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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과금으로 최강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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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슬
작품등록일 :
2023.05.15 23:59
최근연재일 :
2023.05.30 00:3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460
추천수 :
147
글자수 :
79,089

작성
23.05.18 23:50
조회
191
추천
15
글자
10쪽

나는 왕국의 수호신이다

DUMMY

-이, 이건···

-분해되었던 용사가··· 되살아나고 있어?

-어떻게···!


군중들이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내가 연출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태껏 N급 영웅을 복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지금 이 광경은 더욱 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같이 하찮은 등급의 영웅을 되살리는 건 왕국 최초의 사례일 것이니.


-아아··· 안데르센이···


그리고 군중들 속엔 복구되는 용사의 가족이나 지인도 있었다.

그들은 되살아나는 가족의 모습에 눈물을 왈칵 쏟으며 내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들의 입장에선 진실이야 어찌 됐든, 가족을 회생시켜주는 내가 그 무엇보다 고마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 성자가 맞으시다···! 저분은 성자가 맞으셔!


따라서 그들은 가장 먼저 앞장서 나를 성자라 칭송하기 시작했다.

나의 첫 번째 추종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서, 성자시여···

-소생의 기적···!


그렇게 나를 성자로 인정하는 무리가 생겨나자, 내게 무릎을 꿇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이곳 성당의 군중들은 나를 성자로 인정하는 무리, 아직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두고 보고 있는 무리, 여전히 불신의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무리.

이런 세 무리로 나뉘게 되었다.


그런 와중 성녀가 착잡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붙였다.


“이것이 정녕 수호신의 의지가 맞습니까.”

“·····?”

“수호신께서는 언제나 N급 용사 후보를 분해하도록 명령하셨습니다. 왕국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 명령을 철회하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맞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나는 언제나 쓸모없는 영웅을 갈아왔다.

요컨대 오직 효율성만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무소과금 유저인 나로서는 가성비와 효율성만을 따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상황이 바뀌었다. 이젠 N급 영웅을 분해하지 않기로 하셨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현재 내 수중에 있는 다이아는 무려 9조 다이아.

이 정도면 3대가 놀고먹을 수 있는 수준의 다이아다.

그다지 특별한 재화도 주지 않는 N급 영웅까지 박박 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분해가 실재하는 세계에 와보니 아무래도 꺼려졌다.

쓸모없다는 이유로 한 인생을 분해시켜버리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효율성으로만 따진다 해도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영웅을 분해하여 얻는 재화보다, 이 행위를 함으로써 얻는 슬픔이 더 크지 않은가.


지금만 하더라도 N급 영웅의 귀환에 해당 영웅의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었다.

성녀 또한 내게 신의 뜻이 맞냐며 따지고 있긴 하지만, 그 얼굴 어딘가엔 슬픔과 해방감이 묻어 있었다.


“성녀, 이제는 더 이상 고통을 떠안는 역할을 자처하지 않아도 된다.”


하여 나는 성녀에게 지독한 역할극이 끝났음을 알렸다.

그러자 일순간 성녀의 표정이 무너짐과 동시에, 어떤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띠링.


[성녀에게 강렬한 감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확대됩니다!]

[플레이어 업적 ‘악습 폐지’를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달성 보상으로 플레이어 경험치가 300XP 증가합니다!]

[플레이어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상점의 일부 품목이 개방됩니다!]


휘황찬란한 이펙트와 함께 나타난 여러 개의 메시지.

나는 그 중 상점의 일부 품목이 개방되었다는 메시지에 주목했다.

저 말은 곧 지를 수 있는 과금상품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아닌가.


‘대박이군. 안 그래도 품목이 다 막혀 있어서 답답했는데.’


그리고 이는 그 어떤 소식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왜냐하면 일전에 상태창을 살펴봤을 때, 상점에 있는 대부분의 과금상품이 막혀 있던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게임을 접었던 것이 크겠지.’


어쩔 수 없이 게임을 접었던 지난 3개월.

그 공백의 3개월은 왕국의 시간으로 3년이었고, 왕국은 그 3년간 많은 것을 빼앗겼다.

이웃한 왕국에겐 ‘내정 간섭’을 당할 정도로 처참하게 패했으며, 주위의 여러 왕국 또한 내 왕국을 먹으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 탓에 왕국 전체를 주무를 수 있는 상태창을 가지고 있음에도, 거의 조작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왕궁부터 시작하여 대장간, 막사, 마탑, 전략연구소, 왕립 아카데미 등등 수많은 건물이 조작 불능 상태인 것이다.


그 때문인진 몰라도 [다이아 상점]에 있는 과금상품 또한 대부분 막힌 상태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지.’


그러나 성녀에게 감정적 영향을 끼치자.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확대되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고, 뒤이어 ‘악습 폐지’라는 업적이 달성됨과 동시에 플레이어 레벨이 상승했다.


그리고 그것은 일부 잠겨있던 과금상품 해금으로 이어졌다.


나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잠겨있던 기능 또한 풀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여 나는 해금된 과금상품을 보았다.


[30일 농수산물 생산량 50% 증가] 버프.


해당 과금상품을 지름으로써 내가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영향력이 확대되겠지. 왕국 전역에 걸쳐.’


그리고 그 효과는 파격적일 것이다.

해당 버프는 왕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수호신의 축복이기 때문이다.

이 버프로 인해 왕국민들은 지난 3년간 종적을 감췄던 수호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성녀.”


하여 나는 성녀를 불렀다.

상기된 표정의 그녀를 보며 다음 말을 이었다.


“보아라. 왕국은 다시 부흥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이아 상점의 [30일 농수산물 생산량 50% 증가] 버프를 구매했다.

6000 다이아가 차감되는 동시에 성녀의 몸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내 계시가 그녀에게 도착한 것이다.


“아····”


감격에 젖은 눈으로 자신의 몸을 둘러보는 성녀.

3년 만에 발동된 축복에 감정이 북받쳐 오른 것일까.

이윽고 성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이건···· 용사님께서 하신 겁니까?”

“···그래.”

“어떻게 수호신의 힘을····”

“말하지 않았나. 난 신계에서 왔다고. 난 오랫동안 그분을 보필해왔다. 그 덕에 그분의 권능을 일부 양도받을 수 있었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버프를 하나 더 구입했다.

내친김에 내 주장을 확실히 굳히기 위해서다.


“성녀, 나는 일반적인 성자가 아니다. 신계에서 오랫동안 신을 모시고, 그분의 권능을 양도받을 수 있는 ‘진짜’ 성자지. 이 축복 또한 신께 허락받은 나의 능력이다.”


성녀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새로운 빛.

[아카데미 경험치 획득률 15% 증가] 버프를 상징하는 푸른 빛이었다.


성녀가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정녕··· 정녕 당신이 성자인 겁니까?”

“그래.”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대답.

모두의 의심을 받고도 당당할 수 있는 태도.


점점 더 나를 향해 무릎 꿇는 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성자를 뵙습니다.”

“성자를 뵙습니다.”

“성자를····”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나를 우러러보는 군중들.

그리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성녀.


다만 나는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성녀, 우선은 네 할 일을 하거라. 내 지위의 증명보다, 그분의 축복을 왕국 전체에 공표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나.”


그리고 나는 ‘성자’라면 할 법한 말과 행동을 계속 연기해 나갔다.

수호신의 선택을 받은 성자라면, 자신의 증명보다 수호신의 뜻을 전파하는 데 더욱 집중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생각이 들어맞았는지, 성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내 나를 의심하던 그녀의 눈빛이 순식간에 뒤바뀌었으니 말이다.


파앗!


그렇게 3년 만에 맞이한 축복의 순간.

성녀는 자신을 감싸는 빛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를 감싸던 초록빛은 왼손에, 푸른빛은 오른손에 모여들었다.

내가 과금한 두 개의 버프를 상징하는 빛이었다.


“여기, 너희들은 들으라.”


그렇게 모두가 그 영롱한 빛을 멍한 눈으로 보는 가운데, 성녀가 감았던 눈을 뜨며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고하신 수호신께서 우리를 굽어살펴 신성한 빛을 내려주셨으니, 이 성광이 왕국을 비추는 태양이 될 것이다!”


그동안 게임 속 텍스트로만 봐왔던 성녀의 대사.

조금은 오그라드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진심이 담긴 성녀의 선언은 제법 장엄한 느낌이 묻어나왔다.


파앗!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두 손에 모여 있던 빛이 하늘로 쏘아졌다.

두 빛은 밤하늘의 중심부에 닿자마자 응집된 빛을 사방으로 퍼트리기 시작했다.


-아아···

-수호신의 축복이····

-그분께서, 돌아오셨다····


밤하늘에 번지는 푸른 잉크.

마치 오로라를 보듯 밤하늘 전체를 수놓는 알록달록한 빛.


나는 그 장엄한 광경을 가만히 올려보았다.

그간 휴대폰 액정으로만 봐왔던 조잡한 2D 이펙트와는 다르게, 게임 속 세상에 내려와 직접 맞이하는 풍경은 내 가슴을 들뜨게 했다.


“성자를 뵙습니다.”


그런 몽환적인 풍경을 아래, 나를 인정한 성녀의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어느새 성녀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를 성자로 인정한 것이다.


“성자를 뵙습니다.”

“성자를 뵙습니다.”

“성자를·····”


이에 어정쩡하게 서 있던 나머지 군중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무릎을 꿇게 된 것이다.


“······.”


나는 나를 추앙하는 이들을 둘러보았다.


오로라가 가득한 밤하늘 아래.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옴 동시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것으로 일단 한 차례 고비는 넘긴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지.’


다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금은 단지 첫 번째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할 뿐, 앞으로 수많은 시험이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만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내겐 이 왕국 전체를 주무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 왕국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도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세계에서만큼은, 나는 이 왕국의 수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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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성격 장착 23.05.20 156 11 15쪽
6 플레이어 상점 +4 23.05.19 176 10 9쪽
» 나는 왕국의 수호신이다 23.05.18 192 15 10쪽
4 성자의 능력 +1 23.05.17 240 13 11쪽
3 당신은 누구시죠? 23.05.16 257 12 12쪽
2 역대급 재능 23.05.16 289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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