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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과금으로 최강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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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슬
작품등록일 :
2023.05.15 23:59
최근연재일 :
2023.05.30 00:3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467
추천수 :
147
글자수 :
79,089

작성
23.05.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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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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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0쪽

정화식

DUMMY

“···말도 안 되는군.”


도저히 눈앞의 성과가 믿기지 않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려버렸다. 단지 성격의 영향만으로도 D급 스킬이 C급 스킬로 진화하다니.


역시 EX 등급은 확실히 EX 등급인 건가.

뭔가를 하려 할 때마다 예상 밖의 결과를 내며 매번 나를 놀라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역시나 다음 성격도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성격을 장착할 수 있는 칸이 하나 비어 있으니 말이다.


다음 성격은 뭘 장착해야 좋을까?

많고 많은 0티어급 성격 중에, 어떤 성격을 장착해야 ‘인생의 성찰자’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열정적인 노력가.’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성격은 ‘열정적인 노력가’.


해당 성격 또한 자기계발형 성격의 끝판왕으로,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값어치가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이전에 ‘인생의 관찰자’가 ‘인생의 성찰자’로 진화한 것처럼, 이 성격도 진화를 거듭하면 더 엄청난 성격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10,000,000 다이아를 소비하여 ‘열정적인 노력가’를 구입하시겠습니까?]


망설일 것은 없었다.

나는 곧장 ‘열정적인 노력가’를 구입한 다음 성격의 빈 공란에 장착해보았다.


[EX급 재능 ‘상위세계에서 깃든 정신’이 장착한 성격에 개입합니다!]


그러자 예상했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내 EX급 재능이 장착한 성격에 개입을 한 것이다.


띠링


[당신의 정신은 상위세계에서 깃든 ‘수호신의 격’입니다!]

[격에 맞게 장착한 성격이 진화합니다!]


이후엔 이전과 같이 내 ‘격’에 맞게 성격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성격으로 진화한 것이다.


띠링


[성격 ‘열정적인 노력가’가 ‘차가운 야심가’로 진화합니다!]


열정적인 노력가에서 차가운 야심가로 진화한 성격.

마치 그 맥락이 꿈을 좇던 어린 소년이 야망을 품은 청년으로 성장한 듯한 느낌이다.


그간 멈추지 않은 열정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성공의 첫 단추를 꿴 것이다.


띠링


[당신의 정신은 상위세계에서 깃든 ‘수호신의 격’입니다!]

[격에 맞게 장착한 성격이 진화합니다!]


다만 청년의 꿈은 원대하고, 아직 이뤄야 할 목표는 많이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청년은 다시 한번 더 거듭날 필요가 있었다.

바로 다음과 같이.


[성격 ‘차가운 야심가’가 ‘규율의 수행자’로 진화합니다!]


규율의 수행자.

차가운 야심가가 진화하여 도달한 최종 단계.


다만, 원래의 나였다면 ‘규율의 수행자’가 대체 뭘 뜻하는 건지 몰랐을 것이다.


원래의 나는 열정이나 목표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고, 그날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는 느낌으로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인생의 성찰자’를 장착하여 달라진 지금은, ‘규율의 수행자’가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쉽게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쉽게 말해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모든 열정과 야망이 이제는 규율이 되었다는 말이다.


몸을 단련하거나 지식을 체득하는 모든 행위 자체가, 어떤 노력이나 야망을 필요로 하지 않은 채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인식되는 단계인 것이다.


띠링


[장착한 성격 ‘규율의 수행자’가 플레이어에게 동기화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 생각은 성격이 동기화되며 정답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꿈에 대한 열정, 야망, 규율이 내 성격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으며, 내 사고회로가 바뀌었으니 말이다.


‘이 감각은······.’


실제로 나는 가슴 속 깊숙이 끓어오르는 열정을 느끼고 있다.

예전부터 생각만 해두고 미뤄왔던 것을, 지금 당장이라도 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자꾸만 나를 자극한다.


‘성격의 발현이군.’


그리고 이는 새로 장착한 성격이 발현되고 있다는 증거다.

원래의 나는 피곤하다는 것을 핑계로 언제나 해야 할 일을 미뤄왔으니까.


똑똑.


그렇게 성격의 발현으로 바뀌어 가는 나를 체감하고 있을 때였다.


돌연 문밖에서 들려오는 노크소리.


뒤이어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자님, 성녀입니다. 혹시 주무십니까?”


야심한 밤.

내 방문을 두드린 자는 다름 아닌 성녀였다.


이윽고 들어오라고 답을 주니, 천천히 문이 열리며 그녀의 예쁜 얼굴이 빼꼼 나왔다.


“야심한 밤에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과는 다르게 몸은 이미 안으로 들어와 있는 그녀. 이윽고 그녀가 꺼낸 말은 침대는 몸에 잘 맞냐는 질문이었다.


“그래. 안락하더군. 배게 높이도 적당하다.”

“후후. 다행이네요. 신계에 비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배시시 웃으며 볼을 긁적이는 성녀.

이후, 일상복 차림의 성녀는 그 외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5성급 호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시설에 만족하고 있던 나는, 딱히 불편한 점은 없다고 했고, 성녀는 다행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성자님.”


그렇게 몇 차례 질문 세례를 쏟아내던 성녀가 잠깐의 침묵 끝에 운을 뗐다.


아무래도 이쪽이 본론인 듯하다.


“혹시, 목욕은 하셨습니까?”

“·····?”


다만 그 본론이 예상외였다.

갑자기 웬 목욕?


아직 하지 않았다고 하자, 성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아. 다행이군요. 혹시 ‘정화식’을 하기도 전에 목욕을 하셨을까 걱정했답니다.”

“···정화식?”

“예. 수호신의 명으로 소환된 모든 용사는 ‘신성탕’에서 몸과 마음을 새로이 씻도록 되어 있어서 말이죠···. 그, 오래된 전통이랍니다.”

“······.”

“지금 욕탕으로 가시겠습니까? 성자님은 제가 직접 씻겨드리겠습니다.”




***




성자된 자로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오랜 전통을 거절할 순 없었다.


하여 나는 성녀와 함께 거리에 나와 욕탕으로 향하는 길이다.


“왕국에 활기가 돌고 있군요. 모두 성자님 덕분입니다.”


그때, 성녀가 거리 곳곳에서 환호하는 사람을 보며 내게 말을 건넸다.


그녀의 말대로 거리에 쏟아져 나온 군중들은 일제히 밤하늘에 펼쳐진 장엄한 오로라를 올려다보며 나의 복귀를 환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녀. 얼굴은 왜 가린 것이지?”


다만 이런 기쁜 날에 성녀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거기에 궁금증이 일어 성녀에게 질문을 하자,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저는, 죄인이니까요.”

“······.”

“지난 3년. 저는 무능한 성녀였습니다. 제 기도는 수호신께 닿지 않았고, 결국 왕국을 위기에 빠트렸습니다. ···때문에 저에 대한 민심이 그리 좋진 않습니다···.”


풀 죽은 목소리로 얼굴을 가린 이유를 설명한 그녀.

다만 황급히 다음 말을 덧붙였다.


“아, 물론 성자님 덕분에 저에 대한 오해는 모두 풀릴 거라 생각합니다. 전지전능하신 그분께서는··· 단지 제 기도에 응답해줄 상황이 아니셨으니까요····.”


이 게임을 접었던 지난 3개월. 그러니까 왕국의 시간으로 치환하면 3년.


성녀는 그 공백의 3년 동안 민심을 모두 잃어버렸다. 내게서 어떠한 응답도 오지 않자, ‘27대 성녀가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왕국 곳곳에 돌았기 때문이다.


“그보다 성자님. 혹시 신계에서 저희 신성한 욕탕이 운영되는 것도 지켜보셨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성녀는 화제전환을 시도했다.

무능한 성녀로 낙인찍혔던 지난 3년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하여 나는 신성한 욕탕은 잘 모른다며, 그것이 무엇이냐 물어보았다.


“아! 역시 모르고 계셨군요. 하긴, 신성한 욕탕은 유흥시설이니까요···! 하지만 신성한 욕탕은 저희 왕국의 큰 자랑거리입니다! 이 욕탕이 지어진 것은·····”


갑자기 성녀의 텐션이 달라졌다.

저렇게 신이 난 성녀의 모습은 처음이다.


마치 자랑할 것이 생긴 6살짜리 꼬마가 발을 동동 구르는 듯한 모습.


다만 가만히 얘기를 듣자 하니, 왜 저렇게 신이 났는지 알 것 같았다.

성녀가 침까지 튀기며 자랑하는 이 욕탕은, 다름 아닌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설치한 유일한 ‘장식물’이기 때문이다.


‘아··· 그렇게 된 거였나.’


약 7년 전, ‘에오히’에 업데이트됐던 ‘장식물’ 패치.


다만 내 입장에서 그 패치는 별 시답잖은 패치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게 왕국을 꾸밀 수 있게 여러 장식물을 제공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기능이 없는 패치이기 때문이다.


내게 장식물이란 그저 ‘다이아 잡아먹는 예쁜 쓰레기’에 불과할 뿐. 피 같은 다이아를 들여 장식물을 설치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나만 빼고 말이야.’


다만 그런 내가 ‘신성한 욕탕’을 설치한 이유는, 그것이 그저 공짜였기 때문이다.


말인즉 장식물 패치가 완료되며 ‘장식물 무료 뽑기권’을 한 장씩 뿌렸는데, 거기서 나온 게 바로 신성한 욕탕이다, 이 말이다.


“····저희는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저희의 수호신께서 어마어마한 성력을 희생해 이 신성한 욕탕을····”


그래서 참 기분이 묘했다.

진짜 별생각 없이 설치한 장식물인데, 이렇게나 큰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니.


“··· 때문에, 소환에 응한 용사님들을 신성한 욕탕의 성수로 씻겨드리는 건 오랜 전통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성녀는 욕탕의 역사부터 그 의미까지 신나게 떠들더니, 마지막으로 나를 데리고 욕탕에 가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듣기로 예로부터 성녀의 부름에 응한 용사는, 모두 이 신성한 욕탕에서 몸을 씻는 것으로 ‘정화식’을 치렀다고 한다.


“아, 도착했군요. 보이십니까? 저 건물이 바로 저희 왕국의 자랑인, 신성한 욕탕입니다.”


그렇게 성녀의 설명을 들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신성한 욕탕 앞에 도착해 있었다.


웅장하게 솟아오른 여러 기둥과 매끈한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건물. 이게 재미 삼아 설치한 장식물의 퀄리티인가.


좀 더 이런 장식물을 많이 설치해둘 걸-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그럼, 들어가실까요? 성자님의 ‘정화식’은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


다만 이어지는 성녀의 말에 생각은 저절로 갈무리됐다. 이제부터 저 아름다운 성녀와 함께 혼욕을 하게 되었으니.


나는 흥분을 감추며 건물의 입구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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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숲을 자라게 하는 자 +2 23.05.23 138 8 16쪽
» 정화식 +1 23.05.22 151 12 10쪽
7 성격 장착 23.05.20 156 11 15쪽
6 플레이어 상점 +4 23.05.19 176 10 9쪽
5 나는 왕국의 수호신이다 23.05.18 192 15 10쪽
4 성자의 능력 +1 23.05.17 241 13 11쪽
3 당신은 누구시죠? 23.05.16 258 12 12쪽
2 역대급 재능 23.05.16 290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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