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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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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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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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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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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수면게임

DUMMY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신발장에 쓰러져 있는 현재.

손에는 소주잔이 들려 있다.

안 깨뜨리고 가져온 것이 더 신기하다.



‘도대체 어제 얼마나 마셨던 거야? 이 상처들은 다 뭐고.’



어제 쓰러지면서 머리를 부딪쳤는지 뒤통수가 아프다.



‘앗, 그러고 보니 내 시계가 어디 갔지?!’



손목에 둘려 있어야 할 시계가 없다.

설마···!



···



다행히도 발밑에 놓여있는 시계.



‘이걸 언제 빼서 여기에 둔 거지?'



시간을 확인하니 말할 것도 없이 정확히 오전 7:00

이것도 기계라고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참 좋긴 한데 여전히 수상쩍은 물건이다.




***



‘오늘은 피곤하니 일찍 잠들어야겠다.’



오후 10시, 수면 시간 9시간. 완료.



띠링

[무료 이용권이 모두 소진되어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게 뭐야?!?!?!”


“강 대리,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오늘 일이 얼마나 많은데 아침부터 왜 그러는 거야?”


“죄송합니다.”



‘뭐야 이런 말은 없었잖아. 기계가 상도덕이 있지 이런 줬다 뺐는 게 어딨어 치사하게.’



띠링

[미션지가 도착했습니다. 확인 버튼을 눌러 확인하세요!]



‘확인 버튼을 누르라고?’


클릭.



[수면게임 정식 유저가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션을 하나 클리어할 때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이번 미션 완료 시 주어지는 이용권은 무려 3개! 혜택이 너무 혜자스럽죠잉~?

자 그럼, 첫번째 미션은. 두구두구두구.]



‘수면 게임..?’



[굿모닝 인사를 세명에게! 제한 시간은 10분. 고고~]



‘인사만 하면 끝인 건가. 생각보다 쉽잖아?

어디 보자.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이...’



팀장, 차장, 윤 대리.

현재 시각 오전 11시. 아침 인사를 하기에는 좀 늦은 시간이다.

그래도 인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기분 나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자네 지금 출근했나? 지각한 거야?”


“아, 그건 아니고 출근 때 못 뵈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강 대리. 이럴 시간에 매장 한 번 더 나가고 매출이나 분석해. 왜 자꾸 매출이 빠지는지 영업적 마인드로 분석하고 뭐라도 좀 해보란 말이야!”


“아 예··· 알겠습니다.”



‘아니 고객들은 이쁜 옷 없다며 난리인데 상품이 매력 없어서 안 팔리는 것을 나더러 뭐 어쩌란 거야? 막상 상품기획팀 앞에 가면 자기도 아무 말도 못 하면서.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조직이란···’



“차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음 그래 강 대리. 굿모닝?”



김 차장은 언제나처럼 젠틀하다.

이제 남은 사람은 윤 대리.

같은 팀으로 근무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이상하게 강현재는 윤 대리를 마냥 편하게 대하지 못한다.



“저 대리님.”


“왜 그러시죠?”


“좋은 아침입니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요?”


“아침에 인사를 못 한 것 같아서요.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서로 아침도 챙겨주고 저녁도 챙겨주고 하면 좋으니까...”


“···.”



말이 헛나왔다.



‘가족도 아니고 남편도 아니고 아침을 뭘 챙기고 저녁을 뭘 챙겨. 으아악~!!!!! 완전 이상한 놈 된 것 같은데.’



“강 대리님.”


“네, 윤 대리님...”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앗··· 넵!”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별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외모에 시크하고 쿨한 성격까지 겸비한 사람이라니. 이러니 첫눈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미션을 클리어했군. 왜 아무것도 안 뜨지?’



시계 화면에서 문구가 흘러나온다.



[굿굿굿. 첫 번째 미션을 완벽하게 클리어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약속대로 보상을 드리죠.

이용권 3개가 지급되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



35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노력 없는 대가를 좋아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대학 입학 후 첫 전공 수업에서 A+ 학점을 받았다. 더 열심히 준비했던 친구들의 발표 내용이 더 좋았는데 그 친구들 점수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래서 그 당시 강현재는 자신이 노력 대비 성과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다음 발표 수업 때도 대충했다.



그리고 C+ 학점을 받았다. 나중에 건너 건너 들은 바로는 그에게 A+를 주셨던 교수님이 현재의 목소리가 자기 취향이라고 했더랬다. 어쨌든 노력 없이 얻은 대가였기 때문에 일회성에 그친 것이다.



하물며 애초에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나 부자로 태어난 사람들조차 수많은 유전자 및 정자와의 전쟁에서 끈질기게 싸워 살아남은 것이다. 그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뱃속에서 그만한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일종의 보상을 받는 것이다.

아니면 전생에 큰 업적을 쌓았다거나.



특히 자신처럼 그 수 많은 전쟁에서 이기지 못해 유전자나 집안 조건이 특출나지 않은 사람들은 그러한 사람들보다 배로 노력해야 겨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노력과 대가, 이 둘은 원하는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 조건이다.


고로 현시점, 보상이 주어지는 미션이 이렇게 쉽다는 것은 분명 어딘가 꿍꿍이가 존재할 것을 의미한다.



‘그치만 인생 뭐 별거 있나? 학창시절 일진 놀이 하던 애들도 하필 다들 예쁘고 잘생겨서 너튜브 몇 번 찍고 큰돈 버는데.’



그런 애들을 생각하면 배가 아프다. 사람이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그 애들의 인생이고, 행운이다. 어쩌면 유전자와의 싸움에서 이미 노력을 다했을지도 모르고 전생에 덕을 쌓은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노력 없는 대가는 없다는 말은 지극히 못나게 태어난 나 같은 사람들한테나 해당되는 말이다.



띠링

[사촌 동생: 형. 이모한테 들었지? 12시까지 형 회사 앞으로 갈게!]



점심에 취업준비생 사촌 동생을 만나기로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애기였는데 대기업 다니는 사촌형의 조언을 얻겠다고 회사 앞으로 온다고 했다. 대기업도 별거 아닌데.



“형 여기!”


20대 사촌 동생은 여전히 풋풋하다. 열정이 넘치고.



“형 잘 지냈어? 요즘 취업 준비하면서 느끼는 건데 대기업 들어간 형이 진짜 대단한 것 같아. 분명 어릴 때 나랑 이모네 집에서 같이 게임하고 놀았던 것 같은데.”


“뭘 대단해 인마. 회사 들어와 봐라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너도 더 늦기 전에 취업 말고 다른 거 준비해.”


“에이 지금 준비하는 게 내가 하고 싶은일인걸?”


“회사 말고 뭐 요즘 애들 많이 준비하는 공무원이나 프리랜서로 유투바 같은 거. 아니면 차라리 사업은 어떠냐? 요즘 지식 창업이 대세라던데 그런 거나 해봐라. 쓸데없이 나처럼 회사에서 인생 낭비하지 말고.”


“아니 형은 지금 그게 취준생 앞에서 할 소리야?! 나는 어? 서류 하나, 인적성 하나 붙을 때마다 얼마나 좋아서 방방 뛰는데!”


“들어오면 뭐 하냐. 맨날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고 내가 맨날 드는 생각이 이러다 젊은 나이에 암 걸려서 뒈지면 어떡하지 이 생각만 하루에 수십 번 한다.”


“그래도 형 지금 회사 진짜 들어가고 싶어 했었잖아. 합격했을 때 울면서 이모한테 전화했다는 사실도 나 알고 있는데!”


“그땐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고. 회사가 이런 곳일 줄 알았으면 취업 준비 하느라 인생 낭비하지도 않았어. 들어오면 니가 하고 싶은거 할 수 있을 줄 알어? 그냥 다 뭐 윗사람들 입맛에 맞게 자료 만들고, 뭐 쪼금 하면 그거 있어 보이게 포장하려고 실질적인 것보다 시간 더 많이 쓰고. 인생에 아주 현타 온다 현타와!”


“형. 아니면 인생에서 목표를 가져보는 게 어때? 지금 봤을 때 형. 슬럼프 온 거 같아. 잘은 모르지만 직장인한테 한 번씩 온다잖아.”


“아니야 인마. 슬럼프라기엔 너무 지났다. 그래서 뭐가 궁금한데? 추천하는 삶은 아니지만 이왕 왔으니까 궁금한 건 다 물어보고 가.”



사촌 동생을 만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취준생 시절이 생각났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도합 12년의 정규 교육과정을 밟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인서울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학점 3.7에 요즘은 토익 900점에 오픽 IH는 기본이라고 해서 기준 점수보다 좀 더 높은 점수를 만들었고, 경영학 복수 전공과 함께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대외활동 경험과 인턴 경험도 쌓았다.

분명 나쁘지 않은 스펙이었다.



그런데 취업은 참 어려웠다.


의지를 갖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었을뿐더러, 의지를 갖더라도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친구들의 SNS를 보며 좌절하기도 했었다.

평소 정말 응원해주고 싶은 친구였는데 막상 나는 떨어지고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는 붙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못되지만 내 사람들 만큼은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다.

겉과 속의 차이가 0인 사람, 그게 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축하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내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내가 나의 친구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기는 한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지만, 결국 나는 우울했다.


나의 행복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타인의 행복을 온전히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취준생 시절에는 목표라도 있었지···’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끝났다.



‘이용권 3개면 3일밖에 못쓰는데 이왕 한 김에 몇 개 더 비축해 둘까?’



[다음 미션을 수행하시겠습니까?]


예.



[두 번째 미션입니다. 두구두구두구···]



두구두구두구.



[궁금하시죠잉~?]



‘아니 뭐 기계가 이런 장난을 쳐? 이거 혹시 사람이 직접 치고 있는 거 아니야?’



[결과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기계도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아오 답답해죽겠네~!!!’



[오래 기다리셨죠? 자 다음미션은.

옆자리 사람을 터치하세요!]



‘터치라면···’



옆자리에는 윤 대리가 앉아 있다.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다양한 상상.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에 뭐 하나 실수했다가는 바로 징계다. 얼마 전에도 성추행 파문으로 물류센터로 발령난 직원이 있다. 특히 인원 감축 얘기 돌고 있는 이 시국에 잘못했다가는..


생각을 해보자.

마침 윤 대리 자리 저쪽 편에 물티슈가 보인다.



‘그래. 요즘 비상경영으로 회사에서 물티슈 주문도 못 하게 하니까 책상 닦는다고 한 장만 빌려달라고 해야겠다.’



“저, 윤 대리님.”


“네?”



꾸욱 –



“??”


“···!!!”


“...”



헉···!!!




수면시계는 매일 오후 11:30 에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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