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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악슬
작품등록일 :
2023.05.15 23:59
최근연재일 :
2023.05.30 00:3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463
추천수 :
147
글자수 :
79,089

작성
23.05.16 00:10
조회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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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2쪽

역대급 재능

DUMMY

“이런 식으로 나를 소환하시다니, 야속하기도 하시지.”


낯선 목소리에 서서히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천근 같은 고개를 들어 눈을 뜨자, 껌벅거리는 시야 너머로 낯선 얼굴이 들어온다.

생긴 게 꼭 어느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드워프를 보는 듯하다.


“이제야 정신이 들었구먼? 받으시게.”


드워프는 내게 웬 종이를 주었다.

기묘한 기운이 서려 있는 황금빛 종이.

···왜 내게 이런 걸 주는 걸까.

그보다 여긴 어디지?


스윽.


상반신을 일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성당처럼 생긴 내부에 중세풍 옷을 입은 사람이 가득하다.

전방의 제단에선 휘황찬란한 빛과 함께 마법적인 현상이 펼쳐지고 있었고, 빛이 멎자 허공에 떠 있는 차원 게이트 너머로 한 사람이 걸어 나온다.


‘····뭐야?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낯선 풍경,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마법적인 현상.

도저히 꿈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것들이다.

다만 꿈이라기엔 현장감이 너무 생생한데, 아무래도 이게 루시드 드림인지 뭔가 하는····


“····어?”


다만 루시드 드림일 거라는 생각은, 제단 위의 한 여인을 보자마자 사라진다.

그도 그럴 게 저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게임 속 뽑기를 할 때마다 지겹게 봐왔던 ‘성녀’의 얼굴과 판박이가 아닌가.


“····설마.”


그런 깨달음이 스치자 모든 것이 퍼즐처럼 끼워 맞춰지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기 전 뽑기를 했더니 내가 나왔던 것과, 성당을 닮은 건물 내부.

그리고 성녀의 기도와 함께 차원 게이트 너머로 사람이 걸어 나오는 것까지.

뽑기를 진행할 때마다 지겹게 봐왔던 게임 애니메이션이, 실재가 되어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슬프지 않나.”


그때, 내게 황금빛 종이를 줬던 드워프가 말을 붙였다.

그러고 보니 이 드워프 또한 내가 아는 얼굴이다.

N급 영웅 도끼전사 랄프 아니던가.


“수호신께 선택받은 영광을 얻자마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사라져야 한다는 게····.”


다만 랄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수호신의 선택을 받자마자 사라지다니?

그게 무슨·····


“소환의식이 끝났습니다.”


그때, 성녀가 우리를 돌아보며 소환의식이 끝났음을 고지했다.

그리고는 왼쪽 가장자리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빨간색 의자에 웬 미남이 앉아 있는데····


‘···아이작?’


다름 아닌 SUR급 영웅 아이작이다.

SUR급 영웅 중 창고 캐릭으로 유명한 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패치 선물로 수령 받은 SUR뽑기권 돌렸더니 뽑히지 않았던가.


“귀인께서 오셨군요. 수행원이 용사님을 아카데미로 안내할 겁니다. 시스터 안나, 용사님을 안내해주세요.”

“예.”


다만 그런 아이작이라도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왕립 아카데미로 이동했다.

아무래도 SUR등급이니 그렇겠지.

아무리 창고캐릭 취급을 받아도 녀석은 게임 내 최고등급인 SUR등급이고, SUR등급은 왕국 내 최고 육성기관인 ‘왕립 아카데미’에 배치되도록 매크로를 설정해놨으니까.


“수호신의 부름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사님들 또한 수행원이 왕립 아카데미로 안내해드릴 겁니다.”


이윽고 성녀는 황금빛 의자에 앉은 용사들을 응대했다.

황금빛은 곧 UR등급의 상징.

UR등급으로 뽑힌 용사들을 지침에 맞게 안내하는 것이다.

UR등급 또한 아카데미에 배치되도록 매크로 설정을 해놨으니까.


“용사님들은 수행원을 따라 각 재능에 맞는 교관을 만나실 겁니다.”


이어서 성녀는 보라색 의자에 앉은 SSR등급을 응대했다.

앞서 SUR등급과 UR등급을 응대했으니, 등급이 낮은 순으로 차례차례 응대하는 것이다.

그런 와중 내가 앉은 의자의 색이 눈에 들어왔다.


흰색 의자.


노멀(N) 등급에 해당하는 최하위 등급을 상징하는 색이다.

하지만 분명 나는 EX등급으로 소환되었을 텐데, 왜 여기에 배정되어있는 걸까?


······버그인가?

한 번도 출시된 적 없는 등급이라서?


“이제 곧 용사 ‘후보’님들 차례입니다. 유언은 다 적으셨습니까?”


그때, 수녀복 차림의 여성이 우리에게 황당한 말을 건넸다.

유언을 다 적었냐니?

그건 대체 무슨 경우 없는·····.


“흐흐흐흑··· 흐으으···”

“아아··· 아아아···”


다만 노멀(N) 등급 용사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몇몇은 눈물을 쏟으며 오열하는가 하면, 몇몇은 공허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내 옆에 있는 도끼 전사 랄프는 씁쓸하게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와중 랄프가 표정을 굳히더니, 수녀에게 다가가 황금빛 종이를 건넸다.


“유언장이오. 가족에게 전해주시오.”

“···예. 장례비용 50골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신전에 기부하거나, 가족에게 전해줄 수 있습니다.”

“그것도 가족에게 주시오.”

“예.”


랄프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 돌아왔다.

그리곤 내 손에 들린 황금빛 종이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자네도 얼른 적게. 이계에서 소환된 자네로선 다소 의아하겠지만, 자네도 결국엔 N등급이지 않은가. ‘분해 의식’을 치러야 하지.”


분해 의식.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어떤 소름 끼치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문득 노멀(N) 등급 영웅을 ‘자동 분해’되도록 매크로 설정한 게 떠오르며, 그것이 그대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니, 그러면 장례비용으로 준다는 50골드는····.’


분해 비용이 확실하다.

N등급 영웅을 분해하면 하나당 50골드가 소모되니까.

말인즉, 게임 속에서 노멀 영웅을 분해할 때 골드 소모가 일어나는 이유는, 이들에게 장례비를 지급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저도 가족에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신전에 기부하겠습니다.”


그런 소름 끼치는 사실을 자각하는 와중 수녀의 손에 유언장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분해될 처지에 놓인 노멀 등급 영웅이 유언장을 모두 제출한 것이다.


“용사 후보님?”


이윽고 수녀는 내게 다가와 유언장을 재촉했다.

다만 나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다짜고짜 유언장을 적어서 제출하란 것은 차치하더라도, 나는 EX등급으로 소환되지 않았던가?


“뭔가 착오가 있는 게 아닙니까?”


하여 나는 수녀에게 항의했다.

뭔가 착오가 있을 거라며, N등급이 맞는지 다시 확인해보라고 했다.


“····가끔 용사 후보님 같은 분이 있으시죠. 자신에게 부여된 가치 등급을 받아들이시지 못하는 분들. 하지만 인정하셔야 합니다. 측정이 잘못될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녀는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자신을 부정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런 와중 제단에 있는 성녀가 이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용사 후보님들, 이런 식으로 만나 뵙게 되어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하지만 용사님들을 분해하여 얻은 정수는 왕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가치 있게 쓰일 것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유언장을 제출하신 순으로 제단 위로 올라오시면 됩니다.”


유언장을 제출한 순···.


랄프가 가장 먼저 몸을 일으켰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는, 성녀가 있는 제단으로 올라갔다.

성녀가 랄프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용사 후보님의 힘. 왕국의 번영을 위해 가치 있게 쓰겠다 약속하겠습니다.”


성녀는 그 말을 끝으로 어떤 주문을 외웠다.

그녀의 몸에서 피어난 황금빛 기운이 랄프를 감싸기 시작했다.


솨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랄프의 몸이 새하얀 입자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멀쩡했던 사람이 빛으로 ‘분해’되어 사라진 것이다.

완전한 입자 형태로 변한 그는 제단의 중심으로 이동해 공중으로 부유했다.


‘····미친.’


욕지거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이대로라면 나도 저런 꼴이 될지도 모른다.

난데없이 게임 속 세상에 소환돼 갈릴 위기라니.


“다음 분.”


다만 죽음의 카운트다운은 점점 내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

N등급으로 소환된 영웅은 기껏해야 5명인데, 랄프를 제외하면 내 앞에 4명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방법을 찾아야 해.’


방금 또 한 명이 입자가 되어 흩어졌다.

내 차례가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 정체를 밝혀야 하나···?’


하여 가장 먼저 내 정체를 밝히는 방안을 떠올렸다.

내가 바로 너희들이 모시는 수호신임을 알리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내가 빙의한 게임 ‘에이지오브히어로’는 수호신(유저)이 왕국을 돌보고, 왕국은 그런 수호신을 찬양하는 설정이니까.

말인즉, 이곳에 있는 성녀와 수녀. 그리고 성당도 플레이어를 숭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증명할 방법이 없잖아.’


하지만 노멀 등급 영웅 취급받는 상황에서 수호신이란 걸 증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게임 설정상 수호신을 사칭하는 것은 극형에 처해질 정도의 중죄라서, 함부로 베팅을 할 수도 없었다.


‘도망은··· 무리겠지.’


출구까지 거리가 멀다.

성당 곳곳에 경비병들 또한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도주 또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분.”


그런 와중 내 차례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내 앞에 남은 녀석들은 고작 3명.

분해되는 속도로 봤을 때 내게 남은 시간은 5분 정도다.

5분 안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지 못하면, 나 또한 분해되어 입자로 흩어지는 것이다.

그것도 나를 수호신으로 떠받들던 게임 속·····


‘···잠깐, 게임 속?’


그때, ‘게임’이란 키워드에 어떤 생각이 스쳤다.

게임 속 세상에 들어온 이 상황이,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그런 클리셰적인 요소가 아니던가.

취미 생활로 주로 모바일게임을 즐겼던 나였지만, 웹툰이나 웹소설도 몇 편 본 적이 있었다.

그런 내가 이걸 모를 리 없다.


‘상태창’


띠링


귓속에 울리는 청명한 알림음.

그리고 푸르스름한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 「EX」 왕국의 수호신 김이안 >


◆능력치

:힘 - [6]

:체력 - [11]

:민첩 - [7]

:지능 - [13]

:마력 - [6]


◆재능

:『EX』 상위 세계에서 깃든 정신 [잠김]

:『EX』 수호신의 권능 [잠김]


◆스킬

:[공란]

:[공란]


◆성격·성향

: [공란]

: [공란]


◆보유 재화

:다이아 – [10조 2천억]

:골드 - [4백만]



‘····미친. 재능이 두 개? 게다가 EX등급 스킬?’


말도 안 되는 미친 스펙에 욕지거리가 나올 뻔했다.

최고등급인 SUR급은 되어야 주어지는 재능을 두 개나 주는 데다, 모두 EX등급이라고?

여태 EX등급은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미지의 등급인데···.


‘····잠겼잖아.’


문제는 재능이 잠겨있다는 거다.

어떻게 풀 수는 없나?


띠링


[EX급 재능, ‘상위세계에서 깃든 정신’을 해제하시겠습니까? 1000억 다이아를 소모합니다.]


그때, 잠금을 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해당 메시지가 나타났다.

재능 하나에 1000억 다이아라니, 터무니없는 양에 실소가 터져 나왔지만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1000억 다이아나 소모하여 얻는 재능은 과연 무엇일까?


띠링


[1000억 다이아를 소모하였습니다.]

[EX급 재능, ‘상위세계에서 깃든 정신’이 해제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생각만으로도 명령이 이루어졌다.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 드는 동시에, 재능의 상세 설명이 상태창에 나타났다.

이윽고 모든 설명을 읽은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미친, 이건 진짜 말도 안 되잖아.’


역대급 개사기 재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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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정화식 +1 23.05.22 150 12 10쪽
7 성격 장착 23.05.20 156 11 15쪽
6 플레이어 상점 +4 23.05.19 176 10 9쪽
5 나는 왕국의 수호신이다 23.05.18 192 15 10쪽
4 성자의 능력 +1 23.05.17 240 13 11쪽
3 당신은 누구시죠? 23.05.16 257 12 12쪽
» 역대급 재능 23.05.16 290 15 12쪽
1 0.00000000000001% 확률 +2 23.05.16 34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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