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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과금으로 최강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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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슬
작품등록일 :
2023.05.15 23:59
최근연재일 :
2023.05.30 00:34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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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글자수 :
79,089

작성
23.05.2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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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코스튬 장착

DUMMY

정화식은 현대식으로 치러졌다.


물론 몸을 섞는 고대식에 흑심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무슨 성욕에 미친 것도 아니고.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성녀와 몸을 섞을 만큼 굶주리진 않았다.


“예. 그럼 현대 방식으로 정화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세례를 받았다.

성력이 가득한 물에 술식이 새겨지며 어떤 기억이 내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이건···’


그리고 그 기억이란 다름 아닌 ‘게임 인트로’였다. 최초의 성녀와 용사가 나라를 건국하는 건국 신화가 머릿속에 재생된 것이다.


‘오랜만이네.’


최초의 성녀와 최초의 용사가 나라를 건국해나가는 이야기를 엮은 게임 인트로.


이 인트로를 보는 게 대체 얼마 만일까.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한 지 13년쯤 되었으니까, 13년 만이라 보면 될 것이다. 이 게임의 인트로는 유저가 플레이한 ‘튜토리얼’을 재생하는 것에 불과하니까.


즉, 최초의 성녀와 최초의 용사를 선택한 뒤 나라를 건국하는 것이 이 게임의 튜토리얼이고, 튜토리얼을 완수하면 그것이 게임 인트로로 재생된다는 뜻이다.


‘감회가 새롭네.’


그렇게 나는 최초의 용사와 성녀가 나라를 건국해나가는 영상을 보았다.


성녀는 신의 계시를 받아 용사에게 힘을 주고, 용사는 기적과도 같은 업적을 이루며 마족을 몰아내는 이야기.


이제는 23대 성녀까지 그 명맥을 이어온 ‘엔마 메리안데’와, 테오른 왕국의 태왕인 ‘크루셀 테오른’의 신화.


그렇게 그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하얗게 점멸되었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싱긋 웃는 성녀가, 내가 선택했던 최초의 성녀 ‘엔마’를 닮은 그 후손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수호신의 권속으로 새롭게 태어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정화식을 마친 나는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푹신한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긴커녕 좀 전에 보았던 게임 인트로 영상이 아른거렸다.


아무래도 게임 인트로까지 보고 나니 내가 본격적으로 이 세계에 초대된 것을 실감하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자긴 글렀군.”


내친김에 그냥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된 김에 3일 뒤. 아니, 이제 자정이 넘었으니 2일 뒤에 열리는 성자 즉위식에 대비하기로 했다.


성자 즉위식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내가 이 왕국의 성자로 인정받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을 테니까.


“흐음·····.”


하여 나는 거울을 보았다.

32살 중소기업 개발자 김이안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 보였다.

솔직히 흔히 연상하는 ‘성자’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모습이다.


‘용케도 나를 성자라 믿어줬군.’


만성적인 피로 탓에 퀭한 눈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아저씨화 되는 몸.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도 성자라 믿어준 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아니, 어쩌면 그 수많은 권능을 보여주고도 의심을 샀던 이유가 영락없는 아저씨 같은 모습 때문이었나?


‘뭐, 어찌 됐든.’


어쨌든 중요한 건 지금 이 모습으론 모두를 설득하기에 무리라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곤 해도, 결국 인간은 시각에 많은 것을 의존하기에 외모가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롭게 장착한 성격 탓인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된 내 모습을 용납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상태창’


하여 나는 상태창을 소환한 뒤 [코스튬 상점]에 들어갔다. 그곳엔 내가 성자로 인정받으며 새롭게 추가된 ‘성자 코스튬’이 제일 상단에 자리하고 있었다.


『코스튬』

:명칭 - [신계에서 내려온 성자]

:등급 - [???]

:설명 – 성자로 인정받으며 새롭게 추가된 신규 코스튬.

:효과 –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합니다.(※단, 변화의 폭에 따라 엄청난 고통이 뒤따릅니다.)


내가 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바꿔주는 코스튬.


그 표현대로 코스튬 상점 안에서 성복을 걸친 내 모습은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이목구비, 머릿결, 피부, 비율, 몸은 탄탄함,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까지 웬만한 연예인 저리 가라 할 수준이었다.


[※단, 변화의 폭에 따라 엄청난 고통이 뒤따릅니다.]


다만 끝에 달린 경고 문구가 눈에 밟혔다. 변화의 폭에 따라 고통이 뒤따른다는 문구.


현재의 내 모습과 코스튬 상점 속의 내 모습은 거의 천지개벽 수준의 차이이기 때문에, 거의 죽기 직전까지의 고통이 뒤따를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100,000,000 다이아를 소모하여 ‘신계에서 내려온 성자’를 구입하시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기꺼이 1억 다이아를 지불하여 해당 코스튬을 구입했다.


현재 나의 목표는 왕국의 성자로 인정받아 최강의 용사로 거듭나는 것이니만큼, 그 어떤 고통도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신계에서 내려온 성자’를 장착합니다!]


그렇게 나는 코스튬을 장착했다.

동시에 온몸이 들끓어 오르며 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순간 예의 경고 문구가 눈앞에 아른거리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참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코스튬의 외관이 완성될 때까지 이 고통을 견뎌내야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될 수 있다.


비록 코끝에는 살 타는 냄새가 맴돌고 어떤 거인이 사지를 강제로 쥐어뜯으려는 듯 모든 근육과 뼈의 마디가 비명을 지르지만······.


“······.”


나는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인내했다.

새롭게 장착한 성격 ‘규율의 수행자’가 이 고통을 영웅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인생의 성찰자’가 게으름이 낳은 현재의 내 몸에 반성하기에······


내게 부여된 이 격통은 당연한 것이었다.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내 업(業)을 싼값에 치르는 것이다.


띠링


[‘대체 우주’를 적용합니다!]


그렇게 새로이 장착한 두 성격에 힘입어 고매한 이성으로 고통을 다스리는 와중이었다.


돌연 내 눈앞에 나타난 뜻 모를 메시지.


띠링


[‘홀로 자란 아이’의 우주가 ‘가정의 돌봄을 받고 자란 아이’의 우주로 전환됩니다!]


다만 다음 메시지에서 나는 이전 메시지의 뜻을 유추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대체 우주’를 적용한다는 것은 내 인생을 대체역사물로써 새로 쓰는 것이라 볼 수 있었다.


보증을 서준 것 때문에 엄마가 생계에 뛰어들며 매일 밤늦게까지 혼자 있어야 했던 어린 시절 내가 아니라, 엄마의 돌봄을 받고 자란 ‘만약의 역사’를 내게 적용한 것이다.


파아아아아앗──!


그렇게 눈앞의 현상을 이해하자 대체 우주의 역사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대체 우주 속의 우리 가정은 지금보다 훨씬 여유롭게 화목한 집안이었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일도 없었고, 압류딱지가 붙어 집이 넘어가는 일도 없었다.


부모님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터에 있느라 매 끼니를 중국집에서 해결해야 했던 나도 없었고, 그 탓에 편식을 하게 되어 비만이던 나도 없었다.


띠링


[상태이상 ‘영양 불균형’이 ‘영양 균형’으로 조정됩니다!]


그렇게 역사가 뒤바뀌자 영상 안의 내 모습도 변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잠드는 나날이 사라지니 정서적 안정감이 생기고, 이는 곧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이다.


[상태이상 ‘자기 비난’, ‘운동 기피증’이 해소됩니다!]


그렇게 나는 좀 더 밝고 적극적인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수많은 나비효과를 야기했다.


수많은 멀티버스 중 ‘최고 버전의 나’로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까득. 까드드드득──!


그렇게 나는 ‘최고 버전의 나’로 변하기 시작했다.


편식과 군것질을 극복하고 운동을 기피하지 않게 된 나는 174cm를 자랑하는 어머니의 키를 그대로 따라가 173cm에서 185cm까지 자라나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근육이 찢기고 뼈가 강제로 늘어나며 어마어마한 격통이 동반되었지만··· 내 고매한 정신은 그 모든 과정을 버텨냈다.


화르륵····!


다만 내 변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원래 컸어야 할 키로 자라나자, 이제는 내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지방을 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크으윽.”


역시나 이번에도 엄청난 격통이 동반되었다.

지방을 태운다는 표현이 어떤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타 없어지는 것’이기에, 나는 지방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화형을 당하는 듯한 통각을 견뎌내야 했다.


“하아··· 하아··· 하아···”


하나 그 지옥과도 같은 시간도 언젠간 끝나기 마련이다.


나는 거울 속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낯선 사내의 모습을 보았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숨을 몰아쉬는 남자는, 이렇다 할 근육이 없음에도 몸집이 거의 산만했다.


이상적인 성장을 거친 덕분에 뼈대가 완벽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게, 나라고···.”


믿기지 않았다.

18살 이후로 90kg 밑으로 떨어져 본 적 없는 내가 이렇게 완벽한 몸을 하고 있다니.


꾸득. 꾸드드드득·····.


하지만 아직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

대체 우주의 가장 완벽한 나는 그 가능성만큼 자기 관리에도 열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기업에 취직하게 되었고, 그럼에도 야근에는 자주 시달렸지만··· 체력 자체가 지금과는 달랐다.


다크서클이 퀭하게 자리 잡은 지금과는 다르게 하룻밤 새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스윽.


이윽고 모든 변화를 마친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간 엄청난 격통을 참느라 온 에너지를 쏟는 바람에 조금도 움직일 힘이 없었지만, 완전하게 거듭난 내 전신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비틀거리며 전신이 보이는 거울 앞에 섰다.


“······.”


내가 가진 가능성을 최대로 발현한 나의 모습.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의 지난 나날을 성찰했다.


어쩌면 나의 현생은 내 가능성을 조금도 발견하지 못한 채 최악으로 몰아넣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이번에는···.”


하여 나는 그러한 다짐을 했다.

이세계에 주어진 삶에서는 내가 가진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자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나를 증명하자고.


‘···2일 뒤.’


그리고 이런 증명하는 삶의 첫 무대는 바로 2일 뒤에 열릴 것이다.


성녀가 축복으로 ‘성자’를 공인하는 성자 즉위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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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성자 즉위식 +5 23.05.30 80 8 17쪽
13 화사한 봄날의 아르테미아 +1 23.05.28 80 6 13쪽
12 아르테미아의 독백 23.05.27 101 7 16쪽
11 왕국 최강의 용사 23.05.25 112 6 14쪽
» 코스튬 장착 +1 23.05.25 144 10 10쪽
9 숲을 자라게 하는 자 +2 23.05.23 137 8 16쪽
8 정화식 +1 23.05.22 150 12 10쪽
7 성격 장착 23.05.20 156 11 15쪽
6 플레이어 상점 +4 23.05.19 176 10 9쪽
5 나는 왕국의 수호신이다 23.05.18 191 15 10쪽
4 성자의 능력 +1 23.05.17 240 13 11쪽
3 당신은 누구시죠? 23.05.16 257 12 12쪽
2 역대급 재능 23.05.16 289 15 12쪽
1 0.00000000000001% 확률 +2 23.05.16 346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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