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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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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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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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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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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아무렴 어때.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 영화 <Christmas Cargo>, 미국 주요 비평가협회상 잇단 수상!


할리우드 주요 매체들이 연말에 진행되고 있는 각종 영화 관련 수상내역을 보도했다.

연일 수상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Christmas Cargo>는 12월 중순에 열린 '시카고비평가협회상(Chicago Film Critics Association Awards)'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Christmas Cargo>는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이어진 '전미비평가협회상(National Board of Review Awards)', 'LA비평가협회상(L.A. Film Critics Association Awards)', '뉴욕비평가협회상(New York Film Critics Circle Awards)' 등 북미 지역을 대표하는 3대 비평가협회상까지 모두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작품상과 감독상의 경우 <Christmas Cargo>와 <소셜 네트워크>가 치열하게 경합을 벌여 나눠 수상하는 양상으로 흘렀다.

따라서 두 작품 모두 1월에 열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Golden Globe Awards)에서 주요 부문 수상이 유력시 되었다.

골든 글로브 시상에서 유의미한 수상을 기록하게 된다면 당연히 2월에 열리는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2010년 미국의 주요 비평가협회상을 휩쓴 <Christmas Cargo>는 기대대로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발표한 쇼트리스트(shortlist) 10개 작품 가운데 한 편으로 선정되었다.

예비후보는 장편영화, 장편 다큐멘터리, 단편 다큐멘터리, 분장, 음악, 주제가, 단편 애니메이션, 라이브액션 단편, 외국어영화 등 9개 부문에 한정해 각 부문별 10개 작품을 선정한다.

각 부문 쇼트리스트에 오른 10개 작품 가운데 본상 수상을 다툴 최종후보작 5편은 내년 1월 13일 쇼트리스트 선정 절차가 없는 다른 부문 후보들과 함께 발표된다.

그리고 아카데미 회원들이 최종후보작 한 편에 투표한다.


“지금의 분위기만 봐서는 <Christmas Cargo>와 <소셜 네트워크>의 2파전이야. 우리가 좀 더 유리한 분위기고.”


앨런 포스터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그런 분위기에 류지호가 약간의 초를 쳤다.


“다크호스로 <킹스 스피치>를 빼선 안 되지.”


<Christmas Cargo>는 7월에 일찌감치 개봉해 현재는 대부분의 극장에서 영화가 내려온 상태다.

반면에 <소셜 네트워크>는 10월에 개봉해서 여전히 극장에 걸려 있다.

특히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킹스 스피치>는 11월 말에 개봉해서 따끈따끈한 신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극장에서 내려 온 <Christmas Cargo>는 두 작품에 비해 투표권이 있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있을 수도 있단 뜻이다.

따라서 아카데미 프로모션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미국 내 중요 시상식에 다니면서 언론노출에 힘을 쏟아야 했다.

트라이-스텔라와 JHO Pictures는 3대 미국비평가협회상에서 주요 상을 수상한 이후 ‘오스카 캠페인’ 혹은 ‘오스카 레이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에는 ‘오스카 캠페인‘ 예산 수립과 진행, 전 세계 프로모션, 관객과 오피니언 리더 대상 시사회 개최, 감독·배우·제작사 프로모션 참석 스케줄 조율 등 전반적인 캠페인 전략을 총괄하는 전담팀을 가동시켰다.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던 영화가 막상 아카데미에서 성과를 못 낸 경우도 많아. 부화하지도 않았는데 병아리부터 세지 말자고.”


미국의 영화평론가들의 의견이 일정 부분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5,000명이 넘는 회원 투표로 결정되는 수상작에는 얼마든지 이변이 생길 수 있다.

아카데미 역사에서 반전 메시지를 잘 담아낸 전쟁영화의 손을 들어준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 상(작품, 감독, 각본)을 수상한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다만 촬영, 시각효과, 음향효과 같은 기술상에서 주로 성과가 있었다.


“기술상 부분에서는 올해 <인셥션>이란 강력한 경쟁작이 있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된다고 해도 될까 말까 한데, 감독 본인이 자신 없으면 어쩌자는 거야?”

“자신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아카데미를 믿지 못하겠다는 거지.”

“재작년에 <허트 로커>가 주요 상을 휩쓸었잖아.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로 실로 오랜만에 전쟁영화가 아카데미의 주요 상을 받았어. <Christmas Cargo>는 더 스펙터클하고 더 인간적이잖아. 될 거야. 아니 되어야 해.”


류지호는 수상에 다소 회의적이다.

2년 만에 아카데미가 다시 한 번 전쟁영화에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안겨줄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했다는 것도 불리한 점이고’


대체로 <Christmas Cargo>의 아카데미 수상을 반반으로 보는 분위기다.


“최소한 기술상 부문에서 한 개 부문 수상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겠지.”

“작품상이 아니라면 감독상이라도 줘야지. 올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는데....!”


정작 류지호 본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는데, 앨런 포스터가 더 애를 태웠다.

전쟁영화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달성한 상황임에도.

참고로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에서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중에서 아카데미 수상작이 한 편 있다.

1954년에 개봉한 <The Bridges at Toko-Ri>다.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앨런 안달복달하지 말고 부담 없이 오스카 캠페인을 즐기자고.”


✻ ✻ ✻


That smells like Weinstein!

(와인스타인 냄새가 난다).


할리우드 업계에서 오스카 캠페인에서 유독 비열한 홍보 전략을 펼치는 영화에 대해 하는 표현이다.

이전 삶에서 ‘Me Too' 운동으로 할리우드에서 퇴출되어 뉴욕법원 성범죄 재판에서 23년형을 선고 받은 영화제작자에 빗댄 표현이다.

류지호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를 얻을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이 오스카 캠페인이 치열하진 않았다.

1990년대 말부터 과열되기 시작해 지금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마다 전담팀까지 두고 있다.

오스카 캠페인을 과열시킨 장본인이 하비 웨인스타인이다.

ParaMax Flims를 트라이-스텔라에 매각한 후 웨인스타인 컴퍼니를 설립한 그는 오스카 레이스에서 이전까지 누구도 하지 않았던 방식의 프로모션을 다방면에서 펼쳤다.

웨인스타인은 자신이 제작한 영화가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할 수 있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일명 협박조 캠페인(bully campaign)이다.

경쟁 영화에 대해 나쁜 입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기본이다.

친분이 있는 기자를 통해 각종 부정적인 기사를 양산하도록 유도해서 경쟁 영화에 흠집 내기 수법을 수시로 썼다.

이전 삶에서는 1999년 아카데미 작품상이 유력했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제치고 웨인스타인이 제작한 시대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수상했었다.

그 배후에 웨인스타인의 수작질이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번에도 그 버릇 남 주지 않은 모양이다.

비록 류지호로 인해 마이너 영화인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유대계임을 내세워서 메이저들과 그럭저럭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못된 짓을 일삼고 있기도 하고.

할리우드에는 제2,제3의 웨인스타인이 넘쳐나고 있다.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이 만연해 있고, 오스카 캠페인에서도 추잡한 경쟁작 흠집 내기와 나쁜 입소문 전략이 만연했다.

암튼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가 벌어지기 최장 6개월 전부터 행해지는 오스카 수상을 위한 선거전을 ‘오스카 캠페인‘이라 부른다.

아카데미 수상작은 회원들의 표심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오스카 수상을 겨냥한 영화들은 11월에서 12월에 주로 개봉한다.

다만 이들 영화의 오스카 홍보전은 보통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물론 예산, 인력, 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프로모션이다.

경쟁이 치열한 탓에 ‘오스카 레이스’라고도 불린다.

미국 할리우드 빅7의 경우 자사 작품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아카데미 캠페인 전담팀’이 조직 내에 상설로 존재하며 철저한 전략에 입각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오스카 캠페인 예산도 상당히 많이 책정되고 있다.

보통 500~2000만 달러까지 사용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과 함께 글로벌 영화계 인맥, 공격적인 프로모션 등이 총동원된다.

사실 아카데미 선거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다른 영화제들이 10여 명 내외의 심사위원들이 심사와 선정을 하는 것과 달리 아카데미상 후보와 수상작은 전 세계 6,000여명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로 선정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회원들이 아카데미 회원에 합류하고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투표단의 94%가량은 미국 현지 영화 관계자들이다.

특히 90% 이상이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 75% 이상이 남성이며 또 그 가운데 과반 이상이 60세 이상이다.

괜히 아카데미가 백인·보수 중심이란 말을 듣는 것이 아니다.

2007년에 아카데미 회원이 6,000명에 이르자 신규 회원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바꿨다.

비백인 비율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한 조치였다.

류지호가 투덜거렸다.


“대통령 선거 캠페인도 아니고... 해도 너무 한데?”


몇 달 동안 뉴욕주, 애틀란타주, 일리노이주,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등.

비평가협회 시상식이 열리는 지역을 쉼 없이 돌아다녔다.

지역방송 출연, 매체 인터뷰, 특별 시사회, 파티 등 온갖 일정을 소화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상을 탈 수 있는 거야?”

“다른 감독들과 프로듀서들은 7월부터 강행군 하거든!”


세상에 날로 먹는 것은 없다.

할리우드 최고 제작사 중 하나로 부상한 앨런 포스터조차 오스카 수상을 위해 7월부터 미국을 넘어 영연방 국가들을 돌며 <Christmas Cargo> 오스카 캠페인을 벌여왔다.

반면에 그의 파트너인 류지호는 실컷 놀다가 11월에야 캠페인에 합류하고는 연일 투덜대고 있다.

앨런 포스터의 음성에 절로 짜증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


“솔직히 내 영화는 다른 영화들보다 캠페인 쉽지 않나....?”


류지호는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인맥, 명성, 권력을 가지고 있다.

외국 감독이나 중소 규모 배급사처럼 7월부터 땀내 나게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홍보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11월부터 열리는 각 주의 비평가협회와 할리우드 조합상 시상식은 반드시 참석해야 했다.

1월에 후보작이 발표된 후로는 각종 파티를 개최해 표관리에 들어가야 하고.


“오스카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권을 많이 가진 미국 배우조합이나 감독조합 같은 할리우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잖아. 내가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데뷔하는 감독이나 외국출신 감독도 아닌데,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경쟁작들 면면을 보고도 그래?”

“이제 막 숏리스트가 발표된 것뿐이거든.”

“주요 작품들이 추려지는 분위기야. 바짝 긴장해야 돼.”

“언제는 만만한 영화가 있었나?”

“속 편한 소리 한다!”


류지호는 이번 아카데미 주요 후보작 상당수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신이 연출한 <Christmas Cargo>는 물론이고, <소셜 네트워크>, <블랙 스완>, <더 브레이브> 등 영화들에 투자하면서 Executive producer, producer 크레디트를 받았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킹스 스피치>는 영국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작품인 관계로 류지호와는 인연이 없었다.

만약 <킹스 스피치>가 작품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류지호가 오스카 마지막 무대에 서는 일은 없겠지만, <Christmas Cargo>나 <소셜 네트워크>가 수상하게 되면 공동 수상자로 다시 한 번 오스카 수상 무대에 오를 수가 있다.


“Jay... 네게는 앞으로 기회가 많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야. <Christmas Cargo>가 이번에 수상에 실패하면 내 인생에서 언제 또 다시 오스카 수상 기회가 오겠어.”

“남은 일정 열심히 할게. 됐지?”


앨런 포스터는 50대에 접어 들지도 않았다.

아직 젊다.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도 50대부터 오스카 트로피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유대계이면서 유니벌스 스튜디오 임원 출신의 성골이라서 앨런 포스터와는 여러모로 직접 비교하기 힘들지만.

암튼 앨런 포스터는 JHO Pictures에 계속 남아있게 된다면 적어도 한 두 번은 더 오스카 작품상 후보작을 제작할 기회가 올 것이다.

JHO Pictures가 류지호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덕션이긴 하지만, 그 외의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하고 있었으니까.

당장 JHO Pictures는 Smokehouse Films와 <Argo>를 공동제작한다.

류지호의 친구 밴틀리 애플릭이 감독과 주연배우로 합류하기로 했다.

류지호의 기억에 의하면 이전 삶에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다.

<Argo>에 프로듀서 크레디트를 갖게 될 앨런 포스터는 작품상 수상자로 아카데미 무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았다.


“<Christmas Cargo>에 대한 흑색선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아?”


류지호는 대답 대신 양 팔을 벌리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미국의 진보를 표방하는 일부 매체에서 <Christmas Cargo>가 묘사한 장진호 전투가 명백히 패배한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류지호가 마치 승리한 전투인 것처럼 날조했다는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또한 미국의 참전용사단체의 로비와 국방부의 압력에 류지호가 굴복해 미군 띄워주기 영화를 제작했다는 루머도 돌아다녔다.

펜타곤으로부터 5,000만 달러 상당 투자를 받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있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의 강력한 후보인 <Christmas Cargo>에 대한 흠집 내기 뜬소문들이 여과 없이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물론 <Christmas Cargo>만 그런 것이 아니다.

<킹스 스피치>의 경우에는 영화 속 캐릭터 ‘조지 6세’가 친나치적인 성향의 캐릭터라는 이유로 후보작 선정에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역시 실제 페이스노트의 창업자들 사이의 법정분쟁을 부각시키며 주커벅의 부도덕성을 들춰내고 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가까워지자 이러한 협박조 캠페인(bully campaign)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웃으면서 넘길 일이 아니야.”

“.....”

“어떤 놈들인지... 저질 캠페인에 대해 경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내버려둬.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니잖아.”


2000년대 들어오며 오스카 레이스가 치열해지면서 흑색선전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부문을 뺀 모든 수상 부문에서 각종 흠집 내기 소문이 할리우드에서 횡행하고 있다.

일일이 대응할 할 수도 없다.

사실 할 필요도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면 언제 논란이 있었냐는 듯 사그라지니까.

한국 언론이 너무 썩어서 ‘기레기’가 넘쳐난다고 한다.

미국은 더 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언론매체 숫자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고 관련 종사자도 많으며 대놓고 황색신문을 드러내놓고 판매되는 신문도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예계에서는 제작자와 기자의 유착이 가관이다.

한국처럼 접대를 받거나 뇌물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정인의 자서전 집필을 약속 받은 기자가 온갖 빨아주는 기사를 양산한다.

'Me Too' 운동으로 몰락한 웨인스타인의 경우 그런 식으로 상부상조한 기자가 최소 세 명으로 밝혀졌다.

앨런 포스터도 따로 관리하는 기자가 몇 명 있다.


“맞불은 놓지 않겠는데.... 진실을 알리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하지마.”


류지호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암튼 11~12월에 걸쳐서 온갖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본격적인 오스카 캠페인에 앞서 몸풀기에 불과했다.

본 게임은 아카데미 회원들이 속해 있는 각종 조합이 수여하는 상부터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골든 글로브상 또 각 지역 비평가상보다 아카데미 회원이 속해있는 각종 조합상 결과가 오스카 캠페인에 있어 더 중시된다.

특히 배우조합의 결과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배우조합 소속 조합원의 투표권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프로듀서 조합이고.

다만 배우 조합원의 투표권이 프로듀서 조합원의 두 배 이상 많다는 사실.

때문에 빅7의 캠페인 전담팀은 배우조합상에 온 힘을 집중하고, 프로듀서조합상, 감독조합상, 작가조합상의 순서로 수상을 위해 애를 쓴다.

그 외에 주목 받는 조합상에 시각효과조합상도 있다.

아카데미 회원 가운데 시각효과조합원이 감독조합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작품상을 노리는 영화들은 그들 조합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2010년 최고의 시각효과조합상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Christmas Cargo>가 <인셉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아이언맨2>를 따돌리고 시각효과조합원들이 수여하는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Christmas Cargo>가 아날로그 VFX를 극한까지 영화에서 구현해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시각효과조합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영화미술조합상과 의상조합상에서도 <Christmas Cargo>가 선정됐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더는 제작되지 않았던 한국전쟁을 미술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해 냈고, 수백·수천 벌의 군복을 물론이고 각종 소품을 만들어낸 동료들의 노고에 대한 조합원들의 격려와 찬사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스카 레이스에 열심히 참여하는 류지호와 그에 따른 성과들에 앨런 포스터의 입고리가 자꾸만 말려올라갔다.

기술상 경쟁작들이 워낙 막강해서 기대를 접고 있었는데, 의외의 성과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Christmas Cargo>에 투표했겠지?”


류지호가 뜨뜻미지근하게 대답했다.


“글쎄....”

“이봐, 보스! <Christmas Cargo>는 네 영화야!”

“<소셜 네트워크>, <블랙 스완>, <더 브레이브>도 내 영화야.”

“그 영화들은 너 혼자 수상하는 게 아니잖아.”

“아무렴 어때. 내가 투자한 영화란 게 중요하지.”


류지호의 영화 선택권리 다섯 장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예전만큼 다 챙기지 못하지만, 여전히 류지호의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

류지호라고 왜 오스카 수상을 기대하지 않겠는가.

내심 간절히 수상을 원하고 있다.

그저 겉으로 태를 내지 않으려는 것 뿐.

참고로 류지호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평생회원이다.

아카데미 작품상 <타이타닉>의 공동수상자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는 회원은 평생회원 자격을 부여받는다.

특별한 결격사유나 사망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평생 아카데미 투표 자격을 유지한다.

이 시기 아카데미 평생회원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아시아계로는 류지호가 유일하다.


✻ ✻ ✻


1월 16일.

베벌리힐스의 힐턴호텔에서 제63회 골든 글로브(Golden Globes Award) 시상식이 열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hristmas Cargo>는 단 한 부문에서 수상했다.

로이 호너가 오리지널 스코어(음악상) 부문에서 유일하게 수상했다.

<Christmas Cargo>가 수상에 실패했음에도 류지호는 시상식 무대에 섰다.

바로 <소셜 네트워크>가 작품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공동 제작자로써 수상무대에 섰다.

강력한 아카데미 후보작인 <소셜 네트워크>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3관왕에 올랐다.

각각 7개 부문,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킹스 스피치>와 <Christmas Cargo>는 남우 주연상과 음악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골든 글로브는 외신기자협회(HFPA, 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가 영화와 TV부분으로 나눠 매해 1월에 시상한다.

아카데미 시상식 한 달 전에 열리기에 오스카 전초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에 따라서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석권하다시피 한 <소셜 네트워크>가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졌다.

뒤풀이 장으로 이동하며 앨런 포스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 봐. 한국전쟁은 안 먹힌다니까.”


류지호는 <소셜 네트워크> 작품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기에 그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류지호가 관여한 TV시리즈 <보드워커 엠파이어> 또한 TV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수상무대에 서진 않았지만, 류지호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없고.

마르틴 스콜체제와 빈센트 부세미 두 사람은 수상소감을 전하며 류지호를 여섯 번이나 언급하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소재때문인지. 아니면 너의 커리어 때문인지... 아카데미 시즌이 끝나고 분명히 밝혀야겠어.”

“음악상 받은 것처럼 오스카 기술상은 받겠지 뭐.”


<The Killing Road> 이후로 류지호가 할리우드에서 연출한 영화 대부분이 상업성이 뚜렷한 블록버스터였다.

사람들에게 작품성과는 거리가 먼 할리우드 작품들을 주로 연출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한국어로 제작된 영화들이 북미에서도 개봉되었지만, <Remo>나 <Frank Castle> 같은 반응을 끌어내진 못했다.

심지어 일본어로 제작된 영화도 미국에 소개됐다.

한마디로 영화감독으로써나 작품적으로 정체성이 뒤죽박죽이라고 할까.

할리우드에서는 손대는 영화마다 흥행에 성공하고, 오스카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는 최고의 흥행감독이자 프로듀서로서 명성이 높지만, 예술적으로는 저평가 받는 면이 없진 않았다.

평단, 언론, 업계, 대중 각자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하고.

류지호의 필모그래피에 할리우드 영화로 더 많이 채웠어야 했다는 조언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영화를 찍는 것이 재능 낭비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웃긴 것은 할리우드에서는 블록버스터 흥행감독이란 인식이 강하지만, 유럽에서는 반(反) 할리우드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암튼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 상당수는 60대 백인남자다.

그들이 봤을 때, 아시아계가 할리우드 최정점에 위치해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꼴이 좋아 보일 리가 없다.

알게 모르게 류지호를 띄워주는 것에 불만을 가진 백인 기득권도 상당하고.

겉으로는 친절해도 속으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즉 아카데미 회원 투표로 수상이 결정되는 것이 류지호에게 불리 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나마 외신기자들이 수여하는 골든 글로브에서 <Christmas Cargo>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백인 중심이며 매우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류지호에게 영광을 안겨줄 것 같지 않았다.

수십 년 째 백인남성만의 잔치라고 비난 받는 오스카다.

안 변한다.

변할 생각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몇 년 후, 노령의 백인 회원이 대거 빠져나가게 된다.

새로운 아카데미 회원으로 유색인종과 해외 영화인 천여 명이 새롭게 합류하게 된다.

그때까지 아카데미의 보수적 기조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


‘내가 영화할 날들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 있으니까....!'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란, 성경 말씀도 있지 않은가.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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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 Academy Awards! (1) +4 24.05.30 1,146 69 21쪽
» 아무렴 어때. +2 24.05.29 1,171 68 25쪽
868 나와 시리즈 하나 더 합시다! (2) +4 24.05.28 1,170 67 24쪽
867 나와 시리즈 하나 더 합시다! (1) +10 24.05.27 1,233 68 23쪽
866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5) +6 24.05.25 1,263 69 23쪽
865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4) +2 24.05.24 1,232 59 24쪽
864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3) +7 24.05.23 1,245 62 26쪽
863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2) +2 24.05.22 1,291 69 27쪽
862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1) +5 24.05.21 1,314 61 24쪽
861 태권도 영화는 안 만들어? +3 24.05.20 1,256 67 26쪽
860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3) +5 24.05.18 1,304 80 26쪽
859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2) +3 24.05.18 1,150 66 22쪽
858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1) +2 24.05.17 1,311 71 26쪽
857 애쓰면 뭐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2) +5 24.05.16 1,332 75 25쪽
856 애쓰면 뭐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1) +9 24.05.15 1,333 73 26쪽
855 앞으로 한 눈 좀 팔아볼까? +4 24.05.14 1,351 68 24쪽
854 축복 받았어. 이런 오너라니.... +7 24.05.13 1,397 83 27쪽
853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4) +4 24.05.11 1,356 69 27쪽
852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3) +5 24.05.10 1,341 59 28쪽
851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2) +3 24.05.09 1,321 68 22쪽
850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1) +5 24.05.08 1,321 76 23쪽
849 누가 주인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5 24.05.07 1,366 74 26쪽
848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2) +5 24.05.06 1,370 74 23쪽
847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1) +7 24.05.04 1,410 76 25쪽
846 Légion d’honneur. +4 24.05.03 1,433 67 24쪽
845 남에게 비싸게 파는 것도 비즈니스다! +6 24.05.02 1,388 66 28쪽
844 자기 과시, 거장으로 다가가는 순간... 그 어디쯤. +4 24.05.01 1,354 84 28쪽
843 칸 영화제. (3) +8 24.04.30 1,305 89 26쪽
842 칸 영화제. (2) +4 24.04.30 1,184 67 26쪽
841 칸 영화제. (1) +3 24.04.29 1,316 77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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