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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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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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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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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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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팀장을 고발하라(2)

DUMMY

“오, 왔어~? 여기 어때. 분위기 괜찮지?”


“네. 여기 분위기 너무 좋네요~.”



‘윤 대리님이 왜 여기에...’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잖아.”


“사람들 눈 피해서 와야지요. 이런 수고로움도 없으면 팀장님이랑 이렇게 오래 연애를 어떻게 해요?”


“그렇지... 참 내가 윤 대리한테 미안한 게 많아.”


“미안하긴. 오늘 피곤하시다고 해놓고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 놀랐어요.”


“그게 아까 강 대리가 여기를 추천해줬는데 당장 윤 대리 데리고 오고 싶었지 뭐야. 여기서 둘이 식사를 하면 그날 밤 사랑이 이루어진다더군. 하하하”


“됐고 회사 밖이니까 이제 미정이라고 부르지?”


“하핫. 역시 이런 매력에 내가 헤어나올 수가 없다니까. 내가 그때 캠핑가서 처음 만났을 때 딱 알아봤지.”


“근데 강 대리가 추천해준 곳 이렇게 막 와도 돼? 혹시 마주치면 어쩌려고.”


“오늘 온다고 했으면 온다고 말했겠지. 나한테 추천한 거 보면 오늘이 제일 안전하다구. 강 대리도 사람인데 퇴근하고 나서도 자기네 팀장을 마주치고 싶어하지는 않을거아냐?”


“푸핫. 다 알고 있으면서 회사에서는 왜 눈치 없는척 해?”


“오만 눈치 다 보고 다니면 팀장 못한다 미정아.”


“이래서 내가 오빠가 좋아. 역시 매력 있네 내 남자.”


“매력 있으면 뽀뽀.”


“내 뽀뽀 비싼 건데. 쪽.”


“볼 말고 입술에.”


“사람 많아서 싫어. 지금 참고 있다가 좀 더 달콤한 걸 해줄게.”


“달콤한 거라면...”


“나 오늘 되게 섹시할거야.”


“하하하하. 밥 다 먹을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지금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미쳐버리겠는데.”


“내가 아주 더 미쳐버리게 만들어줄 거야.”


“진짜... 얘 때문에 돌겠네... 하하핫.”


“그나저나 요즘 왜 이렇게 회사에서 잔소리가 심하실까? 저번에는 뭐 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큰소리치길래 나도 같이 큰 소리 나올 뻔했잖아.”


“미정아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강 대리한테 뭐라고 하고 싶은데 강 대리한테만 그러면 티 나잖아. 이해해주라 자기야.”


“강 대리한테는 쓸데없이 왜 화를 내? 요즘 일도 잘하고 무엇보다 내 소중한 부사수인데. 그러다 퇴사해버리면 책임 질 거야?”


“그게 가끔 강 대리가 널 보는 눈빛이 아주 음흉하단 말이지!”


“어머, 팀장님 지금 질투하시는 거예요~?”


“질투가 아니라... 큿흠.”


“진짜 귀엽긴. 마흔 넘은 아저씨가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건가?”


“아무튼 내가 너희 둘이 얘기하는 거 다 듣고 있다고. 요즘 왜 이렇게 둘이 친하게 지내는 거야? 괜히 신경 쓰이게.”


“마누라까지 있는 사람이 고작 내연녀한테 질투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오빠랑 한 침대에 있다가도 전화기 너머 마누라랑 딸래미 목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입장인데.”


“그렇지... 미정아 내가 너무 미안해... 우리가 좀 더 빨리 만났다면 이런 반쪽짜리 연애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너를 더 빨리 찾아내지 못해서 미안하다.”


“아니야 장난 친 거야.”


“장난은 무슨. 사실인걸.”


“정말이야. 난 오빠랑 있으면 행복하고 무엇보다 내가 선택한 연애고 내가 즐거워서 하는 거야. 그러니까 오빠가 나한테 미안할 필요 전혀 없어~”


“어쩜 이렇게 마음도 천사 같을까.”



둘은 약 10초간 지긋이 서로를 바라본다. 이내 서서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얼굴. 그 둘을 비추는 따뜻한 느낌의 주황색 조명.


천천히 감기는 윤 대리의 눈. 그리고 그 눈앞으로. 그보다 좀 더 아래쪽으로 가까워지는 팀장의 입술.



“안돼...!!! 저게 뭐야!!! 내 옛사랑 윤 대리님이...!!!!!”



당황스러럽지만 일단 핸드폰 카메라로 저 장면을 기록해 두어야 한다.



‘어디 있지. 왜 안 보여. 내가 핸드폰을 어디에다 뒀지!!! 썅!!!’



쿠당탕탕탕-



“우아아악!!!”



“오빠 방금 무슨 소리... 어. 저기 무슨 일이지?”


“누가 넘어졌나.”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윤 대리와 김팀장님의 목소리. 급히 검정색 후드 모자로 얼굴을 푹 가렸다.



‘미치겠다. 들키면 안 되는데...!!! 제발 쳐다보지 마라. 제발...!’



갑자기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고요해진 이어폰.



‘아니 불안하게 뭐 어떻게 되는 거야. 돌아볼 수도 없고 참.’



“손님 도와드릴까요?”


“아니, 아니요. 잠시만 조용히.”



“혼자 왔나 보네. 저 사람도 창피할 텐데 쳐다보지 말자.”



‘그래 제발 보지 마라...’



“그럼 우린 아까 하던 거나 계속해볼까?”



“저 손님, 괜찮으세요?!”


“아, 네네. 괜찮습니다. 아 저기 물 한 잔만 부탁드릴게요.”


“네. 금방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손님.”


“아니요.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넵...”



‘이제 괜찮겠지...?’



슬쩍 시선을 돌리니 나는 더 이상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언제 그랬냐는 듯 1분 전 그 장면이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서둘러야 한다. 지금 놓치면 다시 기회를 잡기 힘들 것이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약 1m가량 앞에 보이는 나의 핸드폰. 의자에 놓여 있다가 넘어지면서 함께 떨어졌나 보다.



‘그래. 우선 아까 오면서 설치한 무음 카메라를 켜고... 최대한 확대를 해서...’



서서히 가까워지는 두 사람. 그리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입맞춤.

남녀 둘이 키스하는 모습을 이렇게 대놓고 쳐다보는 것은 참 오랜만, 아니 처음이다.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불륜의 현장을 지금 내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쀼의세계(불륜 드라마)가 인기를 끌더니 현실에서도 불륜이 유행인 건가.’



카메라 화면을 응시하는 나의 정신은 마치 멜로 드라마를 시청하듯 서서히 화면으로 빠져든다.



‘아차차!’



그러다 하마터면 촬영 버튼을 누르는 것을 깜빡할 뻔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이왕이면 확실하게 영상으로 찍어야겠다.’



[동영상이 저장되었습니다.]


길고 긴 숨 막히는 3분이 지나갔다.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3분이었다.



“손님. 주문하신 연어 스테이크와 물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눈앞에는 인생에 그리 자주 맛보지 못할 15만 원짜리 연어 스테이크가 놓여 있다. 지금껏 봐왔던 어떤 연어 스테이크보다도 살이 통통하게 차올라 윤기가 흐르며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그 연어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썰고 포크로 찍어 한 점을 입속에 넣을 때까지 꼬박 10분이 걸렸다.

그만큼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입사 후 강현재에게 설렘과 함께 회사에 정을 붙이게 해준 윤 대리.

며칠 전 7년 전의 내 설렘을 공유했었던 동기와 점심을 먹었다. 그는 나에게 아직도 그녀에게 감정이 남아있었느냐고 물었고,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왠지 좀 마음이 아프다.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어쨌든 순수하고 지적인, 아니 한때는 그런 존재라고 믿었던 윤 대리는 더 이상 없다.

조금 전 촬영했던 영상 속의 윤 대리가 지워진 추억을 대신한다.


그래서 강현재는 좀 더 냉정해질 수 있다.



‘어떻게 찍기는 찍었는데 이걸 어쩐담...’



이 영상이 내 손에 있는 한 내가 팀장을 고발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첫째, 내가 직접 회사에 고발해도 된다.

신문화 팀이나 노사위원회에 영상과 함께 고발한다면 증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된다면 나는 같은 팀 사람을 고발한 정 없고 냉정한 인간으로 낙인 찍히게 된다.


둘째, 얼마 전에 새로 오픈한 익명게시판에 올리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익명게시판도 말이 익명게시판이지 관리자는 존재하는 법. 가뜩이나 요즘 불륜설이 익명게시판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 내가 이 영상을 게시한다면 조회 수 2,000은 기본일 것이다.

이때 관리자라던가 또는 궁금함을 참지 못한 누군가가 작정하고 찾아내면 작성자를 밝히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심지어 특정인을 저격하는 글은 익명게시판의 본질을 흐린다는 이유로 도리어 내가 욕을 먹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굳이 내 손에 피 묻혀 가며 처리해야 할 이유는 없지.’



엄밀히 말하면 회사 안에서 완전한 익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역시 그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들 중 하나다.



‘내가 나임을 밝히지 않고 고발할 수 있는 방법이라... 그렇다면 역시...!’



방법은 하나뿐이다.



“여기 스테이크 진짜 괜찮다. 다음에 또 오고 싶어.”


“그치? 강 대리 이놈이 맛집 추천 하나는 기가 막히다니까. 다음에 분위기 좋은 곳 또 추천해달라고 할게.”


“그래. 그래도 너무 방심하지는 말고. 강 대리 생각보다 똑똑한 사람이야.”


“알았어, 알았다구.”


“아~ 오랜만에 와인 한잔했더니 취기가 확 올라오네.”


“얼굴 붉어지니까 더 예쁘다.”



두 사람 앞에는 와인 두 병이 놓여있다. 도수가 꽤 높은 와인으로 추정된다. 잦은 회식을 통해 두 사람의 주량이 그리 쎄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두 사람은 지금 꽤 많이 취했을 것이다.



지이잉-



[사랑하는 우리 딸♥]



“받고 와. 괜찮아.”


“미안해 정맣... 그럼 내가 잠깐 전화하면서 담배 한 대 피고 오는 길에 컨디션 좀 사 올게.”


“그래 알았어. 여기 있을게~”


“이해해줘서 고마워. 갔다 올게.”


“응.”


“여보세요? 응 우리 딸~ 잘 지내고 있지? 아빠 거래처 사람이랑 저녁 먹고 있지.”



김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 쪽으로 몸을 돌린다. 동시에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팀장의 목소리도 점점 희미해진다.



‘그럼 나도 슬슬 따라가 볼까.’



다시 한번 후드 모자를 최대한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이 정도면 아무도 못 알아보겠군.’



레스토랑 앞 흡연 구역에서 팀장이 담배를 태우고 있다.



“응 그래. 아빠가 또 전화할게. 사랑해 우리 딸!”



휘청-



‘역시 취했군.’



통화를 마치고 자켓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는 김팀장. 그대로 흡연실 밖으로 걸어 나온다.



‘지금이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아씨... 거 앞 좀 보고 다닙시다. 짜증 나게...”



휘청-



“죄송합니다. 살펴 가십시오!”


“뭐 이런 재수가 없을라니... 미정아~ 기다려라~ 오빠가 간다~!”



‘어휴 딸래미랑 방금 통화하고서는 저러고 싶을까.’



혐오스럽다. 가정을 두고 바람피우는 인간들이란. 저런 놈들은 감빵에 처넣어도 오히려 감빵이 아깝다.



‘어쨌든... 나이스~!’



부딪히면서 그의 핸드폰을 손에 넣었다. 검정색 갤락시 신상 폴더 폰이다.



‘이런 거 200만원은 할 텐데. 이런 레스토랑도 꽤 자주 오는 것 같고.’



역시 불륜의 기본은 돈이다.



‘아무튼 이 정도면 나 전생에 홍길동 아니었나. 숨겨왔던 나의 재능 발견!’



옆에 있는 전원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불이 들어온다. 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면 분명 일이 커질 것이다. 김팀장이 숙취 해소 음료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돌아오기 전에 작업을 마치고 폰을 돌려놔야 한다.



‘어디 보자.’



[본인인증을 하려면 손가락을 홈 버튼 위에 올리세요.]



‘지문 인식??!!!’



우리 어머니나 돌아가신 아버지. 또는 조금 아래라면 막내 삼촌을 생각했다. 나이 좀 드신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대개 잠금 해제가 귀찮다는 이유로 잠금 기능을 잘 걸어 놓지 않는다.


그러나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핸드폰은 판도라 상자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들은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비밀의 삶.’



그중 불륜이라 함은 ‘비밀의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핸드폰 속 내용물이 오픈되는 순간 파국에 치닫는다.



휴대폰 잠금은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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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을 고발하라(2) 20.10.23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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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꿈 속의 여자(2) 20.10.20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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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수면게임 20.10.16 7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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