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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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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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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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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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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누가 주인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MacIntosh가 아이폰의 네 번째 시리즈를 내놓았다.

같은 날, 오성전자 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 브랜드 Mirinae-S를 출시했다.

오성전자는 옴니아Ⅱ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오점을 남긴 바 있다.

절치부심 끝에 윈도우 OS를 버리고 Googol의 안드로이드를 채택해 아이폰에 대항하는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오성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 가치 5조원에 달했던 애니콜을 버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

큰 모험이었다.

몇 달 전, Mirinae-A가 출시되어 잠시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옴니아 사태에 비해 큰 논란과 잡음 없이 Mirinae-S 체계로 넘어갔다.

Mirinae-S의 출현은 노키아의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류지호는 양대 스마트폰 브랜드 기업의 주요 주주다.

비유하자면, 한손에는 떡을 다른 손에는 달콤 시원한 식혜를 들고 있는 셈이다.

아이폰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면 Mirinae 판매 실적으로 위안을 삼고, Mirinae 판매실적이 저조하다면 아이폰 실적으로 위로를 받으면 되니까.

암튼 아이폰4는 사전 주문이 폭주했다. 거래소에서 시스템 장애 현상까지 빚어진 가운데 MacIntosh 주가가 한때 주당 272.90달러까지 치솟으며 최고치를 갱신했다.

반면에 오성전자 주가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플래그십 브랜드 런칭을 발표했을 때는 주가가 껑충 뛰어올랐지만, 막상 출시되자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81만 원 선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Rehman사태로 40만 원 선에서 횡보했던 시절에 비해서 2년 만에 주가가 두 배로 뛰긴 했지만.

이전 삶에서는 엎치락뒤치락 아이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가 오성전자의 액면분할 전에 287만 원까지 올랐었다.

오성전자 주주들이 최고로 배가 부르던 시절이었다.

올해 오성전자는 주당 1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공시했다.

연말에 짭짤한 배당금 수입이 기대되었다.

배당금은 모두 다울재단에 기부할 생각이라 정작 류지호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한푼도 없을 테지만.

6월 말에는 54년 만에 미국 자동차 회사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신규 상장하는 역사적인 사건도 있었다.

그 주인공은 TESLAS Motor Company다.

TESLAS는 1956년 헨리 모터 컴퍼니에 이어 두 번째로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미국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

상장 전, TESLAS에서 1,330만 주를 발행한다고 알려온 바 있다.

주당 14~16달러에 발행해 약 1억 9,000만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당일 뉴욕증시가 2% 이상 폭락하는 장을 연출했음에도 TESLAS는 나스닥시장에서 공모가보다 12% 오른 19달러에서 거래가 시작되어 한때 17.54달러로 밀리기도 했으나 결국 23.8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그를 통해 예상보다 많은 2억3,000만 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

류지호는 개인과 소유 투자회사를 합쳐 모두 3,700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주식 평가액으로 9억 달러 상당의 재산이 불어났다.

류지호가 과거로 돌아오기 직전 TESLAS 주식은 ‘저 세상 주식’이란 말이 돌 정도로 하늘을 찔렀다.

443달러를 기록할 때였으니까.

뉴욕증권거래소에 첫 등장할 때만 해도 TESLAS 주가가 4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스터 할리우드, 일론 리브스의 개인기와 미래에 대한 꿈을 팔아 주식시장 입성에 성공은 했지만, 여전히 TESLAS는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닷컴버블을 겪은 나스닥 시장은 더는 꿈만 팔아서는 주가를 뛰게 할 수 없다.

실적이라는 결과를 증명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TESLAS는 2년 후에나 신규 전기차가 시판된다.

그 시기까지 주가가 폭락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주식상장까지 성공함으로써 일론 리브스는 TESLAS Motor Company를 완전히 장악했다.

초창기 멤버 상당수가 TESLAS를 떠났다.

나스닥에서 예상보다 높은 주가를 형성하자, 일론 리브스와 경영진이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일론 리브스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TESLAS는 제조업이 아니었다.

류지호가 보기에 IT기업 같았다.


“오랜만이야. Jay.”

"고생이 많다.“


류지호와 일론 리브스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 산호세 북쪽, 프리몬트 남쪽에 위치한 대규모 자동차 생산시설 누미(New United Motor Manufacturing Incorporation)에 와 있다.

작년까지 DM과 DOYODA의 합작 형태로 가동되어 왔지만, 지금은 TESLAS Motor Company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공장이 됐다.


“주정부와 협의를 잘 됐고?”

“파산보호 신청으로 곤란한 DM은 권리를 포기했고, 주정부는 노동자들을 다시 일터로 보낼 수가 있고, DOYODA 역시 미국의 생산시설을 통합하길 원했기 때문에 협상은 원활하게 마무리 됐어.”

“DOYODA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 불발 되었다면서?”


일론 리브스는 DOYODA와의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9%의 지분을 5,000만 달러에 매각하려고 했다.


“아쉽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어.”

“아쉬워하지 마. 그들이 네 제안을 거절한 것을 후회하는 날이 올 테니까.”


동의한다는 듯이 일론 리브스가 시원하게 웃어재꼈다.

하하.


“공모로 조달한 자금으로 부지매입 비용을 충당하는 거야?”

“일단은. 그리고 정부로부터 새로운 대출을 받기로 했어.”


누미(NUMMI)의 전체 면적은 무려 45만 평이다.

그 중 25만 평을 TESLAS Motor Company가 4,700만 달러에 사들였다.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헐값에 매입할 수 있었다.

남은 20만 평은 가온모터스 명의로 구입했다.

TESLAS-가온모터스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이곳 프리몬트를 가온모터스 전기차 북미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음.”


사실 신생 회사에게는 부담이 되는 부지 규모다.

게다가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조차 쓰디쓴 고배를 맛본 곳 아니던가.

그럼에도 일론 리브스는 자신감에 차 있다.

특히 자신이 강점이 있는 IT기술을 생산 프로세스에 융합시킬 꿈에 부풀어 있었다.


“공장 가동은 언제 쯤 가능해?”

“대략 8월 중순 즈음이 되지 않을까 싶어.”

“모델-S를 생산하게 되는 거야?”

“DOYODA와 합작이 이루어졌다면, 두 가지 모델이 생산되었겠지.”

“감당할 수 없었을 걸?”

“겨우 5만대 가지고 뭘....”

“자동차 만드는 걸 우습게보지 마.

“우습게 안 봐.”

“부품조달을 이 곳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한다고?”

“응. NUMMI에 전부 집약시키려고.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부품이 적기도 하고, 핵심 특허기술에 대한 보안도 쉽고.”

“가온모터스와 이야기는 잘 된 거지?”

“DOYODA에 비해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무시하지 마.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자동차 회사야.”

“나와 TESLAS가 가진 장점은 기존의 자동차 산업에 있지 않아. 우리는 남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것을 해야만 해.”

“새로운 시도든 혁신이든.....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야. 제대로 준비하고 신중하게 시도하란 말이야. 왜 자동차 업계에서 여전히 컨베어벨트 시스템의 플랫폼이 사용되고 일부 플랫폼이 비싸게 팔리는지 생각해 봐.”


한때 프리몬트의 NUMMI 공장은 미국에서도 높은 생산성을 자랑했다. 지금은 아니다.

이전 삶에서 미국의 자동차 공장에서 5만 8천여 명의 근로자가 연평균 433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1인당 대략 74.8대의 차를 생산했다.

반면에 TESLAS 전성기 시절 프리몬트 공장에서는 약 1만 5천여 명의 근로자가 25만 4천대의 차를 생산 1인당 연평균 16.9대를 생산하는데 그쳤다.

타사 평균 대비 생산성이 1/4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다.

차체 설계나 생산 프로세스가 최적화되지 않은 탓이다.

TESLAS 전성기 시절에는 전 세계에서 주문을 쏟아졌다.

그러나 형편없는 생산성으로 인해 제때 차량이 인도되지 못했다.

초고 불량률이 엄청났다.

마감 부분에서는 중국차보다 못하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일론 리브스는 스마트팩토리 만능주의 환상에 빠져 있었다.

완전 자동화 생산만 고집하다 뼈아픈 실패만 거듭했다.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

일론 리브스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수년 간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미국 자동차 노조에 가입되지 못한 직원들은 경영진의 압박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고공행진 하던 주가에 희희낙락하던 주주들이 외면했던 TESLAS의 그늘이었다.

TESLAS의 주가가 무섭게 뛰어오르던 그 시간에 프리몬트 공장 노동자들의 업무강도는 날로 높아져만 갔다.

무리한 근무로 인해 산재가 속출했었다.

‘아이언 맨‘이라 불리던 일론 리브스에 대한 찬사에 가려진 그늘이었다.


“네 고집대로 TESLAS가 직진만 하다가는 커다란 불명예도 함께 따라다닐 거야.”

“무슨 불명예?”

“84부터 7년 동안 미국의 DM 공장 중에서 단 한 번도 품질과 생산성 부분에서 최고의 지위를 놓치지 않았던 NUMMI를 가동하는 TESLAS가 개발도상국 자동차 회사조차 보여주지 않는 최악의 품질과 생산성을 자랑한다고.”

“무슨 그런 악담을!”

“지금의 TESLAS는 네 세상이야. 너는 자동차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있어. 전기차의 미래가 IT와의 융합에 달려있다고 해도. TESLAS는 먼저 자동차부터 잘 만들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온힘을 다하고, 차를 만드는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겼으면 좋겠어.”

“난 의욕만 앞서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애송이 창업자가 아니라고.”

“알아. 실리콘밸리 슈퍼스타지.”


류지호의 어조가 어딘지 쌀쌀맞은 것 같았다.


“너만의 디자인 콘셉트, 전기차 배터리 개념, 자율주행 시스템 등등.... 내가 볼 때 너는 TESLAS 자동차에 IT기술을 융합하는 것이 아니라 IT기술에 자동차를 맞추려고 하고 있어. 혁신적인 스마트기기를 만들고 싶다면 MacIntosh처럼 휴대전화를 만들거나 시계를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출신들은 너도나도 제2의 잡스가 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부와 권력(경영권)이 생기자, 모든 걸 자기 뜻대로 해야 직성에 풀리는 모양이다.

그 같은 독재 때문에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했을 수도 있지만.


“연구실 중심의 기업인 MARS-X와 장치산업인 자동차는 완전 달라. 네가 여태껏 잘해냈던 IT기업과도 또 다르고. 지식산업과 장치산업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융합할 수 있을지 네 스스로 명확한 철학과 개념이 정립되어 있어?”

“......”

“꿈과 이상 또 목표는 다른 거야. 그걸 구분 못하면 넌 천하의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말 거야.”


TESLAS가 무섭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에는 일론 리브스의 역할이 상당했다.

그의 원맨쇼로 TESLAS가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류지호가 보기에 그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았다.

일론 리브스의 스타성이 이전 삶에서 큰 도움이 되긴 했다.

TESLAS의 차종별 광고예산은 ‘0’이었다.

경일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가 1년에 7,000만 달러 상당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과 비교하면 거짓말도 그런 거짓말이 없다.

류지호가 보기에 일론 리브스는 천재라기보다는 매우 영리한 여우에 가까웠다.

실리콘밸리 슈퍼스타라는 이미지를 통해 TESLAS를 알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임을 확신하고는 다양한 쇼맨십과 뉴미디어를 통한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뛰어난 능력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MARS-X를 런칭할 때, 우주에서 TESLAS 모델3를 노출한 것이다.

그 퍼포먼스를 통해 TESLAS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었다.

따로 광고비를 쓰지 않고도 전 세계적으로 TESLAS 모델3를 광고한 셈이었으니까.


“생산성. 그리고 고객이 원할 때 제때 차량을 인도할 수 있는가. 확신하건데 TESLAS 혼자서 감당 못해.”

“.....!”

“내 우려가 현실이 될지 아니면 네 계획대로 술술 진행 될지 3년 안에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왜 3년이지?”

“플랫폼 시험 가동하는 데만 1년여가 소요될 거잖아. 아무리 빨라도 내년 말부터 모델3 생산이 시작될 텐데. 그 사이에 25만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이 공장시설을 완벽하게 통제해서 풀가동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깔보는 60년 역사의 가온모터스도 못 하는 걸?”


일론 리브스가 짜증을 냈다.


“그럼 어쩌라고? 날 CEO에서 내쫓고 유명 자동차 브랜드 CEO를 데려다 앉히게?”

“넌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개념으로 접근해도 돼. 네 비전은 매우 그럴듯하니까. 문제는 모든 TESLAS의 임직원들이 IT기업 마인드일 필요는 없다는 거야. 모두가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창의력과 혁신 마인드로 무장한 사람일 필요는 없어. 제조업에는 다양한 분야의 베테랑들이 필요해.”


일론 리브스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출신답게 경력보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난 직원을 선호했다.

강력한 팀워크 기반의 수평적인 조직.

듣기에는 아주 이상적이다.

그런데 TESLAS는 일론 리브스가 지금까지 경영했던 회사들과 달리 연구개발 인력 외에 대부분의 직원이 현장 노동자다.

실리콘밸리 IT기업 스타일의 인사와 조직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TESLAS에는 컨베이어벨트가 없는 미래형 플랫폼으로 운영될 거야.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네가 떠나든가.”

“내가 떠나는 것이 빠를까, 네가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이 빠를까?”


류지호가 마음먹으면 TESLAS에 대한 적대적 M&A는 일도 아니다.

그러니 일론 리브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NUMMI 공장의 조립 공정에는 독일의 로봇 브랜드 쿠가(KUGA)의 제품이 설치되어 있다.

이전 삶에서 TESLAS는 리튬이온배터리, 통합전자제어 장치, 미디어제어장치, 자율주행 등에서 기존 자동차 업체보다 앞 서 있었다.

이 시기에는 ‘겨우 스타트업 주제에’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지만.

한편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스타일의 혁신과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얻게 된 장점도 있다.


- 전문자동차 업체가 아니어서 마감이 많이 부족하겠지.


그런 변명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별 다른 변수만 없다면, TESLAS는 MacIntosh빠 못지않은 팬덤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맹목적인 추종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탄탄한 팬덤을 자랑할 터.

그런데 자동차란 것이 팬덤 장사만으로 지속 가능할까.

MacIntosh의 아이폰은 오성전자의 Mirinae와 양강 체제로 고착화됐다.

자동차 산업은 십여 개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도 많이 등장한다.

혁신 이미지, 공매도, 일론 리브스의 좌충우돌 개인기 등 여러 요인들이 버무려지며 주가 총액에서 완성차 업계의 선두주자가 되겠지만, 개선되지 않는 품질과 다소 무성의한 고객 접근 등으로 언제든 TESLAS는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가온모터스가 TESLAS의 전기차 기술을 습득해서 뛰어넘어주면....’


이전 삶에서 류지호는 TESLAS빠도 아니고, 주주도 아니었다.

이번에도 최대주주라곤 하지만 딱히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와 한국의 4WD 전문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고.

두 자동차 회사가 자리를 잡게 되면 TESLAS 주가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 지분을 처분할 의향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금을 GAON Mobility Corp에 투자할 수도 있고.

TESLAS는 류지호에게 있어서 더 이상 꿈의 기업이 아니다.

작정하고 달려들면 무슨 사업이든 전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에.


✻ ✻ ✻


온 세상이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개막한 2010 FIFA 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주최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조별 리그전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남과 북이 본선에 진출했지만, 북한은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반면에 한국은 16강전에 진출했다.

미국도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LA도 분위기도 들썩거렸다.

이 시기 미국 인구는 대략 3억 3천만 명.

그 중에서 3,700만 명 이상이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미국의 제2언어가 스페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월드컵 인기나 TV 시청률은 남미 국가들의 성적에 좌우된다.

히스패닉 인구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 LA지역에서는 제법 월드컵 열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특히 한인타운은 한국팀의 16강 진출 쾌거로 연일 축제분위기였다.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LA 한인타운에서 붉은 물결과 환호가 넘쳐났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다.

2002년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가 미국 서부 LA에서, 동부 뉴욕과 남부 애틀랜타 등에 이르기까지 미주 동포가 밀집해있는 지역마다 불타올랐다.

미국 시간으로 26일.

한인타운의 월셔 잔디광장으로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티셔츠와 페이스 페인팅을 한 교포들이 모여들었다.

다른 인종의 사람들도 많이 섞여 있었다.

월셔 잔디 광장은 1968년에 한 보험사의 사옥이 완공되면서 조성됐다.

당시 보험사의 CEO는 건물 앞 공간을 잔디공원으로 조성해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잔디광장은 한인타운의 문화를 상징하는 곳이 됐다.

각종 시위가 벌어지기도 하는데, 주로 한인들의 월드컵 응원 함성이 울린 곳으로도 각인되어 있다.

2006년 월드컵부터 이곳 광장에 5,000여 명의 군중이 운집해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데, 가온그룹 미주지사는 라디오코리아와 함께 한국의 아이돌 그룹 몇 팀을 초청했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16강전에서는 이전 경기의 두 배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아이돌 공연이 끝난 후 일부 청소년들이 잔디광장을 떠나긴 했지만, 수 천 명의 인파가 16강전을 함께 관람했다.

오랜만에 류지호 부부도 한인타운에 모습을 드러냈다.

딸 시아는 유모에게 맡겨두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파파라치들도 모조리 월셔 잔디광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교포들과 어울려 잔디밭에서 한국 대표팀의 16강전을 관람했다.

90여 분간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를 손에 땀을 쥐며 응원했다.

안타깝게도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런데 교포들 분위기만 보면 한국 대표팀이 승리한 것만 같았다.

경기가 끝났음에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어울려 신나게 춤판을 벌였다.

미국의 주요 매스컴에서 한인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를 취재했다.


“승패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한국 국가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원정 월드컵 대회에서 16강 경기를 뛰었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감격스럽습니다. 아마 오늘 월셔 광장에 모인 사람들도 저와 같을 겁니다. 아울러 미국 대표팀의 16강전 선전을 기원합니다.”


류지호는 짧은 소감만 남기고 빠르게 월셔 광장을 떠났다.


✻ ✻ ✻


<Christmas Cargo>의 한국 배급사는 WaW 엔터테인먼트다.

배급팀에서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6.25일 개봉하기로 스케줄을 잡았다.

류지호가 반대했다.

한국국가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 진출을 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Christmas Cargo>는 한국전쟁 60주년과 상관없이 7월 첫 주에 전 세계 동시 개봉했다.

그리고 한국과 우루과이의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을 치른 다음날.

레오나가 UCLA 메니컬 센터에 입원했다.

출산일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Christmas Cargo>가 전 세계 동시 개봉하고 첫 주말이 지난 월요일 오전.

레오나가 둘 째 아이를 출산했다.

사내아이다.

이미 윌리엄 파커가 증손주들의 이름을 지어두었다.

윌리엄 파커가 지어두었던 증손자의 이름은 이든(Ethan) P(arker) Ryu다.

의지가 곧은 또는 강인한 의미의 이름 Ethan이다.

한국에서는 ‘이든‘이 어진 혹은 착하다는 순우리말로 알려져 있다.

증명할 근거가 없다고 한다.

할아버지 류민상은 장손인 손자의 이름을 족보에 올리고 싶었다.

족보가 제대로 남아있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류민상은 돌림자를 써서 한국이름을 지었다.

아름답다 혹은 클 혁(奕)이 들어간 류준혁(柳準奕)이란 한국 이름을 지어서 나중에 복수국적을 가지게 되면 사용하도록 했다.

이름 획수가 모두 23획의 공명융창지상의 뜻을 내포했단다.


“지모가 탁월하고 너그러운 어진 마음으로 지, 인, 용의 삼덕을 갖추었으며 강한 추진력으로 번창하고 발전하여 많은 사람으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받아 마침내 대업을 이뤄 크게 이름을 떨치며 부귀공명을 누리는 길한 수리다.”


류지호는 아버지가 여주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명심보감 특강을 하고 계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성명학까지 일가견이 있을 줄은 몰랐다.


“지호의 이름 수리는 어려운 환경에 태어났다면 스스로 노력하여 한 집안과 가문을 일으키고 자수성가하여 큰 인물이 되는 것이었단다.”


류아라가 깔깔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오! 큰오빠는 딱 이름처럼 되었네?”

“다만 한 번 좋은 운을 타게 되면 승승장구하여 발전하게 되나 과격함과 급한 성품으로 인해 자만하게 되면 크게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어 항상 이를 유념해야 하지.”

“아빠는, 그냥 좋은 말만 해주면 되지. 끝에 가서 찬물을 뿌리더라.”

“준혁은 감정이 예민하고 활달한 성품에 지도력, 통솔력, 성취욕, 쟁취욕이 강한 이름이다. 뭐든 과하게 행동하면 뒤끝이 좋지 못한 법이지. 또한 공명융창지상의 이름 획수는 여자에게 쓰는 건 좋지 못하다. 여자가 사회적 성공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혼이 늦거나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않거나....”


아버지의 말이 길어지자 류아라가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좋은 말이나 가르침도 오래 자주 듣다보면 질리는 법이니까.

어쨌든 류지호의 후계자가 태어났다.

후계자 수업이니, 다음 세대 JHO의 경영권에 대한 설레발이 매스컴에서 쏟아졌다.

‘The Giving Pledge’ 캠페인과 관련해서 다시 말이 나왔다.

류지호가 자신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줄 것인지 자선재단에 기부할 것인지.

딴에는 초미의 관심사란다.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의 성장사는 대체로 비슷한 편이다.

특정 분야에서 독주 체제를 갖춘 뒤에 회사가 어느 정도 컸다 싶으면 문어발식 확장을 한다.

계열사를 늘려 내부 거래를 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도모한다.

제조업체 중엔 그렇게 성장한 기업이 특히나 많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창업자 입장에선 애써 키운 회사를 남 주기 아까운 것이 당연지사다.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세계 어디나 똑같다.

선대의 재산과 기업의 승계를 놓고 가족 간에 분쟁이 발생하는 것 역시 만국공통이고.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실질적 주인은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대주주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서 대주주의 권한은 막강하다.

그럼에도 기업에서 진짜 권력은 소유권이 아닌 경영권에서 나온다.

기업 자체로서 공적인 의미를 가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업 또한 재산이다.

그렇기에 특정 가문이 기업을 소유하고, 그 소유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다.

상속 규모의 적고 많음도 마찬가지고.

다만 특정 가문이 대주주의 권리를 승계하는 것과 경영권까지 함께 대를 이어 행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국 재벌들은 자녀에게 소유권과 경영권을 동시에 물려준다.

기업 경영을 ‘핏줄‘에 근거해서 물려주는 것이다.

자손들의 능력과 인품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가족경영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오히려 가족경영으로 수 대째 역사와 전통을 살리며 성장한 기업이 제법 많기도 하고.

유럽은 특히 가족경영이 활발하다.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는 전체 기업의 72%가 가족기업이다.

대체로 글로벌 기업 대부분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다.

Fortune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100위 권 안에 가족기업은 대략 5~6개 정도다.

이 분류에서는 경영권을 가진 가문이 지분 32% 이상(비상장사는 50%)을 보유한 경우만 가족기업으로 보기 때문에 대주주 보유 지분이 낮은 오성이나 DOYODA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류지호는 아들에게 소유권과 경영권을 승계하는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후손들이 유지하고 지켜가야 할 것은 소유권(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류지호는 한 세대 동안 축적된 기업의 가치와 철학이 더욱 후대에서 발전되어 승계되길 원했다.

설령 후대에 주인이 바뀐다고 해도.

기업 역시 사람처럼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다.

그렇기에 누구의 것이랄 것도 없다.

류지호는 굳이 자식들이 JHO와 가온그룹에서 경영자로 살아가도록 강요할 생각이 없다.

몇 대가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패밀리 오피스를 통해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고.

자손들은 JHO와 가온그룹이 없어도 최소 백만장자의 삶을 누리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미국과 한국의 두 그룹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만큼은 대대손손 이어지길 바랐다.

탐욕과 권력에 심취한 인물이 두 그룹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앉아서 오랜 시간 쌓아온 JHO와 가온의 기업 가치와 철학을 훼손하지 않도록 후손들이 견제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식은 파커가문처럼 분쟁 없는 가족승계 전통이 만들어지는 것이겠지만.’


작가의말

모든 가정에 안녕과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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