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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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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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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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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433,747

작성
20.10.2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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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팀장을 고발하라(3)

DUMMY

[본인인증을 하려면 손가락을 홈 버튼 위에 올리세요.]



‘지문이라니 인제 와서 지문을 어떻게 구하지...’



창문 안을 쳐다보니 팀장의 빈 자리가 있다. 아마 저 테이블 위에 있는 와인잔이나 포크, 나이프에는 팀장 지문이 묻어 있을 것이다.


예전에 어느 CSI 영화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법을 본 적 있다. 땀을 포함한 여러 물질로 이루어진 지문은 99%가 수분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곧 증발해 버리지만, 나머지 1% 물질들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흑연 가루 등 미세한 가루를 뿌려 두면 가루가 그 물질에 붙는다.

이때 테이프로 살짝 찍어내면 지문을 채취할 수 있다.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영화에서나 하는 짓이지...’



강현재에게는 지금 흑연 가루도 없고 테이프도 없으며 지문을 찍어낸다 한들 그게 핸드폰 지문인식기에서 먹힐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과정이 번거롭다.




‘역시 남자는 몸 빵이지!’



흡연실을 나와 거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숙취해소제를 산다고 했으니까 이 근방에 편의점이라면...’



도보로 5분 거리 내 위치하고 있는 편의점은 총 3개. 팀장은 현재 만취 상태이므로 직진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도 내 느낌이 들어맞기를.’



빠른 걸음으로 편의점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계산하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그곳에 김팀장은 없다.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생필품 코너. 라면 코너. 과자 코너. 식료품 코너. 주류 코너.


없다. 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젠장. 다른 곳인가...!!!’



시간이 없다. 3개의 편의점 중 하나는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이곳과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어 여기서 도보 10분이 걸린다. 10분 후라면 김팀장은 편의점에서 나와 윤 대리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2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헉헉헉...”



단숨에 뛰어왔더니 1분도 안 걸려 도착했다.



‘이번엔 제발...!!!’



이 편의점은 조금 전 방문했던 편의점보다 규모가 크다.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가보지만 역시나 김팀장은 없다.



“젠장... 이제 정말 어떡하지!!!”



인제 와서 멀리 있는 편의점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지막 기회다. 팀장이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마주쳐야 한다.



‘다시 전력 질주다!!!!!’



헉헉헉-


수면시계를 얻고 나서 그 어느 때보다 러닝 량이 늘었다.



‘이게 진짜 사람을 강제로 운동시켜버리네.’



레스토랑이 눈앞에 드러나기 10초 전. 코너를 돌면 바로 보일 것이다.

이제 보인다.



“이런 썅!!!”



멀어져가는 팀장의 뒷모습이 보인다. ‘장식당’이라고 큼지막한 간판이 달린 저 대궐 같은 입구로 들어가는 팀장의 뒷모습이.



팀장과 편의점 그 좁은 통로에서 스쳐 지나가며 슬쩍 지문을 채취하려던 계획은 틀어졌다. 처음 녹음기를 설치했을 때처럼 화장실로 부딪히려 가기에는 눈치 빠른 윤 대리가 날 알아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김팀장의 폰을 몰래 다시 넣어두려면 한 번 더 마주쳐야 하는데 같은 식당에서 세 번씩이나 부딪힌다면 분명 수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후... 그냥 인사팀에 내가 직접 고발해야 하나. 이런 장면을 목격하고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후회가 밀려온다.



‘이런 그지 같은 미션 받는 게 아니었어. 그냥 패스하고 다음 미션 받으면 될 걸 괜히 궁금해져서 내 소중한 시간이랑 15만원만 날렸잖아.’



망연자실한 표정의 강현재.

자신의 지문을 대본다.



‘될 리가 없지.’



[지문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디바이스 잠금을 해제하려면 백업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뭐야. 비밀번호로 풀 수도 있었어??!!!’



순식간에 호구가 된 기분. 사실 자신의 폰 잠금도 생체인식에 실패할 경우 비밀번호 입력 창이 뜬다. 아까는 당황한 나머지 바보같이 아무 생각도 못 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비밀번호 정도라면 잘하면 풀 수도 있겠어.’



보통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까먹을 상황을 대비해서 비밀번호를 쉽게 설정한다.



‘그래. 보통 영감탱이들은 비번을 쉬운 걸로 하니까.’



[0000]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2580]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2486]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이런 젠장 뭐지... 생각을 해보자 생각을.’



쉬운 비밀번호라면 자기 자신 또는 지인의 생일 등 특별한 기념일이 될 수도 있다.

팀장님 생일이다. 그때가 3개월 전쯤이었고 분명 회식을 했던 것 같다.

서둘러 자신의 폰을 키고는 앨범에 들어가 사진을 찾는다.


사진이 없다.



‘그래 내가 회식 사진 따위를 핸드폰에 저장해 놓을 리 없지. 그렇다면...’



카카오톡 화면을 열고 팀 단톡방에 들어간다.

단톡방 이름은 영밤.



‘영업의 밤.’



언젠가 이 팀을 나가거나 팀이 해체되더라도 우리의 밤은 계속될 거라나. 그런 갖가지 이유로 정확히 165명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카톡 방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자랑하기 좋아하는 팀장은 우리가 회식할 때마다 이 단톡 방에 인증샷을 올린다.



‘찾았다. 5월 5일... 그렇지. 안 어울리게 어린이날에 태어나셨었지.’



[0505]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이번에도 틀렸다. 자기애가 상당한 사람이라 생일로 비밀번호를 설정했을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그럼 혹시?’



[0311]


[잠금 설정이 해제되었습니다.]



불륜을 걸리지 않는 이상 절대 들키지 않을 비밀번호. 그러나 불륜을 알게 된 후 보면 기가 찰 만한 번호. 불륜녀의 생일.

윤 대리의 생일은 입사 후 짝사랑 시절에 내가 직접 편지까지 써준 경험이 있어서 정확히 기억한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바람도 이렇게 대놓고 피냐.’



잠금을 해제했더니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들이 화면에 떠오른다.



[18:30 사랑하는 우리 딸♥ : 아빠, 오늘은 엄마랑 맛있는 치즈 수플레를 만들어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어. 아빠랑도 꼭 같이 먹고 싶어. 한국가면 내가 맛있게 요리해줄게!]


[19:20 현본 점대표님 : 팀장님, 이번 시즌 상품 설명회 일정이 나왔나요?]


[20:40 사랑하는 마누라♥ : 여보.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문자 남겨요~ 한국에서 혼자 있느라 많이 힘들지? 반년 후면 우리 다시 같이 살 수 있으니까 좀 더 힘내고 항상 사랑해요♥]



‘진짜 쓰레기 같은 자식...’



홧김에 나도 모르게 부인과 카톡으로 나눴던 대화를 살핀다. 대화 내용으로만 보면 두 사람의 관계에는 아무 문제없다. 오히려 서로를 지극히 배려하고 챙겨주는 금실 좋은 부부처럼 보인다.

문득 사랑하는 딸과 마누라라는 글자 뒤에 붙어 있는 하트가 서글퍼 보인다.


뒤로 가기 버튼을 터치하니 윤 대리와의 카톡도 보인다. 카톡 이름은 윤 대리로 설정되어 있다.



볼까.

말까.

볼까.

말까.


말자.



보지 않기로 했다.

이미 확실한 증거가 자신의 손 안에 있고 카톡 내용을 추가적으로 확인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짝사랑의 추억만 더욱이 더러워질 뿐.


서둘러 강현재 자신의 폰에 저장된 영상을 카톡으로 팀장에게 전송한다.



‘됐다. 이제 내가 보낸 사진을 팀장 폰 앨범에 저장하고...’



영상 속의 윤 대리님은 여전히 예쁜 외모를 가졌지만 더 이상 아름답고 고결하지 않다.



‘잘 가라. 내 순수했던 시절의 짝사랑.’



앨범에는 역시나 가족사진들이 빼곡히 저장되어있다. 그가 항상 회사에서 자랑해왔던 그 가족들이다. 특히 아들까지 4명이서 찍은 에펠탑 풍경의 가족사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인다. 이들은 자신들의 아빠와 남편이 어떤 인간인지 분명 모를 것이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니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냥 그만둘까.’



그러나 그만두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무엇보다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

그게 원칙이다.


다시 부인과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들어간다.

앨범을 켜서 가장 최근에 저장한 동영상을 클릭 후 전송 버튼.



꾸욱-



사진 전송을 완료했다.



‘일단 영상 보낸 내역을 지우고.’



이제 저들이 자리를 뜨면 다시 화장실을 가는 척하면서 녹음기를 회수하여 내일 팀장의 집 주소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거사의 한차례를 마치고 담배를 태우는 강현재.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 완벽한 타인의 결말은 이렇다.


서로의 은밀한 곳을 애써 들춰낸다면 영화 전반의 내용과 같이 더 이상 서로를 신뢰할 수 없으며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없다.


그러나 그때 그 시각 서로의 폰을 공개하는 행위를 굳이 하지 않고 평소처럼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다면 4쌍의 커플은 평소처럼 아무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물론 다들 각자의 비밀을 품은 채로.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하다고 존경받는 사람은 그 사람이 완벽해 보이도록 갖은 노력으로 잘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감 없이 까발려진다면 분명 허점이 드러날 것이다.


타인의 속마음, 속사정을 타인이 확인할 수 없기에,

이 세상이 유지된다.


나름대로 평화롭게.



내가 방금 너무나도 쉽게 저지른 이 행동이 과연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나는 순진한 부인과 따님에게서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 행복한 가정을 빼앗은 셈이다.


어쩌면 나는 언젠가 이 행위에 대해 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



“뭐야. 내 폰 어딨어?!”



창가 쪽 자리, 즉 김팀장의 자리가 소란스럽다. 폰을 잃어버린 것을 눈치챈 것 같다.



“분명 나가기 전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어떤 놈이야? 어떤 놈이 내 자리에서 내 폰을 훔쳐 간 거야?!”



식당의 모든 사람이 팀장을 쳐다본다.



“오빠. 오빠가 딸이랑 통화한다고 가지고 나갔었잖아. 어디 편의점에 놓고 온 거 아니야?”


“흐음 그랬나... 아무튼!!! 내 기억으로는 내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분명 있었다고!!! 어떤 새끼야 빨랑 불어!!!”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상손님. 자신의 불찰은 모두 식당 탓이다.



‘들어올 때 있긴 뭘 있어. 그 전에 내가 가져왔구만.’



기회를 봐서 돌려놓으려고 했는데 팀장이 생각보다 빨리 눈치를 채 버렸다.



‘이제 어쩐다...’



“안녕하세요. 장식당 매니저 이길현입니다. 물건을 잃어버리셨습니까?”



식당이 너무 소란스러웠는지 장식당의 매니저가 직접 출두했다.



“그래 무슨 일이 있고말고. 내가 이 식당에서 폰을 잃어버렸다니까. 어떻게 책임질거야 당신!!!”


“어떤 폰인지 먼저 알 수 있을까요?”


“그 있잖아. 이번에 새로 나온 갤락시 폴더폰! 아주 인간들이 좋은 건 알아가지고.”


“오빠 다시 잘 찾아봐. 주머니에 진짜 없어?”


“없다니까!!! 아 그래. CCTV. 분명 이새끼 CCTV에 찍혔을 거야. 거 직원양반. CCTV좀 봅시다!!!”


“그럼 우선 저희 쪽에서 먼저 확인 후 정황이 포착되면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니 답답한 인간아. 내 폰은 내가 잘 알지. 내가 직접 보겠다고!!! 무슨 서비스가 이따위야?!”



저 꼬라지는 이제 더 듣기도 싫다.



‘앗 잠깐. CCTV를 확인하면...!!!!!!!!!!!!!!!’



흡연실에도 CCTV가 있었고 부딪치는 장면이 찍혔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식당의 수많은 CCTV 중 어느 하나에는 강현재의 얼굴이 찍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신고 있는 버버리 운동화. 이 운동화는 내가 큰맘 먹고 산 한정판이다. 윤 대리가 아침에 예쁘다고 하면서 유심히 봤기 때문에 운동화만 봐도 강현재인 것을 눈치챌것이다.


분명 들킬 것이다.



“그럼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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