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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707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23 00:10
조회
585
추천
26
글자
9쪽

망이(蝄彲),

DUMMY

***


천마는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어느새 이곳까지 접근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도사리면서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악마지도에서 뿜어진 빛으로 물체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벽에서 시뻘건 불길을 뿜는 머리가 불쑥 나왔다.

투명했지만 이무기는 괴물다운 머리통을 하고 있었다.

눈에서 불길이 일어나고 화광이 비친 뒤였다.

엄청나게 큰 머리통이 불쑥 등장한 것이었다.

바닥에 괴물의 머리통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꽈-아악!.

이무기의 울부짖음에 석실이 무너질 정도였다.

소리로서 하늘을 울린다는 굉천(轟天),

울음 끝에 비천해서 용이 된다는 전설처럼 굉장했다.

몸은 투명했으며 검처럼 생긴 뿔은 두자 정도쯤 자랐다.

도깨비처럼 빛나고 있는 눈도 특별했다.

얼굴에서 반쯤 차지할 정도였다.

눈동자는 광염(光炎)으로 지글거렸다.


휘늘어진 지느러미가 나무 넝쿨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입은 하마처럼 생겼고 녹색 뿔은 엄청나게도 자랐다.

이빨도 톱니처럼 무시무시하게 검붉었다.

색채가 변하는 비늘은 어른 손바닥보다도 컸다.

희고 투명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가끔 검붉은 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몸과 다리도 엄청날 정도로 거대하고 길었다.


‘멋진 놈이군.’

천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진중에서 오행 검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천마는 일도양단을 펼치기 시작했다.

귀도 끝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악마지도가 울부짖으며 핏빛 광채를 내뿜기 시작했다.


일도양단,

손오공이 연성한 비술이었다.

하늘을 두 쪽으로 갈라내는 수법이다.

천지인이 하나로 동그라미 형태로 펼쳐지는 것이다.

시작과 끝이 없었다.


휙-휙!

천마는 전력을 다해서 이무기를 공격했다.

허공에 둥근 고리가 연속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악마가 울부짖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악마지도와 함께 움직여야만 도강이 펼쳐질 터였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한 천마였다.

단전에 내기를 축적한 상태라 지글지글 타올랐다.

용기가 치솟고 있었다.

악마지도에서 푸른 기체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퍼-직!

천마는 이무기를 베었다고 생각했다.

미간이 쩍 벌어지면서 뭔가가 툭 튀어나왔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이무기의 형상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곳엔 눈부신 광채가 넘쳐나듯이 발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천마의 눈에 제일 먼저 띈 물체는 희미했다.

그것은 바로 골상형인(骨想形人)이었다.


천마로 변신했으나 아직 미완성의 단계였다.

이무기의 머리에서 불쑥 등장해 걸어서 석실로 들어왔다.

저벅저벅!

뼛골만 살짝 보일 뿐 나머진 투명해서 보이질 않았다.

몸뚱이가 없는 뼛골이 돌아다니다가 천마 앞에 멈췄다.

“허허허! 목욕을 너무나 자주 하다 보니 그만 배꼽의 때를 몽땅 씻어낸 모양이구나······.어찌 녀석의 냄새 대신에 지겨운 백서(白鼠)의 꼬랑지 향기만 짙게 풍긴단 말인가?”

백서란 천마에게 만년 석균을 제공했던 생쥐였다.


천마가 숨결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이었다.

영롱한 광채가 허공에 떠오르더니 얼굴이 드러났다.

그것은 놀랍게도 천마를 닮은 형상이었다.

밤송이처럼 치솟은 눈썹이 보였다.

다음에는 넉넉하고 해맑은 먹빛 눈동자가 생성됐다.

이는 틀림없이 천마의 모습과 똑같았다.

‘으음! 저놈이 예전부터 내가 이곳에 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의 형상을 갖추고 변신부터 시작하고 있었구나!’

천마가 놀라서 눈을 치뜨는 순간에 해당했다.


이상하게도 이무기의 형상이 또다시 변하고 있었다.

지금 분신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얼굴의 골격을 흩으러 놓고는 사방을 훑기 시작했다.

천마를 찾아 형상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첫째는 복사였다.

뱀의 얼굴이라 기겁했다.

둘째는 엽의였다.

개미라서 떨쳐냈다.

셋째는 편복(蝙蝠)인 박쥐였다.


다음에는 인주인 거미와 봉매인 벌이었다.

천마는 그쯤 해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정말 기가 막힐 정도였다.

세상에 아무리 인간 세상과 다른 비림이라도 그랬다.

자신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앞에서였다.

변신이 자유자재로 이뤄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허허허! 여의주를 탐내는 놈들이 많으나 너희들처럼 하찮은 미물들이 흑심을 품다니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겠다.”

천마는 저놈이 자신들의 흔적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천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좌우의 눈동자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에 기회를 잡았다.

“공격한다.”

찰나의 순간에 오행 검진이 펼쳐지면서 공격이 이뤄졌다.

인주가 허공에서 거미줄을 살포하며 이무기를 포박했다.

개미인 엽의와 벌인 봉매가 틈새를 찾아 공격했다.

뱀인 복사는 편복인 박쥐의 도움을 받아 선봉에 섰다.

“이놈들 비림의 맹주에게 덤비다니 몽땅 죽여주겠다.”


이무기는 떼거리로 공격을 당하자 놀라서 허둥거렸다.

거미줄을 끊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뭔가를 휘둘렀다.

검게 비치는 물체는 한없이 부드럽고 유연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무기의 혓바닥이었다.

쓱싹!

천마는 이무기의 혓바닥이 코끝을 스치자 신형을 날렸다.

구멍으로 도망치는 앞을 가로막고 악마지도를 휘둘렀다.

악마지도에서 섬광이 번뜩이자 이무기가 주춤거렸다.

그런 순간에 개미와 벌이 비늘 속을 파고들었다.


박쥐는 천마가 상처를 냈던 머리에 달라붙어서 흡혈했다.

문제는 복사인 뱀의 행동이었다.

복사는 이무기가 울부짖는 순간에 입안으로 침투했다.

천마는 복사가 오행 검진을 깨뜨리자 별수 없었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며 검진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악마지도의 광채가 사라지자 이무기는 난폭해졌다.

꽈-아악!

사납게 울부짖으며 여유를 찾았는지 복사를 씹어댔다.

찌걱찌걱!


지느러미를 흔들어 개미와 벌을 쫓았으나 어림도 없었다.

벌써 독에 마비가 왔는지 힘차게 저항하지 못했다.

발톱으로 머리에 달라붙은 박쥐를 공격했지만 허사였다.

이무기의 입에서 씹혀지는 복사의 공격은 집요했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고개를 쳐들고 덤볐다.

복사가 노리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바로 이무기가 생성한 여의주였다.

몸뚱이가 짓이겨도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비천하면 필요 없는 몸뚱이였다.


먹잇감으로 내주고 실리를 택한 복사였다.

독니를 드러낸 상태로 여의주를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이무기의 힘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제기랄! 욕심이 부른 화근이야. 서로 협력했다면·····.”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복사의 끊기는 알아 줄만 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덤비고 있었다.

이빨에는 몸뚱이를 녹게 만드는 맹독성이 있었다.

이무기는 여의주가 물리자 요란스럽게 씹어댔다.


찌걱찌걱!

복사의 몸에는 화촉이 박혀 있어서 씹기가 쉽지 않았다.

이무기는 독했다.

가시가 입안 천정에 박혀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마구 씹었다.

이무기의 입에 핏물이 고였다.

누구의 피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무기가 목표로 삼은 것은 천마였다.

악마지도에 상처를 입었기에 그랬다.


천마의 위치를 찾았는지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무기의 입에서는 핏덩이가 낙수처럼 뚝뚝 떨어졌다.

그런 핏물이 천마의 얼굴에까지 튀었다.

천마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몸을 도사렸다.

‘이상하군, 복사라면 이무기에게 쉽게 잡히지 않을 터인데 저렇게 형편없이 당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군.’

천마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림에서는 복사의 가시를 귀중품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바로 추혼정(追魂釘)이란 암기에 사용되기에 그랬다.


‘놈은 지금 뭔가를 실수하고 있다.’

천마는 이무기의 입에서 씹혀지고 있는 복사를 주시했다.

복사는 죽지 않았다.

아직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지 꿈틀대며 덤벼들고 있었다.

몸뚱이가 두 개로 분리된 상태였다.

찌걱찌걱!

복사의 머리통이 몸과 분리되고 말았다.

피가 튀었다.

꼬리와 몸뚱이는 씹혀졌고 껍질만 남겨졌다.


그래도 포기를 몰랐다.

머리를 바싹 세웠다.

이무기의 콧등을 물려고 주둥이를 딱 벌렸다.

복사는 여의주를 물었고 약간의 이익을 얻었다.

이빨이 시퍼렇게 날이 선 상태였다.

그동안 부지런히 날카롭게 갈아댄 것이 분명했다.

꽈-아악!

복사는 이무기의 반항이 가소롭다는 듯 울부짖고 있었다.

이빨에서 짓이겨지는 몸뚱이와는 상관없다는 투였다.


복사는 그만큼 살기 위해서 반항하고 있다.

하지만 여의치가 않았는지 몸뚱이가 금방 축 늘어졌다.

찌걱찌걱!

복사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장이 난듯했다.

이무기의 이빨에 머리통이 잔인하게 짓이겨지고 있었다.

꿀-꺽!

“·····?”

천마는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지 않았다.

악마지도를 휘두르며 공격하는 순간이었다.

복사의 대가리가 천마에게 행해졌다.

구원을 요청하는 눈빛이 분명해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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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봉매(蜂魅), +18 22.05.20 636 20 9쪽
12 미로진(迷路陣), +18 22.05.19 652 23 9쪽
11 편복(蝙蝠), +13 22.05.18 660 19 9쪽
10 손오공의 유물(遺物), +15 22.05.17 689 26 9쪽
9 음한석지(陰寒石芝), +9 22.05.16 679 18 9쪽
8 백서(白鼠), +12 22.05.16 697 22 9쪽
7 고립무혼(孤立無魂), +12 22.05.14 744 26 9쪽
6 엽의(獵蟻), +12 22.05.13 794 28 9쪽
5 한탄(恨歎) +9 22.05.13 801 32 9쪽
4 위기일발(危機一髮), +5 22.05.12 848 45 9쪽
3 저승사자, +4 22.05.12 881 49 9쪽
2 타망경주(打網驚蛛), +5 22.05.12 1,011 61 9쪽
1 서장(序章) +22 22.05.12 1,520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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