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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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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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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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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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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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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꿈 속의 여자(2)

DUMMY

4미터.

3미터.

2미터.

1미터.



푸우욱-



“윽··· 이게 무슨···!!!!!!!




***



번쩍-



“헉헉헉···”


“손님··· 왜 그러시죠.”


“아 죄송합니다. 잠깐 잠들었는데 악몽을 꿨나 봐요.”


“불편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택시를 둘러본다.

역시 깔끔하게 잘 정돈된 택시다.



‘구해주세요!!!’


‘정신 차리고 당장 거기서 내리라고 이 머저리야.’



꿈이 완전하게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 여자는 나에게 저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날카롭고 작은 칼로 강현재의 배를 꽤 깊숙하게 찔렀다.



‘자신을 구해달라더니 몇 초 만에 돌변해서 정신 차리라고 한다라···’



그 여자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인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을 구해달라고 말했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믿고 있다는 것. 지속적으로 꿈속에 등장했다는 것은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재로서는 그 사람이 유일하다는 것.


그런 사람이 나에게 정신 차리라며 ‘이 머저리야.’라고.



‘아무리 구면이라도 몇 번 안 본 사인데 머저리는 좀 심한 거 아닌가!!

아니지. 급한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어. 이성을 찾고 다시 생각해보자’



그런 사람이 나에게 정신 차리라며 나를 죽이면서까지 꿈에서 깨어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실체가 있는 존재인지 아닌 지도 모르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만약 그 여자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시계를 확인하니 내가 잠들었던 시간은 15분 남짓.



‘그렇다면 성수대교 그쯤을 지날 시간이긴 한데.’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성수대교’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매번 내가 지나는 성수대교 표지판이 보인다. 이제 곧 성수대교를 건너면 왕십리역이 나오고, 왼쪽으로 꺾어 다시 직진하다 보면 강현재의 집이 나온다.


익숙한 길이다.


표지판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강의 야경이 보인다 보인다. 밤이라 양 사이드로 가로등 불빛이 다리를 비추어 황홀한 광경이다.



‘밤의 한강은 역시 아름답군. 역시 내가 예민했던 건가.’



기사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괜히 그 여자 때문에 엄한 기사님만 의심했네.’




***



“하 이거 참··· 집까지는 또 어떻게 간담.”




*** 조금 전



다만 걸리는 게 하나 있다.

기사님 주머니에 있는 볼록 튀어나온 무언가.

라이터라고 하기에는 이미 운전대 옆에 담배와 라이터가 놓여있고, 크기도 라이터보다 좀 더 큰 것 같다. 딱 아까 그 여자가 가지고 있던 칼 정도 되는 크기다.



‘꿈속의 여자를 믿을 것이냐. 현실의 아저씨를 믿을 것이냐. 꿈속의 여자를 믿을 것이냐. 현실의 아저씨를 믿을 것이냐. 꿈속의 여자를 믿을 것이냐. 현실의 아저씨를 믿을 것이냐.’



“저 기사님!!!”


“네. 말씀하세요.”


“죄송한데 제가 급하게 가야 할 곳이 생겨서요. 여기서 내려주시겠어요?”



혹시 몰라 핸드폰에 112 번호를 찍어 놓았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면 바로 전화할 수 있도록.


“···”


들은 것인지 못 들은 것인지 아무 말 없이 달린다. 오히려 조금 전보다 속도가 좀 더 빨라진 듯하다.



“저 기사님??? 안 들리세요??? 정말 죄송한데 내려 달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다리 중간에 세울 수가 없어서 그런 겁니다. 이 다리 지나면 세워드리려고 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놔. 급해서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던졌는데··· 생각해보니까 이 밤에 어디 갈 곳이 있다면서 내려 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날 무슨 정신병자로 보겠네. 머리 좀 굴리고 말할걸.’



아저씨는 자신이 했던 말처럼 성수대교가 끝나자마자 차를 세웠다.



“8,000원입니다.”


“카드 되죠?”



삐익-



“감사합니다. 밤길 조심히 가세요.”


“수고하세요 기사님.”



‘역시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네. 괜히 의심했어.’



막상 내리고 보니 좀 후회가 된다.



‘그냥 눈 딱 감고 10분만 참았으면 집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을 텐데. 그 여자는 괜히 내 꿈에 나와서 달밤에 이게 뭐람.’



개미 한 마리 안 보이는 대로변.

15분이나 이 자리에 서서 기다렸는데 기사님들도 다 퇴근하신 건지 지나가는 택시 한 대 없다. 심지어 카카오택시도 안 잡힌다.



“시부랄!!! 나 집 어떻게 가~!!!!!”




***



“헤이! 얼른 타라.”



정태수.


태수와 현재는 물리적인 거리상으로 가까운 곳에 거주한다. 원래는 다섯 명 모두 도선동에 살았었는데, 지금은 다들 서울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고 여기 남아있는 사람은 정태수와 강현재 둘뿐이다.



“하잇! 역시 너 밖에 없다.”


“뭐야 징그럽게. 10초 준다. 얼른 타.”


“알겠어 알겠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이걸 말해야 하나. 25년을 함께해온 태수한테라면 말해도 되지 않을까. 내가 하는 말들을 믿어주지 않을까.’



“내가 아까 택시를 탔다가 깜빡 졸았거든.”


“니가 택시에서 잠을 잤다고? 너 원래 차에서 잠 못 자잖아.”


“그니까. 그게 나도 좀 이상하긴 했어. 오늘따라 택시를 타자마자 잠이 솔솔 오더라고. 거의 바로 잠든 것 같아.”


“근데 갑자기 왜 중간에 내린 거야?”


“잠깐 자는 동안 꿈속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거든?”


“어떤 사람?”


“그냥 뭐··· 처음 보는 여자였어. 근데 아무튼 그 사람이 나더러 당장 내리라고 하는 거야. 그렇게 그 여자랑 실랑이하다가 잠에서 깼어.”


“근데 넌 니가 살면서 처음 본 그 꿈 속 존재의 말을 믿고 내렸다고?”


“응..”


“제정신이 아니구나.”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 처음 보는 사람, 그것도 꿈속에 등장한 가상의 인물이 하는 말을 듣고 한밤중에 대책도 없이 도로 한복판에 내리다니.


하지만 아직은 이 모든 비밀을 드러내기는 스스로도 찝찝한 구석이 많다. 특히 꿈속의 여자가 그때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있던 여자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사실 뭐 말해도 내가 그 여자를 클럽에서 보고 반해서 내 꿈속에도 나온 거라고 생각했겠지.’



어쨌든 뭐든 좀 더 확실해지면 그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생각이다.




***



생각할수록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많다. 꿈속의 존재가 나를 구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그러기에는 꿈속에서 그녀의 모습과 나에게 했던 말들이 너무 생생하다.


컬러꿈과 흑백꿈.

예전에 어디선가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1회 수면 시 여러가지 꿈을 꾸지만 깨어난 지 5분 내로 절반을 잊고 10분 내로 90%를 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꿈의 내용과 등장한 색깔까지 선명하게 기억나는 꿈을 컬러꿈, 기억하려고 해도 가물가물하게 떠오르지 않는 꿈을 흑백꿈이라 부른다.


컬러꿈을 꾸는 사람들은 수면 장애를 겪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 원리는 이렇다.


사람들은 흔히 얕은 수면에서 깊은 램 수면의 단계를 거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 램 수면 단계에서 꿈을 꾸기 때문에 일어났을 때 어렴풋이 기억하거나 곧 잊어버린다. 하지만 컬러꿈을 꾸는 이들은 얕은수면 상태에서 꿈을 꾸기 때문에 그 장면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즉 깊은 수면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얕은 수면에 머물러 있는 것을 의미하며, 당연히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



최근 이상하게도 컬러꿈을 자주 꾼다.

딱히 피곤하지도 않고 느낌상으로는 숙면을 취하는 것 같은데 굳이 컬러꿈을 꾼다는 것은 이 꿈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오늘 나에게 일어난 일이 단순 우연이 아니라면. 그녀는 분명 자신이 실존하는 존재라고 했다.



‘그렇다면 클럽에서 봤던 갈색 웨이브 머리의 여자가 현실 세계의 그녀 자신인가? 근데 헤어 스타일은 왜 또 다른 거야.’



생각이 많아지니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잠을 청하기 위해 수면 시계를 든다.



‘앗!’


정신없는 틈에 미리 알람을 맞춰 두는 것을 깜빡했다.



‘아놔. 지금 맞추면 두 시간 후에 잠들 수 있는 거잖아. 내 피 같은 수면시간 두 시간이나 날아가게 생겼네. 이왕 발명할 거 이런 기능은 개선 좀 안 되나?’




***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굿모닝입니다.”


“안녕하세요 윤 대리님!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네. 좋은 아침입니다.”



월요일이다.


사전적 의미로 한 주가 시작되는 기준이 되는 날.


여전히 많은 회사원에게 월요일은

그 어떤 모든 날보다도 최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밤 새고 출근했을 때와 요즘같이 잘 자고 출근했을 때의 월요일은 다르지~!!!’



“강 대리는 요즘 월요일마다 혼자 왜 이리 기분이 좋아 보여? 뭐 신나는 일 있으면 혼자만 알지 말고 우리도 좀 알자.”


“아핫.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월요일은 뭐랄까··· 설레는 한 주의 시작이잖아요.”



물론 회사에 출근하는 건 달갑지 않지만,

수년간 불면증에 시달리다 이렇게 정상적으로 출근하니 괜히 더 기분 좋게 느껴진다. 마치 하루 종일 치킨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밤이 되어 드디어 치킨과 맥주를 함께 입안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황홀한 감정. 딱 그 기분이다.



“강 대리님 입에서 그런 긍정적인 말이 나오고 요즘 세상이 망하려고 하는 건가.”


“아니요.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 월요일인데 현재의 기분이 상쾌하다면 그 기분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해야죠. 하하.”


“아 참, 강 대리님 아침에 뉴스 보셨어요?”


“어떤 뉴스요? 북한이 또 미사일 투척했다는 그 소식? 아니면 코로나 백신이라도 개발되었다나요.”


“아니요 그거 말구요. 어제 도선동에서 살인사건이 났대요.”


“살인사건이요?!?!”


“네. 근데 그 사건이 좀 끔찍해서···”



‘도선동이면 우리 동네잖아···.’



“웬 커플이 모 학교 뒤편 쓰레기장에서 팔 다리가 잘린 채로 발견됐다고··· 지인들이랑 밤 11시인가까지 술 먹다 택시 타고 간 뒤로 연락이 안 됐다고 그러는데 택시 강도한테 당한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어머 어머 어쩜 좋아. 무서운 세상이네요.”



‘사고···?’



“그러고 보니 강 대리님 집도 도선동 아니에요? 아무리 남자라도 택시 타실 때 꼭 조심하세요. 어제 당한 커플 중 남학생도 체대생이었다는데 그렇게 저항 한번 못하고 당한 걸 보면···”


“네 그러게요. 우리집 쪽이라니 괜히 저도 무섭네요···”


“어? 제가 방금 말한 사건 저기 뉴스에도 나오네요!”



[9시 뉴스입니다. 어젯밤 모 대학교 두 남녀 학생에게 벌어졌던 끔찍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되었습니다. 경찰이 근처 CCTV를 확인한 결과, 두 남녀는 한 택시에서 비닐에 쌓인 채로 쓰레기장에 버려졌으며, 발견 당시 팔 다리가 절단된 상태였습니다. 차량 번호는 경기 4283으로 확인 결과 도난 차량으로 밝혀졌습니다.]



“어휴. 뉴스로 봐도 무섭네요. 학생들은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을까.”



잠깐.


택시 번호가 경기 4283?!?!




*** 어젯밤



“현재야. 택시 번호 경기 4283 외워라. 사진도 찍어놔야겠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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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꿈 속의 여자(3) 20.10.21 41 0 12쪽
» 꿈 속의 여자(2) 20.10.20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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