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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공간

10조 과금으로 최강 계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악슬
작품등록일 :
2023.05.15 23:59
최근연재일 :
2023.05.30 00:34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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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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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글자수 :
79,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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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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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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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0000000000001% 확률

DUMMY

“0.00000000000001% 확률? 장난하나 이것들이.”


터무니없는 0의 개수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번 이벤트 업데이트 패치로 새로 추가된 EX(규격외)등급의 영웅이 백조 분의 일의 확률로 뽑힌단다.

에라이.


“차라리 로또를 사고 말지.”


문득 로또의 당첨 확률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다.

확률로 따지니 로또도 814만분의 1의 확률이란다.

즉, EX등급의 영웅이 뽑힐 확률이 로또확률보다 확연히 낮다는 것이다.


“뭐, 만우절이니까.”


다만, 그럼에도 내가 웃어넘길 수 있는 이유는, 오늘이 만우절이니까.

운영진들이 진심으로 이따위 패치를 할 리는 없으니까.


-EX등급 달릴 사람 모집 중(1/1000000)


하지만 백조분의 일의 확률이라도 달리겠다는 놈은 많았다.

오히려 게시판은 너도나도 백조분의 일에 당첨되겠다고 날뛰는 분위기였다.

아마 운영진도 이걸 노리고 장난식으로나마 이런 이벤트를 개최하지 않았을까.

하여간 이놈의 K-과금.


“그래. 니들은 돈만 벌면 그만이지.”


벌써 출시한 지 15년 차가 된 모바일 게임, ‘에이지오브히어로’.

다만 이 게임의 인기는 여전히 하늘을 찌르고 있는 중이다.

과도한 과금 유도로 욕을 먹긴 해도, 무엇보다 재미만큼은 확실하고, 또 뿌릴 땐 화끈하게 잘 뿌리는 게임이니까.


이를테면 운영진이 민심을 잘 읽는다고 할까.

각종 이슈 및 사고로 몇 번이나 게시판이 불타올랐지만, 적절한 보상과 달래기. 그리고 개선 업데이트 패치로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오는 중이다. 솔직히 이만한 게임, 다른 데서 찾는 것도 힘들고.


‘그래. 이만한 게임이 또 없지.’


이만한 게임이 없다.

그것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주된 여론이다.

지난 9년 사이 수많은 아류의 게임이 양산되고, 또 여러 실험적인 시도로 ‘에이지오브히어로’를 넘어서겠다는 게임이 수두룩하게 등장했지만, 결국 이 게임의 벽을 넘어설 순 없었다.

이만한 오락성과 도박성, 그리고 중독성을 두루 갖춘 게임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1년 전, AI 시스템을 도입하여 게임의 자유도를 높이고, 각 캐릭터에 ‘성격’시스템을 부여하며 이 게임은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다른 게임에 따라잡히긴커녕, 오히려 더 격차를 벌린 것이다.


“이러니 복귀할 수밖에 없지.”


그러니 3개월 만에 이 게임에 복귀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개발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는 바람에 주말 출근에 야근하느라 이 게임을 즐기지 못했지만, 이제 다시 제대로 즐겨볼 생각이다.


우우우웅~


그렇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게임을 실행하려던 순간이었다.

돌연 ‘김진석 부장’이라는 불길한 이름과 함께, 수화기 아이콘이 액정 위로 뜨는 게 아닌가.


“하····씨.”


좋지 않다.

주말 아침과 김진석 부장의 조합이라니.

눈앞이 새카매지는 기분이다.


“진짜 미치겠네···”


벌써 3개월이 넘도록 토요일과 일요일에 출근했다.

하지만 분명 어제, 모든 일을 다 쳐냈으니 주말에 출근할 일은 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 오랜만에 만끽하는 주말 아침인데, 왜 아침부터 전화가 오는 거냐고.


“크흠. 크흠.”


어찌 됐든 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난 잠긴 목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 뒤 전화를 받았다.


“네! 부장님! 전화 받았습니다.”

“어, 이안아. 뭐 하고 있냐.”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시뮬레이션이 펼쳐졌다.

여기서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주말 출근을 할 수도 있고, 무사히 이 위기를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뜸을 들인다면, 내 대가리 굴러가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 김진석 부장의 귓속까지 들릴지도 모른다.

신속하게 답해야 한다.


“부모님 집에 내려와 있습니다.”

“아. 그러냐? 부모님 댁이 어딘데?”

“경북입니다. 그, 포항이요.”

“그러냐. 근데 저번에 너희 본가 성북구에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아. 내가 그런 거까지 말했던가.

조졌네.


“아! 하하. 그··· 얼마 전에 이사하셨습니다. 부산, 아니 포항 출신이시거든요. 부모님이.”

“····그러냐. 뭐, 다른 건 아니고. 일이 다시 터져서. 그래서 전화했어.”

“아···· 급한 겁니까?”

“어. 지금 경준이··· 홍민이, 효근이랑 승훈이. 애들 다 나왔네. 너만 빼고.”


‘너만 빼고’에 힘이 실린 목소리.

난처하게 됐다.


“아····”

“뭐, 어쩔 수 없지. 쉬고 싶을 때는 쉬어야지. 좀 쉬어. 내일은 나올 수 있지?”

“아··· 네. 오늘 밤에 올라가겠습니다.”

“그래. 푹 쉬다 와라.”


달칵.


전화를 끊은 뒤, 긴 한숨을 내쉬었다.

구라인 게 좀 티가 많이 난 건가? 하는 자기 점검을 해보았다.

아무래도 눈치챘겠지?

젠장.


“출근해봤자 수당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하.”


적막한 방.

침대에 대자로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어쩌다 이렇게 시시한 인생을 살게 됐는지, 현타가 밀려온다.

어렸을 때 난 좀 더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됐을 줄 알았는데.


어쩌면 ‘에이지오브히어로’에 빠져든 것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괴리감을 피하고 싶어 나를 ‘수호신’으로 찬양하는 ‘에이지오브히어로’의 세계로 자꾸만 가고 싶은 것이다.

이 세계에서 나는 사회의 부속품에 불과하지만, 그 세계에서 나는 그들의 수호신이니까.


우우웅~


난데없이 스마트폰이 진동한 건 그때였다.

무슨 알림인가 봤더니, ‘에이즈오브히어로’를 새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라는 메시지였다.

만우절 이벤트가 업데이트됐다고.


[설치 중...47%]


우울했던 기분이 좀 가라앉았다.

공식 카페에 뜬 업데이트 내역을 보니 여러 보상이 준비되어 있단다.

CM아리아의 상자에 SUR급 뽑기권 하나를 준다고.

이왕이면 아르테미아가 나왔으면 좋겠다.


빰~♩ 빰~♪ 빠바밤~♬


이윽고 설치가 완료되고 로딩창 BGM이 울린다.

난 곧바로 [게임시작] 버튼을 누른 뒤, 이벤트 보상부터 수거했다.

그리고 뽑기를 진행할 수 있는 ‘성당’을 클릭한 뒤 SUR뽑기권을 클릭했다.


피유우웅-!


휘황찬란한 이팩트와 함께 한 남자가 걸어 나온다.

그 실루엣만 봐도 눈치챌 수 있는 영웅, ‘아이작’이었다.


“에라이”


내심 아르테미아가 나오길 바랐는데.

아이작은 SUR급 중에서도 창고 캐릭터로 유명한 놈이다.

젠장.


“아르테미아 나올 때까지 뽑기 달린다.”


홧김에 [소환] 아이콘을 클릭했다.

그리고 10+1 뽑기를 누르려던 순간.


“·····.”


만우절 전용 뽑기관이 눈에 띄었다.

기존의 뽑기보다 다이아 41개를 더 내면 만우절 뽑기를 할 수 있다고.

십억분의 일 확률에 도전해보라는 얌체 같은 메시지도 적혀 있었다.


“뭐, 재미 삼아 한번 해볼까.”


무소과금 유저인 나는 극한의 효율을 따지지만, 한 번쯤 기분 내는 것도 괜찮겠지 싶었다. 그렇게 뽑기 버튼을 누르려는데─.


“응?”


웬 팝업창이 나타났다.

뭔가 해서 살펴보니, 특전을 선택하는 창이었다.

만약 EX등급이 뽑히면 해당 특전을 얻을 수 있다고.


[특전을 선택하세요.]


1. 9,999,999,999,999 다이아

2. 즉사기

3. 전용무기 최대 99999레벨 초월권

4. 모든 영웅 스킬 쿨타임 제로

.

.

.



“크큭. 개짓거리도 아주 정성스럽게 해놨네.”


백조분의 일의 확률로 EX등급이 뽑힐 시 얻을 수 있는 특전.

그것은 이 게임의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다.

다만 EX등급 영웅 따위 뽑힐 리가 없으니, 저런 것들을 내걸어놓은 것일 거다.


“그래도, 뭐.”


어차피 안 뽑히겠지만 1번을 선택했다.

무소과금 유저로서 원없이 다이아 써보는 게 내 소원이니까.

그렇게 특전을 선택한 뒤 뽑기를 누르자─


-수호신께서 왕국의 영웅들을 부르니, 그대들은 여기 응답하라!


언제나 지겹게 봐왔던 뽑기 애니메이션이 실행된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왕국의 성녀에게 한 줄기 빛이 내리고, 성녀가 두 손 모아 기도를 하며 위를 올려다본다.


우웅... 우웅... 우웅...


그러자 성녀가 있는 제단에 흰색 차원 게이트가 형성되고, 그곳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온다.

N(Normal)급 영웅, 도끼 전사 ‘랄프’였다.


[내 도끼 맛을 볼 테냐?]


영웅의 등장과 함께 내뱉는 고유의 대사.

난 지겹게 봐왔던 그 광경을 스킵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바라본다.

초점이 흐려지며 정신이 붕 뜨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 주먹을 감당할 수 있는 녀석은 아무도 없지!]


물속에 잠긴 듯 영웅들의 대사가 불분명하게 들린다.

도수에 맞지 않은 안경을 쓴 듯 사위가 흐릿해진다.

아득해지는 정신은 의미 없는 상상으로 현실의 감각을 차단한다.


‘만약, 만약 내가 저 세계에서 살아간다면, 나도 특별해질 수 있을까...’


푸화아아아앗!


그런 의미 없는 상상을 하던 중이었다.

돌연 휴대폰에서 터져 나오는 밝은 빛.

직후엔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휘황찬란한 이펙트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붕 떠 있던 정신이 빠르게 현실로 돌아왔다.


“뭐야?”


성녀가 있는 제단 위,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차원 게이트.

이윽고 그 환한 빛은 칠흑으로 가득한 게이트 내부로 모두 빨려 들어갔다.

마치 블랙홀이 빛을 집어삼키는 듯한 절멸적인 광경.


저벅... 저벅...


그리고 그 이질적인 게이트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온다.

남자의 걸음 하나하나, 프레임 하나하나에 숨을 죽인다.

다만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남자의 등급에, 나는 숨을 헉 들이켤 수밖에 없었다.


“EX등급?”


EX등급.

백조분의 일의 확률로 뽑히는, 규격 외 등급의 영웅.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기시감이 드는 영웅의 외관이, 나와 완전히 판박이였으니까.

백조분의 일의 확률로 뽑히는 영웅은 그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나와 완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 이름이...”


영웅의 이름 또한 내 이름과 같다.

[EX등급] 왕국의 수호신 김이안.

나를 규정짓는 이름 세 글자가, 저 캐릭터의 밑에 박혀있는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


눈앞의 허공이 일그러지며 공간이 찢어진 건 그때였다.

찢어진 공간 너머엔 어둠만이 가득한 웜홀 같은 것이 있었고, 난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내 의식은 순식간에 암전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2 ssenom
    작성일
    23.05.18 00:05
    No. 1

    쫄깃쫄깃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ni****
    작성일
    23.05.19 23:59
    No. 2

    0.000000000000001% 는 백조분의 일이 아닌데요? 단위가 %라서요..ㅠㅠ

    0.01 = 1% = 백분의 일 입니다.
    0.001 = 0.1% = 천분의 일 이구요~~

    즉, 님이 쓴 0.000~01%는 백조분의 일이 아니라,
    1경분의 일이 되는겁니다.

    숫자 오류가 있어서 댓글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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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정화식 +1 23.05.22 150 12 10쪽
7 성격 장착 23.05.20 156 11 15쪽
6 플레이어 상점 +4 23.05.19 176 10 9쪽
5 나는 왕국의 수호신이다 23.05.18 192 15 10쪽
4 성자의 능력 +1 23.05.17 240 13 11쪽
3 당신은 누구시죠? 23.05.16 257 12 12쪽
2 역대급 재능 23.05.16 289 15 12쪽
» 0.00000000000001% 확률 +2 23.05.16 34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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