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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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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3,747

작성
20.10.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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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1)

DUMMY

“어 그래 기자야. 혹시 내가 지난번에 부탁한 거 어떻게 됐어?”



사실 며칠 전부터 수면시계에 대해 은밀하게 조사 중이다.



‘아무래도 너무 딱딱 맞아 들어간단 말이지... 하필 내가 집에 가는 길목에, 내가 불면증인 건 어떻게 알고?’



오직 자신에게만 행운이 찾아 왔다기 에는 지금껏 그리 운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 문방구 앞 뽑기를 하면 항상 같은 것만 나오고, 중고등 학교 때는 꼭 숙제를 안 해갔던 날만 숙제 검사를 했다. 대학교 때는 전세 보증금 사기를 먹은 경력이 있으며, 입사 후에는 매주 꾸준히 로또를 샀지만 그 흔한 5,000원짜리 5등 한 번 당첨된 적이 없다.


근데 운이 좋아서 이런 행운의 물건을 얻었다고?

솔직히 말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수면 시계에 대해 들었던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한 명은 삼일전자에 다니는 태수. 태수의 말에 의하면 불면증 치료 목적으로 개발해 10개 샘플을 만들었으나, 각종 사회적 이슈로 인해 결국 출시하지 못하고 모두 폐기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한 명은 예전에 클럽에서 잠시 합석했던 여자. 시계에 관심 많은 그 여자는 수면 시계에 관한 기사를 인터넷에서 본 적 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내려갔다고 했다.



이쯤 되면 외계에서 떨어진 물건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 어딘가에는 정보가 있을 법도 한데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기자(강현재의 친구)에게 부탁했다. 기자(직업)들은 모든 정보에 가장 발 빠른 사람들이니까.



‘분명 조사하다 보면 뭔가 나올 거야.’



“아 그게, 나도 대충 니 얘기 듣고 좀 찾아봤는데 아직 이렇다 할 기사는 없더라고.”


“그래? 혹시 뭐라도 나오면 꼭 알려줘.”


“근데 도대체 수면 시계가 뭔데? 자초지종을 알아야 제대로 찾든 말든 하지. 어디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만 던져 놓고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말해 줄게. 전화로 하기에는 좀 그래.”


“어휴 그 기회 꼭 오시면 좋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다른 애들한테는 내가 이거 알아보고 있다는 거 비밀로 해줘. 아무래도 미친놈 취급 받긴 싫어서...”


“나는 미친놈 취급 안 할 줄 알았나 보지? 아무튼 알겠다 이 자식아.”


“그래. 고맙다!!! 역시 너 밖에 없어.”



나는 꼭 이 시계의 비밀을 밝혀낼 것이다.




***



세진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느라 주말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평일은 하루가 100시간 같은데 주말은 눈 감았다 뜨면 사라진다.

요즘 같은 시국에 주 4일제 시행하는 회사도 많지만, 패션업계는 예외라는 것이 대표님의 쓸데없는 철학 중 하나다.


어쨌든 요즘 잠도 잘 자고 어제도 수면 시계를 안 써볼까도 했지만...


월요일이라 매출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혹시 못 자게 되면 일주일 동안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시계를 써버렸다.



“강 대리. 잠깐 내 자리로.”


“네, 팀장님.”


“주말 매출 왜 이리 안 나와? 주말에 매장 안 나갔어?”


“아, 이번 주말에 제가 좀 바빠서... 바로 매장이랑 통화해서 원인 파악 하겠습니다.”


“강 대리. 회사가 사람을 뽑는 데는 적어도 이 사람이 자신의 연봉보다 2~3배는 벌어다 줄 것을 예상하고 채용하는 거야. 근데 지금 강 대리가 맡은 매장 매출이 어떻지? 신장은 고사하고 전년비 10% 역신장이야 역신장!!!”


“팀장님, 지금 바이러스 상황으로 인해 전 매장 매출이 그 정도는 다 빠지고 있어요. 일단 매장들이랑 상의해 보고 추가 프로모션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매장 빠진다고 우리 매장 빠지는 게 당연한 거야?!?!?!”


“죄송합니다.”


“어휴... 요즘 젊은것들은 회사에 열정이 없어 열정이. 한 시간 내로 보고해.”


“죄송합니다.”



이 전 팀장이 불륜으로 회사를 나가고 새로운 팀장이 우리 팀에 들어왔다. 같은 남자 팀장이지만 이 전 팀장보다 3살 어리다. 그러나 바뀐 것은 없다. 직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팀장이라는 직책은 원래 다 그런가 보다.



“어휴, 강 대리님 힘내세요. 이번 팀장님도 만만치 않네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자기 자리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니...”


“그래도 이건 아니죠. 왜 매번 매출 잘 나오면 기획 덕, 안 나오면 영업 탓이야? 고객이 마음에 드는 상품이 없다는데 상품이!!!”


“그러게요. 품평 때 영업 팀은 의견도 못 내는데 참...”


“회사가 다 그렇죠.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남의 탓.”




***



“현재씨, 여기요!”


“세진씨, 일찍 왔네요.”



‘그래. 요즘 내 유일한 낙은 세진씨를 만나는 거다. 세진씨 보면서 회사에서 들었던 그지 같은 발언들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자.’



“오늘은 출근 잘했어요?”


“그럼요. 아주 시원하게 불 태우고 왔습니다.”


“여기 스테이크가 그렇게 맛있대요.”


“인테리어부터가 나 맛집이라고 쓰여 있는 것 같네요.”


“우리 이거 디너코스 A 세트로 두 개 시킬까요?”


“그러시죠.”



메뉴판을 보는 강 현재.



‘헉, 1인에 179,000원?!?!?! 지난번 장식당 연어 스테이크랑 삐까 치는군. 이번 달도 적금은 글렀어 에휴.’



“와인도 한 병 시켜요.”


“그, 그러시죠...”




***



“주문하신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그럼 즐거운 식사 되시기 바랍니다.”


“와, 정말 맛있어 보이긴 하네요.”


“그쵸? 사실 여기 제 단골집이에요.”


“아하... 그러시군요.”



‘이런 레스토랑이 단골집이면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작가라 돈 좀 벌었나? 진짜 현타오네. 에휴.’



“근데 현재씨. 다음 미션은 뭐에요?”


“미션이라니요?”


“수면 시계 말이에요. 가끔 흥미로운 미션도 나오잖아요.”


“네 그렇죠. 그때 세진씨랑 키스, 큿흠. 해서 얻은 뒤로 안 보긴 했네요. 덕분에 5개나 얻어서...”


“아 정말요? 근데 이왕 하는 거 미리 비축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급할 때 없으면 곤란하니까~”


“그것도 그렇긴 한데...”



사실 마지막으로 꿈에서 세진씨를 본 뒤로 고민이 좀 많았다. 그 당시에는 기분이 나빴지만 그녀의 말마따나 출처도 모르는 이 물건을 계속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중에 더 큰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찜찜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세진이, 아니 꿈속의 그 여자가 자신을 구해달라며 흘렸던 눈물. 그 의미를 알기 전까지는 이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잠을 잘 자니까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저 사실 이제 수면 시계 그만 사용하려 구요.”


“아니, 갑자기 왜요?”


“계속 이런 도구에 의존한다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또 세진씨 만난 뒤로는 불면증이 좀 나아진 것 같아서요.”


“아... 그렇군요...”


“예···”


“사실 제가 작가라서 이런 이야기에 흥미도 있고... 아, 죄송해요. 너무 제 생각만 했죠?”


“아니에요. 음...”



세진이 실망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그럼 정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사용해 볼까요? 정말로 재미있는 미션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그래... 한 번쯤 더 사용한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을 거야. 사실 이제 이용권도 없어서 오늘 밤이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 감동이에요 흑!!!”


“저한텐 세진씨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럼 정말 이번을 끝으로 절대 더 이상 사용하라고 안 할게요!!! 저도 현재씨 안전이 제일로 중요하니까.”


“네. 그럼.”



[미션 확인]


딸깍-


[아현병원 1701호로 가세요. 보상은 이용권 10개!!! 오랜만에 혜자죠잉~? 이런 미션 클리어 못 하면 안되겠죠잉~? 그럼 굳 럭!!! 화이또~ 띵이화^.^.^]



‘이놈 갑자기 말투는 또 왜 이러냐. 그나저나 병원으로 가기만 하면 이용권 10개나 준다고?’



평소와 다른 난이도에 추가 미션이 있나 몇 번을 확인해보지만 보이는 미션이라고는 이거 하나다.



‘하긴... 지금까지 날 얼마나 부려먹었는데. 기계도 양심이 있으면 이런 미션도 한번씩 줄 법하지.’



“이번 미션은 너무 쉬운데요? 기계가 웬일로 착한 마음을 먹었나...”



고개를 들어 세진을 바라보는데 세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당혹스러움과 불안감이 묘하게 섞여 있는 듯한 그런 표정. 공포스러운 무언가를 접할 때 자연스레 나오게 되는 그런 표정. 그러나 이내 현재를 보고는 싱긋 웃어 보인다.



‘방금 분명... 아니다. 내가 잘못 본 거겠지.’



“세진씨. 내친김에 지금 같이 갈까요? 아현 병원 이면 여기서 차로 15분이면 가니까...”


“저, 현재씨.”



세진이 살짝 미소를 띤 표정으로 현재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전에 이거 미션 넘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한 번 넘긴 적은 있는데 그것도 PASS 권이 있어야 하더라구요. 이용권처럼 처음에 1회 PASS 권이 지급되었던 것 같은데 그 뒤로는 어떻게 얻는지 몰라서...”


“그 시계, 잠깐 저 좀 보여주세요.”


“네? 이 시계를요? 그건 어렵지 않지만.”



세진에게 시계를 건네는 현재. 세진은 시계를 이리저리 살펴본 후 아무 버튼이나 눌러본다.



“잠깐, 뭐 하시는 거예요! 그러다가 뭐 잘못 누르기라도 하면...”



세진의 귀에는 현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마치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이 주위에서 하는 말을 전혀 듣지 못하는 것처럼.



“저기요, 세진씨.”


“...”


“세진씨!!!!!”



팟-



[강제 PASS 권을 사용하셨습니다. 다음 미션을 확인하시겠습니까?]



?!?!?!?!?!



“세진씨 도대체 이걸 어떻게...”


“현재씨, 제가 해냈어요!!!”


“네??? 아니...”


“원래 문방구 앞에 뽑기 기계 같은 것도 잘 안될 때 발로 뻥뻥 차면 갑자기 우루루 나올 때가 있잖아요!”


“네? 뭐라구요-.-? 뭐 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거처럼 이 시계도 아무거나 막 누르다 보면 뭐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무슨 버튼을 누른 겁니까?”


“제가 뭘 눌렀는지는 기억 안 나요. 어쨌든 패스가 된 거잖아요!!!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그래도 세진씨. 이건 제 시계잖아요. 만약 고장 났으면 고칠 수도 없는.”



현재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자 세진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내 한 방울이 톡 하고 떨어진다.



“죄송해요... 제가, 제가 생각이 너무 짧았어요.”


“아니 그렇다고 울 필요까지는... 아니에요. 제가 말이 너무 심했어요. 미안해요 세진씨.”


“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으흐흑.”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제가 잘못했어요 울지 마세요... 아까는 당황스러워서 말이 헛나왔는데 세진씨 잘못 없어요.”


“현재씨, 사실...”



세진이 입을 뗀다.



“아현병원에서 소중했던 사람이 죽었어요.”




수면시계는 매일 오후 11:30 에 업데이트 됩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40분이나 늦었습니다. 앞으로 절대 절대 안밀리겠습니다!!!

모두 좋은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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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팀장을 고발하라(2) 20.10.23 34 0 12쪽
12 팀장을 고발하라(1) 20.10.22 36 0 12쪽
11 꿈 속의 여자(3) 20.10.21 41 0 12쪽
10 꿈 속의 여자(2) 20.10.20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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