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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남궁세가에서 시작하는 강호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3.07.03 15:51
최근연재일 :
2023.10.0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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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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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9화

DUMMY

싸움으로부터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나자 청성산에도 봄기운이 찾아왔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하는 만큼 나무만 봐서는 봄기운이 찾아왔는지 알 수 없지만, 길가에 자라나는 풀이나 따뜻한 공기만으로도 만물이 생장하는 봄이 다가왔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몸은 썩 좋지 않았다.


싸울 땐 미처 몰랐지만, 기혈뿐만이 아니라 상처에도 개미가 가득했다. 뿜어내는 기운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강해질수록 더러운 기운이 더 더러워질 줄은 몰랐지.


덕분에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고, 제대로 수련할 수 있을 만큼 회복하는데 보름이 더 필요했다.


온몸의 기혈을 단전 삼아서 내공을 쌓는 만큼 가득 찰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걸 알고 있지만, 진득하게 수련하고 나서도 채워지는 느낌이 없어서 보름 동안 더 수련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신세는 무슨. 백 대협 덕에 후기지수들을 지킬 수 있었으니 우리야말로 신세 진 셈이지.”


이래저래 덕담을 주고받은 다음 내려가려고 했는데 장 도사가 슬그머니 나와서 포권했다.


“사천당가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청성이 당가에 감사 표시를 하기 전에 일단 성의를 보여야 하는 만큼 이대제자가 먼저 가서 간단하게 조율하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대제자라면 격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신용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인선이다.


장 도사가 아니라 다른 이대제자라면.


날 모시겠다는 사람 얼굴에 의욕이 없으니 걱정된다. 그래서 슬그머니 물어봤더니만 대답이랍시고 나온 게 참 가관이다.


“이번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칠대문파를 전부 돌아다녀야 할 걸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지만, 신경 써줄 만큼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닌지라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하산했다.


어차피 넉넉잡아서 하루면 오갈 수 있는 거리인 만큼 금세 성도에 도착했지만, 당가타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두통이 몰려왔다.


“백 대협 덕에 대공자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꽃가루만 뿌리지 않았을 뿐이지 과한 환대인지라 나도 모르게 눈살을 와락 찌푸릴 뻔했다. 하지만 당효성의 우렁찬 목소리만 들어도 정치적인 목적이 그득 담겼다는 걸 알 수 있는 만큼 평정심을 유지하며 내 의도를 슬쩍 드러냈다.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온몸을 둘둘 감은 붕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신경 써서 포권했다. 그러자 당효성은 안타깝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가 다 낫지도 않았는데 무리하지 마십시오. 약을 준비해뒀으니 안으로 드십시오.”


“감사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장규보도 거창한 행사가 싫은지 냉큼 내 옆으로 와서 날 부축했다. 이럴 땐 참 잽싸다니까.


그렇게 내가 아픈 척하며 손님방으로 가는 동안 정수는 체념한 듯 제수씨와 함께 환호에 응답했다.


“후. 총관이 돌아오려면 시간 좀 걸릴 테니까 짐 풀고 적당히 쉬어.”


정수와 제수씨를 제물로 바쳐서 기동방어에 성공한 만큼 성과를 내야 배탈에 시달리는 미래를 피할 수 있으니까 수련해야지.


물론 입을 잘 털면 제수씨의 심술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내 몸 상태면 장난삼아 던진 독에 맞아도 사흘 밤낮을 화장실에서 보내야 할 판이니 두 사람 덕이라고 말할 만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꾸준한 수련이야말로 소림 무공의 기초인 만큼 열심히 수련했고,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나서야 비로소 수련을 마쳤다.


“끝났소이까?”


“아직 땀도 못 씻었습니다.”


“땀 냄새 난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으니 일단 들어오십시오. 저쪽에 시선이 몰린 틈을 타서 빠르게 처리합시다.”


앞으로 석 달 열흘은 더 정양해야 할 사람에게 일을 던져주다니 참으로 가혹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당효성의 머리에 커다란 혹을 만들어주고 싶은 욕구를 참아야 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쪽은 당문과 청성에 도움을 주신 철면괴협 백도진 대협입니다.”


“반갑습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군요. 아미의 이대제자인 유인입니다.”


아미에서 내 이야기를 할 사람은 대정 사태뿐인데 아무래도 좋게 말해주신 모양이네. 다음에 찾아뵐 때 선물 세트라도 사 들고 가야겠다.


“서찰로는 말씀드렸지만, 저희 아미도 혈교의 주구들로부터 공격받았습니다. 곧장 쳐들어오지 않고 주변부터 공격하다가 갑자기 대규모 공세를 펼치는 점까지 청성산에서 벌어졌던 일과 똑같았습니다.”


서두부터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대정 사태의 제자라고 광고하는 모양새나 다름없지만, 이럴 거라고 예상했다.


당가도 비슷한 일을 겪었고, 끈적거리는 기운 때문에 고생 중이라는 말이 더해지자 내 예상이 틀린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졌다. 그래서 섣불리 입을 놀리지 않았건만, 장규보는 지령이라도 받았는지 내 예상을 술술 풀었다.


“백 대협께서는 혈교가 힘을 휘두르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예상하셨습니다.”


“힘을 휘두르는 것 자체에 목적이라니요?”


유인 사태뿐만이 아니라 당효성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니 어쩔 수 없네.


“생각지도 못했지만, 합리적이군요.”


당효성은 내 설명을 듣고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인 스님은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석연치 않은 점이라도 찾으셨습니까?”


“아닙니다. 백 대협의 추론이 합리적이라는 건 단숨에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미는 그들의 심중을 헤아리느니 찢어발기고자 합니다.”


그럴 줄 알았지. 그리고 말릴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이건 내 입으로 말할 수 없는 만큼 장규보의 옆구리를 찔렀고, 장규보는 흠칫 놀라는 대신 헛기침하며 입을 열었다.


“청성은 혈교의 행위를 털어내기로 중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아미의 복수를 방관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사천의 대문파 세 곳이 동시에 날뛰게 된다면 사천의 민심이 흉흉해지겠지요. 그러니 청성파는 하산하지 않되 속가문파를 통해 지원할 것이며, 다른 칠대문파에 이번 일을 알려서 대책을 강구할 생각입니다.”


“다른 칠대문파가 과연 협조할까요?”


그건 나도 좀 걱정이다.


소림사와 무당파는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공식적으로 제자들을 내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점창파와 곤륜파는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나도 멀어서 문제다.


그나마 감숙의 공동파가 사천과 가깝다지만, 그쪽도 칠대문파의 일문답게 어지간한 일로는 제자들을 하산시키지 않는다.


“비밀리에 회동하는 척만 하려고 합니다.”


칠대문파는 어지간한 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움직이려는 시늉만으로도 소문이 퍼질 수밖에 없으니 그걸 이용하려는 속셈이라는 뜻이다.


장진모 진인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사람이네.


“과연 그렇군요. 스승님께도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렇다면 당가에서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저희는 가훈대로 움직이고자 합니다.”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 갚는다.


“그렇다면 방향을 조율해야겠군요.”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저희는 아미가 움직인 다음에 움직이고자 합니다.”


당가의 가훈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지라 유인 스님은 의아해했지만, 당효성은 그렇지 않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당장 눈앞에 드러난 혈교의 끄나풀을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양지로 기어 나왔을 때 뿌리까지 박멸하고자 합니다.”


나 혼자 듣고 있었으면 지나치게 혈기 왕성하다며 태클 걸었겠지만, 유인 스님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참아야지.


그나저나 나른하기만 하던 표정에 금이 간 걸로 보아 장규보도 나랑 같은 생각인 것 같네.


“과연 그렇군요. 제 선에서 확답을 드릴 수 없으니 문파의 중지를 모아야겠지만, 아마도 긍정적인 답이 나올 겁니다.”


“하하하. 다행이군요.”


하하 호호 화목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데 왜 오한이 드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하 호호 화목한 상황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여기에 개방 사람은 왜 없는 겁니까?”


아, 양쪽 모두 산속에 고립되어있어서 바깥소식을 제대로 못 들은 모양이네. 그렇다고 동네 사람 입으로 험담하게 둘 수는 없으니 내가 말해줘야지.


“거지들 머릿속에 의협이라는 두 글자가 사라진 모양인지라 얼굴 좀 붉혔습니다.”


적당히 점잖게 이야기했건만, 두 사람은 알아듣지 못했다.


산속에서 수련하던 두 사람이 정치적인 수사를 알아먹으리라고 지레짐작한 내 실수이니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설명해줘야겠네.


“당문이 성도 밖에서 피 흘리며 싸우는 동안 거지들은 뒷짐 지고 성안에서 등 따습고 배부르게 지냈습니다. 게다가 혈교의 끄나풀인 줄도 모르고 밥 줬다고 지켜주는 모습이 가당찮아서 쓴소리 좀 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당효성은 그게 무슨 쓴소리냐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날 바라봤지만, 유인 스님이 날 칭찬하신 데다가 게으른 장규보마저 내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으로 평판이 야금야금 깎이는 게 정파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자업자득이니 지들이 알아서 감내하겠지.


“저희도 한동안 개방과 거리를 둬야겠군요. 감사합니다.”


아무리 미워도 먹칠만 할 수 없으니 살짝 금칠도 해줘야지.


“정걸 장로께서 조만간 뒤엎을 계획이니 그 후에는 엄하고도 따뜻하게 대해주십시오.”


“정걸 장로님과도 친분이 있으십니까?”


“안휘에서 안면을 텄습니다. 구걸 대신 늙은이한테 밥 한 덩이도 아깝냐고 강짜 부리시던 분이라서 처음에는 거지가 아니라 강도인 줄 알았습니다.”


다들 한 번씩 당한 경험이 있는지 대놓고 웃지는 못해도 공감하네.


그렇게 회의가 끝났다.


사천당가는 물밑으로 혈교의 끄나풀을 찾고 아미와 공조해서 초토화하느라 여념 없었지만, 겉으로는 다른 일 때문에 바빴다.


바로 정수와 제수씨의 결혼식.


두 사람이 하산하자마자 이야기가 순식간에 진전되었다. 정수가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형식이지만, 다른 이들처럼 성을 갈지 않게 되었다. 이런 건 둘째치더라도 성도 전역이 떠들썩해졌다.


혈인의 습격 때문에 침울해진 지역 경기를 되살리고, 사천당가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는 둘째치더라도 결혼식을 준비하는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자, 유관장 삼형제가 드디어 만났으니!”


“저 멀리 양광에서 힘들게 가져온 약재이올시다. 한 번에 두 알을 먹으면 피로가 날아가고, 하루에 반 알씩 장복하면━”


둘이 결혼하며 따로 살림을 차린 만큼 나도 당가타 밖으로 나왔다.


식이 열리려면 아직 한 달은 더 남았건만, 한 달째 축제가 이어졌다. 게다가 결혼식을 마치고서도 한 달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테니 사천당가의 힘만으로 석 달 동안 축제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물론 사천당가의 돈만으로 이런 축제가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이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만을도 우리 남궁세가와 얼마나 커다란 차이가 있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그런 와중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늦지 않게 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솔직히 남궁세가에서 총관 나리를 하객으로 보낼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유를 들어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가주님은 애초에 논외고, 소가주님과 진 무사부는 애 아빠가 될 준비를 하느라 움직일 수 없었다. 손녀가 임신했으니 어르신은 당연히 움직이지 않을 테고, 4형제와 총관 나리네 아들은 아직 어려서 짐이나 다름없으니 혼자 올 수밖에.


도등과 서이선이 따라왔다는 점이 좀 이상하지만, 반가우니까 괜찮다. 그런데 출장 갔다 온 것도 아닌데 웬 보고서?


“이건 세가에 계신 분들이 대협께 보낸 서찰입니다.”


캬, 개방의 후기지수를 편지 셔틀로 써먹다니 많이 컸네. 그런데 서이선 너는 왜 종이를 들고 있는 건데.


“이건 하오문 성도 지부장께서 보낸 정보입니다. 수신인은 저로 되어있지만, 대협께 보내는 정보입니다.”


아, 왜! 일은 좀 나중에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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