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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90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16 00:31
조회
695
추천
22
글자
9쪽

백서(白鼠),

DUMMY

***


오줌도 말라서 핏물을 복용할 정도였다.

천마는 중얼거렸다.

“천마···넌 살아야만 해···인간이 아닌 악마가 될지라도 소원하던 일을 접고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가 없어···.”

천마는 어둠이 짙은 석실에서 마음을 사려 잡고 있었다.

해골처럼 뼛골이 상접(相接)한 상태였다.

인간이라기보다는 거의 괴물에 가까운 신체였다.

밤송이처럼 곤두선 눈썹과 움푹 꺼진 눈동자는 어눌했다.

헤져서 너덜거리는 입술에서는 거친 숨결이 터졌다.

새하얀 알몸과 시퍼렇게 돋은 혈관이 어둠에서도 빛났다.

붉고 짙푸른 피가 앙상한 갈비뼈 사이에서 돌고 있었다.

만약에 몸에 붙어있는 거미줄이 없었다면 죽었을 터였다.


거미줄로 생명을 겨우 연장할 정도로 신색이 형편없었다.

그러나 인주의 독액이 남긴 후유증도 만만치가 않았다.

콜-록!

천마는 기침을 터뜨리고는 몸을 움츠렸다.

그의 몸은 절벽에서 떨어진 충격 때문일 것이었다.

아니면 인주가 남긴 독액 때문인지 몰랐다,

하지만 사지에 마비가 왔는지 말을 듣지 않았다.

천마는 몇 번을 움직거려 보다가 한숨을 토하고 말았다.


“어딜까 여기는····,”

천마는 너덜거리며 찢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서서히 거칠어진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다.

휴-우!

허연 입김의 어둠을 가르고 쭉 뻗치며 사라졌다.

그의 몸뚱이는 화기 때문에 뜨겁고 뼛골은 시렸다.

그리고 보니 전신을 꼼작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떨리는 입술과 눈만 치켜뜰 수가 있을 뿐이었다.


“안돼! 이렇게 포기할 순 없어.”

사방을 두리번거릴 필요는 결코 없었다.

석실은 칠흑처럼 어둡다.

빛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가 힘겹게 토해낸 입김의 끝 무렵에서다.

갑자기 석실이 환해짐이 느껴졌다.

“제기랄! 이번에는 또 뭘까?”


천마는 놀라지도 않았다.

그는 눈앞에서 빛을 발화는 물체를 주시하게 되었다.

인주처럼 못된 파충류만 아니라면 상관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빛난다는 사실을 봐서는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었다.

천마의 밤송이처럼 곤두선 눈썹이 꿈틀거렸다.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으나 시력은 아직 정정했다.

시선이 모아진 곳에 등장한 물체를 한동안 주시했다.


눈앞에 있던 물체도 천마를 느꼈는지 경계하는 눈치였다.

찌-찌!

천마가 주시하고 있는 작은 물체는 방울만큼 작았다.

투명하게 빛나는 물체는 뜻밖에 요물처럼 아담한 쥐였다.

백서(白鼠),

은색의 털은 눈부신 요정처럼 정말 너무도 아름다웠다.

어쩌면 밤하늘의 별 그림자를 닮았는지도 몰랐다.

어둠서도 빛을 머금은 새하얀 몸뚱이는 주먹만큼 작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색상이 변했다.

조금씩 빛과 함께 어둠 속에서 모습이 드러났다.

갸름한 얼굴에 눈꼬리는 하늘로 치솟았다.

눈동자는 검붉었다.

귀는 또한 상상외로 시원스럽게 컸다.

잘록한 허리에 터질 듯이 탄탄했다.

몸통은 투명해서 내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였다.

백서는 투명한 혈관으로 은광이 빠르게 확장하고 있었다.


아마도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푸른빛이 검붉은 동공을 채우듯이 떠올랐다.

빛은 사방으로 영롱하고 찬란하게 뿜어지고 있었다.

번-쩍!

장수의 눈동자가 아름다운 백서를 쏘아봤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듯한 자세였다.

빛이 어둠에서 춤추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야-아···,참으로 멋지다.”


천마는 찬사를 터뜨렸다.

자신의 처지도 잊은 듯싶었다.

사팔뜨기 눈동자로 빛의 놀음에 푹 빠져들었다.

입까지 헤벌리고 멍청하게 구경하고 있는 순간이다.

백서가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게 웃음인지 아니면 신음인지 모른다.

그저 입만 뻥긋할 뿐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천마는 심도로 전해진 말을 알아들었는데 뜻은 이랬다.

“인주의 핏빛 냄새다. 저놈을 잡아먹어야 살 수가 있다.”

천마는 깜짝 놀랐다는 듯이 눈꼬리가 치켜졌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말았다.

호랑이가 없는 산에 여우가 왕이다.

이번에는 쥐새끼까지 등장해 덤빌 태세다.

“제기랄! 여기에서 꼼짝없이 죽게 생겼구나.”

천마는 이렇게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 굶주림에 힘이 없었다.

이무기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천년 단정을 복용하려고 험지에 들어선 마당이다.

묵묵히 죽음의 고비를 겨우 넘겼다.

그런데 이것이 뭔가?

이렇게 허무하게 인생을 종지부를 찢고 싶지는 않았다.

후다닥!


부산한 움직임,

뭔가 정황이 심상치 않은 정황이 감각에 잡혀 들었다.

“어-어!”

천마가 깜짝 놀란 상태 그대로다.

본능적으로 몸을 도사릴 무렵에 해당했다.

백서가 그의 입 쪽으로 빠르게 돌격해 오고 있었다.

천마가 펄쩍 뛰면서 맞서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근육이 비틀려서 피한다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제기랄!”

천마는 별수가 없었다.

입안으로 공격하는 백서를 향해서 입김을 불었다.

푸-아!

그의 허연 입김이 일직선으로 쭉 뻗쳤다.

인주와 저승사자를 한껏 물리쳤듯이 효과가 만점이었다.

찌-찌!


천마가 입김을 뱉었을 때 백서의 행동이 조금 이상했다.

벽으로 휭하니 날려간 백서가 설설 기었다.

눈치를 보면서 앞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서고 있었다.

짧은 거리를 좁히며 다가선 백서,

망설이며 딴짓하는 듯싶더니 돌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후다닥!

후-아!

천마가 입안에 한껏 모은 입김을 뱉었다.


백서는 천마의 입김을 감당하지 못하고 말았다.

비칠거리더니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

“헉헉! 내가 졌소. 항복할 테니 한번 용서해 주시오.”

백서의 자세를 봐서는 피를 먹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약했다.

분명 상처를 입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저 마음뿐인지 심하게 떨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백서는 뭐라고 중얼거린 것 같았다.


표정과 자세를 봐서는 대충이랬다.

“난, 당신의 피가 필요합니다. 아주 조금만 피를 나눠주시면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약제를 드리겠습니다.”

백서는 지금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천마는 백서의 말을 믿지 않았다.

“흥? 아무리 지껄여도 속지 않는단 말이다.”

천마가 입안에 고인 핏물로 공격하려는 순간이었다.

백서가 천마의 코앞까지 기어 와서는 엎어졌다.

기력을 다했는지 핏물을 토하고 있었다.


“우-악!”

백서가 핏물을 흘리는 입술로 말했다.

“이것은 만년석균(萬年石菌)의 진액입니다.”

백서가 무릎을 꿇으며 말을 이었다.

“이걸 복용하면 인주의 독액은 치료할 수 있습니다.”

백서는 지금 문물 교환을 요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마는 코웃음 쳤다.

백서가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속인다고 생각했다.

입안에 모았던 피를 또다시 뱉었다.


퉤-에!

천마가 토해낸 피는 멀리도 날아가지 못했다.

한자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바로 코앞에 떨어졌을 뿐이다.

백서가 토한 피와 뒤섞이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피와 침이 섞여들자 허공에서 불길이 성하게 일어났다.


펑!

천마는 놀랐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넉넉한 눈동자가 상큼 떠졌다.

청록색의 불길은 영롱하도록 활활 타올랐다.

어둠이 갈라졌다.

빛이 사방으로 확산하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낄낄! 이게 저승사자도 물리친 인간의 힘이란 말이다.”


천마는 몸을 도사렸다.

백서의 약점을 잡은 표정이 역력했다.

백서는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요청하듯 말했다.

“아아! 피를 먹을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백서는 기력이 다했는지 눈에서 은색 광채만 번쩍거렸다.

선한 눈길에 안타까움이 한껏 깃들었다.

그런 백서의 표정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푸-푸! 이놈아, 잡아먹기 전에 어서 꺼지란 말이다.”

천마는 백서를 지켜보면서 죽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꺼지라고 힘껏 소리치는데 왠지 좀 허무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몸,

말보다 행동으로 직접 물리치지 못하는 심정이 서글펐다.

천하를 넘보던 천마였다.

그런데 지금은 쥐새끼도 두려워할 정도였다.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내 언젠가는 힘을 얻어 천계를 뒤엎어 버릴 것이다.”

천마는 입술이 터지도록 깨물었다.

비록 이뤄질 수 없는 꿈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희망은 천마에게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백서도 천마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보라색 눈빛을 힘껏 부릅뜬 상태였다.

코앞에 있는 핏방울을 먹지 못해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덜덜덜!

몸만 심하게 떨 뿐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우-욱! 피를 먹어야만 해···.조금만 앞으로 기어가자.”

천마는 백서의 몸부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푸-우!

백서의 몸은 천마의 입김으로 저만큼 밀리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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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봉매(蜂魅), +18 22.05.20 635 20 9쪽
12 미로진(迷路陣), +18 22.05.19 650 23 9쪽
11 편복(蝙蝠), +13 22.05.18 659 19 9쪽
10 손오공의 유물(遺物), +15 22.05.17 689 26 9쪽
9 음한석지(陰寒石芝), +9 22.05.16 678 18 9쪽
» 백서(白鼠), +12 22.05.16 696 22 9쪽
7 고립무혼(孤立無魂), +12 22.05.14 742 26 9쪽
6 엽의(獵蟻), +12 22.05.13 792 28 9쪽
5 한탄(恨歎) +9 22.05.13 799 32 9쪽
4 위기일발(危機一髮), +5 22.05.12 847 45 9쪽
3 저승사자, +4 22.05.12 881 49 9쪽
2 타망경주(打網驚蛛), +5 22.05.12 1,011 61 9쪽
1 서장(序章) +22 22.05.12 1,520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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