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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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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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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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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팀장을 고발하라(4)

DUMMY

‘앗 잠깐. CCTV를 확인하면...!!!!!!!!!!!!!!!’



서둘러야 한다. 잘못했다간 들켜버리기 십상이다.



서둘러 카운터로 뛰어가는 강현재. 카운터 앞에 서 있는 레스토랑 말단 사원처럼 보이는 직원.

20대 초중반쯤으로 보인다.



“저기, 계산이요!!!”


“네 고객님,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네 네. 제가 뒤에 일정이 빠듯해서 빠른 계산 부탁드립니다.”


“네. 계산서 가지고 오셨나요?”


“아, 아니요... 테이블에 있는데 근데 제가 좀 급해서...”


“흠... 어느 테이블이시죠?”


“저기 왼쪽 벽 쪽에 붙어있는 2인용 테이블입니다. 연어 스테이크와 논알콜 와인 한 잔 마셨습니다.”


“아, 16번 테이블이군요. 19만 원 결제해드리겠습니다.”



‘젠장. 아까워 죽겠네.’



“여기, 카드요.”



카드를 건네고 창가 쪽을 돌아보니 여전히 실랑이하는 팀장의 모습이 보인다.



“계산 완료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방문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아 참!”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카운터 직원.



“저기.”


“무슨 일이시죠?”


”제가 아까 저기 흡연실에서 휴대폰을 주워서요. 담배 피우다가 발견했는데.”


“휴대폰이요?”


“네. 주머니에 넣어두고 깜빡할 뻔했네요. 아무래도 여기 손님 누군가가 흡연실에 갔다가 떨어뜨린 것 같은데요.”



방금 주워 온 척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건넨다. 창가 자리는 카운터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어? 이 폰 저 창가 쪽 손님이 떨어뜨린 건가?”


“아, 분실신고가 들어왔나 보죠?”


“네. 안 그래도 한 손님이 휴대폰을 잃어버리셔서 작은 소란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네, 종종 있는 일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곧 무전을 켜는 카운터 직원.



“삐삐. 카운터입니다. 매니저님, 창가 손님이 잃어버리셨다던 휴대폰 찾은 것 같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창가 앞에 서 있던 이들은 자신들끼리 대화를 나누더니 급히 카운터로 몸을 돌린다. 팀장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내폰, 내 폰 어디 있어?”


“손님, 이 폰이 고객님 폰 맞습니까?”


“오 그래~ 내 폰이군. 이게 어디서 났지?”


“흡연실에 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손님께서 흡연 중 떨어뜨린 것 같습니다.”


“뭐야, 그래서 내 잘못이라는 거야?!”


“그게 아니라, 찾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흠... 자네가 발견했나?”


“아니요. 여기 남자분께서 방금... 어?”



뒤를 돌아보는 카운터 직원. 폰을 건넸던 남자, 강현재는 이미 사라졌다.



“분명 조금 전까지 옆에 있었는데 어디 갔지...?”


“뭐야, 아무래도 수상하니까 당장 CCTV를 확인해야겠어!”


“죄송하지만, 이미 물건을 찾으셨기 때문에 저희 규정상 CCTV 확인은 어렵습니다.”


“뭐? 내 폰을 도난당할 뻔했는데 왜 안된다는 거야!!!”


“그게... 규정상 경찰 동행 하에만 공개할 수 있습니다.”


“오빠,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말고 그냥 가자.”



벌게진 얼굴로 씩씩대는 남자.



“달콤한 거, 하러 가야지.”


“달콤한 거라...”



음흉한 미소를 짓는 남자.



“그래, 운 좋은 줄 알아라 이것 들아! 가자 울 애기.”



잠시의 소란을 뒤로하고, 두 남녀는 유유히 식당을 빠져나간다.




***



숨을 고르는 또 다른 한 남자

강현재.


카운터 직원이 매니저에게 무전을 하는 도중 타이밍을 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

타이밍이 좋았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



‘설마 CCTV를 굳이 확인하진 않았겠지? 분명 윤 대리님이 말렸을 거야.’



[띠링.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이용권 5개가 주어집니다.]



‘부인에게 영상을 전송해서 클리어된 건가.’



뭔가 찝찝하다.



‘젠장. 근데 이렇게까지 해서 5개를 얻어야 했던 건가?’



기계 따위한테 제대로 당했다.



‘내가 오늘 먹은 게 대체 얼마야. 그리고 이 정도 건수면 돈 몇백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꼴랑 이용권 5개라니...’



순간 한 30미터 앞에서 익숙한 두 남녀가 눈에 들어온다. 강현재 쪽으로 다가온다.



“헉 뭐야, 언제 여기까지 온 거야?!”



거리가 좁혀진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악몽을 꿀 때처럼.


30미터.

25미터.

20미터.

15미터.



옆 코너로 휙 몸을 돌리는 두 사람.



‘휴... 진짜 십년 감수했네. 어딜 가는 거지?’



조용히 뒤를 밟는다. 코너를 돌자마자 호텔이 나온다. 서로의 두 손을 꼭 마주 잡고 입구로 들어서는 두 사람.



‘혹시 모르니 찍어둬야겠다.’



찰칵-



‘이 정도면 충분하군. 근데 뭔가 찝찝한데...’



“앗, 아아악!!!”



급하게 나오느라 녹음기를 그대로 두고 왔다!



‘이런 젠장,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또 달려야지.

머리가 멍청하면 몸이 고생이다.

불변의 법칙이다.



“헉, 헉.”



짤랑.



“어서 오세요, 장식당입니다.”


“앗 저, 방금 여기서 식사했는데요, 제가 화장실이 좀 급해서 잠깐 사용해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녹음기를 설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창가 쪽 테이블을 지나쳤다. 다행히 아직 다른 손님이 자리 잡지 않은 모양이다.



‘됐다. 나이스~!’




***



다사 다난한 하루였다.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보지만, 팀장과 윤 대리가 침대 위에 있는 모습이 자꾸 상상된다. 그리고 그 위에 오버랩 되는 아내와 아들딸 모습.


참 더럽고,

고통스럽다.



으흐ㅎ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분노의 마음도 잠시, 팀장의 치부를 본인의 손으로 잡았다는 것에 통쾌함이 하늘까지 치솟는다.윤 대리님한테는 미안하지만 대리님도 잘한 건 없으니까.




***



“좋은 아침입니다.”


“일찍 출근하셨네요. 강 대리님?”


“네, 윤 대리님. 어제 좋은 밤 되셨습니까?”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 아닙니다. 하하.”



이놈의 입 방정.



“요즘 날이 다시 더워지다 보니 저는 밤에 자꾸 깨더라구요.”


“아 네. 저는 원래 잘 때 예민한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아 그러시군요...”



어색한 침묵.

때마침 팀장이 들어온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



하늘색 1도 스트라이프 와이셔츠에 네이비 컬러 타이. 다크그레이 정장 바지와 OO브랜드 벨트.어제와 같은 차림.


집에 들어갔다면 분명 부인과 마주쳤을 것. 내가 보낸 영상을 본 부인은 팀장을 가만히 둘 리 없다. 옷을 갈아입지 않은 것만 빼면 육체에 별 탈 없어 보인다. 팀장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뒤돌아 윤 대리를 보니


하얀색 블라우스에 베이지 컬러 스커트. 어제 입은 옷은... 뭐였더라.

연노랑색 원피스.


어제와 다른 옷.



‘여자의 준비성이란... 철저하구만.’



왠지 모르게 일에 참 집중이 안 된다.




***



또각또각.


어디선가 구두 소리가 들린다. 둔탁한 소리가 아니므로 이건 여자의 하이힐이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마치 아무도 내색하지 않지만 모두가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는 듯한. 그렇다면 이 상황은...!!!!!



“여기 영업 3팀 팀장 자리가 어디죠?”


“아, 저 저기 창가 쪽에...”



한 여자가 막내 사원에게 팀장의 자리를 묻는다. 여자는 쪽 찢어진 눈에 화장을 제법 진하게 했다. 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올드한 화장법이 그녀에게 잘 어울린다. 말랐지만 힘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그녀가 팀장 앞에 선다. 팀장의 동공이 흔들린다. 30초간 아무 말 없이 팀장을 바라본다.팀장의 입술이 무언가를 말 하려 하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는 듯하다.


그녀는 30초를 더 아무 말 없이 그를 응시한다.



“...”


“여보... 여긴 어쩐 일...”


“이런 호로잡놈이 시궁창에 빠져도 썩지도 않을 놈.”


“아니 이게 무슨...”



여자는 차분하고 침착하며 낮은 목소리로 욕 비스무리 한 것을 읊조린다. 그리고 이어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매력 있으면 뽀뽀.”

“내 뽀뽀 비싼 건데. 쪽.”

“볼 말고 입술에.”

“사람 많아서 싫어. 지금 참으면 있다가 좀 더 달콤한 걸 해줄게.”

“미정아 내가 너무 미안해... 우리가 좀 더 빨리 만났다면 이런 반쪽짜리 연애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너를 더 빨리 찾아내지 못해서 미안하다.”]



오늘 아침에 보낸 녹음기가 벌써 부인의 손으로 넘어갔다. 역시 요즘 심부름 알바는 퀵퀵퀵 서비스다. 별점 5점.



“어머, 저게 무슨 일이래요?”


“그러게. 이게 뭔 사단이다냐...”


“저 녹음기 속 남자가 팀장님인거에요? 대박.”


“헐 그럼 그때 익게에 떴던 불륜남이 우리 팀장님? 뭐야 헐.”


“에이~ 그래도 확증은 없지 않나? 목소리는 비슷할 수도 있는 거고.”


“아니, 부인이 저렇게 찾아왔을 정도면 확실한 뭔가 있는 거겠지.”



사무실이 술렁거린다. 모두들 저마다 보고 들었던 찌라시를 한꺼번에 풀어내는 중이다. 그 중엔 진실도 있고 거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든 것을 진실로 믿고자 할 것이다.



“할 말 없어?”


“여보, 그게 아니라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영상에 있는 하늘색 셔츠 입은 사람도 오해니?”


“허걱... 이게 어디서 났지?!?!?!”


“바람을 피웠으면 걸리지나 말던가. 할 말 없지?”


“...”


“없지?”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크크킄.”


“여보...?”


“이런 시부럴 발가락 사이 속속 있는 갈라진 때만도 못한 놈. 후세인 콧털 같은 놈. 후쿠시마 방사능 같은 놈.”


“뭐???!!”



퍼억-



“으아아아악!!!!!!”



여자는 남자 얼굴 정 중앙에 주먹을 내리꽂는다. 최소 코 뼈에 금이 갔을 것이다. 그리고는 머리채를 잡고 있는 힘껏 흔들어 댄다.



“이 씹새끼야!!!!! 결혼 때부터 그년이랑 단둘이 출장 가는 거 아무 의심 없이 보내준 내가 호구지. 설마 하면서 여지껏 버텨왔고 니 맹구 같은 면상을 보면서 그래도 몇십 년 살았는데 한 번 봐줄까 말까 약 1분간 고민도 해봤는데 아무리 이해해보려 노력해봐도 너 같은 인간이랑은 같은 하늘 아래서 숨도 쉬기 아까워!!!”



7층 전체에 고함이 울려 퍼진다. 다른 부서 사람들도 하나 둘 이곳 영업 3팀으로 몰려든다.



“뭐야, 무슨 일이야?”


“부인 인가봐. 여기 윤 팀장님 바람 피웠다는 것 같은데?”


“어머 정말? 누구랑? 자기, 뭐 아는 거 있어?”


“아니요, 저도 지금 처음 봐서... 근데...”


“근데 뭐?”


“저 녹음기 속에 여자 목소리 낯이 익은데... 분명 어디서...”



후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다른 한 명의 여자, 윤 대리의 표정도 일그러진다.



‘일그러 질 수 밖에...’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다. 나쁜 짓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대리님...? 아니죠?”


“...”


“뭐야 윤 대리야?”


“진짜? 말도 안 돼~ 그럴 사람처럼 안 보이는데?”



붉어진 얼굴로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가는 윤 대리.



“거기 스탑.”



못 들은 척하고 걸어 나가는 도중



“아아아아아악!!!!”



역시나 머리채를 붙잡힌다.



‘사모님 나이스샷~!!!’



“어딜가 이년아. 니년도 똑같아. 머리채 한 올 한 올 뽑아서 감자밭에 묻어서 쏙쏙 자라게 해주고 싶은데 니 머리를 묻어 줄 땅이 너무 불쌍해서 그러지도 못하는 거야!!!”


“저, 저도 피해자예요!!!”


“뭐 이년아?”


“저는 싫다고 했는데 팀장님이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회사 생활 못 할 거라고 했어요. 그 관계가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지속되었어요. 저도 괴로웠다구요!!!”



저건 명백한 거짓이다. 팀장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들었기 때문이다. 배신감과 슬픔이 섞인 그런 눈.



짜악-



엄청난 소리가 7층을 울린다. 윤 대리의 한쪽 뺨이 붉어졌고 뺨을 붉게 만든 손바닥 역시 붉어졌다. 모두가 한 곳을 응시한다.



“염병할.”



붉은 손의 주인은 체념 섞인 목소리로 한숨과 함께 여자의 머리채를 내려놓는다.



“바람을 피우려면 정신 박힌 년이랑 필 것이지. 진짜 호구 새끼.”



그리고는 유유히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여기 왜 이리 시끄러워!!!! 윤 팀장 당장 내 방으로 와!!!!!”



상무님의 호출에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



며칠 후 팀장은 해임되고 윤 대리는 자진 퇴사를 했다. 잠시 동안 분위기가 뒤숭숭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곧 안정을 찾았고, 팀장 없는 나에게는 평화가 찾아왔다. 이따금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이 정도면 회사 다닐 만한데...?’



지난번에 얻은 사용권으로 5일을 버텼다.



‘오랜만에 이용권 좀 모아볼까?’



[이번 미션은 두구두구두구...

지나가는 여성에게 키스하세요!^^ 굳럭!]



“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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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팀장을 고발하라(3) 20.10.24 33 0 12쪽
13 팀장을 고발하라(2) 20.10.23 34 0 12쪽
12 팀장을 고발하라(1) 20.10.22 36 0 12쪽
11 꿈 속의 여자(3) 20.10.21 40 0 12쪽
10 꿈 속의 여자(2) 20.10.20 40 0 11쪽
9 꿈 속의 여자(1) 20.10.20 43 0 12쪽
8 그땐 몰랐던 것들 20.10.18 47 0 12쪽
7 나폴레옹 수면법(2) 20.10.17 57 0 13쪽
6 나폴레옹 수면법(1) 20.10.16 68 0 13쪽
5 수면게임 20.10.16 77 0 11쪽
4 꿀잠(2) 20.10.15 92 1 13쪽
3 꿀잠(1) 20.10.14 10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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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면시계 프롤로그 +4 20.10.12 288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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