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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남궁세가에서 시작하는 강호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3.07.03 15:51
최근연재일 :
2023.10.05 19:30
연재수 :
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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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1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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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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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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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60화

DUMMY

목젖까지 짜증이 솟구쳐서 사자후 내뿜듯 소리치고 싶지만, 정보를 가져온 서이선은 잘못이 없으니까 일단 읽어야지.


그런데 종이 한 장에 적힌 정보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게다가 이걸 믿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를 만큼 어처구니가 없어서 눈앞이 아득해졌다.


“신뢰도는?”


“구 할 구 푼입니다.”


엥? 도등 너도 읽었어?


“서 소협이 보기에도 범상찮았는지 제게도 보여줘서 알게 되었습니다.”


“네가 봐도 구 할 구 푼이라고 말할 만큼 진짜라 이거지?”


아니길 바랐건만, 도등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나도 모르게 눈을 콱 감고야 말았다.


“결혼식에 귀빈으로 초대받지 못했다고 삐져서 왈패들을 조종해서 결혼식 분위기를 망치겠다고?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도등과 서이선이 인증 도장 찍은 데다가 내 입으로 내뱉고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어처구니없어서 두통까지 몰려왔지만, 동생 결혼식을 망칠 수 없는 만큼 마른세수부터 했다.


얼굴에 열기가 느껴질 만큼 세게 마른세수하자 머리가 돌아가며 저놈들을 가만히 놔둬도 감찰에 걸려서 망하리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걸 기다리다가는 화병으로 주화입마에 걸릴 테니 일단 사천지부장의 의도부터 파악해야지.


“그래서 문평식 씨의 의도는 뭔데?”


“백 무사부께 은혜를 베풀어서 빚을 지우려는 속셈 아니겠습니까.”


50점짜리 대답이지만, 같은 하오문이라고 편들어주는 눈치는 아니니까 관대한 마음으로 넘어가 줘야겠다.


“너희도 정보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속내를 파악할 줄 알아야지.”


둘 다 어린 만큼 아직 정보를 수집하는 수준이지만, 얘들이 성장해서 높은 자리에 오르면 단순 수집이 아니라 해석하고 속내를 파헤쳐야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러니 이 기회를 삼아서 강의를 좀 해줘야지.


“일단 상황부터 확인해보자.


하나. 개방 사천분타의 거지들은 혈교가 날뛸 때 나서지 않고 꿀만 빨다가 충돌했다.


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애석하게도 머리에 나사가 빠졌는지 단단히 삐졌다.


셋. 왈패들을 조종해서 결혼식 분위기를 망치려고 준비한다.


이건 전부 이어져 있지만, 속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하나씩 떼어놓고 봐야지. 원래대로라면 다 살펴봐야겠지만, 지금은 왈패들을 조종한다. 이 부분만 보면 돼.”


총관 나리도 눈을 반짝이는 게 조금 부담스럽지만, 나머지 둘도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으니 가르칠 맛이 나네. 얘들이 제대로 못 따라왔으면 화풀이 삼아서 거지소굴부터 뒤엎었을 텐데 정말 다행이야.


“정보를 준 사람은 하오문 지부장이지.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하오문은 정파인가요? 사파인가요?”


“사파입니다.”


총관 나리에게 5점 주겠어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흑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파지요. 그렇다면 내가 개방에게 조종당하는 왈패들을 때려잡으면?”


“흑도의 세력이 줄어든 가운데 하오문의 힘은 건재할 테니 하오문의 영향력이 더 커지겠지요.”


정답. 도등에게 5점.


“그렇다면 내가 왈패들을 때려잡을수록 문평식 씨에게 도움이 된다는 소리지. 한 마디로 빚을 지우는 척하면서 자기 이득도 꾀하는 수작이라고 보면 된다.


정보를 따로 떼어놓고 하나씩 파악해서 누가 어떤 식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야말로 속내를 파헤치는 기본적인 방법이라는 거야. 알아들었나?”


“예!”


대답이 우렁차니까 서이선에게는 3점. 셋 다 골고루 득점했지만, 혼자 3점이니까 벌을 줘야겠군.


“그러니까 냉큼 가서 지부장 불러와. 협상한답시고 시간 잡아먹고 싶지 않으니까 전권 위임 이딴 거 안 받는다고 똑똑히 전해. 똑똑한 양반이라서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만, 부족하면 네가 알아서 협박하고 나중에 나한테 귀띔해주고.”


“예.”


서이선 목소리에 매가리가 사라져서 내가 좀 거칠게 말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알 게 뭐람.


내 동생 결혼식에 재 뿌리겠다는 새끼랑 재 뿌린다고 일러바치면서 콩고물 뜯어 먹으려는 놈을 상대하는데 말이 좀 거칠어질 수도 있지.


***


“어서 오십시오.”


“이런 식으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매우 급하셨나 봅니다.”


급하셨나 봅니다? 동생 결혼식에 재 뿌리려는 놈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장난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대화의 의지가 없을 줄은 몰랐군요. 차 한잔 드시고 돌아가십시오.”


“하하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거참, 귀가 어두우신가. 그쪽 원하는 대로 해드리겠다, 이 말이외다. 나는 당신한테 빚 하나 졌고, 나는 동생 결혼식을 망치려는 개새끼들을 전부 때려잡겠다고. 흑도 냄새 풍기는 놈들을 족치면 거지새끼들 손 닿은 놈들도 나타날 테니 누이 좋고 매부 좋잖소.”


지금 내가 장난하자고 널 부른 줄 아는 모양인데 나는 장난할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다.


별호에 괴(怪)가 붙은 만큼 내가 정파랑 푸닥거리해도 ‘거참, 사람 거치네.’ 소리 듣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사파랑 흑도를 탈탈 털면? ‘괴협도 협객이라서 그런지 속이 시원하게 때려 부수네.’ 소리 듣고 넘어간다.


그렇다면 누가 손해일까?


“크흠, 진정하십시오.”


“위선 떠는 거지새끼들 얼굴이 구겨지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할 테니까 썩 꺼지시라고. 아니면 내가 밖으로 던져줄까?”


“왜 이러십니까.”


“왜 이러긴. 사파가 사파답게 행동하니까 나도 정파답게 행동하려는 거지.”


불만 있습니까, 사파 휴먼? 너의 불만, 염라대왕이 처리해준다.


“이건 도의가 아니잖습니까.”


“그쪽 뜻대로 해주겠다는데 도의는 무슨 얼어 죽을 도의야.”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아직도 이딴 식으로 말하는 걸 보아하니 건설적인 대화를 할 생각조차 없는 게 분명하다. 거참, 제 식구 잘 챙겨주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친하게 대해줬더니 사람을 호구로 보네.


다시는 날 호구로 보지 않도록 집 밖으로 던져줘야겠다.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이놈이 정신 차릴 때까지 뒷마당 응달에 묻어두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서이선과 당은호가 내 옆구리를 사정없이 찌를 테니 참아야지.


대신 쫓아내기 위해 주먹을 살포시 들었고, 문평식은 항복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만해주십시오.”


드디어 건설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이 든 모양이니 나도 흥분을 가라앉혀야지.


“처음부터 건설적으로 접근했다면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참 아쉽습니다.”


“뭘 원하십니까.”


“별건 아니고, 왈패들 탈탈 털면서 불법적으로 착취한 재산을 조금 압류할 생각인데 이걸로 예물을 좀 준비해주십시오.”


“예물 말입니까?”


정수랑 제수씨는 괜찮다면서 손사래 치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예물 하나 정도는 줘야지.


“현철 한 덩이면 체면 차릴 수 있지 않겠소.”


한 덩이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린아이 주먹만 한 크기더라도 같은 무게의 금을 내놓아도 뺨 맞을 만큼 비싸다.


즉, 현철 한 덩이라는 말은 내 이름값을 멋대로 쓰려던 벌금이라는 소리지.


“그들에게 그만한 돈이 있겠습니까.”


“그거야 모를 일이지요. 일단 털어보고 부족하면 또 털면 되지 않습니까.”


협박 아니냐고? 당연히 협박이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내 이름값을 멋대로 빌리려던 주제에 뻔뻔하게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나도 괘씸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잖아.


“시간은 금이니 명단부터 주십시오. 오늘은 몸을 움직이고 싶은 기분이니 마침 잘 되었군요.”


“명단 대신 사람을 붙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안내받아서 두 시진 동안 열심히 돌아다닌 결과 거지들의 손길이 닿은 왈패들을 깔끔하게 쓸어버릴 수 있었다.


손맛도 없고 쌓인 재물도 많지 않았지만, 나는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한 만큼 이제 저쪽이 약속을 이행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그동안 남궁세가에서 보낸 편지부터 읽어야지.


맥이 끊어졌던 무공을 되살리고 익히느라 힘들지만, 하루하루 충실한 나날을 보낸다는 가주님의 글부터 시작해서 드디어 제대로 된 검법을 익히게 되었다는 4형제의 글까지 한 글자도 빠짐없이 정독했다.


글만 읽어도 어떻게 지내는지 보이는 만큼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너무 웃어서 볼이 아프네.


나도 정성스럽게 답장을 써야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가주님께는 그간의 행적을 정리해서 전해드렸다. 어르신과 백 사부 그리고 소가주님께는 율산백가의 순산 비법인 정화수 떠 놓고 손 씻기를 전해드려야지.


소가모님과 아가씨께는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참지 말고 말하라는 글을, 작은 총관님께는 무공만큼 글공부도 중요하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4형제에게는 응원과 걱정을 가득 담은 글을 적었다.


읽기 편하도록 글자를 큼직하게 써서 장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자세가 틀어지지 않았는지, 요즘 무슨 공부를 하는지, 새로운 흥밋거리가 생겼는지 등등 직접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글이 길어질 수밖에.


그리고 이 편지를 그냥 보낼 수 없는 만큼 잠시 고민하다가 이왕 성도에 머무는 김에 촉금(蜀錦) 두 필을 샀다.


이걸 들고 가려면 도등이랑 서이선이 고생깨나 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대신 돌아가는 대로 무공을 좀 봐줘야지.


그렇게 콧노래 부르며 두 사람 편으로 부칠 짐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동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서이선과 함께 문평식이 들어왔다.


총관 나리 옆에서 귀빈 대우 받으며 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 왜 온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거래부터 마무리해야지.


“여기 확인해보십시오.”


상자 안을 열자 갓난아기 주먹만 한 현철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솔직히 실물을 봐도 진품인지 짝퉁인지 알 수 없는 만큼 목함을 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훗날 이런 일이 있다면 피차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조율합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서 소협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아서 백 대협께 조언을 구하고자 찾아왔습니다.”


엥? 나한테 조언을 구한다고? 내가 무슨 도깨비방망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인데 이상한 이야기라면 엉덩이를 걷어차야지.


“일단 어떤 이야기인지 들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문평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꾸벅 숙이자 곧장 말할 줄 알았건만 서이선이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가다듬었다.


“제안자인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일은 개방의 폭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개방 사천분타가 성도지부의 구역을 침해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그에 따른 벌은 이미 집행한 만큼 왈가왈부해서는 안 되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론이라서 고개를 끄덕이자 서이선은 힘을 얻었는지 발표를 계속했다.


“흑도는 눈앞의 이득만 보고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만큼 억지로 목줄을 조여도 엇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저는 개방에 목줄을 채우고자 합니다.”


개방이 딴생각을 품지 않으면 성도에서 하오문을 거스르려는 흑도는 사라질 테니 이 또한 정론이다.


내가 만약 교수였다면 주제 선정부터 도입부까지 훌륭하다고 평가했겠지만, 지금은 서이선의 도우미 역할인 만큼 어떤 방법을 쓰려는지 들어야지.


“하지만 이번 일에 증거를 남기지 않은 데다가 힘으로도 밀리는 만큼 뾰족한 수단을 생각해낼 수 없었습니다. 부디 지혜를 빌려주십시오.”


간단한 일인데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애들이랑 잘 놀아주던 서이선의 부탁인 만큼 성심성의껏 도와줘야지.


“잘하는 일을 해야지. 소문부터 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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