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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남궁세가에서 시작하는 강호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3.07.03 15:51
최근연재일 :
2023.10.0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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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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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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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3화

DUMMY

“일단 보고서를 확인하고 난 다음에 움직여야겠구나.”


수상쩍다고 생각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만큼 당효성은 차분하게 보고서가 올라오길 기다렸고, 몇 번의 실험을 반복해서 진연초가 혈인을 잡는 데 효과적이라는 걸 깨닫자마자 곧장 움직였다.


“진연초를 매입한 상단을 샅샅이 뒤져라. 혈교의 끄나풀인 만큼 봐줄 필요 없다!”


당효성이 아니라 사천당가의 가주가 나서서 불벼락을 떨어트렸고, 당가에서 피어오른 불은 금세 성도를 휩쓸었다.


이렇게 커다란 도시인데도 순식간에 사천당문 일색으로 변하다니 역시 무섭네. 정수는 이런 집안으로 장가드는 거구만.


이번에는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 홀로 남아 정륜공을 수련하기만 했다.


정수는 뭐하냐고?


미래의 장인어른께 점수를 딸 생각인지 아가씨와 함께 열심히 상단을 털고 있다.


처음에 대놓고 꺼리던 모습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라고 말해도 될 정도지만,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으니 놀랍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정수가 사랑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형님이 불쌍해요. 같은 소리를 내뱉는 즉시 꿀밤을 먹여줄 생각이다. 아무튼 전력의 절반 가까이 나선 만큼 금방 해결되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네.


“왜 그래?”


“거점을 습격하기 전에 묘하게 개방과 자주 만나서 피곤해요. 대놓고 방해하는 건 아니지만, 이쪽을 방해꾼 취급하는 시선이 굉장히 피곤해요.”


개방이 단체로 미쳤나? 아니면 개방 분타에 혈교의 끄나풀이라도 있는 건가? 에이, 아무래도 그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배신자처럼 보일 만큼 조오오오온나 무능하다는 소리인데, 성도처럼 거대한 되의 책임자가 그렇게 무능할 리가 없겠지.


“그렇다면 자존심 싸움인가?”


“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은 만큼 내 생각을 정수에게 말했다. 하지만 자존심 싸움이라는 대목에서는 공감할 수 없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개방이잖아요. 의기천추를 기치로 삼는 이들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졸렬할 리가 없겠죠.”


“글쎄다.”


여기 분타주가 날 띠껍게 생각하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사천당문의 행사를 방해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당가주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품었다고 해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정보를 캐내야겠지.


“개방 사천분타 말인가요?”


“제수씨가 알고 있는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니까 편하게 말해.”


제수씨라는 말에 당은혜의 얼굴이 확 붉어지더니 정수의 팔뚝을 쳤다. 정수도 그리 싫지 않은 얼굴인지라 보고만 있어도 단맛이 느껴지네. 좋을 때다.


아무튼 당은혜는 아는 대로 조잘거렸고, 나는 묵묵히 듣고 있다가 머릿속에 쌓인 정보를 차근차근 정리했다.


“거지들은 어지간해서 성 밖으로 나가지 않는 만큼 이번 일에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리고 밥 얻어먹은 집을 지킨다는 핑계를 대며 당가가 점찍은 상단을 수색하는데 훼방 놓았다.”


“뒤의 건 추측 아닌가요?”


날 생각해서 억지가 아니라 추측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역시 정수는 착하네.


“네 말대로 추측이지. 하지만 혈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놈들이 혈교를 찾는 행위를 방해한다면 붙어먹었다고 생각해야지.”


당은혜는 속이 시원한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당문은 개방과의 관계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지만, 나는 아니거든. 내 앞길을 막으면 때려도 아무 문제 없지.”


“형님?”


“거지들이 거리 한복판에서 활개 치는 게 마뜩잖아서 때려잡았는데, 마침 거기가 당문이 혈교의 끄나풀이라고 점찍어둔 상단일 수도 있잖아. 어머나 세상에 이런 우연이.”


“아버닙께 말씀드려도 되나요?”


“물론이지. 그리고 총관께 가서 차기 총관감으로 괜찮은 친구 하나 있으면 함께 와달라는 말도 전해줘.”


“알겠어요.”


당은혜가 나가고도 한참이나 문을 바라보던 정수는 뒤늦게 제 모습을 깨닫고서는 헛기침했다.


“좋을 때다.”


“그러지 마세요.”


정수는 진짜 부끄러운지 얼굴까지 붉히며 손사래 쳤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무지막지하게 솟아올랐지만, 당효성과 당은혜 그리고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 함께 들어왔다.


“얼개는 전해 들었습니다만, 정말 괜찮으십니까?”


“괜찮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철면괴협(鐵面怪俠)이라는 별호가 붙었잖습니까.”


어째서 이런 별호가 붙은 건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괴협처럼 정사지간에 가까운 별호가 붙은 만큼 써먹지 않으면 손해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차기 총관감은 왜 찾으셨습니까?”


“속 좁은 거지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습니까. 비 올 때 우산이 없으면 처마 밑에서라도 비를 피해야지요.”


“과연 그렇군요. 그렇다면 적절한 사람을 데려왔군요. 이쪽은 가주님의 셋째이자 차기 총관으로 손꼽히는 당은호입니다.”


살짝 차가운 미남처럼 생겼지만, 어딘지 모르게 흐트러진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주 좋구만.


“실례지만 조금 더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예?”


“네 주제에 감히 말대꾸?”


당은혜는 거절을 거절하더니 멱살을 잡고 머리채를 적당히 쥐고 흔들었다. 조금 과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좋은 느낌으로 흐트러졌네.


“마침 시간도 적절한데 어떠십니까?”


“과연 총관님이시군요.”


***


어? 하는 사이에 당은호는 백도진에게 잡혔고,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거리에 발을 디뎠다.


“여긴 홍등가잖습니까.”


“그렇지.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와 아주 가까운 거리지.”


당은호는 여기까지 온 목적을 알아차렸기에 화들짝 놀랐지만, 백도진은 어깨동무한 팔에 힘을 줘서 당은호의 입을 막았다. 그러더니 주변을 둘러봤고, 얼핏 보더라도 어마어마하게 비싸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본점에는 처음이시군요. 어떤 분의 소개를 받고 왔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중경의 문평식. 도원루에서 만났지.”


“우선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당문도 칠대문파에 속하는 만큼 가구며 장식이 화려했지만, 이곳의 화려함은 당문의 것과는 결이 달랐다. 그렇기에 당은호는 탐색하듯 주변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진행되자 당황하면서도 겉으로는 당황하지 않은 척 의연하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단번에 찾으시다니 대단하시군요.”


“안심하기는 아직 일러.”


싸울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렸기에 당은호는 티 내지 않고 긴장감을 끌어올렸지만, 백도진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더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쪽도 손 내민다고 덥석 잡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거지들 엿 먹이는 일만큼은 기쁘게 협조할 테니까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


흉험하고 사악하기에 사파며, 사파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이들이 바로 하오문이었다. 그 점을 깨달았기에 슬쩍 내려놓았던 긴장의 끈을 다시금 옥죄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계단부터 시작해서 각 방으로 들어가는 복도마저 화려함의 극치였다. 그렇기에 당은호는 화려한 방에 도착하고서도 긴장을 풀지 않았지만, 백도진은 자리에 앉자마자 심드렁한 표정으로 술을 들이켰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오문 성도지부의 지부장 문평식입니다.”


무림인이라기보다는 호텔의 지배인처럼 단정한 모습인 데다가 중경 지부장과 똑같은 이름이기에 백도진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소. 백도진이외다. 이쪽은 사천당가의 후기지수인 당은호외다.”


“반갑습니다. 당은호입니다.”


“요즘 들어 명성을 드높이신 백 대협과 명망 높은 가문의 후기지수이신 당 소협께서 본점을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입바른 소리는 잠시 미뤄두고, 본론부터 이야기합시다. 거지들을 엿 먹이고 싶은데 한 팔 거들겠소?”


“듣던 대로 호탕하시군요. 하지만 저 역시 밑바닥 인생들을 책임지고 있는지라 함부로 고개를 끄덕일 수 없습니다.”


두 사람 다 평온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검을 휘두르는 것만 같았기에 당은호는 마른침을 삼켰다. 실제로도 문평식은 백도진의 방문에 긴장하면서도 하오문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화에 임했지만, 백도진은 대수롭지 않게 술을 들이켰다.


“별 건 아니고, 조만간 거지들이랑 푸닥거리를 좀 할 생각이오. 거기서 증거도 찾고 피해보상금도 넉넉하게 챙길 생각인데, 피해보상금을 깔끔하게 세탁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이렇게 찾아왔소이다.”


문평식은 백도진의 말이 거짓임을 확신했다.


당가의 상단을 이용한다면 더 빠르고 안전하게 자금 세탁을 완료할 수 있는 만큼 굳이 하오문의 힘을 빌릴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일종의 선금이라고 봐도 무방한 만큼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 당 소협에게 풍류를 좀 알려주시구려. 내가 알면 가르쳐줄 텐데 애석하게도 음주나 조금 알고 있을 뿐이지, 시서화나 가무에는 소질이 없어서.”


아직은 일개 후기지수지만, 차기 총관으로 유력한 당은호를 연결 고리로 삼는다는 건 이번 일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거래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문평식은 더욱더 고민했다.


밑바닥 인생들의 울타리인 만큼 하오문은 정보의 양과 질 모두에서 개방보다 한 수 위였지만, 밑바닥 인생들의 울타리이기에 애석하게도 힘이 부족했다.


비록 호가호위일지언정 부족했던 힘이 채워진다면 성도에서만큼은 개방을 확실하게 짓누를 수 있었기에 손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당문과 손을 잡으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감도 잡을 수 없기에 문평식은 입술만 달싹일 뿐이었다.


하지만 백도진은 그의 고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열심히 고민하고 연락하쇼. 방법은 그쪽에 맡기겠소이다.”


백도진이 일어나자 당은호도 따라서 일어났고, 홍등가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했냐?”


“하오문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혀로 칼싸움하는데 긴장하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훗날 총관 자리에 오를 사람이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게 조목조목 말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백도진은 씩 웃었다.


백도진 자신이 평하기에는 친근한 얼굴에 꽃피운 환한 미소겠지만, 당은호는 백도진의 별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네가 할 일이 뭔지 잘 알고 있으니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되겠네. 그렇다면 들어가기 전에 한 군데만 더 들르자.”


거부권이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기에 당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적어도 어딜 가는지 묻지 않았던 자신을 질책하고야 말았다.


“여긴 거지소굴이잖습니까.”


“그렇지. 원래 싸우기 전에 성대하게 선전포고하는 법이잖아.”


그런 법은 듣도 보도 못했다며 백도진을 말리고 싶었지만, 그러기도 전에 거지들이 두 사람을 둘러쌌다.


“빠르네. 접때 본 분타주는 없으니까 귓구멍 파고 내 말 똑똑히 전해라.”


씩 웃은 백도진은 가볍게 땅을 박찼다.


백도진에게는 가벼운 발구르기에 불과하지만, 여기 모인 이들 중 그 누구도 백도진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지 못했기에 뒤늦게나마 타구봉을 뽑았다. 하지만 백도진은 거지들을 비웃듯 제자리로 돌아오더니 성질 급하게 한 걸음 앞으로 나온 거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인사하려고 왔는데 말을 듣지도 않고 몽둥이부터 휘두르려는 고약한 심보를 고쳐주마. 그래도 오늘은 아니야. 조만간, 그래 조만간이니까 처맞기 싫으면 처신 잘하라고.”


백도진은 검지를 거둬들이고서는 중지를 치켜들었다.


개방도들은 유서 깊은 욕설을 받았건만,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나서는 순간 저 중지가 자신의 미간에 꽂힐 걸 직감했기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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