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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슬
작품등록일 :
2023.05.15 23:59
최근연재일 :
2023.05.30 00:34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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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글자수 :
79,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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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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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화사한 봄날의 아르테미아

DUMMY

나는 시야 한 편에 상태창을 소환하여 코스튬 상점에 들어갔다.


아르테미아의 결핍을 해소해 줄 비장의 무기가 이곳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비장의 무기란 아르테미아의 코스튬, ‘화사한 봄날의 아르테미아’.


보다시피 화사한 원피스에 단정히 올린 머리는 봄을 연상케 한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수호신의 음성을, 직접 들을 수 있다니?”


다만, 아르테미아는 좀 전에 내가 했던 말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수호신의 음성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곧 너에게 수호신의 음성이 당도할 것이다. 성녀의 입을 통해서 말이지.”

“······.”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아르테미아.

그녀가 말했다.


“어떻게 확신하지? 성녀님조차 수호신의 진성을 들은 적이 없다. 1대부터 26대 성녀님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성녀님도 수호신의 진성을 들은 적이 없단 말이다.”


···물론 그럴 것이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나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성녀에게 ‘필요한 명령’만을 내렸으니까.


즉, 왕국을 발전시키는 것 외에 어떤 사적인 통화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럴 수단도 없었고.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


하지만 그건 그때의 얘기고, 지금은 다르다.


현재 코스튬 상점에는 ‘메시지 추가’라는 기능이 추가되었으니까.


메시지 추가.

말 그대로 코스튬을 선물해주며 글을 남기는 기능이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보내거나 꽃을 보낼 때 쪽지를 끼워 넣는 맥락이라 보면 된다.


하여 나는 단돈 100 다이아로 내 뜻을 용사에게 직접 전달해 줄 수 있게 되었다.


[※메시지는 성녀에게 전달되며, 영웅에게 간접 전달됩니다.]


다만, 나와의 직통라인은 언제나 성녀다.

때문에 대리 수상을 하듯 성녀가 대신 내 뜻을 전해줘야 한다.


나는 그 점을 상기하며 아르테미아에게 말했다.


“확신이라. 아직도 그런 게 필요한가. 너는 그저 내 말의 실현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내일, 네 앞에 신께서 하사하시는 의상이 도착할 것이다.”

“······!!”


번뜩 뜨이는 아르테미아의 동공.

그녀가 말했다.


“그, 그럴 리가! 왕국의 역사를 통틀어 수호신께서 용사에게 의상을 하사하신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뭐, 그건 사실이다.

무소과금러인 나는 코스튬을 단 한 번도 지른 적이 없으니까.


솔직히 특별한 기능도 없는데, 5,500다이아나 하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원으로 환산하면 거의 3만원이 넘는데.


“···크흠. 이제는 다를 것이다.”


다만 내 수중에는 거의 9조 다이아가 있다.

그깟 코스튬 수백 개를 질러도 아무 상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본녀에게 그런 영광이··· 그 어떤 용사도 받지 못했던 신의 의상을, 본녀가 최초로·····”


다만 아르테미아는 어딘가 고장난 것처럼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그깟 코스튬 하나 사주는 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쯤은 사줄 걸 그랬다.


“하나··· 현재 수호신의 총애를 받는 용사는 바로 그대다. 왕국의 전통대로라면 본녀는 이제 은퇴를 준비해야 할 진데, 어째서 신께서 내려주신 성복을 그대가 아닌 본녀가 먼저 누린단 말인가?”


그때, 아르테미아가 다시 내게 따져 물었다.

말인즉, 나의 출현으로 자신은 이제 버려질 일만 남았는데, 왜 자신에게 코스튬을 선물해주냐는 뜻이었다.


‘몰빵덱을 사용했던 게 왕국의 역사 그 자체가 되었군.’


그리고 그녀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예전부터 내가 몰빵덱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적은 재화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덱이 바로 ‘몰빵덱’이고, 그것을 꾸준히 사용해온 결과 왕국의 전통으로 굳어진 것이다.


‘몰빵덱’은 더 좋은 성능의 영웅이 나오면 이전에 키웠던 영웅의 경험치와 장비를 회수하여 새로운 영웅에게 몰아주니까.


즉, 쓰임이 다 하면 버려지는 것이다.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그분의 총애를 받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너를 필요로 하신다. 왕국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힘 또한 여전히 네게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에 있는 아르테미아의 전용 무기 ‘니베르’를 내밀었다.


아르테미아가 얼떨떨한 눈으로 니베르를 보는 와중, 내가 말했다.


“가져가라. 나는 이 무기를 그저 들 수 있을 뿐, 이 무기를 가장 잘 다루는 자는 그대다.”


아르테미아는 잠시간 물끄러미 자신의 전용 무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이내 피식 입꼬리를 올리더니, 내 손에 있는 니베르를 가져가며 말했다.


“내일이라 했는가? 수호신께서 본녀에게 의상을 하사하시는 영광스러운 날이.”

“그래.”

“···그렇다면, 내일 그대의 말이 진실로 이루어진다면, 본녀는 그대를 지지하겠다. 그대를 왕국의 수호자이자 수호신의 자녀인 성자로 받들겠다.”


내 말이 진실일 시 나를 성자로 받들겠다는 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코스튬 상점의 ‘화사한 봄날의 아르테미아’를 구입한 뒤, 내일 오전 12시로 예약을 걸어놨다.


남은 것은 그녀에게 남길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뿐이다.


그때였다.


“크흠. 그러면 자리를 좀 비워주겠나. 이제 곧 수련을 해야 할 시간이라.”


돌연 아르테미아가 수련을 해야 한다며 자리를 비워달라 말했다.


욕탕에서까지 수련할 필요가 있냐고 묻자, 기사는 어디에 있든 수련을 해야 한다고 답하는 아르테미아다.


뭐, 어차피 용건은 끝났으니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내일 정오다. 성당에서 보지.”


난 그 말을 끝으로 탕에서 나왔다.

이윽고 아르테미아의 개인 탕에서 나온 나는 간단히 샤워를 한 뒤 탈의실로 갔다.


대기하고 있던 시종들이 서비스용 미소를 지으며 나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풍 속성 술식으로 내 머리를 말려주고, 맡겨두었던 옷을 가져와 입혀주는 것이다.


-아르테미아님께서 웬일이지?

-그러게, 거품 목욕에 향이 나는 꽃은 다 가져오라 하시고.


그런 와중 재잘대는 시종들의 소리가 들렸다.

무슨 얘긴가 싶어 귀를 기울이니 아르테미아가 아주 꽃단장을 하고 있다고 한단다.


얘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어쨌든 기대가 큰 만큼 보답은 확실해야 할 것이다.

나는 옷을 갈아입으며 아르테미아에게 보낼 메시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오늘은 드디어 고대하던 ‘성자 즉위식’이 열리는 날이다.


왕국의 모든 영웅을 불러 모아 성자의 출현을 알리고, 그들의 동의를 얻어 왕국 최강의 수호자로 즉위하는 날인 것이다.


‘바쁜 하루가 되겠군’


다만 공식적으로 아직 나를 지지하는 세력은 없다.

애초에 나는 이제 막 왕국으로 소환된 1레벨짜리 용사에다, 대부분 N등급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용사 대부분은 성당 내에 떠도는 나에 대한 소문을 헛소문 취급하는 분위기다.


오늘 밤 열리는 만찬회에 그들이 모이는 것도 성자의 탄생을 축하하기보단 성녀가 정말 미쳐버린 게 아닌지 그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하나, 아르테미아가 내 옆에 서면 달라질 것이다.

그간 그녀가 이룩한 업적은 그 이전의 영웅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압도적이니까.


한마디로 아르테미아는 ‘왕국의 힘’ 그 자체다.


원래라면 성자가 되었어야 할 그녀가 나를 성자로 인정하여 옆에 서준다면, 나에 대한 여론도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저벅··· 저벅···


하여 나는 정오의 햇살을 쬐며 성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때마침 오전 12시가 되며 성당 내부에서 찬연한 빛이 터져 나왔다.

나의 명이 성녀에게 도착한 것이다.


-수, 수호신께서!

-수호신의 성명이 도착하셨다!


그러자 성당 내부의 인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성당 내에 대기하고 있던 아르테미아는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군.”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르테미아가 내 쪽으로 뒤돌아보더니 놀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 말대로군. 정각 12시에, 수호신의 명이···.”

“말하지 않았나. 너는 내 간증의 실현을 목격하기만 하면 된다고.”

“······.”


나는 그렇게 말하며 턱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어느새 제단으로 나온 성녀가 제단 위에 둥둥 떠 있는 빛을 끌어안고 있었다.


자신에게 도착한 명을 해석하는 것이다.


“아르테미아·····.”


그리고 성녀는 명을 해석하자마자 아르테미아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아르테미아의 몸이 움찔 떨리며 눈앞의 성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윽고 성녀가 아르테미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마침 거기 있었군요, 아르테미아 경. 수호신께서 경에게 성복을 하사하셨습니다.”

“······.”


‘성복을 하사했다’라는 말에 천천히 벌어지는 아르테미아의 입.

이를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하는 성당 내 시스터들.


-이게 정말 현실인가요? 수호신께서 사치품을 내려주시는 날이 오다니요!

-아무래도 아르테미아 경이니 가능한 것 아니겠어요? 드디어 경의 노고가 보답을 받는 것입니다.

-정말··· 정말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이런 순간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다니···!


···역사적인 순간이라.

순간,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코스튬 따위를 착용하는 게 역사적인 순간이라니.


‘너무 짠돌이 같이 굴었나···.’


하지만 한편으론, 얼마나 내가 짜게 굴었으면 저런 반응이 나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화 시설이라 할 만한 것도 목욕탕밖에 없고, 의상을 하사받는 용사는 아르테미아가 최초이니 말이다.


“아르테미아 경. 제단 위로 올라오세요.”


그때,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이 찾아왔다.

성녀가 아르테미아를 제단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


그러자 아르테미아는 긴장한 표정으로 계단을 밟고 올라가 제단의 중심에 있는 성녀 앞에 섰다.


찬연한 빛에 휘감겨 있는 성녀가 아르테미아를 보며 말했다.


“기사 아르테미아. 지금부터 신의 뜻을 전달하겠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

성녀가 말이 끝나자마자 성당의 유리돔으로부터 한 줄기 빛이 내려와 아르테미아를 비추었다.

아르테미아는 그 빛줄기를 받으며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성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 ‘이리스 알렉산드리아 드 메리안데‘는, 신의 대리인으로서 기사 아르테미아에게 명한다.”


모두의 시선이 성녀와 아르테미아에게 쏠렸다.

이 성당 안에 있는 모든 신관과 시스터들이 숨소리를 죽인 채, 성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지금부터 그대는 예전의 낡은 모습을 벗어던지고 내가 내리는 새 의상을 받들어야 할 것이다.”


성녀는 내가 전한 말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아르테미아를 위해 준비했던 선물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청명한 목소리로 전하는 것이다.


“허나 이 새 의상은 기사의 갑옷이 아니다. 더욱이 기사의 정복 또한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드레스에 불과할 것이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성녀의 성언을 듣고 있는 아르테미아.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에 스친 의문을 놓치지 않았다.

아마 그녀는 기사 정복이나 갑옷 따위를 기대한 모양이었다.


“내가 그대에게 평범한 여인의 옷을 하사하는 이유는 하나다. 내 명으로 인한 그대의 불행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성녀의 말에 아르테미아의 동공이 커졌다.

호흡은 가팔라지고, 무릎 위에 얹은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성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기사 아르테미아. 그대의 기사로서의 삶과 한 개인으로서의 삶. 그 명과 암이 분명한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대가 왕국의 번영을 위해 무엇을 희생해 왔는지, 그 또한 나는 잘 알고 있다.”


아르테미아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주먹을 움켜쥐었다.

울컥 올라오는 무언가를 참으려는 듯, 두 주먹이 바스라 질듯 쥐었다.


“그러니 내가 하사할 새 의상은, 그대에게 하는 약속이다. 왕국의 번영이라는 대의 아래 그대가 망가지도록 두지 않을 거라는 나의 증표이다.”


성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새하얀 입자가 아르테미아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윽고 길게 늘어트린 은발에는 아담한 장신구가 달리기 시작했고, 칙칙한 흑갑주는

새하얀 원피스로 바뀌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그렇게 아르테미아를 감싼 빛이 모두 사라졌을 때는, ‘화사한 봄날의 아르테미아’ 코스튬을 장착한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아르테미아를 바라보았다.


“······.”


그리고 아르테미아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도록, 그녀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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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사한 봄날의 아르테미아 +1 23.05.28 81 6 13쪽
12 아르테미아의 독백 23.05.27 101 7 16쪽
11 왕국 최강의 용사 23.05.25 112 6 14쪽
10 코스튬 장착 +1 23.05.25 144 10 10쪽
9 숲을 자라게 하는 자 +2 23.05.23 138 8 16쪽
8 정화식 +1 23.05.22 151 12 10쪽
7 성격 장착 23.05.20 156 11 15쪽
6 플레이어 상점 +4 23.05.19 176 10 9쪽
5 나는 왕국의 수호신이다 23.05.18 192 15 10쪽
4 성자의 능력 +1 23.05.17 241 13 11쪽
3 당신은 누구시죠? 23.05.16 258 12 12쪽
2 역대급 재능 23.05.16 290 15 12쪽
1 0.00000000000001% 확률 +2 23.05.16 34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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