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끄적이는 공간

10조 과금으로 최강 계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악슬
작품등록일 :
2023.05.15 23:59
최근연재일 :
2023.05.30 00:3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465
추천수 :
147
글자수 :
79,089

작성
23.05.17 23:50
조회
240
추천
13
글자
11쪽

성자의 능력

DUMMY

내 정체가 뭐냐고.

만약 이세계가 아닌 현실이었다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평범하게 행복해지고 싶은 32살 월급쟁이.

유일한 취미생활인 모바일게임에 만원조차 지르기 고민하는 좋소 3년 차 개발자.


“그래, 내가 누구냐고.”


다만 그러한 나는 현실 세계의 평범한 나이다.

이세계의 나는 ‘왕국의 수호신’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채 소환되었고, 그 정체성을 연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왕국의 수호신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신의 자녀, 바로 성자(聖子)다.”


다만 나는 곧장 신을 자칭하기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성녀에게 분해되지 않는 것만으로 신을 자칭하는 것은 근거가 빈약할뿐더러,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신성모독입니다!”


예상대로 사제 한 명이 고성을 내지르며 내게 삿대질을 했다.

붉으락푸르락 격노한 그가 침까지 튀겨가며 다음 말을 쏟아냈다.


“말도 안 됩니다! 용사 ‘후보’에 불과한 N급이 전지전능하신 그분의 자녀라니요! 목숨을 건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성자를 칭하자마자 거세게 반발하는 성당 내 인원들.

뭐, 저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나였어도 웬 미친놈이 바티칸 교황 앞에서 자신이 예수라고 주장했으면 정신병자 취급했을 테니까.


실제로 혈기왕성한 젊은 사제와 수녀는 나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고, 대주교나 장로 같은 고위직 성직자들은 너털웃음을 흘리며 재밌는 해프닝 정도로 취급하고 있었다.


-허허. 아무래도 성녀님께서 오랜만에 신력을 사용하다 보니 피곤하신 모양이군요. 곧잘 하시던 ‘분해의식’에 실패하시다니.

-아무래도 수호신께서 지난 3년간 응답을 주지 않은 게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겠지요. 수호신의 부재로 결국 나라의 주권까지 빼앗겼으니···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겁니다.


“·····?”


다만 대화의 흐름이 조금 이상하다.

나라의 주권이 빼앗겼다니, 그건 무슨 개소리야?

지금 내 왕국이 어떤 상태길래?


나는 곧바로 상태창을 소환해 UI를 띄웠다.

그리고 왕국 정보를 살펴보았다.


와락- 이맛살이 구겨졌다.


‘속국?’


아닌 게 아니라 내 왕국은 속국 상태였다.

히스토리를 살펴보니, 3개월 전에 다른 왕국의 침략을 받아 패배한 기록이 있었다.

한마디로 빈집털이를 당한 것이다.


‘하. 그렇게 된 거였군.’


회사 일이 바빠지며 어쩔 수 없이 게임을 접었던 지난 3개월.

그 공백의 3개월이 지금 이 상황을 야기했다.


다만, 현실의 3개월은 왕국의 시간으로 3년에 해당해서, 내겐 짧은 공백이었어도 왕국에겐 치명적이었다.


최종결정권자가 3년간 잠수를 타버리는 바람에 왕국 전반의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재정상태도 엉망이군····.’


그 탓에 재정상태도 엉망이 되었다.

전쟁에 패배하며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한데다, [농수산물 획득량 + 50%] 상승 버프가 해지되며 수확량도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거 완전 개판났구만.’


게다가 단순 속국 상태가 아니었다.

무려 3개 국에게 ‘내정 간섭’을 당하는 상태였다.


여기저기 뜯기고 다니는 동네북이 된 것이다.


“성녀님! 제가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때, 일전에 나를 헐뜯었던 사제가 앞으로 나섰다.

자신의 손바닥 위에 황금색 빛을 띄우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3년입니다! 무려 3년 만에 수호신의 명을 수행하는 바람에, 성녀님의 성력에 지장이 생긴 겁니다! 저희가 성녀님을 도우면 저자를 분해할 수 있을 겁니다!”


사제의 짙은 호소에 여러 성직자가 동조하며 손바닥 위에 황금색 빛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다만 성녀는 그들의 열정 어린 외침에 침묵으로 답했다.

그저 자신의 성력을 발산하는 것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린 것이다.


“아·····.”


성당을 가득 메우는 신성한 빛.

수많은 사제들이 신성한 빛을 내뿜는 성녀를 감탄하는 얼굴로 보았다.

역시 57,000원짜리 성력 패키지를 먹인 만큼 성녀의 성력은 충만했다.


“···보다시피 제 성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지 않아도 충분히 수호신의 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성녀는 그렇게 말한 뒤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또다시 내 가슴에 손을 얹고는, 다시 한번 분해를 시도했다.


[해당 영웅은 ‘잠금’ 설정된 영웅입니다. 잠금을 해제하고 분해하시겠습니까?]


이번에도 나는 아니오를 눌렀다.

그러자 성녀는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한 것이다.


“확실합니다. 이분은 제 권능이 통하지 않습니다. 벌써 3번이나··· 제 힘을 튕겨냈습니다.”

“······.”


성녀의 확언에 군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내 여유로운 표정으로 사태를 관망하던 고위직 성직자들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런 와중 성녀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내게 말했다.


“하나, 제 권능이 통하지 않는다고 당신이 성자인 것은 아닙니다. 성자는 오직 저를 통해서만 선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자신을 통해서만 성자가 선정될 수 있다고 말하는 성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자란 ‘신이 낳은 자식’이 아닌 ‘신에게 선택받은 영웅’이고, 신의 모든 명령은 성녀를 통해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말인즉, ‘너를 성자로 지목하라는 그 어떤 명령도 신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네가 성자일 수 있냐’는 것이다.


“아니, 나는 성자다. 그분께서 나를 직접 성자로 임명하셨다.”


하여 나는 다소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성녀를 통해서가 아니라 신께서 직접 나를 선택했다고 말한 것이다.


“····예?”


그러자 내내 차분한 표정으로 나를 압박하던 성녀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신과 영접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었는데, 여기 하나 더 있다고 하니까.


“성녀님! 속지 마십시오! 저자는 이계에서 오지 않았습니까! 왕국 사람도 아닌 자가 어떻게 신과 소통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한 수녀가 제법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왕국 사람도 아닌 내가 어떻게 수호신과 소통할 수 있냐며 허점을 짚은 것이다.


“맞습니다! 저자는 이계에서 왔습니다! 그분과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성당 내 수많은 군중이 동조하기 시작했다.

당혹감으로 물들었던 성녀의 표정도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뭐, 일리 있는 말이다.’


그리고 이는 나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반박이었다.

이계의 영웅이란 본디 일회용 이벤트성 영웅.

‘김독자’, ‘손오공’, ‘루피’와 같이 다른 컨텐츠와 콜라보용으로 나온 기간 한정 영웅이 왕국의 수호신과 긴밀한 관계일 리 없다.


“그래, 인정하지. 나는 이계에서 왔다.”


하여 나는 저들의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이대로 내 주장을 굽힌 채 물러설 생각은 없기에, 다음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 이계란 ‘신계’를 뜻한다. 나는 수호신이 있는 신계에서 왔다.”

“······!”


신계에서 왔다는 나의 주장에 경악하는 이들.

할 말이 없겠지.

이들에게 신계는 미지의 영역이니까.


“하지만 의문이군요.”


다만 모두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는 그때.

성녀가 뭔가가 떠오른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뒤이어 내뱉은 그녀의 말은 나로서도 고개를 끄덕일 법한 반박이었다.


“신께서는 효율을 중시하는 분입니다. 성자를 택할 것이라면 왕국에서 가장 강력한 아르테미아 경을 택했을 것이고, 명령할 것이 있다면 제게 명령을 했을 겁니다. 1레벨에 N급 용사 후보에 불과한 당신을, 굳이 성자로 택하여 보낼 이유가 없습니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실제로 나는 극한의 효율을 따지는 성격이니까.

오죽했으면 10년 넘게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도 코스튬 한번 지른 적이 없었다.

겉보기에만 예쁠 뿐 스텟 상승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의 나였다면 1레벨을 성자로 지정하진 않았겠지.’


또한 성자로 지정된 영웅은 ‘수성전에서 모든 능력치 300% 상승’의 보정 효과를 받는다.

머리가 장식이 아니라면 왕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영웅을 성자로 지정하는 게 당연한 상식인 것이다.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수호신께서 평소 내리던 명과는 결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성녀의 반응은 타당하다.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1레벨을 성자로 지정할 리가 있나.

오랫동안 나와 소통했던 그녀인 만큼 내 명령의 성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과연 왕국의 성녀답군. 적절한 지적이다.”


하여 나는 이번에도 지적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지적에 대한 답은 생각해둔 것이 있기에.


“하지만 성녀, 수호신께선 지난 3년간 종적을 감추셨다. 매일 왕국을 관조하시던 그분께서, 네게 그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으셨지. 그 이유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나?”


성녀의 지적에 대한 나의 반격.

그것은 지난 3년의 공백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윽고 성녀가 주눅 든 표정으로 답했다.


“그, 그것은··· 제가 자격이 부족하기에─”

“아니. 자격 같은 문제가 아니다. 그분께 직접적인 문제가 생겼거든.”


수호신께 문제가 생겼다?

내 폭탄 같은 발언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왕국의 수호신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되는 절대적인 존재이기에, 신을 모시는 신도로서 황망한 말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그게 무슨···! 절대자인 그분께 위해를 끼칠만한 존재는 이 세계에─”

“있다.”

“······!”

“신계에 악마가 넘어왔다. 신께서는 악마와 싸우고 계시다.”


매일 나를 야근시키고 주말 출근시킨 김진석 부장. 아니, 좋소기업 그 자체라고 해야 할까.

수당도 제대로 안 챙겨주는 그 법인이야말로 진정한 악마다.

그 때문에 에이지오브히어로를 접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마, 만약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신께서는··· 무탈하신 겁니까?”


무탈할 리가 있나.

이곳에 소환돼 너한테 갈릴 뻔했는데.


다만 그렇게 말할 순 없기에, 고개를 저으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그래. 신께서는 건재하시다. 다만 이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뿐.”

“······.”

“그렇기에 내가 온 것이다. 그분의 권능을 부여받은 내가, 그분의 뜻을 대신하기 위해 이곳에 내려온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반신반의하는 군중들의 표정을 보니 이쯤이면 빌드업은 완벽하게 된 듯하다.

이제 내 능력을 증명함으로써 그간 쌓아온 빌드업을 터트릴 시간이다.


“물론 너희는 여전히 의심스러울 것이다. 성녀에게 분해 당하지 않는 괴현상 말고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았으니.”

“······.”

“그러니 보아라. 수호신께서 내게 하사하신 그분의 권능을.”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럴듯하게 팔을 휘저었다.

동시에 눈앞의 상태창을 생각으로 조작하여 분해된 영웅을 ‘롤백’시켰다.

성녀에게 분해되었던 N급 영웅들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소····소생의 권능!”


모두가 경악하는 얼굴로 크게 입을 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0조 과금으로 최강 계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성자 즉위식 +5 23.05.30 81 8 17쪽
13 화사한 봄날의 아르테미아 +1 23.05.28 80 6 13쪽
12 아르테미아의 독백 23.05.27 101 7 16쪽
11 왕국 최강의 용사 23.05.25 112 6 14쪽
10 코스튬 장착 +1 23.05.25 144 10 10쪽
9 숲을 자라게 하는 자 +2 23.05.23 138 8 16쪽
8 정화식 +1 23.05.22 150 12 10쪽
7 성격 장착 23.05.20 156 11 15쪽
6 플레이어 상점 +4 23.05.19 176 10 9쪽
5 나는 왕국의 수호신이다 23.05.18 192 15 10쪽
» 성자의 능력 +1 23.05.17 241 13 11쪽
3 당신은 누구시죠? 23.05.16 257 12 12쪽
2 역대급 재능 23.05.16 290 15 12쪽
1 0.00000000000001% 확률 +2 23.05.16 348 1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