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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89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12 14:13
조회
880
추천
49
글자
9쪽

저승사자,

DUMMY

***


천마는 신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금하게 몸을 움츠렸다.

진하고 생생한 인간의 모습으로 비쳤다.

뼛골도 오색광채가 머물러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외부로부터 진입한 인주의 화기로 발생한 것이었다.

맹독이 신체에 깃들면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 반응이었다.

“끼-끼! 이건 또 뭐야? 계집이 아니라 사내잖아······.”

인주의 실망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부작용도 감수하고 생물도 마다하지 않았다.

역겹지만 생피까지 복용한 다음에 비천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자신이 준비했던 성별과 생판 달랐다.

이게 또한 미치도록 만든 모양이었다.

“땅거미야. 귀여움을 받으려면 애교떨어야 사랑받지.”

천마는 주절거리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고 있었다.

인주의 먹잇감으로 적당히 숙성된 상태였다.


천마는 그것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이무기를 유인하기 위한 방책이다.

피를 흘리며 약력을 키워졌다는 표현이 맞을 터였다.

인주는 이런 사실을 피와 성별을 통해서 감지했다.

천생대로 성질이 난폭해지고 말았다.

끼-끼!


입에 거품을 물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벌써 사람의 형상을 쓰고 하늘로 비천했어야 마땅했다.

고행을 통해서 얻게 된 천지조화의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먹잇감이 자신의 혼을 받아줄 여인이 아니었다.

이무기처럼 수컷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주저하지 않았다.


푹!

인주의 결정타는 숨겨진 투명한 관이었다.

거미도 이무기에 못지않은 독액을 가진 것이 분명했다.

치지-직!

전신에 감겨 졌던 거미줄이 뚫렸다.

그곳을 통해서 인주가 소화액을 몸에 주입하고 있었다.


치-쩍!

천마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머리 꼭대기의 백회혈이 뜨끔거렸다.

내장을 태우는 듯싶은 열기가 전신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아-호!

그의 머리통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뭔가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몸속의 혈관으로 독액이 스며든다는 사실을 그는 느꼈다.

투명했던 몸체도 불길에 탄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었다.


천마는 고통을 덜듯이 말했다.

“단전이 불타기 시작했으니 네놈의 꿈은 물 건너갔다.”

인주는 천마의 모습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었다.

얼굴에 화장했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부산을 떨었다.

여인처럼 굴곡졌던 허리도 두툼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얼굴과 입술도 사내답게 만들고는 거미줄로 이동했다.

‘우-아! 바쁘다······.’

인주는 정말로 바빴다.

치장하고 변신도 해야 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천년이나 정적으로 살던 시간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정말 꽁무니가 불타듯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인주는 흥분한 상태였다.

“끼-키! 네놈으로 변신해야 하니 조금만 참아라!”

천마는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졌으나 여유는 있었다.

붕대에 불이 붙었으니 다행이었다.

이것은 그의 몸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는 그런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행동했다.

붕대를 끊기 위해서 진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인주도 대처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자신의 영생을 이어줄 먹잇감이었다.

움직임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인주는 좋지 않은 낌새를 차렸다.

아니면 다른 비술을 부리려고 그랬는지도 몰랐다.

불타는 꽁무니를 꼬치에 불쑥 들이밀었다.

“커-억!”

천마의 발바닥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퍼-직!

천마는 발바닥이 따끔거리자 저절로 훌쩍 뛰어올랐다.

몸속에서 혈관을 따라 돌던 독액이었다.

그것이 뼛골로 스며들었다.

천마는 살얼음이 맺혔다는 사실을 느꼈다.

투명했던 몸체도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다.

온몸의 몸뚱이는 불덩이처럼 활활 타올랐다.

뼛골은 반대로 살얼음 구덩이에 처박힌 듯싶었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교차하며 혈관에서 뒤섞이고 있었다.


인주가 일으킨 진기는 천년이나 생성된 생기가 분명했다.

정말 인간의 몸뚱이로는 감당할 수가 없는 고통이었다.

천마는 전신이 활화산처럼 타오르자 사지를 꿈틀거렸다.

입에서 시커먼 독물이 쏟아져 나왔다.

금방 얼음 조각으로 변해버렸다.

후루룩!

토사물에 섞인 독기가 붕대를 부식시킬 정도였다.

아무리 금강불괴의 몸이라도 견디기 어려웠다.

뼛골을 관통하는 고통은 골수를 팼다.


인내할 수 없을 지경으로 지독했다.

“제기랄!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이렇게 죽는구나.”

인주의 독은 독했다.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천마는 그렇게 버려진 상태였다.

인주는 먹잇감이 완전히 숙성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때였다.

천마의 눈앞을 스치듯이 사라지는 물체가 있었다.

허상처럼 보이는 그림자였다.


장수는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뭘까? 저것의 정체는···.’

그의 눈앞을 스친 물체는 신비했다.

하얀 물체는 까맣게 비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활활 타듯이 하얀 광채를 머금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도깨비 눈처럼 허공에 두둥실 떠 있었다.

형상이 없는 것을 봐서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어딘가로 달려가다가 천마를 발견한 것 같았다.


운명에 이끌린 듯 서로 마주 대한 눈길,

같은 시간대에 딱 마주쳤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

호기심이 어린 눈길이 먼저 껌벅였다.

아주 강렬한 눈빛이 지글지글 타들고 있었다.

오랫동안 눈초리가 뒤엉킨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천마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상대를 훑어봤다.

역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그는 만나고 싶지 않았던 저승사자였다.

저승사자는 그동안 많이도 변해 있었다.


퉁방울 눈동자는 부리부리한 백치로서 위로 쭉 찢어졌다.

주름살이 접힌 입술에는 짐승처럼 송곳니가 삐죽 나왔다.

쳐다보면 절로 기가 질릴 정도로 화난 표정이었다.

황소처럼 생긴 콧구멍에서 뿜어지는 콧김이 이상했다.

악령들이 울부짖는 듯싶은 비명이 쌕쌕 터졌다.

검긴 했지만 빛나는 망토에 검은 도포를 걸쳤다.

꼬질꼬질한 수염을 가리듯 삿갓을 깊숙하게 눌러썼다.

저승사자는 복장 때문에 더욱 신비해 보였다.

전신에서는 살기와 비슷한 광채가 어려 있었다.


눈빛은 마치 지옥의 유황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손에는 부채인 섭선을 들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인간의 영혼을 포박하는 포승줄이다.

염라전을 대표하는 법보(法寶)가 그것이었다.

저승사자는 법보인 섭선을 휘두르다가 멈칫거렸다.

지금 섭선에서 이상한 반응이 나타난 상태였다.

저승사자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리고는 왠지 손해를 봤다는 듯이 행동했다.


물러선 만큼 다가와서는 백태 눈동자를 번뜩거렸다.

천마를 세세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새파랗게 어린놈이었다.

구릿빛 살결에 이목구비가 또렷했다.

부리부리한 눈동자는 한없이 부드럽고 열정이 보였다.

굵고 진한 호랑이 눈썹은 곤두선 상태로 꿈틀거렸다.

몸은 철탑을 연상케 할 정도로 탄탄했다.

근육질의 몸매에선 살기가 넘치고 있었다.

저승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본듯한 느낌인데 알아볼 수가 없었다.

“저승사자! 오랜만이다.”

천마가 아는척하자 저승사자가 멈칫했다.

어둠과 함께 눈동자가 먼저 등장해 껌벅였다.

저승사자가 어눌한 음성으로 질문을 던졌다.

“어라! 그대는 누구시기에 나를 알아보시는가?”

천마가 고개를 쳐들었다.

저승사자의 검은 몸뚱이가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동자와는 달리 저만큼 이동한 검은 신체를 끌어당겼다.


차가운 바람결과 함께였다.

허공을 격하고 지나쳤던 몸을 재차 이동시켜 등장했다.

천마를 살피는 눈동자에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저승사자가 질문했다.

“저기요. 혹시 염라전에서 파견된 호조(蝴鳥)이신가요?”

저승사자의 음성은 사방에서 회전되며 들려왔다.

“나비인지 새인지, 난 그런 짐승은 모른다.”

천마는 중얼거리다가 눈동자가 저절로 동그랗게 떠졌다.

어디에선가 한번은 들어봤음 직한 호명이다.


호조라면 염라전의 사자를 뜻했다.

거기서 파견 나왔다면 보통 사자는 분명 아니었다.

막연하긴 했지만 어딘가에서 만났음 직한 생각이 들었다.

저승사자의 질문치고는 왠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장수가 한동안 생각에 잠겼을 무렵이었다.

저승사자의 입가에 담긴 미소가 마음에 걸렸다.

검고 메마른 미소였다.

천마는 뭔가 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오라! 염라대왕의 배꼽에 칼을 꽂고 도망친 추풍이란 살수를 잡기 위해서 지금 잠복근무를 자초하고 계시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뭔가 의심스러운 모양이었다.

저승사자가 천마의 일생을 더듬기 시작했다.

천마가 어리석다는 듯이 피실 웃자 머리를 갸웃거렸다.

“거참! 이상하시다. 삼생이 이토록 박하고 혼탁하시오.”

저승사자의 백색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한동안 천마의 주위를 맴돌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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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미로진(迷路陣), +18 22.05.19 650 2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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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탄(恨歎) +9 22.05.13 799 32 9쪽
4 위기일발(危機一髮), +5 22.05.12 847 45 9쪽
» 저승사자, +4 22.05.12 881 49 9쪽
2 타망경주(打網驚蛛), +5 22.05.12 1,011 61 9쪽
1 서장(序章) +22 22.05.12 1,520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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