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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남궁세가에서 시작하는 강호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3.07.03 15:51
최근연재일 :
2023.10.05 19:30
연재수 :
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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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18
추천수 :
994
글자수 :
403,950

작성
23.07.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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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DUMMY

남궁세가.


내가 아는 남궁세가는 무협 소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었다. 선악을 넘나들 때가 많지만, 남궁세가가 주인공인 소설도 있을 만큼 인기가 많다.


어디까지나 소설인 만큼 여기서도 그럴 리 없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양민들이 고개 숙이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자면 약하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


그런 힘을 가진 세가의 가주가 왜 여기까지 행차했느냐는 건데. 이건 고민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으니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무림세가의 가주께서 이런 후줄근한 동네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지레 겁먹었는지 진호원이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까는 불같던 양반이 이렇게 얌전해질 줄이야.


“양민을 괴롭히는 악적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왔소.”


“그게 전부입니까?”


“의협을 숭상하는 정도의 무인에게 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하오?”


이래저래 때가 많이 묻은 나는 단번에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진호원은 물론이거니와 양민들도 감탄하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믿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오랜만에 의기 넘치는 이들을 만나서 기쁘구려. 잠시 시간을 내어서 본가에 들러주시겠소?”


“감사합니다.”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진호원이 나서서 포권했다. 딱히 갈 생각은 없었지만, 진호원이 저렇게 나서는데 여기서 안 간다고 할 수도 없다. 같이 싸우기도 했지만, 여기서 내가 거절하면 진호원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 된다. 그러니 나도 따라서 포권할 수밖에.


“하하하. 고맙소이다.”


남궁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진호원은 환하게 웃더니 나를 끌어안았다. 뭔데.


“으하하. 백 형! 고맙소!”


“거참. 놓고 말씀하시오. 그리고 남궁세가가 그리 대단하오?”


“아무렴! 합비 8강 중에서 유일한 정도 문파외다. 게다가 가주의 성품이 소탈하고 강직하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하찮은 잡배들을 소탕하기 위해 직접 나서다니 소문이 사실이구려.”


남궁세가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오대세가라거나 천하제일세가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가주가 이렇게 자그마한 일에 관심을 가지는 걸 보자마자 생각을 고쳐먹었다.


가주가 이렇게 자그마한 일에 관심을 가진다? 이건 좋은 신호가 아니다. 하지만 진호원은 계속해서 날뛰었다.


“게다가 요즘 들어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사람을 모은다는 소문이 돌고 있소이다. 가서 말만 잘하면 한 자리 얻을지도 모르겠소이다.”


보통 그런 이야기는 속으로만 하지 않나?


“보통 속물적인 이야기는 속에 담아두는 편이지만, 백 형 앞에서 감춰봐야 소용없으니 대놓고 이야기하는 편이 낫지 않겠소.”


“거참, 속내를 읽을 줄 아시오?”


“백 형 얼굴에 다 드러났소이다.”


쓰읍, 아무래도 표정 관리를 좀 해야겠다. 아무튼 진호원이 좋아하니 다행이고 4형제도 삥 뜯기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일이 이렇게 되면 이사는 좀 미뤄야겠네.


“그나저나 걱정이구려.”


“무엇이 걱정이오?”


“만약 좋은 대우 받아서 식객으로 들어간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합비 안에 머물 거처가 필요하잖소이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지라 나는 진호원을 대충 다독였고, 움막 안으로 들어와서 잠시 고민했다.


조만간 얘들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정된 일은 아니라서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얘들은 전부 들은 모양이다.


“아저씨 무림인이었구나. 그것도 남궁세가 가주님이 탐낼 만큼 강한 무림인!”


“아저씨. 우리도 무림인 될 수 있어?”


첫째와 둘째부터 시작해서 조잘거리기 시작하니 귀가 아플 지경이다. 하여간 귀는 밝아요.


“아직 결정된 일은 아니니 너무 경거망동하지 마라.”


“경거망동이 뭐야?”


“나 알아. 셋째 형이 알려줬어. 당과가 손에 없는데 당과 먹을 생각에 기뻐하는 거래.”


조금 시끄럽긴 해도, 얘들을 놓고 갈 수는 없으니 내일 남궁세가를 다녀오자마자 집부터 알아봐야겠다.


“내일 남궁세가에 다녀오는 대로 이사할 테니 준비들 해둬라.”


“아저씨 돈 없잖아. 그래서 여기 살잖아.”


팩트를 명치에 꽂아버리다니. 첫째답게 날카롭구나.


“다 방법이 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일 이사할 수 있도록 준비해라. 알겠지?”


“아싸! 이사 간다! 여기서 벗어난다!”


“우리도 이사 간다! 이히히.”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네. 하긴 나였어도 이런 움막에서 살다가 제대로 지은 집에서 살 수 있게 되면 뛸 듯 기뻐했겠지.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고이 담아둔 채 남궁세가로 향했다.


“여기는 남궁세가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제 가주님께서 초청하셔서 찾아왔소.이다.”


“진 대협과 백 대협이시로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대협 소리를 듣자마자 진호원의 입꼬리가 승천할 것처럼 솟구쳤다.


“그렇게 좋소?”


“남궁세가에서 대협 소리를 들었는데 싫을 리가 있겠소?”


나는 별로인데.


“기껏해야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잡놈들 몇 명 때려잡은 정도잖소. 한 일에 비해 과한 찬사를 받으면 두드러기가 나는지라.”


“반대외다. 무림의 정기가 땅에 떨어졌소. 가슴 속에 의협을 품은 자들이 사라졌기에 사소한 일로도 찬사를 받는 것이외다.”


눈빛을 보아하니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다. 저게 정말이라면 내가 바라는 무협은 없고, 무림만 있다는 소리인데 세상 말세인갑다.


“삼촌은 조카 자리를 빼앗고, 무림은 의협을 멀리하고. 세상이 어찌 되려고.”


“백 형 말조심하시오. 우리가 아무리 무림인이라지만 반역죄에 걸리면 모가지가 날아가오.”


“날릴 테면 날리라지. 어차피 이런 말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황제 귀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인지라 나는 친절하게 알려줬다.


“말을 전한 놈 모가지부터 날아갈 텐데 누가 감히 황제한테 말하겠소이까. 시답잖은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들어갑시다.”


날 못 믿는 얼굴이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알려줄 필요까지는 없으니 문지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척 봐도 으리으리한 집에 날카로운 눈으로 우리를 훑어보는 작자가 곳곳에 있었다. 절반은 경계하는 눈이고 절반은 흥미진진한 눈인지라 불쾌했지만, 가주 만나러 온 만큼 사고 칠 수는 없으니 넘어가야지.


“백 형의 검을 보고 다들 관심을 가지는구려.”


“퇴직금 대신 받아온 검이라 특이할 뿐이오.”


“특이할수록 이목을 끄는 법이 아니겠소.”


그른 말은 아닌지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네. 의외로 날카롭네.


아무튼 응접실로 들어가서 차 한 잔 마시며 기다리자 가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에 힘을 뺐는지 어제보다 소탈했지만, 표정이 그만큼 부드러워졌기에 인자한 면모가 도드라졌다. 좋게 말하면 덕으로 세가를 이끄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림세가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서 좀 애매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람은 좋다.’의 표본이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초대에 응해주셔서 고맙소이다.”


“의협으로 명망 높은 남궁세가의 가주께서 초대해주셨는데 응당 와야지요.”


“하하하. 진 대협께서 부족한 사람 얼굴에 금칠을 해주시는구려. 사실 두 분을 모신 연유도 그 연장선에 있소이다.”


난데없이 연장선이라니 무슨 연장선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강 짐작은 간다.


“남궁세가가 의검(義劍)을 기치로 삼고 있다지만, 세를 넓히기 시작한 후로는 다른 무림 문파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졌소.”


나야 무림 사정에 무지하다지만, 진호원이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네.


“의기를 되찾으려고 노력했으나 혼자 힘으로는 아무래도 힘겹더구려. 그렇기에 두 분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소. 두 분께서 무사부(武師父)를 맡아주십시오.”


진호원이 놀란 걸 보아하니 무사부라는 직위가 제법 높은 모양이다. 그러니까 애들 교육해서 남궁세가의 의기를 되찾는데 한 팔 거들어달라는 말인데 듣기만 해도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세가의 퇴보만이 아니라 멸문에 이를지도 모르는 가시밭길이오. 하지만 의기를 져버리고 살아남기보다는 의기와 함께 스러지겠소.”


“따르겠습니다.”


남궁호의 말에 진심이 가득 담긴 만큼 진호원은 벌떡 일어나서 포권했다. 이야기에 나올 법한 광경이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셈이 좀 다르단 말이지.


“하나 여쭙겠습니다. 만약 의기와 함께 스러진다면 남은 식솔은 어찌하시겠습니까.”


“부끄럽지만 처가로 보낼 생각이라네. 아비 된 책임을 다하지는 못하겠지만, 혼탁한 무림의 소용돌이에 아들마저 밀어 넣을 생각은 없다네.”


의외로 상식적이네. 가족도 함께 스러지겠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갔겠지만, 의외로 상식적인 만큼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님의 마음이 변치 않는 한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물론 돈은 다른 이야기다. 무인들 기본급이 높기는 해도 먹여 살려야 할 입이 4개는 붙은지라 어지간한 돈으로는 꿈쩍도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주님이 제안한 금액은 내 마음마저 흡족하게 했다.


갑자기 남궁호에서 가주님으로 변했다고? 전생에서도 최저시급 주면 사장놈이지만, 월급 많이 주고 보너스 두둑하게 주면 갓장님인데 뭘. 갓장님을 전생이 아니라 여기서 만난 게 문제지만.


사정을 이야기하니 월급도 가불해주시더라. 충성충성.


주머니가 두둑해졌으니 집을 구해야지.


물론 돈이 생겼어도 빈집이 없으면 성안에 집을 구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면 빈집을 만들어야지.


“여기 있었군. 오늘은 조용히 지낸 모양이니까 내가 상을 주지. 어때?”


어제 호되게 혼난 왈패들이 끙끙 앓는 장소에 쳐들어간 만큼 놀란 얼굴과 마주했지만, 애석하게도 밖에 아이들이 기다리는 만큼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은 없다.


우직.


문틀을 가볍게 비틀어서 뜯어내니 다들 조용해졌다. 생각보다 효과적이네.


“쓰레기인 너희들도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주마. 위무문과 시옹문 근처의 집에 당장 살 수 있는 빈집이 있는지 알아 오도록. 나는 지금부터 식사할 예정이니까, 한 식경 주지.”


부리나케 달려가는 모습이 퍽 포기 좋다. 이번 일을 통해서 민폐만 끼치는 왈패 대신 부동산 업자로 직종을 변경한다면 좋겠지. 물론 폭력을 곁들인 쓰레기 업자라면 다시 방문하겠지만, 그럴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여기입니다.”


시옹문까지 걸어서 한 각 정도 걸리는 데다가 주변에 왈패들 꾈 염려도 없는 좋은 골목이었다. 물론 집이 조금 작긴 하지만, 담벼락도 멀쩡하고 지붕도 새는 곳 없으니 훌륭한 물건이다.


그래. 너무 훌륭하다.


“혹시 협박했냐?”


“아닙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저기 먼지도 쌓여 있고, 거미줄도 있습니다. 주인 없는 집입니다.”


“그런데 사람 산 흔적이 있는데? 술 냄새도 나고. 누가 살던 집을 빼앗은 거 아니야?”


“사실 저희가 은신처로 쓰던 집입니다.”


그렇다면 술 냄새는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얼마야?”


“예?”


“얼마냐고.”


“저희도 빈집을 멋대로 차지한 거라 돈을 받기는 좀···.”


같은 소리는 주먹 앞에 쏙 들어갔다.


“성실하게 일했으면 그만큼 돈을 벌어야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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