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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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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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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3,747

작성
20.10.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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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꿈 속의 여자(1)

DUMMY

문득 궁금해진다.

수면 시계의 정체는 뭘까?

그동안 당첨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 어쩌다 이런 행운이 생긴 거지?



“야 또 무슨 생각해.”



기자가 게슴츠레 눈을 뜨며 묻는다.



“야 너희. 혹시 수면시계라고 들어봤냐.”


“수면시계? 그게 뭐야? 알람 시계 같은 건가.”


“그냥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만약 버튼을 누르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잠들고 원하는 시간에 깨어나게 해주는 시계가 있다면 어떨까? 물론 수면 중에는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아.”


“오 그거 괜찮은데? 니가 한번 발명해봐~키키킼.”


“그래 내가 하고 싶다 친구야. 근데 너희들은 만약 그런 시계를 가질 수 있다면 그걸로 뭘 할 것 같아?”


“음 나라면...”



기자가 입을 열었다.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식으로?”


“예를 들면 나폴레옹이 하루 3~4시간만 자고 말 위에서 15분씩 짬 내서 잤다고 하잖아. 나폴레옹처럼 바쁠 때는 조금만 자고 출퇴근 시에나 점심시간에 잠깐씩 짬 날 때 수면에 돌입하는 식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자고 싶다고 해서 아무 데서나 바로 잠들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건 나도 이미 해본 거다 이놈아. 생각 없이 시도해봤다가 길거리 한복판에서 아주 큰일 날 뻔했지...’



“오 그래 맞아. 또 비슷한 의미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뭔데?”


“원래 잠을 자고 일어난 직후에 피부에 생기가 돌잖아? 미녀는 잠꾸러기라는 말이 있듯이 남자도 마찬가지겠지. 소개팅하러 가는 길에 택시에서 30분 자면 개이득일 듯~!”



소개팅만 50번째인 기찬이가 좋은 아이디어라며 맞장구를 친다.



‘그것도 나쁘지 않네...’


“윽 근데 생각해보니까 특종 거리가 생겼는데 자느라 전화 못 받으면 억울할 듯. 그냥 지금 이대로 살래. 난 머리 대면 자는 스타일이라.”


“근데 정말로 그런 수면 시계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조용히 혼자 무언가를 생각하던 천재가 입을 연다.



“분명 악용하는 사람이 생기고 이 세계의 평화가 깨지지 않을까? 물론 지금도 그닥 평화로운 세상은 아니긴 하지만.”


“예를 들면?”


“예를 들면, 범죄에 악용한다거나?”



‘범죄에 악용이라···’



“SNS 계정이나 은행 계좌도 아무렇지 않게 해킹하는 시대인데 타인의 수면 시계 하나 컨트롤 못할까? 만약 타인에 의해 원치 않게 잠에 빠져들고 그런 악용의 사례가 빈번해진다면 분명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하겠지.”



맞는 말이다.

내가 사용해서 혜택을 보는 만큼, 다른 누군가가 나의 수면 사이클을 컨트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그게 인간 생사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면 지금처럼 살아갈 수 없게 될지도 몰라.”



‘역시 천재 저 녀석은 생각하는 것도 나보다 한 발 앞서는군.’



“그렇지만... 악용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잘만 사용된다면, 기자나 기찬이가 말했던 것처럼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야.”




*** 나천재의 연구소



‘수면시계라...’



3개월째 교수님을 도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역시 수면과 관련된 듯싶다.


현대인의 약 20%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남성의 20%, 여성의 25%로 여성 환자 비중이 좀 더 높다.


불면증에 사용되는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는 뇌를 각성시켜주는 물질을 차단함으로써 수면 상태에 들게 하거나 수면을 유도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다복용 시 이러한 물질의 수치가 급격하게 낮아져 뇌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내성이 생기는 것도 또 하나의 부작용이다. 내성의 문제는 단순히 이 약을 먹어도 더 이상 잠이 들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수면제 또는 수면유도제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이 약을 먹으면 곧 잠들 수 있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성이 생겨 약효가 듣지 않을 때, 더 이상 약을 먹어도 잘 수 없다는 매우 불안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 이후로 잠을 자기 위해 지속적으로 약을 먹지만, 기존의 경험으로 인해 ‘약을 먹어도 잠이 들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세우고 약 효과로 인해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만 계속된다.


이 과정에서 역시 불면으로 인한 우울증이 동반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내가 하고 있는 연구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기존의 수면제 원리는 뇌를 각성하는 물질을 차단하는 원리였다면, 이번에 새로 발견한 물질은 공기 중에 전파되어 말 그대로 잠시 동안 뇌를 잠재운다. 훨씬 간단하면서 내성에 대한 부작용은 적다.


그렇지만 이 역시 부작용은 존재한다. 어쩌면 기존의 수면제나 수면 유도제보다 더 위험할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시점



‘그래. 아직까지는 단점보다는 이점이 많은 것 같고.’



무엇보다 삶의 질이 좋아졌다.



‘세상에 나오지 않을 물건이라고 했으니까 악용되는 사례는 없겠지.’


“저 근데 얘들아.”



태수가 입을 연다.



“나 근데 수면 시계에 대해서 들은 적 있는 것 같아.”


“뭐?! 어디서?”


“그게. 우리 회사에 신제품 개발팀이 있거든. 그냥 나도 소문으로 들은 거긴 한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가는 태수.



“찌라시에 의하면 현대인들 불면증 치료 목적으로 개발되었던 물건이고 임상 시험 결과 체내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으로 입증됐대.”


“오 그거 진짜면 대박인데?!?!? 그거 언제쯤 출시되는데? 나한테 미리 언질 좀 주면 안 되냐. 요즘 기삿거리가 없어서 먹고살기 힘들다.”



기자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묻는다.



“근데 그게 워낙 비밀리에 진행했고 제조하기가 까다로워서 우선 딱 10개를 만들었었는데.”


“그 10개는 지금 어디 있는데!”


“아까 천재가 언급했던 그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결국 출시 못 하고 다 폐기 했다나 봐.”


“와··· 그런 물건이 진짜 존재했었다고? 말도 안 돼. 역시 삼일전자 클라스인가.”



신기한 표정으로 태수를 바라보는 기찬이.



‘세상에 나올 뻔한 물건이었다고?! 근데 그 노인네는 왜 그런 거짓말을···.’



“근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아무튼 신기하네.”


“근데 나도 확실치는 않아. 알지? 회사의 찌라시는 찌라시일 뿐이니까.”


“에휴. 이게 찌라시가 아니라 진짜라면 나 바로 그냥 승진 감인데. 기삿거릴 제공해줄 사람 어디 없나~”


“나도 그때 스트레스 때문에 가끔 잠 못 자고 그랬던 시기라 그 제품 출시되면 꼭 구입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만약 태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이 수면시계 보유자는 최대 10명일 것. 아직 10명에게 도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갖고 있는 이 수면시계는 아직 까지는 안전하다.’



“와. 그냥 상상해본 거였는데 실제로 만들어졌었던 물건이라니. 내가 제일 소름이다!!!”



‘그래도 아직은 이 시계의 존재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어.’



“소곱창 8인분 나왔습니다.”


“이야 기깔나게 맛있어보인다잉~”



위에는 차돌박이, 밑에는 파와 버섯, 감자로 데코 되어 있다.

그리고 짭쪼롭한 눈꽃가루까지.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콩가루에 찍어 입안에 넣으면.



“음~ 당장 죽어도 모를 이 맛.”


“마쉬멜로 마냥 사르르 녹는다.”


“내가 곱창을 먹을 수 있도록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래 이제 그런 얘기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


“마셔 마셔~!!!”




***



“너희 집 제대로 갈 수 있겠냐. 김기자 저번처럼 집 가다가 허튼짓 하면···”


“얌마 그때는 사정이 있었어. 이제 안그럽니다요.”


“현재 너는 택시 타고 간다고 했지? 저 앞에 서 있는 거 타면 되겠네.”


“나 먼저 가도 되는 거냐?”


“응. 나는 잠깐 들를 데가 있어서. 택시 번호 경기 4283 외워라. 사진도 찍어놔야겠다.”



찰칵-



“무슨 내가 여자도 아니고 택시 번호까지 찍어두냐. 너도 참 유난이다.”


“요즘 얼마나 흉흉한 세상인데 자나 깨나 택시 조심! 알것냐.”


“그래 알겠다. 나 먼저 간다!”



“저 아저씨, 이거 타도되는 거죠?”


“네. 타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


“도선동 OO오피스텔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거울로 비치는 기사님의 얼굴. 선글라스를 껴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나이에 비해 깔끔한 스타일이다.



‘차도 되게 깨끗하게 관리하시나 보네. 좋은 향기도 나고···’




***



음···


여기가 어디지.


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모래를 손으로 잡았다가 손을 펴니 모래가 스르르 떨어진다. 부드럽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어본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따뜻하고 포근한 감촉. 편안함과 안정감.

나쁘지 않다.



‘근데 내가 왜 갑자기 바다에... 앗 설마!!!’



볼을 세게 꼬집어보았다.

전혀 아프지 않다.



‘꿈이구나. 근데 내가 왜 잠이 든 거지?’



이상하다. 평소에 침대 아니면 잠도 못 자는 강현재에게 택시에서 잠이 드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면 알람도 안 맞췄는데 정말 이상하군.’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응???’



저 먼발치에서 어떤 여자가 걸어온다.



50미터. 49미터. 48미터. 47미터. 45미터.


30미터.


15미터.


10미터.



“앗 깜짝이야!!!”



그 여자다.

그날 이후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꿈에서 또 마주쳐버렸다.


딱 10미터가량의 간격을 사이에 두고 더 이상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왕 마주친 거 도대체 누구시냐고 물어보기나 해야겠다.’



“저 그쪽을 현실 세계에서 봤습니다. 클럽에서 춤 잘추시던데··· 아니지 아니야. 방금 한 말을 무시해주세요. 왜 자꾸 제 꿈에 나타나시는 겁니까? 도대체··· 누구십니까?”


“···.”


“이제 구면인데 말 좀 하시죠. 언제까지 쳐다보고만 있을 겁니까?”



왠지 슬퍼 보이는 여자의 입술이 살짝 움직이려다 이내 다시 멈춘다.



“네 뭐 좋습니다. 그럼 다른 질문을 하죠.”


“···.”


“그쪽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인가요?”



한참을 또 쳐다보다가 천천히 두 번 끄덕인다.



“근데 왜 자꾸 제 꿈에 들어오시는 겁니까? 아니 다른 질문부터 하죠. 도대체 다른 사람의 꿈에 어떻게 들어오시는 겁니까?”


“···.”



‘말을 못 하는 건가. 골치 아프게 됐군.’


“그래요 좋습니다. 그럼 혹시···. 수면 시계랑 관련이 있습니까? 맞다면 아까처럼 고개를 두 번 끄덕여주세요.”


“ㅈ를 구해··· ㅈ세ㅇ···”



‘뭐야 말을 하잖아!’



“네? 뭐라구요? 잘 안 들립니다. 좀 더 크게 말해봐요.”


“구해주세요!!! 제발!!!”



‘구해달라고? 본인을? 누구한테서???’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 너무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한 나머지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



“오케이. 그럼...”


“강현재씨 정신 차려요!!!!!”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알아듣게 말해봐요.”


“안 들려? 정신차리고 당장 거기서 내리라고 이 머저리야.”



슈웅-



갑자기 10미터 앞에 있던 그 여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10미터,

9미터,

8미터,

7미터,

6미터.

5미터.



‘어? 근데··· 저 여자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지?’



무언가 반짝이지만 크기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4미터.

3미터.

2미터.

1미터.


칼이다. 날카로운.



푸우욱-



“윽··· 이게 무슨···!!!!!!! 당신 뭐야···”




수면시계는 매일 오후 11:30 에 업데이트 됩니다.


작가의말

오늘 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당 ㅜㅜ 그렇지만 꿀잠 자세요♥ 앞으로 안늦을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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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꿈 속의 여자(2) 20.10.20 41 0 11쪽
» 꿈 속의 여자(1) 20.10.20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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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꿀잠(1) 20.10.14 108 1 13쪽
2 수면시계를 얻다 20.10.13 186 2 13쪽
1 수면시계 프롤로그 +4 20.10.12 288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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