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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의 서재입니다

재벌 전범 후손 vs 돈 좀 버는 귀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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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09 22:13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404
추천수 :
14
글자수 :
53,954

작성
24.05.23 12:47
조회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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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서장 1화 임산부와 메스

DUMMY

여자의 가슴골 바로 아래 놓여 있는 날카로운 메스, 거기부터 아래로 그어지는 가느다란 붉은 선.


실핏줄이 비치는 봉긋 솟아오른 임산부의 배 한가운데를 지나 더 아래로 쭈욱 내려가는 메스.


‘사람의 배를 가르는 것은 특별할 게 하나도 없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느낌이다. 이 년의 배 속에는 며칠 후면 태어날 핏덩어리가 들어 있으니···. 그러나 이 년은 그저 썩어가는 통나무 한 토막에 불과할 뿐, 임신했건 안 했건 나와 내 조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야.’


군의관 이시이 신조는 여자를 배를 가르면서 계속 뭐라 중얼거렸다.


‘이년은 뭔가 특별해. 벌써 죽었어야 했는데 아직 살아 있어··· 분명 무언가 있어··· 그게 무얼까··· 배 속의 아기 때문인가.’


신조는 여자의 벌어진 배 속에서 새빨간 핏덩어리를 꺼내 위로 들어 올렸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단지 커다란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는 태아.


“기무라 중사!”


“네 소장님!”


“밖으로 가져가!”


기무라 중사는 아주 빠릿빠릿한 동작으로 신조의 손에서 태아를 건네받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신조는 커다란 주사기로 여자의 피를 뽑은 다음 실험실 한쪽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아 무표정한 눈길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의 이름은 리후엔. 그녀는 죽었는지 의식을 잃었는지 뱃가죽이 쩍 벌어진 채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있을 뿐이다.


그런데 신조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자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처럼 느꼈다.


“소장님! 특이한 점은 없었습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온 기무라 중사가 깍듯한 말투로 보고했다.


‘특이점이 없다···’


신조는 심각한 얼굴로 잠시 생각하고는 기무라 중사에게 물었다.


“얼마나 걸렸나?”


“1분 50초입니다!”


“지금 기온은?”


“32도입니다!”


“흠··· 조금 추운 편이군···”


겨울 추위가 혹독하기로 유명한 만주 하얼빈. 한낮 영하 32도는 끔찍하게 추운 날씨이지만, 신조는 그저 조금 추운 정도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무리 춥다고 해도 아이의 심장이 2분을 못 넘긴 건 조금 아쉬워. 역시 평범하다는 건가···’


신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얼어 죽은 태아 곁으로 가서 피부와 근육의 경직 상태를 살폈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려 리후엔을 쳐다보는 신조.


‘설마···’


신조는 리후엔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몸속의 피가 많이 빠져나가 리후엔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다. 신조는 여자의 코 쪽에 얼굴을 대며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마취제 없이 배를 가르고 아이를 꺼내는 고통을 견뎠어? 역시 대단한 년이야.”


이때 리후엔이 감았던 눈을 떴다. 리후엔의 눈동자는 초점이 뚜렷하지 않았다.


신조는 흠칫 놀라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신조는 리후엔의 흐릿한 눈동자에서 끝을 알 수 지독한 고통과 한을 느꼈다.


‘허··· 이 년이 눈을 떠?’


신조는 처음엔 가볍게 놀라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리후엔을 바라보다가 점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 돼지 같은 년이 감히 누구를··· ”


리후엔은 일본 관동군 731부대에 잡혀 올 때부터 조금 특이했다. 매독균 실험 대상으로 잡아 왔는데 얼굴이 반반해서 좀 더 많은 병사들을 상대했지만,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을 만큼 독했다.


그리고 매독균에 노출된 지 몇 달이나 흘렀는데도 어떤 감염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페스트균으로도 시험해 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731부대 창설 이후 처음 생긴 일이다.


“기무라!”


“네! 대장님!”


“바늘과 실 준비해! 이년의 배를 꿰매야겠어.”


신조는 태아를 빼내 마치 바람 빠진 공처럼 축 늘어진 여자의 뱃가죽을 듬성듬성 꿰맸다.


“이봐 301번!”


리후엔은 이곳에서 이름 대신 그저 301번으로 불렸다.


신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이름을 불러줄까. 리후엔! 너 뭐 땜에 안 죽는 거냐?”


멍한 표정으로 그저 허공만 응시하고 있을 뿐 말이 없는 리후엔.


“원래부터 독하게 태어난 때문이냐? 아니면 네 핏속에 어떤 비밀이라도 숨어 있는 거냐?”


리후엔이 잠자듯 눈을 감았다.


“너 아까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더라. 네 새끼를 죽였다고 그런 거냐?”


리후엔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돼지 같은 년아. 네 새끼가 일본 제국의 승리를 위해 죽었으니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 ······”


“네년은 이 세상 모든 세균을 이기는 궁극의 바이러스를 만들어줄 재료가 되어야 해.”


신조의 말처럼 리후엔은 이 비밀 부대에서 연구하는 치명적인 살상력을 지닌 무기! 궁극의 바이러스를 만들어줄 재료에 불과했다.


“그래야 이 전쟁에서 우리 대일본 제국이 승리할 게 아니냐.”


신조는 마치 전쟁에서 당장 승리한 것처럼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 * * * * *






[다음날 지하 비밀 실험실]




아침 햇볕이 지하 실험실 벽 맨 위쪽에 뚫려 있는 창으로 희미하게 들어오고 리후엔은 여전히 침대 위에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리후엔이 부시시 일어나더니 침대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배를 두 손으로 감쌌다.


그러다가 배를 두 손으로 천천히 어루만지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 동안···



---배 속이 비어 있어---


---배가 고파---


---너무 허전해---


---뭔가 먹고 싶어---


---아무거나---


---그게 뭐든지---








******




[6개월 후]





지하 실험실 건물 앞에 총을 든 두 명의 보초들이 서로 실없는 농지거리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초 한 녀석이 시계를 들여다보고서 다른 보초에게 말했다.


“야 들어가 봐!”


“에이 귀찮아! 고년은 왜 빨리 안 죽는 거야!”


“그러게··· 오늘내일하면서 벌써 6개월이나 버텼어.”


“그런데 고것이 말이야···”


“응?”


“곧 죽을 년이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구석이 있지 않냐?”


“이 여자에 환장한 새끼가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구만.”


이때 보초 한 명이 이시이 신조가 대장 막사에서 이쪽으로 걸어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야! 빨리 들어가 봐라! 저기 소장님···”


다른 보초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더니 재빨리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보초 앞으로 다가온 신조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신조 옆에는 여느 때처럼 기무라 중사가 바짝 붙어 있다.


“301호는?”


“아침까지 살아 있었습니다. 지금 근무자가 상태를 확인하러 들어갔습니다. 소장님!”


신조가 보초의 얼굴을 힐끗 보고서 던지듯 한마디 했다.


“리후엔은 죽지 않아.”


“네? 네 네! 그렇습니까?”


신조는 보초의 어깨를 손으로 툭 치며 지나갔다.


“그럼 행운의 여신을 만나러 가볼까.”


----으아아아아아악-----


갑자기 들려온 처절한 비명소리!


“뭐냐?”


“실험실인 것 같습니다! 소장님!”


말과 동시에 기무라 중사가 지하실로 뛰어 내려갔다. 신조와 보초병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무라 중사의 뒤를 따라 뛰었다.


가장 먼저 지하 실험실 입구에 도착한 기무라 중사. 그는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온몸이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뭐냐?”


실험실 입구에 갑자기 멈춰선 기무라 중사를 밀치고 몸을 날리다시피 실험실에 들어온 신조.


“으으··· ”


“저게 뭐야···”


신조는 갑자기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우엑---


“아나기!”


보초가 먼저 들어간 동료의 이름을 부르며 거칠게 실험실 안으로 뛰어들었다.


---퍽---


---퍼벅--


보초는 거의 눈이 뒤집힌 채로 소총 개머리판으로 사정없이 리후엔의 머리를 후려쳤다.


“안돼! 그만! 그만!”


정신이 번뜩 든 기무라 중사가 황급히 보초를 가로막았다.


“우악!”


“저년이··· 저년이··· 아나기를···”


---헉헉----


보초는 여전히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죽지는 않았어. 살아 있어.”


리후엔은 개머리판으로 얼굴과 머리를 심하게 두들겨 맞았지만, 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신조는 리후엔의 상태를 살피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보초의 배를 사정 없이 걷어차 버렸다.


“이 새끼가 너도 죽고 싶어!”


“소··· 소장님···”


갑자기 얻어맞은 보초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신조는 보초가 어떤 상태이건 하등 신경 쓰지 않았다. 신조는 수술실 바닥에 피를 철철 흘리며 누워있는 아나기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눈에 봐도 살기는 그른 상태. 목 절반이 뜯겨 나갔다. 뜯겨 나간 목 절반 중 일부는 리후엔의 입속에 나머지는 손에 들려 있었다.


실험실 바닥은 아나기가 흘린 피로 근근했다. 그를 살릴 시간은 이미 지나버렸다.


그런 장면을 보며 잔뜩 구겨져 있던 신조의 얼굴에서 어느 순간 알듯 모를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












[일주일 후]





--- 생체실험 일지---


[죽은 줄 알았던 경비병이 살아서 흐느적거리면서 돌아다녔다. 경비병의 몸에 리후엔과 같은 종류의 생명체가 기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리후엔은 항상 굶주려 고기덩어리와 피를 닥치는 대로 먹어댄다.]



---똑똑---



“들어와!”


기무라 중사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고 이시이신조는 중사를 슬쩍 쳐다보고 다시 일지를 써 내려갔다.


[나는 이 모든 일의 근원을 마침내 알아냈다]


“저 소장님!”


신조는 기무라 중사가 왜 찾아왔는지 묻지도 않고 지금 자기 머릿속에 꽉 차 있는 생각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드디어 알아냈어!”


매우 반가워하는 기무라 중사.


“아··· 드디어···”


“그놈을 찾았어. 리후엔의 몸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괴물을 말이야.”


“경하드립니다.”


“리후엔의 몸속에 있는, 리후엔을 숙주로 삼고 있는 놈. 놈은 자기의 숙주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아. 매독균이든 페스트균이든 모든 세균을 잡아먹어 버리지. 말하자면 모든 세균을 이기는 불사의 존재지.”


“아···”


“이거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어. 흐흐흐··· 이 전쟁은 물론이고 말이야!”


“아···”


“놈은 말이야. 숙주의 정신과 몸을 지배하면서 끊임없이 배고픔을 느끼게 만들어. 극도의 굶주림과 갈증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포식자가 되게 하지. 전염률은 거의 100%. 나는 이 생명체를 Z바이러스라고 이름 지었어.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궁극의 바이러스라는 의미지. 크크크크.”


“아···”


신조는 ‘아···’ 소리 외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 기무라 중사에게 짜증이 밀려 왔다.


“자네 반응은 왜 그 모양이야. 지금이 대일본 제국 역사에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안 드나?”


“············”


한참 침묵을 지키던 기무라 중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방금 사령부에서 전문이···”


“전문?”


“핵폭탄이 본토에 떨어졌습니다.”


“······”


“곧 천황께서 항복할 거라는···”


--툭---


일지를 쓰던 펜이 책상에서 떨어져 바닥에 떼구르르 굴렀다.


“아깝군.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는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대장님!”


"원자탄이라는 게 떨어졌다는 말이지···"


신조는 원자폭탄으로 쑥대밭이 된 처참한 조국의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의 얼굴은 그렇게 어둡지 만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야.


그것이 살아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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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1장 1화 두개의 탑 24.05.24 43 2 9쪽
2 서장 2화 신이 내린 의원 24.05.24 47 2 4쪽
» 서장 1화 임산부와 메스 24.05.23 8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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