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2,575
추천수 :
5
글자수 :
433,747

작성
20.11.01 23:00
조회
26
추천
0
글자
12쪽

의심(3)

DUMMY

‘아현 병원...? 여긴...’



“들어가요.”


“여긴... 수면 시계 미션으로 나왔던 병원 아닌가요?”



말없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세진. 세진의 소중한 사람이 죽었다던 그곳이다.



‘그때 분명 오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는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로비는 1층.


2층

3층


17층.



‘설마...’



“다 왔어요.”



1701호 병실 앞. 미션에서 가라고 했던 그 병실이다. 병실 밖과 철저하게 격리된 1701호는 중환자실처럼 보인다. 일반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



“세진씨, 갑자기 여긴 왜...”


“저기 누워 있는 사람 보여요?”



멀리서 바라본다. 머리가 우리가 있는 창문과 반대편에 놓여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몸 일부가 이불 밖으로 나와 있어 마른 체형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산소 호흡기에 무슨 용도인지 모를 수많은 튜브들이 그녀의 몸과 연결되어 있다.



“네... 여자분 같은데 누구 십니까?”


“제 언니예요.”


“네? 뭐라구요?!?!?!”


“제 친언니요. 언니가 한 명 있는데 사실 지금 몸이 많이 안 좋아요.”



‘저번에 말했던 소중했다던 사람이 저 사람인가...? 하지만 그때는 분명 죽었다고 했는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사람한테 제 가족 이야기 잘 안 해요. 저렇게 누워있던지 1년이 넘었거든요.”


“아... 그럼 전에 아현병원에서 죽은 아니 돌아가신 소중했다던 분이 혹시...”


“...죽었다니요!!!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하지만 그때 분명...”


“죽은 사람은 제 언니가 아니라, 언니 친구였어요. 나랑도 친했으니까 내 친구이기도 했고.”


“아... 가족이 아니라 친구분이 돌아가셨던 거군요.”


“네. 우리 언니는 죽지 않았고, 물론 앞으로도 죽지 않을 거예요.”


“제가 괜한 말을 했습니다. 세진씨한테는 아현 병원이 참 아픈 곳이겠네요.”


“네... 그래서 안 오려고 했는데 이젠 현재씨한테 뭐든 숨기고 싶지 않아서.


“근데 언니분은... 사고 였나요?”


“사고는 맞아요. 근데 엄밀히 말하면... 언니가 저렇게 된 것은 제 탓이에요. 으흐흑...”



세진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이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눈물이 세진의 뺨을 타고 흐른다.



“세진씨 때문에 아니었을 거에요.”


“어머니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굉장히 엄하신 분이었어요. 저는 자연스럽게 언니한테 많이 의지했었고...


우리 언니 이뻤어요. 아름답고 청순하고 섹시하고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수식어는 모조리 가졌죠.


학창시절에 우리는 항상 1등이었어요. 공부도 1등 미술도 1등 음악도 1등 체육도 1등. 그래서 학교에서 우리 자매는 꽤 유명했어요. 함께 1등이었기 때문에 싸울 일이 없었죠.


언니는 인기도 많았어요. 나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거든요. 너무 잘... 아는 사람이었죠.


아! 그리고 하나 더.

언니가 나보다 좀 더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


어쨌든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 언니였어요.

그녀는 나를 너무 사랑했고 끔찍하게 아껴줬거든요.”



왜지?

왜일까.

세진에게는 언니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마냥 그리움에서 나오는 표정과 목소리가 아니다. 흔히 서로 가진 것의 차이에서 나오는 묘한 경쟁심. 철저히 칭찬으로 포장된 적대감.


학과 특성상 대학 4년간(군대까지 합하면 6년이지만) 수많은 여자 동기들을 겪어왔더니 자연스레 이 정도 눈치는 생긴 지 오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세진 역시 이미 남부럽지 않을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외모는 출중하며 능력과 재력 또한 빠지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며, 누구보다도 긍정적이다. 없이 자라온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열등감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예민한 걸까?


어쨌든 가족사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세진은 이제 나를 신뢰한다.



“그러다 어느 날은 언니랑 좀 트러블이 있었어요. 어떤 문제에 대한 가치관이 서로 달랐는데 나와 언니 둘 다 고집이 센 편이었죠.”


“...”


“뭐 때문에 싸웠는지도 궁금하신 가요?”


“아니요, 말하시기 어려우면 굳이 안 하셔도 됩니다.”


“언니랑 저랑 함께 아는 친구가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셋이 함께 놀던 친구라 정말 가족 같고 소중한 사람이었죠. 근데 2년 전 그 친구가 어떤 큰 사건에 연루되었어요. 자살 기도까지 했을 정도로 힘들어했었죠.”


“많이... 힘들었겠어요. 세진씨랑 세진씨 언니, 그 사람 세 명 모두.”


“네. 그래서 언니랑 나는 이 친구를 도와주기로 했어요. 그 때 나는 이미 검증된 물리적인 방법을 쓰자고 했고, 언니는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우리가 옆에서 도와주자고 했고.

결국 약을 쓰냐 자연 치유나 그 문제였어요. 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죠. 아니, 더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먼 길을 돌아가는가.”


“충분히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맞고 틀린 것이 없는 문제니까.”


“아무튼 그 친구 문제로 언니랑 몇 달을 싸웠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맞다는 것을 증명했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은 예전에 우리가 알던 그 밝았던 친구로 돌아왔거든요.”


“그럼 결론적으로는 잘 해결된 것 아닌가요?”


“그런 줄 알았죠. 근데 딱 6개월 후 그 친구가 죽었어요.”


“죽음이라니... 그 물리적인 방법의 부작용이었던 겁니까?”


“절대 그랬을 리 없어요. 그전까지 물론 일부 사소한 부작용은 있었지만 죽음, 인간에게서 그 정도로 심각한 형태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는 전혀 없었거든요.”


“언니분은 세진씨가 사용한 방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생각했던 거군요.”


“네. 그 일로 사이가 멀어졌죠.”


“그렇다면 세진씨는... 그 친구가 왜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했나요?”


“왠지 저를 취조하시는 느낌이 드네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먼저 시작한 이야기니까.



자살이었어요. 친구는 멘탈이 약했거든요. 어쩌면... 오랜 시간 공인으로 살면서 변한 것일지도 모르구요.”



“친구분 직업이...”


“배우요!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 아역으로 데뷔해서 한때 엄청나게 잘나갔죠. 그 친구가 드라마에 나왔다 하면 시청률 20%는 기본이었으니까.”


“그럼 저도 아는 분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배우 중에 아역으로 데뷔해서 갑자기 죽은 연예인이 누가 있더라...’



“아마 이름 들으면 알 거예요. 어쨌든 그 치료 방법으로 그 친구는 건강해졌어요. 다만 워낙 멘탈이 약했던 친구인지라, 계속되는 악플에 결국 잘못된 선택을 했던 거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 자살률이 높은 건 사실이니까요.”


“그렇지만 제 방법이 잘못된 것은 분명 아니었어요. 그 친구는 죽기 직전 몇 달 동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냈거든요.”


“타인의 행복을 가늠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네. 그 친구가 죽기 한 달 전, 저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자신은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사람들은 원래 자신이 불행해도 행복하다고 거짓말을 해요. 불행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행복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더 있어 보이니까.”


“아니에요!!! 그 친구는 정말 행복했어요. 그 문자를 받고 그 친구를 만났어요. 그날 밤 저는 그 친구 집에서 밤을 보냈는데, 그날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에 대해 밤새 이야기하기까지 했어요.”


“저보다는 가까운 친구가 더 잘 알겠죠. 하지만 정말 행복했다면 자살을 선택하지 않지 않았을까요? 아, 이건 그냥 제 생각입니다.”


“죽기 2주 전쯤 그때 그 일이 다시 한번 붉어지면서 더욱더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찌라시가 돌았어요. 그 일로 친구를 향한 악플은 더욱 거세졌고. 악플 때문에 목숨을 끊는 연예인. 어찌 보면 흔히 있는 일이죠. 그 친구가 죽은 건 정말 슬프지만, 제 방법이 잘못된 건 절대 아니었어요.”


“예...”


“현재씨도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나요?”


“세진씨와 세진씨 언니, 친구. 이 세 명 중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만약 누군가 잘못했다면 그건 악플러들이겠지요.”


“역시 현재씨는 내 편일 줄 알았어요. 아무튼 그 일로 그날도 언니랑 싸우고 집에 가는데 뒤돌아서는데 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세진이 잠시 참았었던 눈물을 다시 한번 터뜨린다. 가만히 세진을 안아준다. 그녀의 눈물에 어깨가 뜨겁게 젖어 들어간다.



“아무튼 현재씨··· 나 이제 현재씨한테 숨기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고마워요.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나를 믿어줘서.”


“후련하다...”



다시 한번 세진을 꼬옥 안는다. 세진은 현재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사랑해요.”


“나도.”




***



아현 병원을 뒤로하고 나오니 벌써 밤이 되었다.



따르르릉.


[기자기자 김기자]



‘앗!!! 생각해보니 오늘 못 간다고 말을 안 했잖아?!?!’



“저기 세진씨, 저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여기 벤치에서 좀만 기다려줘요.”


“네 현재씨~천천히 통화하고 와요.”



딸깍-



“어 그래 기자...”


“야 인마!!! 전화를 왜 이제 받는 거야!!! 내가 오늘 너한테 전화를 몇 통을 했는지 알아?!”



서둘러 폰을 확인해보니 부재중 15통이 고스란히 찍혀있다.



“야, 암만 그래도 애인도 아니고 열 다섯통이 뭐냐 열 다섯통이.”


“야 친구야. 기자는 아무나 만나주는 줄 아냐. 급해 보이길래 당장 다음 주부터 휴직 들어가시는 분 붙잡고 너 한 번만 만나 달라고 부탁했던 거라고!!!”


“기자야 그건 내가 미안하다. 갑자기 사정이 생겼어. 병원에서 일이 좀 생겨서...”


“뭐? 병원? 어디 다쳤어?”


“아니, 그게 아니라 여자친구가 갑자기 쓰러져서. 뭐 나도 병원 갔다가 일이 좀 꼬이기는 했지만...”


“야,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내가 너한테 왜 전화했냐면.”


“그럼 뭣이 중헌디.”


“5분간 장난 금지.”


“오케...”


“너 여자친구 이름 이세진이라고 하지 않았냐?”


“맞아 이세진. 그건 왜?”


“니가 지난번에 알아봐 달라고 했던 수면 시계 나도 좀 알아봤는데...”



...!!!!!!!



기자와 통화를 끊고 세진이 있는 벤치로 돌아왔다. 나를 보며 반기는 그녀.

마음이 착잡하다.



‘아니겠지. 분명 동명이인 일 거야. 이세진이 딱히 특이한 이름도 아니고...’



“가자. 데려다줄게요.”



의심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현재씨, 근데 이렇게 아현병원 갈 줄 알았으면 그냥 그때 미션 해버릴 걸 그랬나 봐요. 왠지 모르게 아까운 느낌이 드네.”


“이미 지나간 거 후회하지 말아요 우리. 미션이야 다시 하면 되는 거고.”



후회하지 말자고 말했지만, 자신도 한켠 아쉬운 마음에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본다.



“잠깐. 뭐야? 이게 뭐야?!?!!”



[다음 미션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왜 그래요 현재씨?!”


“미션이... 또 강제 PASS 됐어요.”


“네? 어떻게 그런 일이...”


“저도 모르겠어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계단에서 떨어지면서 잘못 눌린 거 아니에요? 고장났다거나.”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거 참...”


“어차피 지금 이용권도 없으니까 빨리 미션 확인이라도 해봐요! 혹시 또 쉬운 거 나오면 바로 해치워버리면 되니까.”


“흠... 알겠습니다.”



[다음 미션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예.]


[수면 시계를 부숴버리세요.]



!!!!!!!



“이걸 부숴버리라고?!?!?!”




*** 5시간 전 아현병원.



계단에서 떨어진 강현재는 세진의 옆 침대에 누워있다. 눈을 뜨는 세진.



“현재씨!!! 선생님, 이게 무슨 일이죠?!”


“아, 계단에서 구르셨습니다. 별일 아닙니다.”


“사람이 병실에 누워 있는데 별일 아니라니요?!”


“가벼운 뇌진탕입니다. 휴식 취하시면 괜찮아져요.”


“아 네... 뭐 그렇다면.”



현재에게 다가가는 세진. 현재의 시계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리저리 조작한다.



“됐다... 오늘도 미션 완료. 훗.”




수면시계는 매일 오후 11:30 에 업데이트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면시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의심(2) 20.10.31 28 0 12쪽
20 의심(1) 20.10.31 27 0 11쪽
19 그 여자(3) 20.10.29 31 0 12쪽
18 그 여자(2) 20.10.28 28 0 11쪽
17 그 여자(1) 20.10.27 37 0 12쪽
16 낯선사람과의 키스 20.10.26 49 0 12쪽
15 팀장을 고발하라(4) 20.10.25 35 0 13쪽
14 팀장을 고발하라(3) 20.10.24 33 0 12쪽
13 팀장을 고발하라(2) 20.10.23 34 0 12쪽
12 팀장을 고발하라(1) 20.10.22 36 0 12쪽
11 꿈 속의 여자(3) 20.10.21 40 0 12쪽
10 꿈 속의 여자(2) 20.10.20 40 0 11쪽
9 꿈 속의 여자(1) 20.10.20 43 0 12쪽
8 그땐 몰랐던 것들 20.10.18 47 0 12쪽
7 나폴레옹 수면법(2) 20.10.17 57 0 13쪽
6 나폴레옹 수면법(1) 20.10.16 68 0 13쪽
5 수면게임 20.10.16 77 0 11쪽
4 꿀잠(2) 20.10.15 92 1 13쪽
3 꿀잠(1) 20.10.14 107 1 13쪽
2 수면시계를 얻다 20.10.13 186 2 13쪽
1 수면시계 프롤로그 +4 20.10.12 288 0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