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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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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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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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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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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꿀잠(2)

DUMMY

오전 7시 00분.



번쩍.



평화로운 일상.

이런 상쾌한 기분은 정말이지 느껴본 지 너무 오랜만이다. 잠을 제대로 잤더니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더 잘생겨 보인다.


기사에서 어느 실험 내용을 본 적이 있다. 40대 32명을 대상으로 8시간씩 수면을 일주일 동안 유지, 이후 일주일 동안 하루 4시간씩 수면을 제한했다.

8시간 수면 시 피부 수분량이 평균 64단위(A.U)로 수면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면 바로 다음 날부터 피부 수분량이 54단위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피부 각질의 발생률은 평균 15%에서 20% 가까이 급증했다.



결론적으로 오늘 7시간을 푹 잔 강현재는 평소보다 조금 더 괜찮게 보인다.




‘앗, 사원증 챙겨야지.’



사원증에 적혀있는 이름 석 자.


강현재.



강할 강 强 밝을 현 絃 재주 재 才

세 글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그런데 사람이 이름 따라 살게 된다고 누가 그랬던가.


이름대로라면 밝은 성격에 재주 많은 인생이어야 하는데 본인은 태어나길 부정적이고 특별한 재주 하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재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부, 음악, 미술, 체육 모든 분야에서 남들 평균보다 딱 1만큼 더 잘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모든 분야의 재능이 상향 평준화가 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자신만의 무기 하나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그의 삶은 지극히 평범했고, 또 평범하다.



물론 본인이 가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조건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삶을 즐긴다. 일상의 소소한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며.


그래서 누군가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답한다.



“행복한 사람이요.”



외모가 빼어난 이들도, 가진 재물이 많은 이들도 아니다.

자신의 인생에 소중함을 느끼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


쉬워 보이면서도 참 어렵다.

특히 강현재에게는.



그래도 어제 오래간만에 잠을 푹 자서 그런지 출근길 발걸음이 꽤 가볍다.



‘어쩌면, 나도 일상의 행복과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강 대리님!!!”


“어어 좋은 아침입니다. 버스 타고 출근하세요?”


“네~ 오늘 더 잘생겨 보이시는데요?”


“하하. 아닙니다.”


“아 맞다 회사 익게 봤어요?”


“익게요?”


“네. 얼마 전에 자신익게라고 사내 익명게시판 생겼잖아요. 강 대리님 그런 거 안 보시는구나.”


“아, 저도 들었어요. 한 번도 안 들어가 봤는데...”


“거기 대박인 게 올라왔어요. 불륜설...”


“불륜설이요?”


“네. 그런데 더 소름 돋는 건. 소문에 의하면 우리 사업부 누군가라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불륜 상대도 우리 회사 사람이라는..

.”


“진짜라면 정말 충격이네요. 근데 그런 건 워낙에 헛소문이 많아서···.”


“아무튼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간도 크지 어떻게 회사 사람이랑. 사람 무서워서 어디 결혼하겠나~”


“그 사람이 이상한 거죠. 안 그런 사람도 많을 거에요.”


“그건 그렇죠. 강 대리님처럼 좋으신 분도 있잖아요?! 아무쪼록 제가. 오늘부터 그 진실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재밌네요. 뭐 알아내시면 저도 알려주세요.”


“옛썰.”




***



“강 대리!!!”


“예. 팀장님.”


“물량이 왜 죄다 온라인 창고 쪽으로 넘어가 있는 건가?”


“지난번 사업부 미팅 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온라인 쪽으로 밀어주자는 얘기가 나왔고 팀장님도 그때 동의하셔서...”


“내가 언제 동의했다고!!! 오프라인에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나라도 더 팔 거 아니야. 손님들이 이거 사고 싶다고 하는데 매장에 재고 없어서 못 팔면 강 대리가 책임 질 건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재고가 충분치 않아 온라인과 다시 협의를...”


“내가 동의한 적이 없는데 무슨 다시 협의야! 오늘 안으로 당장 처리하게.”


“네, 알겠습니다.”



예전부터 궁금하다. 교수님이나 팀장님들은 왜 자신이 했던 말을 그리도 기억 못 하시는지.




*** 연일대 의류학과 졸업작품 준비 시절




“음~ 항아리!”


“항아리요, 교수님?”


“너희 조 작품은 달항아리 컨셉으로 바지 폭을 항아리처럼 넓게 해보자. 내가 어제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뛰다가 딱 너희 조 작품 컨셉이 떠올랐지 뭐니!”





일주일 후



“아니 이게 뭐야. 누가 이렇게 촌스럽게 통 넓은 똥 싼 바지를 그려왔니? 한복도 슬림하게 가야지 요즘 트렌드에 맞지. 어휴 니네는 엑스야 엑스!!!”




뭐 대략 이런 식이다. 매번 미팅 때마다 녹음을 할 수도 없고. 해도 보여줄 수도 없고 참.


근데 이상하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말을 듣고 분이 안 풀려 죽이고 싶다는 생각만 백만 번은 했을 텐데.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하다. 화가 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군...’




그런데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어제의 기억.

어젯밤 꿈에 웬 여자가 나왔던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나왔다.


얼굴이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검정색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 연한 핑크빛 입술.


그 입술로 분명 뭐라고 말했는데···



‘수면 시계···?’

‘병원···?’



기억이 날 듯 말 듯하다.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왜 꿈에 나타난 거지.

뭐라고 말했던 거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개꿈이겠지 개꿈.”



까똑. 까똑. 까똑.



[정태수: 출근 하이루. 오늘은 삼쏘 고고?]


[나천재: 난 뭐 또 교수님 프로젝트 때문에. 오늘은 안될 듯.]


[김기자: 정태수가 쏘는 거면 고고.]


[이기찬: 백수는 시간이 많습니다. 고고]



이 자식들 허구한 날 술이야. 그렇게 맨날 술 먹다가 간에 병 생기고 후회하지.



[강현재: 고고]




***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나천재 소속 연구실.



“교수님,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자료 정리했습니다.”


“그래 이리 줘봐라. 흠...”



천재.

天才.


선천적으로 타고난 뛰어난 재주. 천부의 재능.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


천재가 되라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다. 이름만큼이나 두뇌가 명석했고, 예과 2년 본과 4년 내내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강현재와 같은 재주 재 자를 쓰지만 하늘의 재능과 그냥 재능은 다른 건가 보다.


그런 이름과 재능을 가진 나천재는 현재 한국대학병원 펠로우 2년 차.



약 3개월 전 존경하는 김 교수님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비밀리에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함께하지 않겠냐고. 학부 때부터 롤모델로 삼고 따랐던 만큼 그 제안에 수락했다.


이 실험과 연구의 목적은 아직까지 자신도 모른다.

단지 교수님의 지시에 따를 뿐.



[강현재: 너 혹시 한국대학병원 정신과 교수 중에 김혜성이라고 아냐.]



얼마 전에는 현재가 김혜성 교수를 아느냐고 물었다.

유일하게 한 치의 의심 없이 그들의 모든 행동을 믿고 따랐던 교수님이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해서 인터넷상 정보는 많이 없지만, 그의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아니 세계 10위 안에 든다고 확신한다. 환자와의 상담도 대학 병동이 아닌 개인 공간에서 진행하신다. 우리나라 이름 날리는 기업가들, 유명 연예인들은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그 교수님을 존경해온 지 10년. 약 6개월 전 교수님은 갑작스러운 병가를 내고 떠나셨다.



그가 떠난 3개월간 그의 소식을 접할 수가 없었다. 다른 선배들한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밖에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는 양반인지라 소문만 무성했다.


센터장 자리를 노렸는데 일이 잘 안 풀려 관계자와 싸우고 나갔다는 이야기, 십수년간의 환자를 치료하다가 결국 자신 스스로를 그곳에 가둬버렸다는 이야기, 그냥 바깥 활동은 안 하지만 그렇저렇 잘 먹고 잘 지낸다는 이야기.



그리고 3개월 후 그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는 나천재에게 함께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유를 묻지 않고 수락했다.

꽤 중요한 연구 과제인지 집에도 잘 안 들어가신다.



“지금 계속 임상시험 중인데요.”


“그래 말해보게.”


“PP 시그마라는 접착 단백질이 뇌의 앞뒤 시냅스 간 물질을 전달하는 데 촉매작용을 합니다. 그런데 이 접착 단백질의 양이 극도로 많아질 경우엔, 다시 말해 물질이 과다 분비될 경우엔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좋아. 그 쥐가 죽어버릴 확률은?”


“아직 사례는 없습니다.”


“이제 서서히 성과가 보이는군. 계속 보고해주게나. 어디에도 새어 나가서는 안 되네.”


“예. 알겠습니다.”




***



[사랑하는 엄마: 아들~ 바빠?]


[강현재: 이제 곧 퇴근. 엄만 잘 지내시죠?]


[사랑하는 엄마: 그럼~ 주말에는 니 누나가 오로라 보여준대서 같이 가기로 했어~ 참. 이번주 니 아버지 기일인 거 알지? 바빠도 꼭 다녀와.]



벌써 아버지 기일이구나.

시간 참 빠르다.



아버지는 25년 전 내가 10살 때 돌아가셨다.

사인은 교통사고.


현재의 성도 아버지께 물려받은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몸이 강한 사람보다 마음이 강한 사람이 되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해 놓고 죽어버리면 내가 몸이든 마음이든 어떻게 강하게 살어.’



[강현재: 주말에 꼭 다녀올게요. 엄마 사랑해. 쪽.]



퇴근하려고 자리를 정리하다 책상 선반 위 화분을 보니 어느새 작았던 새싹이 10센티미터나 자라 있다. 가만히 보니 예쁘다. 이 새싹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는데도 스스로 잘도 자랐구나.

어쩌면 이 연약해 보이는 새싹이 자신보다 강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



“강현재 이 자식 오늘 왜 이렇게 기분 좋아 보여? 회사에서 뭐 좋은 일 있었냐?”


“좋은 일은 무슨. 오늘도 회사에서 한 소리 듣고 왔지 인마.”


“아니면... 오 연희한테 전화 옴?”


“연락은 개뿔. 헤어진 이후로 카톡 한 번 한 적이 없다.”


“그러게. 근데 왜 이렇게 평소랑 달라 보이냐. 아주 음침하던 뭔가가 밝아진 것 같달까?”


“음침하다니. 말넘심.”


“아 맞다. 너 요즘 잠은 좀 자냐. 맨날 잠 못 잔다고 밤새고 그랬었잖아.”


“아 그게··· 요즘은 잘 잔다.”


“오, 무슨 병원이라도 다녔냐?”



‘이걸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한다고 해서 이 친구들이 내 말을 믿을지.’



“저 그게...”



‘그 노인네가 비밀이라고 말하지는 않지 않았었나. 흠···”



“그냥 밤에 폰 안보고 잡생각 안 하니까 잠들더라.”



‘아직은 밝히지 않는 것이 좋겠어.’



“오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좀 더 잘생겨 보이는 걸 현재? 엉아랑 오늘 뜨밤 함 보낼까?!”



사실 수면욕이 충족되니 식욕, 성욕도 더 끓어오르는 것 같다.



‘아. 연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얌마 너 무슨 생각해! 설마 진짜 나를.”


“무슨 생각을 해 내가. 하지 마 이 자식아!!”


“하하하하하하하.”



따르르르르르릉.

태수의 폰이 울린다.



“나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


“응 다녀와. 우리도 담배 한 대 피우러 가자.”




***



“미칠 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들이~”


“얘들아 집 안가냐!!!”


“시끄러! 보고~싶다~ 보고~싶다

이런~ 내가 미워질 만큼~”


“어휴 저놈 또 만취했구만. 저러다 뭔일 나지.”



취한다.

이렇게 만취한 적은 헤어진 그 날 이후로 오랜만이다.



잠깐.



지금인 몇 시지?



·········!!!!!!!!!!!!!!


시부랄·········!!!!!!!!!!!!!



“얘들아 나간다. 재밌게 놀아라!”



타이머 설정 시간은 오전 00시.

지금은 오후 11시 45분.

집까지 걸어가면 15분.


안 되겠다. 전력 질주!!!!!!!



“아빠 방금 지나간 거 사람이야?”


“응? 뭐가 지나갔어?”



헉헉.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이러다 길바닥에서 잠들겠어.


학창시절 육상부 활동을 잠깐 했던 적이 있다.

빠르게 달리는 법. 몸을 숙이기보다는 상체를 세워 지면과 수직을 이루도록 하며, 가슴을 펴고, 시선은 전방을 향하여.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냥 잔말 말고 뛰자!!!’



생사를 넘나드는 기분.

15분 동안 달리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문득 학창시절 지각을 일삼던 기자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항상 등교 시간 딱 맞춰 땀 흘리며 뛰어 들어왔었는데.



헉헉.



12시 5초전

4초전



쌰앙!!!!!



3초전



탁.



2초



지잉. [문이 열렸습니다.]



1초



“세이브~!!!!!!”



풀썩.



띠링.


[무료 이용권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다음 이용 시부터는 미션을 진행해주세요. 그럼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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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팀장을 고발하라(2) 20.10.23 34 0 12쪽
12 팀장을 고발하라(1) 20.10.22 36 0 12쪽
11 꿈 속의 여자(3) 20.10.21 41 0 12쪽
10 꿈 속의 여자(2) 20.10.20 41 0 11쪽
9 꿈 속의 여자(1) 20.10.20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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