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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남궁세가에서 시작하는 강호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3.07.03 15:51
최근연재일 :
2023.10.0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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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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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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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6화

DUMMY

도원루(桃源樓).


중경 최고는 아니지만,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크고, 화려하고 비싸다는 말대로 겉보기부터 휘황찬란했다.


손님을 받지 않는 시간인 만큼 기녀들이 여유롭게 돌아다니며 하하 호호 웃고 있지만, 걱정을 감추려는 모양새인 게 훤히 보이네.


그런 와중에도 정수와 견줄 만큼 예쁜 사람도 보였지만, 화장은커녕 매일 땡볕 아래에서 수련한 정수가 어느 정도 세팅한 기녀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더 놀랍다.


아무튼, 내 구역은 뒷문이다.


정수는 창을 쓰는 만큼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 정문으로 갔다. 게다가 뒷골목 왈패 수준이라지만 하오문 중경지부 소속 무인들을 긁어모은 만큼 불상사가 벌어지더라도 기녀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줄 수 있겠지.


“흐으으음.”


그런데 얘들을 어떻게 한담.


“아저씨, 팔 엄청 두껍다.”


“도영 언니가 남자는 하체라고 말했는걸. 그런데 이 아저씨는 다리도 엄청 굵네.”


“아니야. 혜지 언니는 허리가 최고랬어. 그래서 물어봤는데 나보고 아직 알 때가 아니래서 어떤 허리가 최고인지는 못 들었어. 너네는 알아?”


의자에 앉은 채 기감을 활짝 열어서 문지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러면서도 이단공이 급성장한 이유를 찾기 위해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몸을 관조했다. 천재가 아닌 이상 깨달음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는지라 꾸준하게 노력해야만 했다.


그런데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지 뒷마당에서 조잘거리던 애들이 내 근처로 다가왔다. 눈을 감고 있어도 얼굴이 친근한 덕에 내 몸을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4형제처럼 신나게 조잘거리네.


아, 합비 가고 싶다.


“일어났다!”


4형제와 남궁세가를 생각하다 보니 흐름이 끊어지며 눈을 뜨고야 말았고, 애들은 순식간에 도망쳤다. 내 얼굴이 아무리 친근하다지만 그렇게 호들갑 떨면서 도망치면 상처받는데.


“죄송합니다. 아직 뭘 모르는 아이들인지라 단단히 교육하겠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미부(美婦)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핏 보더라도 높으신 분 같은데 부담스러울 만큼 너무 예의 바르시네.


“괜찮습니다. 아이들이니 그럴 수도 있죠.”


애들이 어릴 땐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하고 조잘거리기도 하고 그러는 거다. 그러다가 잘못하면 궁둥짝에 불나도록 맞고 잘못을 깨우치면서 바르게 자라나는 거다. 그러면 충분한데 미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 아이들도 언젠가 시동이 되어 술자리에 참석하게 될 것입니다. 거기서 경거망동한다면 목숨이 위험하니 미리 교육해야 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단호하시지만, 내가 기녀들의 교육을 두고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닌 만큼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한지는 모르겠지만,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가서 참 좋다. 라고 생각하던 것도 잠시,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자 뒷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 열어.”


“누구쇼.”


제대로 대답하는 대신 문을 걷어차다니 되먹잖은 인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하오문도 사파인 만큼 돼먹잖은 인간이 있는 만큼 무작정 문 열어서 쥐어팰 수도 없는 노릇이니 침착해야지.


“제대로 대답하지 않을 거면 꺼져.”


“씨발, 문 열라고!”


정 그렇게 원한다면 열어줄 수밖에 없지. 물론 돼먹잖은 사람을 상대하는 만큼 그냥 열어줄 생각은 없다. 문을 때리기 직전에 열면.


“으악!”


목적을 잃더라도 힘은 방향성을 유지했다. 무슨 말이냐면 힘껏 내지른 주먹질을 이기지 못하고 볼썽사납게 쓰러졌다는 말이지.


“끄헉.”


이건 등이 밟혀서 내는 소리고.


“침입자는 죽어야지.”


“으아아악!”


“계속 시끄럽게 굴면 목이 쉴 때까지 비명 지르도록 괴롭혀주지.”


순식간에 조용해지네. 역시 돼먹잖은 놈들에게는 압도적인 힘이 만병통치약이다. 내가 괜히 주먹을 만병통치약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니까.


“이름, 소속, 목적.”


“성은 장 씨고 이름은 칠상입니다. 여기 문지기가 백악루의 백악을 재꼈, 아니, 물리쳤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백악을 재낀 날 재껴서 제 이름값을 올리겠다는 귀여운 수작이네.


그건 작두인가 망치인가 하는 놈이랑 한 이야기다. 게다가 도철인지 궁기인지에서 나온 총관도 나한테 인사하러 왔으니 알 만한 놈들은 다 알 테지만,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누구한테 들었냐?”


“얼굴은 처음 봐서 잘 모르겠지만, 어디 총관님께 들은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정보를 퍼트리는 방식이 세련되었네.


세련된 방식이라면 당연하게도 하오문을 의심해야겠지만, 얘들은 지금 태풍을 피하려고 바짝 엎드린 상황이다.


물론 내게 시선을 모아두고 물밑에서 자산을 매각하고, 세탁기 몇 번 돌려서 재건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지만, 걸렸다가는 재건이고 자시고 전부 망해버릴 테니 위험부담이 크다.


그렇다면 개방일 가능성이 높다.


작두인지 망치인지 하는 건 개방 귀에 안 들어갈 리가 없을 테니 당연히 알고 있겠고, 뭐시기네 총관이랑 내 앞에서 말다툼까지 했으니 용의선상에서 내려갈 수 없지.


그래도 정파인 만큼 함부로 의심하면 곤란하니까 일단 넘어간다.


일단.


“꺼져.”


“넵.”


거참, 기운차기도 하지. 저런 힘이 있다면 제대로 된 일을 하면 좋을 텐데 으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건강하지 않아도 군대로 끌고 갔어. 가 아니지.


“무슨 일이냐.”


“아까는 죄송했어요!”


아까 신나게 떠들던 꼬맹이들이 쪼르르 달려와서 허리를 꾸벅 숙였다. 아무래도 제대로 혼난 모양이네. 심심한데 살짝 골려줄까.


“무슨 잘못을 한 줄은 알고 사과하는 거야?”


“아저씨 얼굴 보고 도망가서요!”


“아니야, 음담패설 해서 그렇데.”


“둘 다야. 기녀는 함부로 떠드는 거 아니랬어.”


거참, 잘도 조잘거리는구나. 진짜 합비로 돌아가고 싶다. 못 본 사이에 애들은 쑥쑥 큰다는데 돌아가면 어른이 다 되었겠네. 이런 생각이 떠오르다니 괜히 늙은 기분이다.


“제대로 사과했으니 됐다. 여기랑 정문 근처는 위험하니까 한동안 오지 말고.”


“네!”


혼나지 않아서 기쁜지 발랄하게 뛰어가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다. 괜한 약속을 했나.


아니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이 분노를 갈고 닦아서 수련의 동기로 써야지.


기운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밥부터 먹어야지. 근성이 최고지만, 밥은 더 최고시다. 밥 먹자.


***


백도진이 임시 식당에서 식사를 만끽하는 동안 양정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정문만 바라봤다. 정확히는 무표정한 얼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어쩜 무표정마저도 저렇게 예쁘게 생겼다니.”


“저런 남자라면 품에 안기기만 해도 여한이 없겠네. 게다가 엄청 강하다며. 예쁜데 남자답다니 최고잖아.”


조금 먼 곳에서 두 기녀가 조잘거렸다. 딴에는 들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지만, 양정수는 그 말을 전부 듣고서도 듣지 못한 척하며 여전히 정문만 바라봤다.


“그래도 아쉽네. 아까 예화 언니가 확 끌어안았을 때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보여줬데. 그거 보고 예화 언니가 기절했다니까?”


“우리도 하면 되잖아.”


“큰언니한테 걸려서 빨래 담당 됐어.”


“그건 진짜 싫지만, 기절할 정도로 잘생긴 얼굴 보고 빨래하는 거면 나쁘지 않은데?”


“저 사람 무인이라니까? 예화 언니도 돌부리에 걸린 척하다가 넘어져서 안긴 거야. 게다가 예화 언니에게 한 번 당해서 다시는 안 당할걸?”


여자 힘이 강한 집안에서 자란 만큼 여자 다루는 일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불쌍한 이들을 돕겠다고 선뜻 나섰건만, 힘이 센 무인들과 심지가 굳센 기녀들을 같은 여자로 취급했다는 점에서부터 잘못되었다.


굳이 말하자면 전제조건부터 틀려먹었다는 뜻이지만, 누구도 양정수의 생각을 알 수 없는 만큼 그런 말을 해줄 사람도 없었다.


양정수는 후회하는 대신 그녀들의 접근을 미리 알고자 기감을 넓게 펼쳤다. 하지만 조잘거리는 기녀들 대신 꺼림칙한 기운을 느끼고 이를 악물었다.


“다들 정문에서 물러나세요.”


하오문도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양정수의 말을 따라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위험한 일은커녕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나지 않았기에 다들 의아해하는 그 순간, 문이 부서지며 피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혈인이 달려들었다.


며칠 전 거리 한복판에서 느꼈던 꺼림칙한 기운을 기억하고 있던 만큼 양정수는 물러나는 대신 힘차게 창을 내질렀다.


그냥 찔러서는 소용없다는 걸 잘 아는 만큼 창으로 벽을 만들어서 후려치는 식으로 초식을 운용했다.


“문을 막아요! 그리고 나머지는 뒷문으로!”


꺼림칙한 기운은 하나뿐이지만, 양동작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하오문도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잽싸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은 무인이라기보다는 군인과도 같았다. 하지만 양정수는 눈앞의 괴인을 상대하느라 그 모습을 볼 수도 없었고, 감탄할 수도 없었다.


으득.


순수한 양기(陽氣)와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공격을 받아내며 혈인을 제압하는 백도진과는 다르게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전을 겪으며 어렴풋하게나마 절정의 벽이 얼마나 높고 단단한지 알게 된 만큼 혼자서도 혈인을 제압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이 빗나간 만큼 이를 악물었지만, 양정수는 더욱더 힘차게 창을 뻗었다.


창이 어깨를 꿰뚫었지만, 힘이 부족하기에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게다가 상대인 혈인은 무공을 몰라도 무지막지하게 달려드는지라 남들이 보기에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형국이었다.


“합!”


하지만 이런 행동도 예상했기에 양정수는 창을 바깥으로 털어내듯 돌렸다. 혈인의 머리가 땅바닥에 처박히자마자 창을 거둬들인 다음 단전을 꿰뚫었다.


“우와아!”


평범한 무인이라면 단전을 꿰뚫리자마자 죽을 테니 하오문도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괴물답게 단전을 꿰뚫려도 덤덤하게 일어났고, 하오문도들은 질렸다는 표정과 함께 언제라도 달려들기 위해 준비했다.


“합!”


그러거나 말거나 양정수는 계속해서 창을 내질렀다. 지금까지 갈고 닦은 만큼 간결하면서도 위력적인 초식이 꽃피듯 펼쳐졌고, 양정수는 조금씩 빠져들었다.


색을 하나씩 지우듯 양정수의 눈에 비치는 세상이 무채색으로 변했고, 어느덧 입을 한껏 벌리고 달려드는 혈인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분명히 보여야 할 창도, 창을 들고 있어야 할 손의 감촉도, 역겨운 냄새도, 이를 꽉 깨무느라 느껴졌던 비릿한 피 맛도 전부 사라졌다.


하지만 혈인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만 생각하고 있기에 양정수는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지금까지 잊고 있던 촉각이 되살아나며 땅을 디딘 발의 감촉부터 힘이 올라오는 게 느껴지는 다리의 굳건함, 창대를 힘껏 틀어쥔 손을 확실하게 인지했다.


그러자 눈이 확 트이며 텅 빈 미간이 선명하게 보였고, 힘차게 내질러서 혈인의 머리를 날려버리자 입안에 맴돌던 피 맛과 역겨운 피 냄새를 동시에 느꼈다.


“우와아!”


머리통이 절반이나 날아간 만큼 누가 보더라도 양정수의 승리였기에 하오문도들은 환호했다. 양정수도 그렇게 느꼈기에 긴장을 풀었지만, 혈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꿈틀거렸다.


양정수는 곧장 반응하기 위해 진기를 끌어올렸지만, 조금 전에 온 힘을 쏟아낸지라 손가락 하나도 까닥할 수 없었다.


그 순간 큼지막한 바위가 날아왔고, 혈인은 며칠 전에도 그러했듯 피웅덩이만 남긴 채 녹아내렸다.


“잘 싸웠지만, 마무리가 허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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