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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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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1.10.01 13:59
최근연재일 :
2022.06.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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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79

작성
22.03.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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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4. 마공 (5)

DUMMY

조금 전에도 넘실거리는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진기를 쏟아내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눈이 없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지라 조금 전과 비교하자면 단연코 지금이 위험했다.


마인은 계속해서 귀찮게 굴던 모기의 머리통을 부수고 싶어 했다. 마기를 가득 머금은 손이 머리통을 꿰뚫으면 잘 익은 수박처럼 부서지며 희멀건 뇌수와 새빨간 피를 쏟아내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마인의 손에 담긴 마기는 그가 원하는 바를 능히 이룰 수 있을 만큼 강력했지만 남궁소형과 좌유섭에게 막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남궁소형의 푸른 검기와 좌유섭의 하얀 검기 역시 마인의 손에 머금은 마기처럼 넘실거리며 닿는 것을 모조리 베어버릴 기세를 품고 있었다.


쿠궁!


윤평을 죽이겠다는 의지와 윤평을 구하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두 의지가 맞붙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묵직하고 웅장한 소리가 그들의 의지가 얼마나 굳건한지 대변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윤평은 마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노리던 곳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웅변하듯 날아드는 팔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두 사람이 제 목숨을 구해주리라고 굳게 믿었는지, 아니면 자신이 죽더라도 두 사람을 위한 활로를 뚫을 생각인지는 막아낸 두 사람조차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강력한 의지가 충돌하며 생긴 여파를 견디고, 검을 밀어내는 무시무시한 괴력과 내공을 좀먹어가는 마기에 대항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리라.


그러는 동안 윤평은 미소를 지었다.


“죽어!”


자세를 낮춘 채 때를 노리던 윤평은 마인의 움직임이 멈추자마자 곧장 움직였다.


여전히 시선은 노리는 부위에 고정한 상태였고, 움직임이 멈추자 최후일지도 모르는 절초로 선택한 초식은 바로 천마굴건이었다.


자신이 쏟아낼 수 있는 모든 진기를 끌어냈고,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자신 있는 천마굴건을 펼쳤다.


이 초식으로 세 사람의 목숨을 구해낼 수도 있으니 구명절초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지만 그런 고상한 이름을 붙이기에는 윤평이 내지른 부위가 참으로 민망했다.


바로 국부였다.


윤평이 쏘아낸 비수는 화살처럼 빠르게 쏘아졌고, 정확하게 마인의 국부에 적중했다.


국부를 노리는 발차기를 요음퇴라고 하니 이번 수법은 요음비(寮陰匕)라고 할 수 있지만 윤평에게는 이름이 중요하지 않았다.


“크헙!”


지금까지 내지른 괴성과 결이 다른 소리를 내뱉은 마인을 확실하게 죽여서 이번 소동을 마무리하는 것만이 중요했다.


공격을 막아내던 두 사람이 놀라서 검을 거둬들였지만 윤평은 비수를 타고 전해지는 손맛에 미소를 지으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마인은 하초에서 몰려온 고통 때문에 본능에 따라 허리를 숙였다. 윤평은 그마저도 빈틈이라고 여긴지라 개구리가 갑자기 뛰어오르듯 힘차게 튀어 오르며 마인의 턱에 박치기를 먹였다.


위와 아래에서 연달아 이어지는 고통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마인의 생각은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후. 잘 가라. 이왕이면 지옥에서도 마주치지 말자.”


“크아악!”


양손으로 하초를 움켜쥔 대 고개를 쳐들고 비명을 지르는 마인의 자세는 기괴하고 처량했지만 윤평은 텅 빈 눈을 비수로 찔렀다.


요음비에 이어 턱을 맞아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눈이 찔리자 마인은 비명을 지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윤평은 이번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기에 단전에 남은 진기 한 방울까지 모조리 끌어다가 썼다.


덕분에 마인은 비명만 지를 수밖에 없었지만 윤평은 비명이 멎고 마인의 몸에서 혼백이 떠나갈 때까지 힘을 풀지 않았다. 그러다가도 정말 마인의 움직임이 멎고 나서야 손에 힘을 풀었다.


싸움이 끝난 성문 인근의 광경은 처참했다.


윤평이 끼어들기 전, 세 사람의 격돌 탓에 건물 두 채의 벽이 무너졌다. 게다가 충돌의 여파 때문에 무너진 상품이나 휘말린 상점의 수는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윤평은 그런 광경에 시선을 둘 겨를이 없었다.


다시 끼어들 때부터 내상 때문에 속이 진탕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일격을 위해 심력과 진기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냈던지라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힘이 없었기에 그대로 쓰러져 드러누웠다.


“후.”


그러면서도 길게 한숨을 내쉬며 무언가 할 말을 떠올리기는 했지만, 여력이 남아있지 않은 터라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한 채 윤평은 그대로 혼절했다.


“가가!”


그나마 남궁소형과 좌유섭은 윤평에 비해 여력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 역시 멀쩡한 것은 아니라 당장에라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기를 몰아내야 했다.


그러나 남궁소형은 쓰러진 윤평을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긴지라 재빠르게 다가가서 진맥부터 했고, 좌유섭은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엉망진창으로 변해버린 주변을 보고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 모두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떠오른 생각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혼절한 윤평을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우선이고, 몸을 추스르는 것이 우선인지라 빠르게 움직이고자 했다.


“멈춰라! 모두 경계!”


그러던 와중에 일단의 무리가 달려오자 남궁소형은 다시금 경계했지만 좌유섭은 조용히 그녀를 진정시키고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포권했다.


그러자 일단의 무리를 이끌던 이는 당황해 하면서도 주변을 빠르게 살피더니 좌유섭에게 포권했다.


“실례합니다. 교안대(敎安臺)의 다만입니다. 저기 쓰러진 흉물이 출몰했다는 마인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다행히 안에서 난동을 부리기 전에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폐가 안 된다면 함께 출두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상황을 파악하고 목격이자 증인에게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십만대산의 치안을 지키는 교안대가 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따라가기에는 여력이 부족한지라 좌유섭은 고개를 저었다.


“마기가 침투하고 있어서 한시바삐 몰아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제가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수하들로 하여금 호법을 서도록 명령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조금만 도와주십시오.”


다만의 명령에 따라 앞으로 나선 이들은 세 사람을 호위해서 거처로 향했다.


좌유섭과 남궁소형은 거처로 돌아왔음에도 곧장 운공해서 마기를 몰아내는 대신 윤평을 치료할 의원부터 확인했고, 내상을 입긴 했지만 정양하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가부좌를 틀었다.


“후. 정말 지독하군요.”


“그러게요. 진짜 마인의 마기는 정말이지 끔찍하네요.”


철통같은 호법들에게 둘러싸인 덕분에 두 사람은 마기를 몰아내는 것에만 신경을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운공덕분에 개운해지기는커녕 마기를 뽑아내느라 진이 더 빠진 기분이었다. 그렇기에 남궁소형도 쏘아붙이는 대신 가볍게 눈을 흘기는 정도로 대꾸할 뿐이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 남아있으니 마냥 쉴 수만은 없군요.”


“그러게요.”


두 사람 모두 마인을 죽였다고 일이 끝난 게 아님을 알고 있었다. 지친 몸을 움직여서 탁자 앞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은 찻물이 끓어오를 때까지 조용히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 마인을 처리한 방법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말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음.”


절정고수 두 명이 발을 묶어두고 일류고수가 사력을 다해 약점을 노려서 제압했다고 보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인의 시체는 교안대가 데려갔으니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금세 파악할 수 있을 테고, 뭉뚱그려 말한다면 집중 감시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좌유섭은 솔직하게 대답하길 권유했다.


“저도 딱히 숨길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그런 수법으로 마인을 제압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좌유섭은 그녀가 말끝을 흐리는 모습을 처음 봤지만, 심정만큼은 절절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입니다.”


“저도 알고 있어요.”


아무리 고수라고 할지언정 가까이 가기만 해도 내공이 들끓고 심력이 소모되는 마인 앞에서 당당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무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 더럽고 치사한 - 수법을 사용해 마인을 물리친 윤평은 대단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대단한 윤평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도 사실이지만 곤경에 처하게 되었으니 두 사람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살아남았으니 이득이 아니겠냐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은 정파의 무인이었다.


남궁소형이 들으면 화내겠지만 좌유섭이 정도를 걷는 이상 정파의 무인이라는 표현 외에는 다른 표현을 쓸 수 없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기상천외한 수법을 솔직하게 털어놨을 때 윤평이 겪을 시련을 걱정했다.


더럽고 치사한 수법이라고 손가락질받는 일은 예사인 데다가 명예를 모른다는 평을 받고 그대로 쫓겨날 수도 있었다.


마인을 막아내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상을 받아도 부족하지 않지만 윤평이 백랑의 손님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모욕당해서 기껏 세운 공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기에 좌유섭은 걱정했다.


남궁소형의 걱정은 결이 달랐다.


십만대산의 정치 구도를 잘 모르는지라 오로지 윤평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만 걱정했다.


윤평이 흑도 출신이며 이런 수법을 사용하는데 거리낌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더러운 수법을 사용한 것 때문에 마인을 참살한 공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내상을 입어가며 싸운 윤평의 행동이 모두 헛짓거리가 되기 때문이리라.


아무리 그녀가 정파의 무인이라지만 명예로운 행동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믿었다.


중원에서는 보상이 명성이겠지만 적지라고 여기는 이곳에서는 반드시 물질적인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 말고는 선택할 방법이 없네요.”


“일단 저희가 솔직하게 말하고 결과는 후에 듣는 편이 좋겠습니다. 윤 대협께서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데다가 겁설께서 돌아오시면 남들이 폄훼한다고 한들 인정받지 못할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남궁소형은 좌유섭이 저런 말을 꺼낸 것만으로도 괜히 심통 났다.


이제는 전우인지라 전처럼 뾰족하게 대꾸하거나 막무가내로 밀쳐내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좋게 들으려고 해도 꿍꿍이를 숨긴 것만 같았기에 괜스레 꺼려졌다.


“그래요. 일단 기다리며 몸을 추스르는 편이 좋겠네요. 게다가 가가께서 마기를 몰아내려면 도움이 필요할 테니.”


그러다가도 남궁소형은 윤평을 침범한 마기가 걱정되었다. 이대로 내버려뒀다가 마기가 뻗치면 내공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곧장 맥문을 짚었지만, 다행히도 깊이 침투하지 않았기에 자신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금세 회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탕약으로 기운을 북돋으면 회복이 빨라지리라고 믿었다.


“후.”


남궁소형의 간호 덕분에 윤평은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물론 깨어나는데 이틀이 걸린 데다가 마기를 완전히 몰아내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될 때까지 나흘이 더 걸렸지만, 단전이 텅 빈 것 외에는 불편함 없이 일어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윤 대협 덕분에 십만대산의 사람들이 죽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공치사가 오간 후에 좌유섭은 윤평이 기절해있는 동안 벌어진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솔직히 말하고 공(功)은 좌 대협께서 가져가시면 그만 아닙니까.”


충격적인 말에 당사자인 좌유섭은 물론이거니와 남궁소형도 눈을 크게 떴지만 윤평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


“뭘 바랄 생각이었다면 나설 때부터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의뢰를 받은 것이 아니라 두 분을 따라나선 것이니 형랑께서 나서시는 편이 옳습니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한 걸음 물러나겠다고 말하는 모양새인지라 남궁소형은 감탄했다. 그와 동시에 좌유섭도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상념을 깼다.


“실례합니다. 지난번에 찾아뵈었던 교안대의 다만입니다. 이번 일로 인해 겁설을 비롯한 분들께서 세 분을 초청하셨습니다. 의관을 정제하고 나와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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