 1,304 80 26쪽
859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2) +3 24.05.18 1,150 66 22쪽
858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1) +2 24.05.17 1,311 71 26쪽
857 애쓰면 뭐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2) +5 24.05.16 1,332 75 25쪽
856 애쓰면 뭐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1) +9 24.05.15 1,333 73 26쪽
855 앞으로 한 눈 좀 팔아볼까? +4 24.05.14 1,351 68 24쪽
854 축복 받았어. 이런 오너라니.... +7 24.05.13 1,397 83 27쪽
853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4) +4 24.05.11 1,356 69 27쪽
852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3) +5 24.05.10 1,341 59 28쪽
851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2) +3 24.05.09 1,321 68 22쪽
850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1) +5 24.05.08 1,321 76 23쪽
849 누가 주인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5 24.05.07 1,366 74 26쪽
848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2) +5 24.05.06 1,370 74 23쪽
847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1) +7 24.05.04 1,410 76 25쪽
846 Légion d’honneur. +4 24.05.03 1,433 67 24쪽
845 남에게 비싸게 파는 것도 비즈니스다! +6 24.05.02 1,388 66 28쪽
844 자기 과시, 거장으로 다가가는 순간... 그 어디쯤. +4 24.05.01 1,354 84 28쪽
843 칸 영화제. (3) +8 24.04.30 1,305 89 26쪽
842 칸 영화제. (2) +4 24.04.30 1,184 67 26쪽
841 칸 영화제. (1) +3 24.04.29 1,316 77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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