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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91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13 13:57
조회
792
추천
28
글자
9쪽

엽의(獵蟻),

DUMMY

***


빛과 어둠 속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허공으로 비상했다.

좁고 긴 동굴의 어둠 속이다.

은색 빛을 소유한 물체가 튀었다.

상처를 입었는지 심한 비명이 터지고 있었다.

찌-꺽!

인주는 싸움에 휩쓸리기가 싫었던지 방향을 틀었다.

그네를 타듯이 공간을 순식간에 이동했다.

“뭘까? 인주가 왜 두려워하면서 피하고 있는 것일까?”

천마는 자신이 어딘가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신으로 전해지는 살벌한 느낌을 감각으로 알게 되었다.


‘여긴 동굴인데 어째서 색다른 영물이 비친단 말인가···.’

천마에게 있어서 그곳이 어디든지 상관이 없었다.

저승사자만이 다니는 도솔천만 넘지 않으면 되었다.

세상의 저편 극지에 존재한다는 선계에 들고 싶었다.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비는 것이 그의 소원이었다.

인주가 천애에 고치를 놔두고 도망쳤을 무렵이었다.

다투던 소란이 가라앉은 다음이다.

동굴 깊숙한 지점에서 이상한 울림이 들리는 듯싶었다.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사각-사각!

소리가 들린 곳은 바로 바위와 바위 틈새였다.

거긴 커다란 구멍들이 수천 개나 뚫어져 있는 곳이었다.

살벌한 소리는 구멍에서 동시에 울려 터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였다.

인주와 허공을 날던 그림자도, 땅속으로 도망치던 은빛 미물도 찍소리도 못하고 숨을 죽였다.


천마가 이상해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놀라고 말았다.

맙소사····,

한탄이 절로 나오고 있었다.

땅바닥이 바글바글 들끓고 있었다.

주먹처럼 커다란 개미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꽁지가 붉었다.

당장이라도 불날 정도로 생긴 불개미였다.

생김새도 특이했다.


주둥이에는 톱날처럼 생긴 턱을 소유했다.

닥치는 데로 깨물고 부셨다.

꽁지도 황금빛으로 불타고 있었다.

불개미들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수천수만 마리가 떼거리로 몰려나와 들끓고 있었다.

남아나는 물체가 하나도 없었다.

물론 천마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바윗돌마저 순식간에 모래로 만들 정도였다.


강력한 턱을 지닌 불개미들의 습격이었다.

순식간에 천마의 몸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물고 늘어졌다.

천마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중얼거렸다.

미구소찬능다소(微軀所饌能多少)

작은 몸으로 얼마나 먹는다고-

천마는 양만리(楊萬里)의 시를 떠올리고 몸을 떨었다.

대항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물어뜯는데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그나마 금강불괴를 연성한 몸이어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뼈다귀로 변했을 터였다.

“커-억!”

천마가 비명을 터뜨리며 놀란 만큼 몸부림치고 있었다.

허공으로 장막을 형성하는 무형살기,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진중했던 그의 모습이 백팔십도로 달라졌다.

치렁치렁 늘어졌던 머릿결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부리부리한 눈동자에선 시퍼런 광채가 뿜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불개미의 습격으로 거미줄에서 해방되었다.

몸을 뒹굴면서 몸을 이동시켰다.

회전력을 이용해 통통 튀다가 허공으로 퉁겨 올랐다.

번개처럼 허공으로 한자쯤 떠오른 천마.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개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라붙었다.

조금씩 거미줄이 끊기고 있었다.


몸에 휘감았던 붕대도 실밥이 떨어져 나갔다.

틈새 속으로 불개미들이 파고들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불개미들이 전신을 물고 깨무는데 견딜 재간이 없었다.

처음에는 간지럽고 몸서리쳐지도록 따끔거렸다.

나중에는 살결이 부패하는지 물집이 생기며 부어올랐다.

개미들은 잔인하도록 집요했다.

눈코입과 귓구멍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지경으로 지독했다.

정말 사람으로서 인내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순간이었다.

비명이 저절로 터지고 있었다.

커-억!

입이 딱 벌어졌다.

그런 순간을 불개미들은 놓치지 않았다.

새까맣게 입속으로 기습했다.

퉤-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요동쳤다.

입이 막히자 귓구멍을 통해서 숨어들었다.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머리통이 띵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사물이 둘 셋으로 보이면서 희미해져 버렸다.

천마가 기침을 심하게 해댔으나 소용이 없었다.

불개미들이 가슴속에서 들끓었다.


물고 뜯으면서 난리 쳤다.

내장이 요동치며 뒤집히고 있었다.

캑-캑!

천마는 삼매 진기를 일으켜 개미를 죽였다.

입에서 가루로 변한 불개미들이 기침과 함께 쏟아졌다.

서둘러 귀식대법을 펼쳤지만 때는 늦었다.

숨결에 따라서 불개미들이 들락거렸다.

폐에다가 집을 집는지 가슴이 요란하게 들썩였다.


천마는 이대로 죽는가 싶었다.

저항을 포기하고 맥을 놓는 순간이었다.

불개미들이 공격을 일순간에 멈췄다.

어딘가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병정들은 위험하니 물러서라.”

사이한 음성이 벽면을 타고 천마의 귀에 파고들었다.

천마는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한 줌의 진기를 흡입한 다음에 단전을 부풀렸다.


불개미들이 일순간에 도망치기 시작했다.

천마가 한숨을 내쉬며 불개미를 토해내는 순간이었다.

뭔가가 눈길에 잡히는 물체가 있었다.

껌벅껌벅!

천마가 눈에 힘을 주고 쳐다봤다.

내장이 보일 정도로 희미하고 투명한 몸체를 지녔다.

그것은 바로 엽의(獵蟻)라고 알려진 여왕개미였다.

한마디로 사냥에 미친 개미였다.


덩치가 얼마나 큰지 몰랐다.

몸집이 아담하게 생겼는데 허리는 잘록했다.

입에는 톱니처럼 생긴 턱은 날카롭고 예리했다.

그런데 여왕개미는 그냥 개미가 아니었다.

인주처럼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승천하려고 준비하다가 천마의 등장에 놀란 모양새였다.

천마의 몸에서 숙적인 금와의 냄새가 풍겼기 때문이었다.

“호호호! 네놈이 금와의 단정을 복용했다니 다행이다.”


여왕개미는 성질도 얼마나 사나운지 몰랐다.

천마의 몸을 톡톡 건드리다가 그대로 물고 늘어졌다.

꼬치가 토막이 날 정도로 턱이 강력했다.

천마는 거미줄에서 해방됐기에 그냥 당하지 않았다.

손발을 놀려서 무작정 두들겨 팼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북을 두드린 것처럼 소리만 요란스러울 뿐이었다.

여왕개미는 까딱도 하지 않았다.


금강불괴,

제기랄!

천마는 힘에서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정말 재수가 없었다.

인주를 피했더니 엽의(獵蟻)를 만난 셈이었다.

천마는 눈알을 까뒤집었다.

악마지도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번-쩍!


악마지도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키-적!

여왕개미의 몸에서 불통이 튀겼다.

천마는 놀라고 말았다.

악마지도는 천하에 둘도 없는 보검이다.

쇠를 무처럼 자를 수 있은 천도(天刀)였다.

그런데 여왕개미의 허리를 자르지 못했다.

상처만 조금 남겼을 뿐이었다.


여왕개미도 그냥 당하지 않았다.

천마의 몸을 그냥 덮쳤다.

금강역사처럼 힘이 엄청났다.

천마가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왕개미가 천마의 단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천마는 이대로 당할 수 없다는 듯이 거칠게 저항했다.

전력을 다해서 업어치기로 여왕개미를 넘겼다.

철퍼덕!


여왕개미가 당황했는지 발버둥 쳤다.

생각과 다르게 이놈의 힘이 엄청났다.

아무리 빠져나가려고 애써도 어림도 없었다.

천마의 억센 팔에 목덜미가 조여들어 움직임도 벅찼다.

여왕개미가 위험에 처하자 불개미들이 덤벼들었다.

바글바글!

불개미들은 독했다.

천마가 일으킨 살기에 불개미가 죽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시체를 방패 삼아서 공격했다.

천마는 여왕개미를 제압했으나 힘에선 밀렸다.

그런 틈을 틈타고 병정개미들이 달려들었다.

이놈들은 그냥 불개미와는 차원이 달랐다.

꽁무니에서 독하기 이를 데 없는 맹독을 쏘아댔다.

피부가 따끔거리며 부풀어 올랐다.

불개미들은 바로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천마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다시금 몸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과는 양상이 달랐다.

독성에 대항하기 위해서 죽음으로 길을 만들었다.

그런 곳을 병정개미들이 맹독을 쏟아내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따끔거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가슴이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고통이 뒤따르면서 점점 힘을 잃어가고 말았다.


이렇게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천마가 기지를 발휘했다.

가슴을 악마지도로 도려내고 핏물을 흐르게 만든 것이다.

발치에 매달렸던 꼬치에 핏물이 흘러들었다.

그곳으로 불개미들이 달려들었다.

바로 금와의 약력이 섞였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덕분에 약간의 시간을 벌게 된 천마였다.

천마는 천금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불개미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여왕개미를 향해 뿜었다.


푸-우!

여왕개미는 금와의 핏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천마의 팔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서 마구 할퀴었다.

발톱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붕대가 뜯어 나갔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천마는 연속적으로 핏물을 뿜었다.

여왕개미의 얼굴에서 염화가 발생하며 들끓기 시작했다.

천마는 옳지 싶은 생각에 이빨을 드러내고 물어뜯었다.

와드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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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기일발(危機一髮), +5 22.05.12 847 4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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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망경주(打網驚蛛), +5 22.05.12 1,011 61 9쪽
1 서장(序章) +22 22.05.12 1,520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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