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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남궁세가에서 시작하는 강호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3.07.03 15:51
최근연재일 :
2023.10.0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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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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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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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DUMMY

‘율산백가 전상서.


막내아들 도진이 장성 밖에서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형님들께 안부를 전합니다.


장성 너머는 마적과 달자들로 가득하다는 소문과는 다르게 조용합니만, 황량하고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소문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굉장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쟤는 어디 떨어져도 살 애라고 말씀하셨던 대로 잘 적응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제 손자가 결혼하는 모습까지는 보셔야 하니 건강 잘 챙기십시오. 큰형님은 형수님과 조카를 위해서라도 무리하지 마십시오. 마지막으로 둘째 형님. 결혼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결혼하셨다면 축하드리고 아직 아니라면 응원하겠습니다.


경계 근무를 나가야 할 시간이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장성 너머에서 막내 도진 올림.’


“염병.”


이 편지를 보낼 때만 하더라도 6년만 북방에서 구르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난데없이 무림과 무공이 실존하는 세계에 환생해버린 나의 유일한 안식처로.


그런데 빌어먹을 연왕은 내가 말년일 때 반란을 일으켰고, 3년간의 전쟁 끝에 황제 자리를 차지하고 연호를 갈아치웠다.


솔직히 누가 황제를 하건, 나랑 아무런 상관없었다. 이 편지가 전해지기 전에 율산백가가 망해버렸고 집도 절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는 게 중요하지.


나한테 남은 건 퇴직금 대신 받아온 검 한 자루와 튼튼하게 낳아주신 몸뚱이뿐이다.


당장은 산적들을 털어서 마련한 비상금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야지.


여긴 내 고향이지만, 우리 집안이 망하며 마을도 황폐해졌다. 덕분에 내가 보냈던 편지가 남아있을 수 있었으니 다행은 개뿔.


“갈 만한 동네라면 역시 합비겠지.”


근처에서 가장 큰 동네라면 역시 응천부가 있는 남경이겠지만, 거긴 죽어도 가기 싫으니 패스.


“딱 보아하니 합비에 막 도착한 모양인데 우리가 좀 도와줄까?”


아주 합리적인 사고회로를 통해 합비에 도착했건만, 성에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삥 뜯으려는 놈들과 만났다. 그런데 이거 삥 뜯기는 거 맞지?


“거참, 애매하네.”


“뭐가 애매해? 우리가 도와준다니까. 성심성의껏 도와줄 테니까 성의만 좀 보이라고.”


“그래. 우리 4형제가 촌놈한테 합비가 어떤 곳인지 낱낱이 알려준다니까? 성의만 보여.”


“성의만 보이면 동비하항에서 배를 잡는 것까지 도와준다니까? 우리 못 믿어?”


지금 상황을 내 뇌가 받아들이지 못했으니 하나씩 차근차근 되짚으면서 정리해 보자.


일단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합비성이 아니라 동문 근처의 마을이다. 이제 막 도착해서 옷차림이 허름했다. 그리고 료라이라이한 그 동네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여기저기 둘러보기도 했다.


솔직히 삥 뜯길만 한 움직임이긴 했다.


그런데도 얘들이 지금 날 삥 뜯으려는지 의심하는 이유는 딱 하나.


너무 작아.


타고나길 크게 타고난 데다 소림 속가제자라서 외공도 익혀 더 커졌지만, 얘들은 그냥 작은 게 아니라 내 허리에 올 정도로 작다. 못 먹어서 덜 자랐다고 치면 대략 9살? 10살? 그런 애들이 날 삥 뜯겠다고 둘러쌌으니 참 애처롭다.


그래도 여기서 삥 뜯기면 당장 내일 아침밥도 못 먹을 테니 적당히 타일러야지.


“나도 거지라서 줄 돈 없다.”


솔직하게 말했지만, 4형제는 충격받았다.


“어···. 이건 예상 밖인데? 어쩌지?”


“그러게. 자세히 보니까 옷도 지저분하고, 소지품도 칼 한 자루뿐이잖아. 혹시 우리가 불쌍한 사람을 괴롭힌 건 아닐까?”


거참, 정직하고 성실하기도 하지.


“어쩔 수 없지. 일자리 구할 때까지 우리 집에서 머물러도 괜찮아. 밥은 못 주지만, 아저씨가 잘 곳 정도는 내어줄 수 있어.”


“지금까지는 4형제만의 보금자리였지만, 불쌍한 아저씨에게 하룻밤 내줄게. 대신 아저씨가 돈 벌기 시작하면 비싸게 받을 거야.”


“그래. 비싸게 받을 거야.”


참 성실하고 착한 아이들이네. 이런 애들이 삥이나 뜯으러 다니다니 참 슬프다. 애들은 애들답게 놀아야 하는 법인데.


“그래. 고맙다.”


집이 아니라 작고 좁은 움막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고, 나는 열심히 일을 구했다.


좁고 더러워서 문제가 아니라 거기서 며칠 더 머무르다가 움막을 무너트릴 것만 같았기에 정말 열심히 움직였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닌지라 막노동판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푸짐하게 사 왔네. 고마워 아저씨.”


“역시 아저씨는 손이 커. 실제로도 크지만, 이건 비유야.”


“둘째 형은 똑똑하구나.”


“셋째 형은 용감하니까 괜찮아. 형제끼리 돕고 사는 거랬어.”


벌써 4형제와 함께 산 지도 엿새가 넘었다. 아이들이 착한 덕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지만, 움막이 너무 작아서 일어날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이사하자.”


“이사? 새 움막을 찾자고? 그건 힘든데.”


“맞아. 여기는 다들 주인이 있거든. 여기도 진짜 힘들게 얻은 거야.”


“아저씨가 구해올 테니까 무조건 이사하는 거다. 여기는 너무 좁고 위험해. 다들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만큼 커야지.”


애들은 힘들다고 울상이었지만, 그래도 여기는 너무 좁다. 내가 얘들 아빠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재워줬으니 은혜는 갚아야지. 그게 사람 사는 도리니까.


“어이, 꼬마들. 요즘 호구 하나 잡아서 쏠쏠하다며. 돈을 벌었으면 돈 내야지?”


“아저씨 숨어.”


숨긴 뭘 숨어. 애들이 뭘 보고 배웠나 했더니 다 저런 놈들 때문에 삥 뜯는 것부터 배운 거였구만.


“한 덩치 하는데? 앞으로 니가 수금해서 전달해주려고? 그러면 나야 좋지.”


“수금? 좋지. 그런데 네가 나한테 돈을 받을 자격이 될까? 칼이라고는 동네 뒷골목에서 어설프게 쓰다 온 놈 같은데 너 같은 놈한테 애써 번 돈을 주긴 너무 아깝거든.”


“하. 어디서 좋은 칼 훔쳐서 유세 떠는 모양인데 여기서는 안 먹힌다는 걸 아직 모르나 봐?”


모른다. 하지만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나는 주먹보다는 말로 해결하길 원했지만, 슬금슬금 칼 꺼내는 모습을 보아하니 안타깝게도 교육이 필요한 모양이다.


“덩치만 믿고 까분 모양인데 누가 쫄 줄━”


허, 참. 말하다 말고 기습이라니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놈에게는 굉장히 안타깝게도 내 복근은 허접한 주먹에 뚫릴 만큼 말랑말랑하진 않다.


“아프지?”


“아프긴 개뿔. 이건 방심했━”


“애들 교육에 좋지 않으니까 짧게 끝내자. 당장 가서 너네 패거리 싹 다 불러 와. 만약 오늘 이후로 너나 네놈 패거리가 보이면 뒷골목을 전부 부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널 찾아서 모가지를 딸 거야. 머리와 몸이 따로 놀면 너 같은 머저리들도 얌전해지겠지.”


목을 꽉 잡고 이야기하느라 숨 막히겠지만, 잘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니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가 봐. 꼬우면, 알지?”


부리나케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한결 편하네. 이제 이사할 곳을 찾는 일만 남은 건가? 싶었는데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렸다.


“요즘 시대에 외공을 제대로 익힌 사람은 보기 힘든데 좋은 구경 했소이다.”


“거, 좋은 일도 아닌데 구경은 무슨. 그나저나 못 보던 얼굴인데 어쩐 일이시오?”


“옆집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그렇고. 옆 움막에 사는 진호원이라고 하오.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 일을 같이 찾으면 좋겠다 싶어서 말을 걸어보았소.”


서글서글하게 웃는 모양새나 시원시원하면서도 올곧은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기에 같이 다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자해지라는 말처럼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 하니 안타깝게도 오늘부터 함께할 수는 없다.


“백도진입니다. 내일이 되어도 마음이 변치 않으면 그리합시다. 생각보다 벌레가 가까운 곳에 사는 모양이라 당장은 바쁘게 움직여야 하오.”


“하하하. 그렇다면 한 팔 거들겠소이다. 코 묻은 돈을 갈취하려는 못된 벌레는 빨리 치울수록 좋지 않소.”


뒷골목이 소란스러워지는가 싶더니 무기를 든 장정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얼굴만 보더라도 뒷골목에서 오래 굴러먹은 족속처럼 생겼지만, 그래봐야 어린아이들 코 묻은 돈이나 빼앗는 양아치다.


“그쪽 덩치가 우리 식구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더군. 치료비를 내놓던가, 목숨을 내놓던가. 선택해라.”


“염병도 어지간해야 들어주지. 너희 같은 족속에게 해줄 말은 없다. 덤벼라!”


사람 좋은 줄 알았더니 참 불같으시네.


세검(細劍)에 가까운 검을 뽑고 날렵하게 휘두르는 모양새만 보더라도 어디서 제대로 배운 모양새인지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딱 하나다.


“뭐해? 눈싸움하러 왔어?”


싸구려 도발에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다니 이놈들은 흑도 축에도 못 끼는 놈들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후환을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까 다시는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분쇄해야 마땅하다.


“죽어!”


“네 실력으로는 무리다. 미안, 너희들 실력으로는 무리야.”


달단 말박이 놈들도 나를 죽이지 못했다. 심지어 황제, 그러니까 건문제의 군사들도 나를 죽이지 못했는데 이런 놈들에게 죽을 수는 없지. 솔직히 상처 하나라도 나면 혀 깨물고 죽어야 할 만큼 수준 차이가 났다.


굳이 검을 뽑을 필요조차 못 느끼는 만큼 칼집째로 휘둘렀고, 내 팔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쓰레기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거참 싱겁기도 하지.”


진호원의 말마따나 쓰레기의 반란은 참으로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쉽게 얻은 돈은 쉽게 빠져나가는 만큼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선사해줘야 일을 제대로 끝냈다고 말할 수 있다.


“조용. 지금부터 한마디라도 지껄이는 놈은 목을 베어버리겠다.”


어디 한 군데씩 부러지거나 멍들고 나서야 말을 듣는 모습이 참 안타깝지만, 저들이 자초하였으니 어쩔 수 없지.


“멍청한 놈들이니 쉽게 설명해주마.


누군가의 돈을 뜯었다는 소문이 들린다? 너희는 죽는다. 누군가에게 행패 부렸다는 소문이 들린다? 너희는 죽는다. 누군가 죽였다는 소문이 들린다? 너희는 죽는다.


참 쉽지?”


한마디로 쓰레기 짓 그만두고 착실하게 살라는 말이지만 멍청이들에게는 어려운가 보다.


“그럼 우리는 뭐 먹고 살라는 거요.”


“일해. 공사판에서 짐을 나르던, 항구에서 짐을 나르던. 평범하게 일해서 돈 벌어.”


“쪽팔리게.”


그래. 그럴 수 있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만큼 교훈을 덜 얻은 사람도 있으니 차분하게 설득해야겠다.


“네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인데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사람들이 더러워서 피한 거야.”


차분하게 설득하려고 했는데 말할수록 열이 더 오르네. 빡치게.


“똥을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니 당연히 사람들이 널 피하지. 그런데 그걸 모르고 네가 잘났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너는 조만간 나한테 걸려서 죽을 테니 지금 당장 죽여주마.”


아무래도 본보기가 필요한 모양이다. 검을 뽑아서 건방진 말을 지껄인 놈의 머리와 몸을 분리하려고 했건만, 인자한 목소리가 움직임을 막았다.


“여기에 무고한 양민을 괴롭히는 작자들이 있다고 해서 왔더니 한발 늦었구려.”


고개를 돌리자 목소리만큼이나 인자하게 생긴 사람이 쓰게 웃고 있었다.


나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이는 외모에 수염을 멋들어지게 길렀다. 허리에 찬 검이 아니었더라면 무림인이 아니라 문사로 볼 만큼 기세가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정돈된 기세를 품고 있었다.


“게으른 본인을 대신하여 양민들을 도와준 두 분께 먼저 사죄하겠소이다. 본인은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호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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