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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의 서재입니다

재벌 전범 후손 vs 돈 좀 버는 귀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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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09 22:13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408
추천수 :
14
글자수 :
53,954

작성
24.06.0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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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2장 2화 테스트

DUMMY

물론 한결의 기억 속에는 분명히 저장되어 있었다.


정부가 종말의 때가 오기 전에 대규모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는 것을.


그리고 그 핵심 분야는 바로···


“혹시 맞춰보시겠어요?”


약간 의미심장한 웃음기를 머금고 있는 미설의 표정.


“테스트인가요?”


“제가 알고 있는 신의손이라면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가 돈을 좀 잘 번다고 신은 아닙니다. 인간일 뿐이죠.”


“평범한 인간은 아니죠. 아주 특별한 분이라는 거 잘 알아요. 사실 저는 사장님의 팬이에요.”


미설의 말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이 여성은 외모만큼이나 말발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흠··· 그럼 팬이 낸 문제니까 꼭 풀어야겠네요.”


한결을 바라보는 미설의 두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정부는 군사력 강화를 고민했을 것 같군요. 특히 인공지능 로봇과 첨단 바이오 분야 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짝짝짝!---


거의 환호성이라도 지를 것 같은 얼굴을 한 미설.


“역시 팬심을 저버리지 않는군요. 제가 나갈 땐 꼭 사인을 받아야겠어요.”


“하하! 여기 공무원으로 오신 겁니까 아니면 제 팬으로 오신 건가요?”


“물론 두 가지 다죠. 그럼 지금부터 공무원 신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미설은 긴한 얘기를 하려는 듯 허리를 한결 쪽으로 약간 수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실은 그 분야에 두드러진 기업이 있습니다. 정부가 바라는 것은··· 물론 비공식적으로요. 그 기업에 투자를 해 달라는 겁니다.”


이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다.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군요. 혹시 투자 규모는?”


미설은 막상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아시다시피 연구 개발비가 꽤 들어가는 사업이라서요. 한 분야당 10억 달러입니다.”


“그럼 20억?”


“네!”


“하하! 얼추 3조 가까이 되는 투자라···”


“좀 많은 가요?”


“아닙니다. 대신 그 대가로 제가 얻는 것이 궁금해서요.”


“개발이 성공했을 경우 거기에 대한 특허권과 개발권의 49% 지분을 드리겠어요.”


“주도권은 정부가 갖겠다는 거네요. 하지만 뭐 나쁘지는 않네요. 만약 실패할 경우엔?”


역시 즉각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사실 완전 실패는 없을 거예요. 무기라는 게 그렇잖아요. 성능이 얼마나 우수하냐의 문제니까요.”


“적어도 3조를 그냥 허공에 날릴 일은 없을 거라는 말씀?”


미설은 이번엔 대답 대신 그 큰 눈을 껌벅거리기만 했다.


한결의 말이 맞다는 무언의 제스처다.


“제가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면요.”


미설은 이번에도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마 예상했던 질문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한결의 요구는 매우 간단했다. 두 개의 기업을 한 번 둘러보겠다는 것. 결정은 그 후에.


미설은 흔쾌히 대답했다.


“언제든지!”


미설은 방문한 목적을 달성한 듯 홀가분한 표정으로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제가 태어나서 101층이나 되는 높은 빌딩에 와 본 건 처음이에요. 한 번 둘러봐도 되겠어요.”


“물론입니다.”


미설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녀의 앞에 놓인 물컵이 그녀의 발꿈치에 닿으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것.


그런데 떨어지는 컵을 한결이 받아냈다.


기가 막힌 순발력!


컵을 받아내는 한결의 순발력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미설은 방금 일어난 일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말로만 들었는데··· 아름답네요!”


한결 역시 방금 자기의 동작이 비정상적으로 빨랐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미설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네! 그렇죠."


여의도 한복판 101층 높이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 풍경은 제법 그럴싸했다.


“여기서 태양타워가 정면으로 보이는군요.”


미설은 한참이나 태양타워를 바라보았다.


그저 단순히 보는 정도가 아니라 무언가를 관찰하려는 것처럼 엄청나게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옆에 한결이 있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도대체 이 여자는···’


한결은 미설이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찾아온 목적이 따로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묵묵히 미설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한결.


그때 미설이 문득 한결을 돌아보며 말했다.


“태양그룹을 이기고 싶었나 봐요?”


미설의 갑작스러운 질문. 그만 한결의 본심이 튀어나왔다.


“발로 밟아버리고 싶었죠!”


한결의 반응에 미설이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태양그룹에 대해서 잘 아세요?”


순간 한결은 뭐라 답해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머뭇거렸다.


“사장님도 숨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저 처럼요.”


‘이 여자의 진정한 정체는 뭐지? 청와대 안보실 직원은 맞는 거야?’


유미설의 신원 검증은 우리 쪽에서도 충분히 했을 것이다. 아무리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고 무턱대고 나랑 만나게 할 리는 없었다.


김 비서는 그렇게 일을 허술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이 여자는 뭘 숨기는 걸까? 그리고 태양그룹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사장님을 만나기 전까지 저도 망설였어요.”


“무얼?”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할까···”


“그럼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은?”


“딱 49%!”


“진짜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다는 말씀이네요.”


“네!”


“아직 저를 믿지 못해서··· 그런 이유인가요?”


유미설은 한결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맞아요. 하지만 사장님을 보면 볼수록 믿음이 생겼어요.”


“고맙습니다만, 믿게 된 이유가 궁금하군요.”


미설의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떠올랐다.


“글쎄요. 착하시니까요. 그리고···”


“············”


“태양그룹을 싫어하니까요.”













* * * * * * * *









[정우진의 집]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TV를 보는 윤주의 뒷모습이 소파 너머로 보였다.


언제나 설레게 하는 긴 머리카락이 약간 마른 듯한 목덜미와 어깨 위에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TV 화면에서 그 녀석이 뭐라고 지껄이고 있었다.


윤주의 첫 남자!


김한결···.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한결의 목소리가 윤주의 사랑스러운 귓바퀴를 타고 흘러 고막에 닿았다.


녀석은 기자들에게 사옥이 어쩌고 주식이 어쩌고 등등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슬며시 다가가 뒤에서 양손으로 그녀의 귀를 막았다.


“아··· 우진 씨!”


그녀는 고개를 돌려 우진을 바라보려고 했지만, 그의 손이 관자놀이 양쪽을 강하게 누르고 있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이··· 장난치고 그래?”


“············”


“아파! 이제 그만 놔줘!”


윤주의 귓불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었다. 진한 알코올 냄새가 섞인···


“아이 술 냄새! 초저녁부터 웬 술?”


“그놈 목소리가 그리워?”


“우진 씨···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전화까지 했잖아!”


‘어떻게 그걸···’


“그놈이 그리웠어?”


윤주의 피가 싸늘하게 식었다.


“그렇게 그놈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속닥거리고 싶었어?”


'이 사람··· 늘··· 지켜보고 있었어··· 언제나··· '


우진의 양손이 윤주의 조그마한 머리통을 감싸 쥐고 서서히 흔들기 시작했다. 관자놀이 양쪽에 억센 힘이 가해졌다.


“더 힘을 주면 네 머리가 수박처럼 쪼개지겠지!”


“우진 씨··· 그만해! 아프다니까···”


우진의 손아귀가 조금 느슨해졌다.


“네 머릿속 어디에 그놈의 기억이 들어 있을까?”


그의 손가락이 머리통 안을 뒤지듯이 쉴새 없이 옮겨 다니다가 갑자기 우뚝 멈추었다.


“여기에 있나··· 뇌의 오른쪽 측두엽··· 여기에 한결이에 대한 애틋한 기억이 있겠네!”


“요즘 회사 일이··· 잘 안 돼서 그래? 이러지 말고 나랑··· 얘기해··· ”


“그놈과 키스할 때··· 잠자리를 할 때 느꼈던 짜릿한 흥분··· 그게 이곳에 있단 말이야···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제발 그만해!”


“나는 말이야··· 인간의 뇌를 잘 알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크림 스파게티 같은 뇌를··· 지겨울 정도로 열어봤지··· ”


'세상에··· 어떻게 그런 말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한결이에 관한 네 기억을 없애주고 싶어. 내 기억만 남기고··· 그래서··· 가끔 여기를 열고 네 측두엽을 잘라내고 싶을 때가 있거든···”


윤주의 오른쪽 머리통에 닿은 우진의 손가락이 둥글게 원을 그렸다.


“내가··· 너랑 잠자리를 할 때마다 뭘 생각하는지 알아?”


연극배우의 독백처럼 이어지는 우진의 넋두리.


한결이랑 잘 때 너의 표정은 어땠을까?


그때도 양 볼을 붉게 물들이면서 야릇한 콧소리를 냈을까···.


절정에 이르렀을 때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허리를 활처럼 휠까···.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는··· 만족한 미소를 띠며 그놈을 쳐다볼까···


매번 그런 생각을 했어. 네가 내 앞에서 옷을 벗을 때마다. 그래서 미칠 것 같았지···.


우진의 손아귀에 힘이 스르르 풀리자 윤주는 재빨리 소파에서 일어나 우진을 돌아보았다.


‘뭐야··· 저 사람···’


우진은 언제나처럼 그 잘생긴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서윤주! 장난이야··· 장난!”




* * * * * *





“글쎄! 좀 생각해 볼게. 아직은 좀 혼란스러워서”


“그래. 알았어! 그래도 네 목소리 들으니까 좋네!”


“············”


“그럼 끊을게”


그렇게 통화가 끝났다.


서윤주··· 그녀가 전화를 걸어왔다.


내용은··· 미안하다, 언제 시간 나면 보자··· 그저 그렇고 그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


내 전생에서 윤주가 나에게 전화를 건 적은 딱 한 번.


결혼하기 전 일이다.


그녀가 결혼 후 전화를 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결혼 후 7년 만에 전화라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전생이랑 다른 사건.


물론 귀환 이후의 생이 전생과 모든 것이 똑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윤주는 태양 가문의 며느리로서 그런대로 잘 살아갔다.


아마 종말 사건 이후에도 그녀는 살아남았을 것이다.


과연 윤주의 전화가 나와 윤주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이건 나조차도 예측하기 힘들었다.


무언가 대비를 해야 했다.





* * * * * * * * * * * * * *









[김한결 집무실]



한결의 책상 위에는 파란색 파일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겉표지에는 그 흔한 제목이나 작성자의 이름도 쓰여 있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관 유미설···.


그녀가 남기고 간 극비 문건.


그녀는 또 다른 비밀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


국가정보원 산하 기업범죄수사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만한 기업을 수사하는 국가정보원 산하 비밀 조직.


그녀는 이렇게 거창하고 은밀한 조직의 요원이었다.


청와대 비서관은 그녀의 위장 신분.


그녀의 수사 대상은 태양그룹. 그중에서 태양바이오에 집중되어 있었다.


“젠장···”


자료를 읽고 난 김한결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적어도 그의 전생에는 태양그룹이 수사 대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 하나.


대다수 국민이 전혀 알지 못하는 가운데 기업범죄수사국이 와해되고 유미설도 제거되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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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2장 5화 윤주의 기억 24.06.09 12 1 9쪽
12 제2장 4화 킹덤 24.06.08 14 0 8쪽
11 제2장 3화 능력치 24.06.07 18 0 10쪽
» 제2장 2화 테스트 24.06.05 2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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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1장 3화 주가변동창 24.05.29 28 1 7쪽
4 제1장 2화 동거의 시작 24.05.27 38 1 12쪽
3 제1장 1화 두개의 탑 24.05.24 43 2 9쪽
2 서장 2화 신이 내린 의원 24.05.24 47 2 4쪽
1 서장 1화 임산부와 메스 24.05.23 8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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